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ots
▪ 샤넬의 놀이터 <루즈 코코 플레이그라운드>와 갤러리 쇼윈도를 무대처럼 활용한 델비스 (언)리미티드의 <사물의 극장>은 색다른 오프라인 콘텐츠로 익숙한 브랜드의 가치와 상품을 새롭게 조명했다.
▪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 배우 200인>과 JR 작가의 <교토 연대기>는 인물 초상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아카이빙 전시를 구현하며 개별 인물의 깊이를 통해 집단의 의미를 유기적이고 다층적으로 풀어냈다.
▪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프렌즈위드유의 <리틀 클라우드 월드>, 마켓을 주제로 커뮤니티와 예술의 접점을 탐구한 <뉴 코벤트 가든 마켓 비트린 아트 커미션> 같은 공공 예술 프로젝트 외에도, 기술을 매개로 온·오프의 경계를 허문 <NFTism: No Fear in Trying>이나 <ESSYS Sharing #UC>와 같은 사례들은 점점 더 밀도 높은 콘텐츠로 본질에 다가서는 브랜딩 전략을 보여준다.
콘텐츠 대범람의 시대다. 수많은 콘텐츠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퍼져 나간다. 사람들은 짧고 쉬운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로 인한 피로감 역시 호소한다. 클릭이 쉬운 만큼 금방 휘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트렌드와는 반대로 더 긴 호흡과 깊이를 가진 콘텐츠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주제를 파고드는 다양한 체험과 깊은 연결감을 원한다. 오직 이러한 다차원적인 경험만이 궁극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문화 행사 역시 그런 흐름을 따른다. 브랜드 행사, 공익 캠페인, 온·오프라인 전시 등 그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어느 행사든 SNS 콘텐츠, 전시, 토크 프로그램, 참여형 프로젝트 등 참여자들에게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즐길 거리가 많다는 뜻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이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와 오프라인 행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맥락의 소비와 체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감각하는 맥락의 경험이 콘텐츠를 확장한다. 새로운 체험, 적극적인 참여, 능동적인 관계 맺음이 어떻게 콘텐츠 경험을 확장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색다른 눈으로 바라본 브랜드의 가치
x 샤넬_루즈 코코 플레이그라운드(Rouge Coco Playground)
샤넬의 <루즈 코코 플레이그라운드(Rouge Coco Playground)>는 브랜드의 가치와 상품을 통합적인 경험을 통해 알린 제공한 좋은 사례다. 이름처럼 행사의 주된 목표는 루즈 코코 립스틱 홍보다. 하지만 샤넬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것을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를 만드는 기획을 선보였다. 런던 코벤트 가든에 총 3개의 팝업 스토어를 열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했고, 참여자들이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직접 콘텐츠로 만들어 게시하는 등 참여자 중심의 자연스러운 온라인 홍보 효과를 누렸다.
또한 이 행사는 런던의 코벤트 가든이라는 공간을 십분 활용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코벤트 가든은 활기와 자유의 상징 같은 공간이다. 매일 색다른 문화 행사와 축제, 브랜드 팝업이 열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 역시 재미있는 일이라면 언제나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다. 샤넬은 그런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에서 하나의 축제 같은 브랜드 행사를 열었다. 루즈 코코의 장난스럽고 자유로운 이미지는 코벤트 가든의 공간적 특징과 맞물려 놀이터(Playground)라는 콘셉트에 충실한 경험을 선보였다.
스케이트장으로 꾸며진 첫 번째 팝업에서는 스케이트 보더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해변 테마로 꾸며진 두 번째 팝업에서는 코코 크림 셔벗을 먹으며 게임을 즐기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팝업에서는 뷰티 행사의 본질에 초점을 맞춘 메이크업 클래스와 제품 체험 및 판매가 이루어졌다. 포토제닉한 공간과 제품과 연결된 다양한 체험은 SNS에 올리기 좋은 콘텐츠를 제공했다. 특히 이번 샤넬 행사는 Z세대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결과적으로 <루즈 코코 플레이그라운드>는 체험하고, 만들고, 즐기며 맛볼 수도 있는 성공적인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낸 셈이다.
