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활자 위기의 시대다. 수 세기에 걸쳐 정보 전달 수단이자 여가의 중심에 있던 독서가 점차 그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매해 신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독서가 손꼽힌다는 사실은 현대 문명 사회가 그 정수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독서 자체를 안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독서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종이가 아닌 화면으로 글을 더 많이 접하게 되면서 정독보다 속독을, 맥락보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읽는다. “읽기는 더 이상 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이 아니라, 붐비는 슈퍼마켓을 마구 뛰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잡아채서 빠져나가는 행위에 가까워진다.” 현대인의 새로운 재앙, 집중력의 위기를 경고한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오늘날 읽기의 행태를 이처럼 비유했다. 타당한 비유다. 긴 호흡의 장편(長篇)소설보다 손바닥에 써질 정도로 짧은 이야기인 장편(掌篇-매우 짧은 글 또는 콩트)소설 수요가 더 많으니 말이다.

 

출판사와 서점은 고심한다. 이들에게도 난항을 타개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북·오디오북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SNS·스타 마케팅이 그 예다. 이런 전략은 독서 즉, 책을 기획하고 유통·판매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연장선이다. 그렇지만 독서를 포함해 그 외연을 더 넓게 확장시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이야기가 지닌 힘을 믿지만 동시에 가치 창출을 다른 곳에서도 발견하며 딴짓을 하는 사례가 는 것이다.

 

흔히들 딴짓은 종종 무의미하거나 게으른 무엇으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오히려 본업과는 무관한 딴짓, 딴생각하기를 통해 사고력·집중력이 향상되고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한다. 실제로 과학과 공학의 역사에 길이 남은 위대한 발견들은 정해진 경계 안에서의 집중보다 그 틀을 벗어나 딴생각할 때 탄생했다. 이 공식을 비즈니스 영역으로까지 확장해 대입해 보면 출판사·서점의 딴짓 역시 오늘날 출판 시장의 위기를 타개하는 창의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2020년 DFA 아시아 디자인 어워즈에서 은상을 수상한 삿포로 에베츠시 츠타야 서점 Ⓒ dfaawards
도쿄에 위치한 츠타야 다이칸야마 서점에서 연 TYPE 팝업스토어 Ⓒ openads

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팝니다: 츠타야 서점

책을 장르별로 분류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 주제별로 묶어서 전시한다

츠타야 서점은 일본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의 전국 브랜드로, 약 35평의 작은 대여점에서 시작해서 일본 전역에 1,400개 매장을 갖춘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 아시다시피 서점에서는 보통 책을 도서 분류 기준에 따라 정렬한다. 소설·시·에세이, 인문, 정치·사회, 경제·경영, 자기 계발 등으로 말이다. 그 세부 카테고리는 서점마다 상이하겠지만 보통은 책의 내용에 따라 분류한다. 그러나 츠타야는 완전히 다르다. 특정 책에 관심 있는 이용객의 취향을 파악해 다른 책, 상품과 연결해 확장하는 식의 분류법을 따른다.

 

