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 Dots 

▪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대규모 실내 정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통해 여행객과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 카타르 하마드 국제공항은 공항 내 국내외 예술 작품을 위한 가이드 미술 투어 제공 및 전통시장 Souq Al Matar에서의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

▪ 하네다 공항은 일본 전통 문화예술을 담아낸 미디어아트와 Culture Gate to Japan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디지털아트 전시로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공항이 단순히 여행객들의 이동을 위한 중간 기착지에 불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공항은 단순한 출발지와 도착지 그 이상의 무엇이 되었다. 전 세계의 주요 공항들은 이제 더 이상 비행기를 기다리는 지루한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공간 활용의 측면을 넘어 공항이 여행객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항이 문화와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시대 변화와 함께 변모하는 여행객들의 요구 속에서 그 원인이 엿보인다. 과거 공항에서 단순히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던 여행객들은 이제 그 시간을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우길 원한다. 그 덕에 세계 유수의 공항들은 이러한 여행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문화 이벤트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그 예로 인천국제공항의 전통문화 공연이나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현대 예술 전시회는 단순히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시간 활용을 넘어 여행객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와 더불어 공항의 경쟁력 또한 점차 강화되는 상황도 몫을 더한다. 글로벌 항공 산업이 성장하면서 공항 간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공항마다 더 많은 항공사와 여행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문화 이벤트와 행사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다. 문화 관련 이벤트는 공항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여행객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여기에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나 축제까지 결합하면 큰 힘을 발휘한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이 지역 특산물 페스티벌을 통해 단순한 교통 허브가 아닌 지역 문화와 연결된 공간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공항은 지역 경제와 문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이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이벤트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혜택을 제공하며 공항과 지역사회 간의 유대를 강화한다. 특히 공항이 주최하는 문화 행사는 지역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무대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문화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되는 공항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항이라는 공간을 둘러싼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창이공항에 위치한 어린이 갤러리 "Hello, Changi Precinct" ⓒ Global Travel Retail Magazine
하마드 국제공항 내 전통시장 Souq Al Matar ⓒ Qatar Airways

건물인 척하는 예술의 숲: 싱가포르 창이공항

“More than an Airport”라는 슬로건을 내건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거쳐 가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타기 위한 공간을 넘어 공항 그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고 시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창이공항만의 개성은 자연과 예술을 결합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부각된다. 공항 내 조성된 대규모 실내 정원은 공항이 아닌 거대한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중 압권은 천장 중앙에 설치된 대형 인공 폭포로, 창이공항에 구현된 자연을 상징한다.

 

공항 내 천장 중앙으로부터 원형의 유리 철골구조로 된 거대한 크기의 폭포수가 1분당 3만 8,000ℓ의 속도와 양으로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높이 40m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인공폭포는 방문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폭포수 주변엔 120종의 식물과 나무 2,500그루, 10만 개의 관목이 심긴 거대한 숲이 조성되어 있다. 터미널별로 보면 제1터미널에는 수백 종의 선인장 위주의 열대 가든이, 제2터미널에는 500여 송이의 해바라기가 가득한 옥상 가든과 희귀 난초들이 위치해 있는 오키드 가든이, 제3터미널에는 1,000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니는 나비 정원이 위치해 있다. 제4터미널에는 Heritage Zone이 조성되었다. 이곳은 싱가포르 문화의 뿌리이자 유니크한 로컬 문화인 페라나칸(Peranakan, 중국과 말레이의 혼합 문화 및 인종을 지칭)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실제 도시 내 전통적 건축물과 삶의 양식을 세밀하게 재현했다. 또한 공항 내 2층 공간에 대형 LED를 설치해 평소에는 건축물을 표현하고 중간중간 Heritage를 소개하는 뮤지컬 공연 등을 기획해 싱가포르의 문화를 풍부하게 알린다. 이렇듯 창이공항은 선도적인 인프라와 환경을 토대로 이를 지역사회의 토양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계속하는 중이다. 특히 다음 세대를 위한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디자인 사고 워크숍에서부터 창이공항의 식물과 꽃을 이용한 공예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어린이들과의 접점을 마련하고 있다.