x 델비스 (언)리미티드_사물의 극장(The Theatre of Things)
브랜드 가치와 상품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로는 델비스 (언)리미티드(Delvis (Un)Limited) 갤러리에서 선보인 <사물의 극장(The Theatre of Things)>이 있다. 실제로 판매하는 가구, 조명, 장식, 소품 등을 선보이고 디자이너를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실험적인 전시 형태라는 점이 다르다. 오프라인 전시가 주는 특별한 경험, 그리고 그 맥락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온라인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사물의 극장>은 갤러리의 쇼윈도가 무대처럼 펼쳐지는 참여형 퍼포먼스다. 총 7명의 디자이너가 하루 동안 자신의 작품들과 함께 갤러리의 쇼윈도에서 일상적인 하루를 보낸다. 관람객들이 그들의 임시 거처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 감상과 함께 SNS에 공유하는 것까지가 퍼포먼스의 완성이다. 관람객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소품과 일상을 보내는 디자이너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창작 과정, 작품, 전시의 의미 자체를 고찰해 보게 된다.
참여한 디자이너들 역시 자신들의 하루를 SNS를 통해 공유한다. 이는 관람객들의 시선과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접하거나 실제로 퍼포먼스를 본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전시 기획 의도, 브랜드, 디자이너, 작품으로 향한다. 자기 작품과 함께 하루를 보낸 디자이너들의 인터뷰는 각종 SNS 또는 매거진으로 공개된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일상, 집, 수집품, 작품의 아이디어와 영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전시 퍼포먼스의 경험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고 그 맥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야기와 역사가 된 당신의 얼굴
x 영화진흥위원회_한국 배우 200인 (Korean Actors 200)
이번에는 온·오프라인 아카이빙 전시를 통해 콘텐츠 경험이 확장되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영화 전문 미디어 더 스크린이 진행을 맡은 <한국 배우 200인(Korean Actors 200)>은 한국의 배우들과 영화 산업을 아카이빙하고 홍보하는 캠페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 200인의 초상을 통해 한국 영화 연대기를 함께 살피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한국의 배우와 작품을 글로벌하게 알리기 위해 온라인 아카이빙과 오프라인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200인의 프로필 사진과 대표 작품 아카이빙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캠페인과 연계된 사진전 <The Actor is Present>는 도산공원 사거리와 코엑스 XPACE, 합정 아트스페이스, 뉴욕한국문화원 등에서 열렸다. 도산공원과 XPACE에서 5주간에 걸쳐 디지털 미디어 사진전이 열렸고 아트스페이스에서는 “배우는 한 편의 영화다”라는 액터스 씨어터 콘셉트로 사진전, 영상 상영, 포토존, 굿즈 판매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뉴욕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의 배우들을 글로벌 영화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획전이 열렸다.
이 캠페인의 가장 큰 장점은 온·오프라인 아카이빙 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서사를 전달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아카이빙 전시에서는 배우들의 필모그래피와 출연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아카이빙과 연결되는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배우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감, 작품을 대하는 태도, 연기에 대한 가치관, 출연작 소개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층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 종료 후에도 아카이빙 자료를 한국 영화 산업에서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가치 있는 프로젝트다.
x 작가 JR_교토 연대기(Chronicle Kyoto)
인물 초상 아카이빙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또 다른 사례는 프랑스 작가 JR의 프로젝트 <교토 연대기(Chronicle Kyoto)>가 있다. JR은 도시별로 인물들의 사진을 찍어 그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연작을 만드는 작가다. 교토그라피는 교토 전체를 갤러리로 삼아 열린 대규모 국제 사진전으로, <교토 연대기>는 교토그라피의 지원을 받아 도시의 초상을 다각도로 담아냈다.
<교토 연대기>에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 JR은 교토역과 교토 시청 앞 광장 등 도시의 주요 8개 장소에 이동식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게이코, 다도 마스터, 승려, 장인, 드랙퀸, 지역 주민 등 총 505명의 시민을 찍고 인터뷰해 도시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 기록은 교토의 역사를 응축한 도시 풍경과 함께 가로 22.55m, 세로 5m의 대형 콜라주 벽화로 탄생했다. 완성된 벽화는 도시의 상징인 교토역 벽면에 전시되었다.
