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들리는 대로 외워 불렀던 어린 시절 팝송의 추억. 비록 비틀스(Beatles)의 <Yesterday>를, 빌리 조엘(Billy Joel)의 <Honesty>를 아는 단어가 등장할 때만 자신 있게 외쳤지만, 그 어떤 영어 가사도 전부 한글로 적어낼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한글의 위대함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외국인이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그것은 우리에게 그리 놀라운 일도, 창피한 일도 아니었다. 그 사이 세계 속에 작은 대한민국은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은 절대 작지 않은 존재감을 나타내며 온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상징을 통해 세계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소개되었다. 그중에서도 세종대왕과 한글은 여전히 우리나라 최고의 자랑이자 상징으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한글이 가진 뛰어난 가치는 세계적으로도 이미 인정을 받아 국가적으로도 한글을 알리고 보급하는 일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대세는 단연 방탄소년단(BTS)이다. 수천, 수만의 글로벌 팬들은 방탄소년단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한글을 접하게 되었다. BTS의 노래와 퍼포먼스에 열광하게 되면서 보다 정확하게 한국어를 발음하고 싶어했고, 그 가사의 의미를 궁금해하게 되었다. 과거 우리가 팝송과 미국드라마를 통해 영어와 그들의 문화를 접하려고 했던 것처럼, 이 같은 한류의 확산으로 우리는 외국인에게 한글과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은 한글을 알게 됨으로써 내가 좋아하는 대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SNS 등 여러 통로를 통해 직접 소통하거나 대화할 수 있게 되어 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한글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찾아 나서지 않아도 물밀 듯 찾아오는 손님들을 구경만 하는 가게 주인은 없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들이 한글과 한국에 대해 잘 알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더욱더 흥미롭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배울 수 있도록 바삐 움직였다. 그 결과 첫 번째로 그 역할을 시작하게 된 곳은 아마도 세계 곳곳에 세워진 세종학당일 것이다.
세종학당은 세계 56개국에 172개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서울에 있는 세종학당재단에서 이를 총괄 운영하고 있다. 세종학당재단은 국외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보급을 위해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이 재단은 세계를 향한 열린 사고와 진취적인 전략을 가지고 각 나라와 소통하고 있다. 특히, 각국에 세워지는 세종학당은 세종학당재단에서 심사를 통해 지정하고 있다. 세종학당으로 지정되면 운영지원금 교부, 교육 시설 개선, 교육과정 및 교육자료 제공, 전문 교원 파견 등 전 분야에 걸쳐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를 받을 수 있어 매년 각국에서 지정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는 추세다. 전 세계 세종학당에서는 국제 통용 한국어 교육 표준 모형에 따라 어디에서나 동일한 교육과정을 제공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개발한 표준 교육과정과 교재를 사용해 정확한 한글의 원리와 이론을 배울 수 있다. 기본 과정(1급~4급)과 심화 과정(5급~6급)으로 구분해 외국인들에게 각자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세종학당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제공한다. 이 중에서도 세종 한국어 어휘학습 앱은 2018년 기준, 1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이미 많은 외국인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앱으로 자리 잡았다. 이 앱을 통해 학습자는 회화, 어휘, 문법 각 영역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특히 발음을 반복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기능과 녹음을 통해 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능, 게임형식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능은 외국인이 앱만 있으면 혼자서도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각 세종학당에서는 수요에 맞춰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하여 문화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관 기관이나 대학 등과 협업해 문화 전문가를 파견하고, 수업에 필요한 교육 자료를 지원하기도 한다. 한식, 한복 등 한국인의 의식주 문화에서부터 한국의 예절, 국악 등 전통문화, 그리고 K-pop,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세종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더욱더 품격있는 한국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우수학습자 초청 연수 제도이다. 이는 세종학당 내 우수한 학습자를 선발, 한국으로 초청해 한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학습하는 기회와 국내 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며 학비 및 생활비, 연구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통해 학비 등의 어려움으로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다는 것을 꿈꿀 수 없었던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세종학당의 지원 프로그램은 외국인들이 꿈을 실현해 가는 출발선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매년 진행되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세종학당의 프로그램 중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2018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10월 4일, 코엑스 아티움 5층에서 열렸다. 총 56개국 172개소 세종학당에서 2,635명이 참가했고, 최종 결선에는 12명이 올랐다. 치열한 접전 끝에 대회의 대상은 인도 출신의 마이티 소라비(Maiti Sourabhi, 23)가 차지했다. 그리고 최종 결선에 오른 세종학당 학습자 12명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에서 한국어 장학 연수를 받는 기회를 얻었다. 세종학당은 외국인들이 현지에서 한국어를 학습하고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뜨거운 한류 열풍만큼 열정을 다해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일제강점기 시대에 한글을 지키기 위해 한국어사전 편찬에 목숨을 바친 조선어학회의 삶과 그 과정을 담은 영화 <말모이>가 개봉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한글이 단지 문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역사이고 우리 민족의 정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큰 어려움 속에서도 한글의 보존과 진흥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선조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한글은 이제 대한민국의 얼이 되어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이들의 한국어 실력과 한국에 대한 지식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세종학당 역시 더욱 확장되어 세계 곳곳에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알리며 활발한 활동을 지속해 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훗날, 어느 나라에 가든 외국인과 한국어로 즐겁게 이야기해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