 

디자인 사고 워크숍

창이공항의 디자인 사고 워크숍은 어린이들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워크숍에서는 아이들이 디자인 사고 방법론을 배우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워크숍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이를 테스트해 실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테마 공예 프로그램

창이공항에서는 다양한 테마 공예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Enchanted Night at the Airport 캠프에서는 어린이들이 창이공항의 꽃을 이용한 플로럴 레진 페이퍼웨이트를 만들고, 공항 내 정원에서 식물을 관리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활동은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배울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오버나잇 캠프

오버나잇 캠프는 창이공항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디자인 사고 워크숍, 공예 활동, 캔오피 파크 방문, 창이 경험 스튜디오 탐방 등을 포함하고 있어, 참가자들은 공항의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창이공항은 단순한 공항을 넘어 싱가포르의 비전을 담은 상징적 공간으로 변모하기 위한 다채롭게 시도하는 중이다. “정원 속 도시”라는 싱가포르의 비전을 공항에 그대로 재현함과 동시에 공항이 여행자들에게 “First stop in the country and last stop for the out of the country”로써 정원 도시 싱가포르의 이미지와 경험을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정원의 도시, 싱가포르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창이공항 내부 전경 ⓒ TCB Group
창이공항 내 스카이 네트(Sky Net) 위를 걷고 있는 가족 ⓒ Lauryn Ishak/The New York Times

갤러리일까 공항일까: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하마드 국제공항은 세계적 수준의 시설, 효율적인 서비스, 멋진 건축물 그 자체로 유명하지만 그에 더해 카타르와 중동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설치 미술 컬렉션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예술의 허브를 표방하며 다양한 국제 예술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공항 내에 조각과 그림, 디지털 예술 작품을 포함하여 20개 이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공항 터미널 곳곳에 전시된 이 작품들을 통해 하마드 공항을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독특한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설치물 중 하나는 스위스 예술가 어스 피셔(Urs Fischer)의 <Lamp Bear>다. 23피트 높이의 이 조각품은 머리에 램프가 달린 테디베어를 형상화해 기발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전통 카타르 문화와 현대 미술을 결합한, 재미있으면서도 생각을 자극하는 설치물인 동시에 이 지역의 진주 채취 역사와 어두운 바다에서 길을 밝히기 위해 램프를 사용했던 역사를 상징한다.

 

또 다른 인기 설치물은 카타르 예술가 알리 하산(Ali Hassan)의 오릭스(Oryx)로, 카타르의 국가 동물을 아름다운 청동 조각품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동시에 카타르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카타르 예술가 알리 하산(Ali Hassan)이 별과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Cosmos>는 이 지역의 천문학과 항해의 역사뿐 아니라 밤하늘과의 깊은 연관성을 표현했다. 이러한 예술 작품들은 하마드 공항의 랜드마크로서 기능할 뿐 아니라 많은 여행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외에도 공항 곳곳에는 현대 미술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어 여행객들은 공항 내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하마드 공항은 공항 내에 배치된 작품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가이드 미술 투어를 제공한다.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에 대한 통찰력을 서비스를 통해 제공함으로써 전시된 예술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다. 이 외에도 하마드 국제공항에서는 일 년 내내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하마드 공항을 방문한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예술 작품들과 전시를 비롯한 하마드 국제공항의 예술 프로그램은 예술과 문화를 홍보하려는 카타르의 의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은 바로 카타르항공의 스탑오버 시티투어 프로그램으로, 디스커버 카타르(Discover Qatar)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공항에서의 예술의 발견(Discover Art of the Airport)”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객은 하마드 국제공항에 전시된 전 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인상적인 조각품과 설치 미술품을 몰입형 체험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환승을 위해 잠시 들른 공항에서 지역 및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뛰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카타르 박물관의 CEO인 아흐메드 무사 알-남라(Mr. Ahmad Musa Al-Namla)는 “카타르의 가장 접근이 용이한 교통 공간을 넓고 경험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하며 단순히 보여주기식의 홍보가 아닌 공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박물관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공항 경영진과 협력하여 카타르 박물관 당국(QMA)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여행자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국가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선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항의 예술 작품들은 현지 작가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작가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조각과 회화, 디지털 예술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포괄한다.