예를 들어 한국에 관심이 많은 독자가 서점에 와 책을 둘러본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의 분류법을 따르면 한국의 주요 관광지와 한국의 역사와 관련된 책은 다른 서가에 분류되어 있을 것이다. 여행과 역사는 다른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츠타야는 기획에 따라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관련 책이나 제품을 전시하는 식으로 서점을 운영한다. 가령 한국의 문화를 테마로 잡는다면 관련 책(서울 주요 여행지, 한국 현대사 등)과 상품(케이팝 음반, 화장품, 한국 과자 등)이 함께 노출되는 방식이다. 또한 특급 호텔이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컨시어지 서비스, 즉 고객의 요청에 따라 책을 포함해 음반, 영화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도쿄에 위치한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는 3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해 서적을 추천해 준다. 음식 연구가로 활동했던 직원이 음식 관련 서적을 담당해 알려주는 등 개별 직원의 전문 분야를 적극 활용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기획 테마에 따라 책뿐 아니라 음반, 식기, 의류, 자전거, 캠핑 장비 등 무엇이든지 판매할 수 있다. CEO 마스다 무네아키는 이를 판매보다 제안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저서 『지적자본론』에 따르면, 오늘날 과잉된 상품 시장에서 소비자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원하고 특별한 의미와 감성을 바란다. 인터넷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 실물 매장만이 지닌 매력과 리얼리티는 오히려 이런 측면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 시각화를 통해 누군가에게 취향을 제안하고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로서 연관된 상품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파편적으로 구매하는 게 아닌 일련의 논리적, 그리고 디자인적 연관성을 지닌 상품을 제안함으로써 하나의 덩어리, 즉 지적자본을 만들어 낸다. 각기 따로 놀던 책들이 정돈된 주제와 테마 아래서 고객을 사로잡는 것, 이건 책이 아니라 책이 표상하는 아이디어를 파는 것이다. 그 중심엔 고객이 있었기에 츠타야 서점은 서점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2003년 도쿄 롯폰기힐즈에 입점한 츠타야 매장은 일본 최초로 서점과 스타벅스를 융합시킨 북카페를 마련했다. 서점에서처럼 카페에서도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잘 포착한 결과물이다. 북카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여기서 착안한 각종 북카페 열풍이 불었다. 이후 2011년에는 도쿄 다이칸야마 4천 평 부지에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및 T-Site가 오픈했다. 참고로 T-site는 츠타야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이름이기도 하다. 서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브랜드, 카페, 식당 등을 모은 복합문화공간의 형태로 탄생했다.

 

2015년에는 도쿄 후타코타마가와에 츠타야 가전을 열었다. 이곳은 오히려 책을 부수적으로 제안하는 컨셉이었다. 발뮤다 토스터기와 식재료 장도 볼 수 있으며 가전, 가구, 인테리어, 모바일, 뷰티, 키친웨어 등을 판매한다. 마치 “책 또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본다면, 왜 꼭 책만 판매해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츠타야는 우리의 가장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는 집 안의 모든 오브제, 가전, 가구, 소품, 생활용품 등 모든 것을 아우르고 제안한다. 그렇기에 책을 중심에 둔 다이칸야마 츠타야 T-site 이후 츠타야의 행보는 츠타야 가전으로 진화했다. 실로 서점의 딴짓이 서점 그 자체가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일본 지바현 지바시 이나게카이간역 인근 로손 Ⓒ 한국일보
일본 아오모리현 미토군에 위치한 로손 타코마치점 내 서점 모습 Ⓒ diamon-rm

편의점에서 동네 책방으로: 로손 마을의 서점

로손(LAWSON)은 일본의 3대 편의점 브랜드 중 하나다. 세븐 일레븐, 패밀리마트에는 밀려 현재는 매출 3순위지만 작년 12월, 로손의 고객 수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였는데 비해 객단가는 오히려 5.1% 성장했다고 한다. 알다시피 일본 편의점은 현재 인구 수 대비 포화상태이다. 이유는 인구절벽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인구는 80만 명이나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급속한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사회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해 정기국회 첫 문을 여는 중의원 본회의 시정연설에서 인구 감소로 위기에 빠진 일본의 현실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손 편의점의 성장은 눈여겨 볼만하다. 일차적으로 로손은 운동 교실, 건강검진, 경로당 서비스 등 고령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저출산·고령화 성숙기에 접어든 일본 내 주소비층에 적극 다가가고 있다.

 

진작에 점주 연령 상한제(65세)를 폐지한 로손은 인구절벽 시대 속 또 하나의 새로운 니치 마켓을 만들어 냈다. 바로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로손 마을의 서점(LAWSONマチの本屋さん)이다. 로손 마을의 서점은 편의점 매장의 30%를 서점으로 만들어 6,000여권의 소설, 잡지, 만화 등 다양한 서적을 취급한다. 영업시간은 편의점과 동일해 24시간이며 일반 서점처럼 고객이 필요한 책을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2021년 6월 사이타마현 사야마시(狭山市)에 1호점을 오픈한 후 현재 총 9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주된 출점 지역은 서점이 없거나 주변 인구에 비해 서점 수가 적은 지역으로 아오모리현, 미야기현, 이바라키현, 사이타마현 등 총 9개 현에 1개씩 출점했다. 로손 마을의 서점이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서점과 협업하여 편의점 내 작은 서점을 만든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점포도 19개를 운영하고 있어, 2023년 7월 현재 총 28개의 로손 매장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다.