JR의 다른 작품과 <교토 연대기>의 비하인드를 만나볼 수 있는 연계 전시는 교토 신문사 건물에서 열렸다. 과거 신문 인쇄소였던 역사적인 건물의 특징을 반영해 인쇄소 콘셉트로 꾸며졌는데 사진 작업뿐 아니라 촬영 비하인드 영상 상영, 인터뷰와 함께 볼 수 있는 조형 전시, 작가와의 대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작가가 직접 찍은 투어 영상으로 전시장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교토 연대기>의 특별한 점은 벽화 작품을 온라인 전시로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토역에서 압도적인 규모로 만나는 벽화도 특별하지만 작품을 온라인 전시로 관람해 보면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 페이지에서 각 인물을 클릭하면 인물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함께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녹음된 인터뷰를 들을 수 있다.
이처럼 <교토 연대기>는 각 인물의 삶이 한 도시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또한 교토 시민들의 기록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도 의미 있는 대규모 도시 프로젝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기록의 가치를 충실히 전달하고 작품의 주제를 다층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우수한 기획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
x 프랜즈위드유(FriendsWithYou)_리틀 클라우드 월드
온·오프라인으로 캠페인을 이어가며 메시지를 전달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도 있다. <리틀 클라우드 월드(Little Cloud World)>가 바로 그것이다. 프랜즈위드유(FriendsWithYou)의 작품인 <리틀 클라우드 월드>는 약 20년간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져 왔다. 구름은 평화와 공동체의 상징으로, 사람들이 사랑과 연민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특정 지역에 설치된 작품을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공유하며 그 메시지가 전파되게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최종 완성이다.
이처럼 사랑스러운 의미를 담은 <리틀 클라우드 월드>가 2024년 런던 코벤트 가든을 찾았다. 코벤트 가든은 전 세계 관광객과 지역 시민과 상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자 리틀 클라우드가 꿈꾸는 공동체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코벤트 가든을 찾아 구름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SNS를 통해 리틀 클라우드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전시는 온라인으로 이어지고 사람들은 같은 해시태그를 단 사람들의 게시물을 통해 리틀 클라우드가 전하는 기쁨과 메시지를 함께 나눴다.
이번 전시는 포토 스팟을 통해 캠페인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코벤트 가든에 모인 사람들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CALM(Campaign Against Living Miserably)과도 협업을 진행했다. CALM은 서로의 정신 건강을 살피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도움과 지원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자선단체다. 자살률 증가라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다면 전시 기간 코벤트 가든 곳곳에 설치된 기부처를 방문하면 된다. 또한 온라인으로도 기부할 수 있다. 실제로 코벤트 가든을 중심으로 한 지역 상인과 기업들은 기부 물품 또는 기부금을 통해 캠페인에 참여했다.
이처럼 <리틀 클라우드 월드>는 단순히 한 공간에서 예술 전시를 보고 즐기는 것뿐 아니라 캠페인에 담긴 긍정적인 메시지를 확산하고 나누며, 지역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모두 함께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느슨하고 넓은 커뮤니티를 구축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였다.