 

이외에도 하마드 공항에서는 신흥 예술가와 기존 예술가의 작품을 모두 선보이는 전시회들이 순환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여행의 예술”이라는 제목의 최근 전시회에서는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행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여러 카타르 예술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Art in Motion”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최근 전시회에서는 미국 예술가 조지 리키(George Rickey)의 키네틱 조각 시리즈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전시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공연들도 개최하며 여행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전시와 예술 작품을 넘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체험 역시 하마드 공항의 개성을 반영한다. 2023년 12월에 하마드 국제공항에 개장한 전통시장 Souq Al Matar는 하마드 공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의 문화적 체험을 겨냥했다. Souq Al Matar는 F&B로써의 기능과 역할을 넘어 방문자들에게 다양한 전통 공예 시연 기회를 제공한다. 바구니 짜기와 직조 시연을 통해 카타르의 전통 직조 기법을 배울 수 있으며, 이러한 시연을 통해 카타르만의 기하학적 패턴과 생생한 색상을 결합한 전통적인 직조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직원들이 제공하는 아라비카 커피 “gahwa”와 대추야자와 함께 비시트(Bishit)라 불리는 전통 남성 로브 제작 과정 또한 직접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전통 해양 음악 공연과 함께 오케스트라 공연도 진행한다.

 

이렇듯 Souq Al Matar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 작품들, 그리고 전시 프로그램들을 통해 하마드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여행객에게 독특한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며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문화적, 교육적, 관광적 가치를 모두 제공하는 중요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하마드 공항은 단순한 여행의 수단이 되는 공간이 아닌,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공고히 자리 잡았다.

스위스 작가 어스 피셔의 <Lamp Bear> ⓒ Doha Hamad Airport
대형 현대 미술 전시 중인 하마드 공항 전경 ⓒ Discover Qatar

일본의 문화예술을 소개합니다: 하네다 공항

미디어 예술 분산형 뮤지엄(Japan Media Arts Distributed Museum)

일본은 일본 문화청 주도하에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10개 공항을 비롯한 여러 장소에서 “일본 미디어 예술 분산 박물관” 시리즈 전시를 개최해 왔다. 일본의 다양한 지역으로 향하는 관문에 있는 공항이야말로 지역만의 특수성과 문화를 소개하기 적합한 공간이라는 취지 아래 신치토세 공항과 하네다 공항을 비롯해 나리타 공항 등 일본 내 여러 공항들에서 예술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 하네다 공항은 지역 문화와 다채로운 기획을 공항 안으로 들여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일본 미디어 예술 분산형 뮤지엄의 일환으로 하네다 공항은 2019년,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전시를 개최한 바 있으며 특히 2020년 공항에서 펼쳐졌던 “Eternal” 전시는 하네다 공항만의 독특한 특질과 개성을 잘 드러냈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2020년에는 국제터미널 4층 TIAT스카이 홀에서 “일본 미디어 예술 분산형 뮤지엄 이터널(Japan Media Arts Distributed Museum ETERNAL)”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 전시 작품들은 일본의 주요 문화재에서 얻은 영감을 전통적인 창작 방법과 현대적 요소뿐만 아니라 문화 형성의 가장 기본적 요소인 시간의 개념과 연결함으로써 희망을 향한 시선이 담긴 “1,000초 동안의 조용한 공간과 시간”의 고요한 세계를 여행객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이 전시에 투영된 “사람들과 문화가 쉬지 않고 오가는 공항을 통해 감각하는 시간”의 개념은 자신의 내적 비전을 느끼게 하는 영감 그 자체와 상통한다. 그 맥락 안에 전시는 조화와 존경, 순수함과 고요함이라는 일본 다도의 네 가지 기본 요소를 바탕으로 4개의 디지털 예술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를 통해 “순수함과 고요함의 1,000초라고 불리는 공간-시간(space-time called one thousand seconds of purity and tranquility)”의 세계를 구현했다.

