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어느덧 다 지난 지금,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에 나오는 미래 사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우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해마다 경쟁적으로 신제품을 내놓는 핸드폰은 산 지 1년만 지나도 신박하지 않은 기계 취급을 받는다. 펌웨어의 개선 속도에 비해 하드웨어는 소유의 유효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비단 핸드폰에 국한된 일일까. 여타 제품들 역시 하루가 다른 기술 개발의 속도로, 소유로 인한 기쁨의 시간은 단축되는 현실이다.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의 기어를 높이는 소비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러나 더욱 거세질 것 같던 악순환에서 소비자들은 소비 형태를 달리하기 시작했다. 소유의 무상함, 혹은 경쟁적 소비의 피로함을 인지하게 된 세대의 출현, 이른바 소유의 시대에서 구독의 시대로의 전환. 거창하게 말하자면 시대적인 요구라고 해야 할까.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우리는 한 달, 아니 하루에도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속에 노출되어 있다.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 덕분에 수많은 선택의 기회를 손에 쥐었지만, 과연 이것이 축복일지 괴로움일지는 점심시간마다 직장인들이 직면하는 질문과 상통한다.
오늘은 대체 뭘 먹지?
예컨대 ‘어떻게 정보를 얻는가?’가 중요한 시대에서 ‘어떻게 내게 맞는 정보를 얻느냐’가 중요한 시대로 넘어오며 현 소비 세대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졌다. 나 대신 원하는 정보를 취합하고 선별해 줄 누군가의 필요 말이다. 새로운 구독 서비스는 이러한 배경 아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었을까.
지금의 소비 세대는 엄청난 변화와 속도의 시대에 익숙하다. 소유에서 만족을 찾던 종래의 기성세대와 달리, 합리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소비 패턴으로 구독 서비스를 통해 만족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경제성에 근거한 합리적 소비의식이 중요한 세대, 이른바 밀레니얼(Millennials)로 불리는 이들은 한정된 재화로 최대의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택한다. 기업들은 이들에 맞춰 구독 서비스에 따른 편리한 결제 시스템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소비 주축으로 등장한 세대를 겨냥해, 그들에 맞는 유・무형의 구독 서비스도 잇따라 등장했다.
사실 유형의 제품은 신박한 구독 사업 모델이 아니다. 정수기로 대표되는 대여 형태의 서비스 제품군은 그 품목과 상품의 종수를 늘려 다양한 전자・가전제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마켓 G마켓은 최근 5년간 G마켓의 대여 서비스 성장세가 5배 가까이 늘었으며, 구독 소비를 이끄는 세대가 20~30대인 점을 공개했다. 이러한 구독 경제의 급성장은 밀레니얼의 합리적 소비가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 된다. 이에 발맞춰 마켓컬리(Market Kurly)의 새벽 배송을 비롯해 자동차 구독 모델인 ‘현대 셀렉션’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구독 욕구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는 추세다.
반면, 무형 서비스는 기존의 유형 제품이 서비스하던 영역을 새롭게 디지털화했다. 기존에 없거나 미미했던 영역이 새로운 서비스로 변모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인 결제의 편이성, 데이터 스트리밍 속도의 증가와 함께 출현했다는 데에서 유형 제품과는 큰 차별점을 가진다. 또한, 구독자 수와 유통비의 증가가 비례하지 않고, 소비 대상이 디지털 콘텐츠로 데이터화될수록 수익을 얻는 것 역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구독 서비스의 출현과 파급을 가속한다.
그 결과,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콘텐츠를 취합한 뒤 개개인 요구에 맞게 선별하여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서비스가 콘텐츠 유통 각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종래의 소유 중심에서 합리적・경제적 소비로 소비 주체의 이동이 가속화되는 커다란 변화 속에서 구독 서비스의 발전도 속도를 더해가는 형국이다. 방대한 콘텐츠의 맞춤 선별을 원하는 신소비 세대, 즉 밀레니얼의 출현이 이 모든 변화를 뒷받침한다.
엔터테인먼트 구독 서비스인 넷플릭스(Netflix)와 왓챠플레이(WatchaPlay), 지식정보 구독 모델인 뉴닉(Newneek)과 퍼블리(Publy), 그리고 전자책 구독 서비스인 리디 셀렉트(RIDI Select)와 밀리의 서재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구독 모델은 분야별로 밀레니얼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다. 뉴닉과 퍼블리의 구독 서비스는 시장의 요구에 기민하게 반응한 결과다. 기성세대의 경우 모든 정보를 단순한 신문 구독 형태로, 그마저도 언론의 일방적인 배포에 가까운 방식으로 얻어왔다. 반면 밀레니얼은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얻으려는 능동성을 보인다. 뉴닉과 퍼블리는 그들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기존의 거대 언론이 할 수 없는 서비스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가격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대에겐 당연한 기준이 된다.
뉴닉의 시사 구독 서비스인 밀레니얼 뉴스레터는 기존의 일방적인 배포・배급에서 벗어난 쌍방향 소통을 지향한다. 이들은 20~40대 이용자를 고려하되, 최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으로 기사를 선정하고자 한다. 동시에 소비자와 소통하며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서비스를 보완한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 그치는 기사 대신 뉴닉만의 통찰을 담거나, 캐릭터로 재미를 가미하기도 한다. 뉴닉은 종래의 언론이 할 수 없던 영역을 자유롭고 기민하게 파고들며 새로운 소비 세대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표방하는 퍼블리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며 자기 계발에 욕구가 있는 젊은 직장인이 특정 타깃이자 주요 고객이다. 퍼블리의 콘텐츠는 한 달에 21,900원으로 각계각층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들의 글을 구독하는 서비스다. 2017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다량의 정보를 읽기 부담스러워하는 밀레니얼을 위해 기사를 요약 및 압축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타깃의 잠재적 요구를 정확히 짚어낸 결과다. 대중적・범용적인 서비스가 아닌, 특정 타깃을 목표로 정제되면서도 개인화된 서비스야말로 밀레니얼이 원하는 지식 콘텐츠 서비스이자 퍼블리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시장의 판이 달라지고 있다. 소비의 주체와 속성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정보가 유의미한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다. 얼마나 효과적인 선별인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어떻게 캐치하고 전달하는지가 신소비 세대를 사로잡는 방책이다. 다양한 요구를 개개인에 맞춰 제공하는 서비스, 바로 큐레이션 역량이 주목받는 이유이자 앞으로 구독 서비스 분야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 합리적인 가격의 전제도 물론이다.
모든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는 반대로 보면 누구에게도 치명적인 서비스가 아니라는 말과 상통한다. 일반 대중을 위한 단일한 서비스가 무효한 시대에 기업들이 어떤 큐레이션으로 어떤 타깃을 겨냥한 서비스를 출시할까. 경쟁의 서막은 이미 올랐다. 현재 출시된 구독 서비스의 태생은 1, 2년 남짓이다. 앞으로의 구독 서비스에서 어떤 거대한 변화를 짐작게 함은 물론, 향후 벌어질 치열한 경쟁 역시 가늠할 수 있다.
구독 서비스는 단기적인 성과지표가 무의미한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일정한 수익성이 담보될 꾸준한 구독자 확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인 서비스 개선과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계속해서 서비스를 혁신하고 자신의 모습을 새로운 소비 세대에 맞춰 진화해야 하는 명제를 안고 있다. 각기 다른 구독 서비스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경쟁에 있어서 본격적인 마라톤의 시작이라고 해야 할까. 경쟁의 한복판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극대화하며 무엇을 계속해서 구독할지, 즐거운 고민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