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권리를 외치기 이전에 인식 변화를 위하여
브랜드의 아동 권리 캠페인
얼마 전 전철 플랫폼의 스크린에 대문짝만한 크기로 붙은 괴상한 그림 광고가 기억난다. 어린이의 손으로 그린 보라색 물체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땐 공룡인지 괴물인지 고민했다. ‘곤충인가. 세포면 웃기겠다’ 아무튼, 생명이 붙어 있는 뭔가를 그리고 싶은 의도가 역력했다. 어린 친구들의 그림은 함부로 예측하면 안 될 듯한 긴장감을 주지만, 그게 참 귀엽고 웃음이 나서 이 그림을 만들어낸 손의 주인공이 궁금해졌다. 그 꼬마 친구가 정말 그리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도.
후에 알게 된 광고의 주인공은 이케아였고 나는 여전히 그 그림이 무엇을 그린 건지 알지 못한다. 그 광고가 스크린에 실리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그게 괴물이건 공룡이건 하다못해 고양이건 전혀 중요치 않았지만.
Ⅰ. IKEA – 소프트토이 그리기 대회, Let’s Play for Change.
“이케아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놀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교육, 성장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 아래, 어린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한다.”
– 페르 헤게네스(Per Heggenes), 이케아 재단 대표
알고 보니 그 그림은 이케아의 ‘스포트토이 그리기 대회’ 캠페인의 ‘우승작’이었다. 이 대회는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머리에 떠오르는 자신만의 상상 속 소프트토이를 그려 출품하면, 그중 10개를 선정해 SAGOSKATT 컬렉션의 실제 소프트토이로 특별 출시하는 캠페인이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열리는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도구는 각국 이케아 매장에 비치된 종이와 색연필이 전부다. 우승작으로 뽑혀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10개의 작품 중에는 한국의 김수아 어린이가 그린 소프트토이도 포함되어 있다. 10명의 어린이와 가족들은 이케아의 나라 스웨덴으로 여행하는 기회도 받는다.
한정판 소프트토이의 판매 수익 전액은 어린이 비영리재단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에 기부되지만, 단순한 판매액 모금이 이 캠페인의 목적은 아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커다란 기쁨을 맛보고, 아이와 어른 모두가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아이가 학습할 수 있는 권리, 어린이가 놀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는 것이 이 캠페인의 배경이다.
이케아는 오래전부터 다방면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 중 하나다. 얼마 전 진행했던 ‘Let’s Play for Change’ 캠페인은 모든 종류의 장난감과 책이 판매될 때마다 1유로를 기부해, 이 기금을 전 세계 빈곤 지역 어린이의 안전한 환경과 행복한 성장을 위해 지원했다. 지원 영역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기금 사용을 위해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핸디캡인터내셔널, 룸투리드, 워차일드, 스페셜올림픽과 같은 비영리재단이 함께 했다.
Ⅱ. H&M – UNI_FORM, Perfect Gift
H&M은 매년 다수의 파트너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캠페인을 선보이는 바쁜 브랜드 중 하나다. 그들이 주로 초점을 맞추는 어린이의 권리는 바로 교육. 아동의 교육 권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유니세프와 파트너십을 맺고 다소 독특한 ‘UNI_FORM(유니폼)’ 캠페인을 선보였다.
UNI_FORM 캠페인은 단순한 구호 물품이나 모금을 위한 캠페인이 아니다. 유니세프의 조기 아동 발달 연구를 기반으로, 아이들의 두뇌를 자극하는 연령별 놀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재킷을 입은 아이들이 캠페인에 등장한다. 이 재킷은 아이와 보호자의 자연스러운 상호 작용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아이의 삶에 있어 적절한 학습 출발점의 중요성을 각인시킨다. 유아기는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기회인 만큼, 학습과 관심을 받는 아이는 후에 더 효과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캠페인이다.
H&M의 또 다른 캠페인은 ‘Perfect Gift’는 UN 난민기구의 협력하에 전 세계 난민 어린이들의 학습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다. H&M 매장에서 구입한 기프트 카드 금액에 따라 일정액이 UN 난민기구로 기부되어, 아프리카/아시아/중동 지역의 난민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교과서, 노트, 학용품 구매 등 난민 아동 교육 사업을 위해 사용된다.
어렸을 적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난민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난민 출신의 세계적인 슈퍼 모델 알렉 웩(Alek Wek)이 캠페인 홍보 대사로 함께 하고 있다. 생존을 좇는 난민들에게 교육이 사치라 느껴질 수 있겠지만, H&M은 생각은 다르다. 인간의 기본권인 교육이 난민들의 존엄성과 인권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 난민 어린이의 50%가 초등 교육을, 그리고 단 22%만이 중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알렉 웩의 말이 메아리친다. “거의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지식마저 잃을 수는 없습니다”
Ⅲ. Bvlgari – #SeeMyWish, #RaiseYourHand
별똥별 앞에서, 막 촛불을 끈 생일 케이크 앞에서, 우리가 믿는 신 앞에서, 우리는 소원을 바라면서 동시에 두 눈을 감는다. 간절한 소원과 함께 눈을 감으면 마치 꼭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도움이 필요한 극빈 국가 아이들의 환경 개선도 두 눈을 감고 간절히 바란다면 누군가가 들어주지 않을까. 어쩌면 불가리가 말이다.
세계 어린이날인 11월 20일부터 1월 8일간, 눈을 감은 셀카 사진과 #SeeMyWish 해시태그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할 때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1달러씩 기부하는 불가리의 캠페인은 처음에 최대 25만 달러의 매칭 기부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에, 불가리는 예정 금액의 2배인 50만 달러를 기부하는 호쾌한 모습을 보였다. 세이브칠드런은 불가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빈곤 국가 아이들의 학습 도구, 직업 훈련, 건강 검진을 제공하는 등 아이들의 인권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얻고 있다.
단순한 언어적 형태의 기부 활동보다는 신체와 제스처를 활용한 기부가 사람들에게 더욱 와닿는 점을 불가리는 잘 활용하는 듯하다. #SeeMyWish 캠페인이 등장하기 이전에, 불가리가 오래전부터 아동교육 지원을 목적으로 진행해온 #RaiseYourHand 캠페인에는 손이 등장한다. 브랜드 시그니처 반지가 포함된 세이브더칠드런 컬렉션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세이브더칠드런의 예술 치료 교육 프로그램인 ‘HEART(Healing and Education through Art Program)’에 기부하는데, 200여 명에 달하는 국제적인 셀러브리티들이 이 제품을 착용한 손을 높게 치켜들며 불가리의 캠페인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