 

왜 이런 편의점형 서점이 탄생했을까? 특히 출판 대국, 독서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말이다. 2003년 일본의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은 6.1권(OECD 국가 2위, 참고로 1위는 미국이다)을 기록했다. 흔히 일본은 넝마주이(부랑자, 고물상을 지칭하는 말)도 쓰레기통을 뒤지다 책을 발견하면 먼저 읽고 폐품처리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책 사랑이 대단하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도래 후 독자 수가 줄고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자연스레 서점도 줄어들었다. 1999년 전국 2만 2,000개가 넘었던 서점은 8,600여 곳으로 60%가량 줄었다. 2017년 기준, 서점이 아예 없는 제로 서점인 기초지자체 비율은 22.2%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수요가 아예 사라진 걸까? 대형 서점은 출점 시 인구수를 까다롭게 따지기에 인구 5만 명 정도의 위성 도시들은 출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로손은 여기서 기회를 발견했다. 서점 운영 노하우는 없었기에 전문 파트너를 찾았고 일본 도서 유통 대기업인 일본출판판매(日本出版販売)와 손을 잡았다.

 

왜 로손과 손을 잡았냐는 질문에 일본출판판매 관계자는 “신사업에 도전하는 리스크보다 아무 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가 손님이 끊겨 서점이 없어지는 리스크가 더 크다”고 말했다.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 서점이 들어서니 실제 서적과 잡지의 평균 매출이 일반 서점 대비 20배에 달하는 곳도 있을 정도로 성과가 좋다. 편의점과 동일한 운영시간으로 24시간 영업하니 야근이 잦은 직장인에게도 시간적 부담이 없다. 일본 편의점 주 이용자는 3040대이지만 서점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아이를 둔 가족이나 시니어의 내점도 늘었다고 한다. 이에 맞춰 로손은 서점 내에 아이를 위한 그림책, 육아 서적, 건강 서적 비중 역시 늘리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로손은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2024년까지 전국에 이런 형태의 편의점 100개를 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편의점과 출판유통사가 손을 잡아 윈-윈을 만들어 낸 콜래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미나리아 서울’ Ⓒ 동아일보
민음북클럽 13기 굿즈 상품 Ⓒ edaily

굿즈를 샀는데 책이 딸려 왔다

출판업계의 딴짓이라 하면 가장 보편적이고 널리 알려진 게 바로 굿즈 사업이다. 소장욕을 자극하는 굿즈는 점점 인기가 커져 오히려 굿즈를 갖기 위해 책을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출판업계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해리포터 시리즈 출판사로 유명한 문학수첩은 올해 9월 강남구에 굿즈 상점을 열었다. 이름은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 서울.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 예언자일보, 블랙 가문 가계도 벽지 등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온 마법 용품과 소품을 판다. 딱총나무 지팡이처럼 생긴 펜으로 방명록을 적을 수도 있다. 그 덕에 하루 500명 이상의 해리포터 덕후가 찾아올 정도로 팬들에게 큰 인기다.

 

