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인터넷 세상에 잠긴 코로나-19의 비대면 시대. 강의나 회의를 온라인으로 열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영상을 보며, 메일로 뉴스레터를 받거나 업무를 진행한다. 디지털 기기가 있고 그 정보를 발신할 서버만 잘 갖춰져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취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오가는 데이터양이 늘어나며 전력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데이터는 새로 떠오르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그런데 데이터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데이터 센터의 탄소 배출량을 보면 그 의문이 해결된다. 데이터 센터란 검색, 클라우드, 게임 등 온라인상의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송하는 시설이다. 넷플릭스 같은 VOD 스트리밍 사이트는 물론 구글, 애플 등의 글로벌 IT기업부터 국내 통신사, 포털사이트까지 모두 데이터 센터를 운영한다.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데이터 보관과 전송 과정에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센터의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는 2020년 세계 데이터 센터 에너지 사용량을 연간 1조 9,730억 kWh로 추산했다. 무려 우리나라 1년 전기 사용량의 4배에 달한다.

 

제지산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도 심각하다. 제지산업은 에너지 소비가 큰 분야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벌목되는 나무 중 42%가 종이로 만들어진다. A4용지 한 장을 만들기 위해 10ℓ의 물이 소비되고, 2.88g의 탄소가 배출된다. 세계자연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은 2020 지구생명보고서를 통해 종이 생산을 위한 산림 벌채가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50년간 야생동물 개체 수의 2/3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이 사용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한 편에 속한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연간 종이 사용량은 189.2kg으로, 전 세계 1인당 연평균 사용량 56.2kg과 비교했을 때 3배가 넘는다.

여기에 넷플릭스 헤드쿼터 Ⓒ Form4 Architecture
국내 최초로 FSC 인증을 받은 타일러의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 Ⓒ 알에이치코리아

이러한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방송인 타일러 라쉬(Tyler Rasch)는 콩기름과 친환경 제지를 사용하여 국내 최초로 FSC 인증*을 받은 에세이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판했다. 타일러는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인쇄를 택했다. “환경을 말하지 않고는 누구도 잘 살 수 없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힌 타일러는 자신의 환경관과 세계자연기금의 홍보대사를 하며 느꼈던 기후 변화 문제를 에세이로 담아냈다.

 

*FSC 인증 : 산림 자원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 설립된 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가 만든 국제 친환경 산림경영 인증시스템이다.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관리되는 숲에서 생산되며, 토착민의 권리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고, 벌목한 만큼 꾸준히 나무를 심으며 생태계의 보전에 참여하는 등 공급사슬의 전 범위에서 지속가능한 산림 개발을 한 경우에만 주어진다.

 

타일러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환경을 위해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량을 줄이고자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데이터가 성장을 멈추지 않는 한 전력 사용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북극과 가까운 스웨덴 룰레오(Luleå) 지방에 데이터 센터를 세워 냉각에 드는 에너지를 줄이고, 북극의 바람과 수력을 이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프로젝트 네이틱(Project Natick)을 통해 해저 데이터 센터를 만들었다. 해수를 냉각수로 이용하고, 조력과 풍력을 이용하려는 시도다. 네이버는 기온이 낮은 강원도 춘천에 데이터 센터 각(GAK)을 세우고 찬바람을 냉각에 이용한다. 네이버는 춘천에 이어 세종에도 데이터 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 센터 Ⓒ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데이터 센터 Ⓒ 페이스북

네이버는 데이터 센터를 계획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감소를 주요한 과제로 삼았다. 데이터 센터 각은 친환경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를 개발해 전기 사용량을 줄였다. 그러한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1만 톤 이상 감축하고 있다. 이는 약 616만 그루의 묘목을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데이터 센터 각은 전기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과 세심한 운영으로 평균 PUE* 1.1을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절수형 위생기구를 사용하고, 오염이 적은 물을 정수해 소변기와 양변기 물로 재사용하며, 빗물을 정수해 조경 또는 소방 용수로 활용한다. 또한 청정 에너지원인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연간 총 217.09MWh(2019년 기준) 전력을 절감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101.1t 줄였다. 이러한 기술과 노력을 인정받은 각은 데이터 센터로는 세계 최고 점수인 95점을 받아 LEED**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Platinum)을 획득하였다.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전력 효율 지수): 데이터 센터의 효율을 나타내는 척도. 총 전력량을 IT 장비가 소비하는 전력량으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전력을 많이 절감한 것이다.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건물의 입지 선정부터 설계, 건축, 운영까지 전 과정에서 얼마나 친환경적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평가하는 세계적인 친환경 건물 인증 제도

 

콘텐츠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에너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것이다. 네트워크 컴퓨터 사이에 냉각수 관을 설치하고, 데워진 물을 건물이나 지역난방에 사용하는 기술은 현재 스웨덴, 덴마크, 중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데이터 센터 각에 설치된 태양열판 Ⓒ DATA CENTER GAK SEJONG
네이버 데이터 센터 각(GAK) Ⓒ DATA CENTER GAK SEJONG

전 세계는 지금 환경과 공존하는 삶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코로나-19로 많은 분야가 온라인과 미디어 기반으로 전환되었고, 곧 디즈니·애플과 같은 대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라 이와 관련된 전력 소비량의 빠른 증가가 예상된다. 2030년에는 동영상 스트리밍만으로 전 세계 전력의 최대 4.1%를 소비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아트 콘텐츠와 플랫폼의 상황은 어떨까. 최근 많은 전시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관련 사업도 큰 변화를 맞았다.

 

닷밀은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환송 공연 등 국제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최근에는 임진각에 새로운 야간경관 랜드마크이자 국내 최대 미디어 조형물인 하나그루를 선보이는 등 꾸준히 혼합현실 콘텐츠의 영역을 넓혀 가는 콘텐츠 기업이다. 닷밀은 환경을 위한 미디어아트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 미디어아트 플랫폼과 대규모 야외 공간에서도 운용 가능한 미디어 서버 시스템을 설계할 계획이다.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홀로그램(Hologram) 등 모든 구조물에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탑재한 숲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전까지 국내에는 친환경적 기술과 기획이 부족했다. 이번 닷밀이 선보인 친환경 미디어아트는 넘쳐나는 콘텐츠 시대에 환경과 공존하는 새로운 그린 콘텐츠의 길을 제시한다. 네이버의 데이터 센터 각부터 FSC 인증책을 거쳐 닷밀의 미디어아트까지, 환경 보호를 위한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그린 콘텐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그린 콘텐츠는 대부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많은 관심과 더욱 발전한 기술이 합쳐진다면 앞으로 그린 콘텐츠는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아 우리의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에 데이터는 도시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데이터가 모여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환경과의 공존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미래지향적인 그린 콘텐츠의 가치와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환경과 도시인을 하나로 묶는 접점이 바로 이 그린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그린 콘텐츠는 빠르게 팽창해나가는 도시의 미래를 우리 앞에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