x 뉴 코벤트 가든 마켓_뉴 코벤트가든 비트린 아트 커미션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통해 총체적인 예술 경험을 제공하는 또 다른 사례로는 <뉴 코벤트 가든 마켓 비트린 아트 커미션(New Covent Garden Market Vitrine Art Commission)>이 있다. 런던의 대표적인 신선 식품 시장인 뉴 코벤트 가든 마켓은 시장 건물 외벽의 거대한 유리 진열 케이스(vitrine)를 활용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3년 동안 여러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약 20m에 달하는 거대한 유리 케이스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은 주 판매 상품인 과일, 채소, 꽃을 주제로 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시장을 방문하는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다각도로 담아냈다. 예술가들은 직접 시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들을 인터뷰하고 그곳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이 전시된 버스정류장 뒤 외벽은 시장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장소다. 따로 예술 작품을 보러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시장에서 파는 각종 과채와 신선 식품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온라인에 공유했다. 이처럼 <뉴 코벤트 가든 마켓 비트린 아트 커미션>은 본 목표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 홍보를 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의 다양성을 공공 예술에 녹여내며 지역 커뮤니티를 새롭게 경험하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기술이 앞장선 온·오프라인 전시
x 인스티튜트(Institut)_NFTism: No Fear in Trying
앞서 언급한 사례들이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콘텐츠 경험을 확장한 행사들이라고 한다면 최신 기술을 이용해 그사이의 경계를 흐린 전시 사례도 있다. <NFTism: No Fear in Trying>은 예술 플랫폼 인스티튜트(Institut)의 공식 출범과 함께 도전적이고 과감한 예술가를 소개하기 위해 열린 전시다. 약 100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NFT 아트 시장의 가장 최전선에 있는 기술과 예술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의 오프라인 전시 역시 런던 코벤트 가든에 등장했다. 관람객들은 디지털 스크린과 프로젝션 또는 인터랙티브 VR 헤드셋을 이용해 NFT 작품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코벤트 가든을 방문한 시민과 관광객뿐 아니라 전 세계의 예술가와 컬렉터들이 모여들었고 전시 기간 경매를 통해 작품이 실제로 판매되었다. 이 전시는 메타버스 아리움(Arium)에서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을 구경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NFTism: No Fear in Trying>은 그 이름처럼 도전과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전시다. 동시에 이루어지는 온·오프라인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는 NFT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경험할 기회를, 예술가들에게는 도전을 격려받고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x 코임브라 대학교_ESSYS* Sharing #UC
<ESSYS* Sharing #UC>는 아예 온라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치 작품을 만든 독특한 경우다. 포르투갈 코임브라 대학교(University of Coimbra)에서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머신 러닝을 통해 코임브라와 관련된 온라인 텍스트들을 수집(Input Preprocessing module)하고 그에 담긴 감정을 총 8가지(기쁨, 기대, 신뢰, 두려움, 분노, 혐오, 놀람, 슬픔)로 분석하며 감정 인식 데이터에 맞춰 폰트와 색이 자동으로 조합되는 포스터(Typesetter module)와 그 디자인에 맞춘 앰비언트 음악(Emotion Sonification System, ESSYS)을 생성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코임브라 코르트 광장에 있는 미술관에 전시되었고, 온라인 전시로도 공개되었다. 자신이 사는 도시와 다니는 대학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그 말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있는지 시·청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코임브라 시민들과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지역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최신 기술 연구와 지역 미술관이 함께 한 공공 미술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이처럼 <ESSYS* Sharing #UC>는 온라인 데이터를 작품으로 만들고 온·오프라인 전시로 주제를 확장하며 지역과 사회의 담론을 하나의 통합적인 맥락으로 제시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사례들은 특징도 방법도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다각도로 깊은 맥락의 경험을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 가지 목표로 단편적인 주제를 제시하기보다는 온라인의 확장성과 연결성, 오프라인의 직접적이고 다양한 소통과 체험을 통해 콘텐츠를 하나의 총체적인 경험으로 제공한다. 단순히 홍보 채널이 온·오프라인으로 늘어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핵심은 그 모든 채널에서의 경험이 따로 놀거나 하나의 수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경험을 책의 페이지처럼 차곡차곡 쌓는 것과 같다.
쉽게 휘발되는 단편적인 경험이 주류를 이루는 현대 사회일수록 이렇게 다층적으로 한 주제와 메시지를 파고드는 경험은 더 특별해진다. 다양한 브랜드 홍보와 공공 예술 프로젝트, 문화예술 기획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지는 요즘, 진정한 경험의 가치를 만들기 위한 한층 더 깊은 고민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콘텐츠 기획은 단순한 채널 다변화나 눈길을 끄는 이벤트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 참여자의 감각과 사고를 아우르는 경험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곧 콘텐츠의 수명을 늘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더 오래 남게 만드는 힘이 된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메시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접점을 통해 하나의 본질에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경험의 총합”이 아닌, “맥락의 밀도”다. 단발적인 자극이 아닌, 오랜 시간 잔상처럼 남는 경험. 그것이야말로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을 넘나드는 오늘의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