하네다 공항 전경 ⓒ SKYTRAX
하네다 공항에서 진행된 디지털 아트 전시 "ETERNAL" ⓒ Business Wire

Culture Gate to Japan Project

또한 일본은 Culture Gate to Japan이란 슬로건 아래 일본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공항 및 국제 크루즈 터미널에서 디지털 아트를 통해 소개하는 캠페인 역시 진행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의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며 일본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방문객이 일본의 다양한 지역 문화를 체험해 볼 것을 제안한다.

 

예술, 기술,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만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10명을 엄선해 일본의 풍부한 문화사에서 영감을 받은 독창적인 디지털 아트와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제작하며 이를 통해 전통적인 문화유산을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동시에 각 지역의 문화 자산을 활용하여 지역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취지이다.

 

하네다 공항은 이 프로젝트의 주요한 공간적 배경 중 하나로, 5명의 예술가가 전통 족자를 재해석한 네오카케지쿠(neo-kakejiku)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취소된 불꽃놀이 축제를 회상하는 시마다 사야카(Shimada Sayaka)의 초월적인 기도가 도쿄 하네다 공항에 전시되었다. 특히 초월적인 기도는 2020년에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약 1,300개의 불꽃놀이 축제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불꽃놀이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희망과 삶의 무상함을 담았다.

 

예술가이자 불꽃 기술자, 그리고 불꽃놀이 쇼 디자이너이기도 한 시마다 사야카는 “결코 오지 않은 또 다른 세계를 위한 불꽃놀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통해 일본의 역사와 미학을 표현했다. 오늘날까지 일본의 불꽃놀이는 희망, 삶의 덧없음, 덧없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죽은 영혼을 위한 진혼곡의 의미로, 시마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2020년 약 1,300건의 불꽃놀이가 취소된 날짜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마다는 자신만의 디지털 불꽃놀이 쇼를 만들어 미디어 아트로 표현한 뒤 일본 전국 지도에서 동시다발적인 불꽃들의 폭발을 시뮬레이션했다. 이 Culture Gate to Japan 프로젝트는 하네다 공항을 비롯한 신치토세 공항, 다카마쓰 공항 등 일본 전역의 공항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일본의 문화예술을 담아낸 미디어아트형 전시, Culture Gate to Japan ⓒ CULTURE GATE to JAPAN
공항 내 설치된 시마다 사야카의 작품 ⓒ Spoon and Tamago

이렇듯 세계의 공항은 지역 문화와 자국의 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중이다. 이는 공항을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문화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며 공항의 경쟁력을 넘어 국가의 문화를 알리는 첨병으로 기능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공항에서 경험하는 예술과 문화 기획의 결과물들이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상설 전시관이나 정기적인 공연 등은 여행객들에게 지속적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이러한 장기적 관점하에서 공항은 효과적인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통해 여행객들과 지역 주민들의 참여까지 끌어내는 중이다. 소셜 미디어와 다양한 광고 매체를 활용해 공항에서 제공하는 문화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그 결과 공항은 단순히 여행을 위한 경유지가 아닌 그 국가의 문화와 예술을 제일 먼저 경험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간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공항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도시를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며 더 나아가 지역 주민을 끌어당기며 화합할 수 있는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공항은 이제 더는 그때의 그 공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앞으로 공항은 단순한 교통 허브를 넘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야말로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힘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