미나리마(MinaLima)는 영화 <해리포터>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비주얼 그래픽과 소품을 담당했던 스튜디오다. 미나리마는 최근 해리포터의 주요 키이미지를 비주얼라이징한 그림책 시리즈를 냈는데 이를 국내에서 출간한 문학수첩은 미나리마와 손을 잡고 이런 팝업스토어를 냈다. 이승희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 서울 부장은 “20여 년 전 소설로 처음 해리포터를 접한 30, 40대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영화를 본 자녀를 데리고 가게를 찾는다”며 “굿즈와 해리포터 관련 책을 함께 사는 어린이 독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북클럽과 굿즈의 결합을 시도한 출판사도 있다. 민음사는 2011년부터 10년 이상 민음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13기 신규회원 모집을 시작했는데 오픈 전 가입 희망 알람 신청자만 8,000명이 넘었으며 오픈한 직후 가입자가 몰려 서버가 1시간 이상 마비되기도 했다. 하루 만에 가입자 수 5,000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민음북클럽은 연간 회원 서비스로 연회비는 5만 원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토록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배경에는 책과 굿즈가 있다. 민음사는 가입 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세계시인선,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 3권과 회원만 소장할 수 있는 에디션 7종(중 3종 선택), 총 6권의 도서를 제공한다. 여기에 자체 기획한 단편글 모음집 <잡동산이> 1, 2권과 민음맨션 리딩 트래커 포스터와 스티커, 리무버블 스티커와 홀더를 가입 선물로 준다.

 

민음북클럽의 혜택은 굿즈에만 머물지 않는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평어(예의 있는 반말)로 의견을 나누는 회원전용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 민음커뮤니티 서비스도 포함된다. 5월에 열리는 민음사 파주 물류 창고 개방 행사 패밀리데이에도 참여할 수 있다. 민음사,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세미콜론, 반비, 판미동 등 다양한 브랜드의 리퍼브 도서(반품이나 약간 흠이 있어 정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되파는 도서)들을 정가 기준 최대 50%까지 포인트 차감 할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이벤트와 활동에 참여하면 e-스탬프가 제공되고 회원은 적립 스탬프를 민음북클럽 에디션 1권 혹은 이북 1권으로 교환할 수 있다. 북클럽으로 선택한 도서들의 전문 작가, 번역가, 교수들이 운영하는 독서 모임 세션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국내 북클럽의 선발주자답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민음북클럽은 지난 3년 평균 40% 이상의 회원이 재가입할 정도로 로열 팬층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 북클럽의 구성을 보면 실로 책 읽기란 본질에 집중하되 다채로운 소장욕도 자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을 모티프로 이를 재해석해 하나의 굿즈로 만들어 파는 전략도 있다. 출판사는 아니지만 월간 세계 문학 잉크 전집은 매월 문학 작품에 착안해 제작한 30ml의 잉크를 받아보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월 고정일에 1년 동안 발송하는 서비스로, 제작업체 글입자 관계자에 따르면 매월 구독자 500여 명에게 잉크를 발송한다고 한다. 시베리아의 눈보라가 연상되는 파스텔톤의 파란색 잉크 톨스토이의 부활, 세상과 단절돼 벌레가 되어버린 그레고리의 비극을 보여주는 적갈색 잉크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등 누구나 알 법한 작품의 전용 잉크를 선보인다. 그 외로도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총 12개의 잉크를 선보였으며 각 작품의 분위기와 컨셉에 맞춘 독특한 무드의 색감이 눈에 띈다.

혹자는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굿즈 사업과 팝업스토어 이벤트가 오히려 독서와 책 판매를 부차적인 것으로 만드는 건 아니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의견에 개인적으로 선뜻 동의하지는 않는다. 굿즈의 핵심 욕망은 수집과 소장이다. 그 열망은 제품 아이디어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원작, 결국 그 책만이 지니고 있는 분위기, 세계, 이야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해당 작품을 사랑하는 기존 팬덤을 공략하는 형태로 전개되는 굿즈는 독서의 확장이 될 수 있고 또 새로운 팬을 유입하게 만드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출판사 및 서점의 역할을 출판, 책 판매 그 자체에만 한정을 짓고자 하는 태도가 오히려 출판의 위기를 가속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본 일본 서점들의 다양한 딴짓들도 마찬가지다. 책의 권위를 절대화하기보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여 그 필요를 충족하는 전략은 오히려 활자 위기 시대를 타개할 좋은 대안이 된다. 본 짓을 앞서는 딴짓이 아닌 본 짓을 향한-본 짓을 위한 출판계의 딴짓, 앞으로 이들의 딴짓이 열어나갈 독서 문화의 새로운 물결이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