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을 경험하다
이케아, 블루보틀,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당신의 일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 브랜드의 물건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굉장히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물건을 사용해보면 그다지 나에게 필요하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 그렇게 우리는 창고 한구석에 짐 하나를 추가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쌓인 창고 속의 물건만 해도 제법 될 것이다.
겁을 주는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법 우리에게 잘 먹혔다.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뒤처질 것 같은 기분. 그런 시대를 많이 지나왔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는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탈피한 여러 설득의 형식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탁월한 곳들이 있다.
이케아 (IKEA)
이케아는 거실이라는 공간에 주목했다.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 집중한 것이다. ‘잠을 잘 수도 있으며 식사도 가능한 공간. 혼자 있을 수 있으면서 함께 모여있는 공간. 복합적이면서 공유할 수 있다.’ 고 본 것이다. 그렇게 나온 이케아의 캠페인이 있다. 바로 ‘거실을 내 멋대로(Express yourself)’다.
연남동 이케아 팝업스토어 ‘Hej Geösil’
“나만의 느낌이 있는 거실을 만들어 보세요.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세요. 언제든,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표현하세요. 거실에서!”
이케아에는 가족이 등장한다. 엄마와 아빠, 아들과 딸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그려낸다.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같은 층에 두 집이 이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출장을 다녀온 아빠는 비행기가 연착되어 이사가 끝난 집에 들어가면서 너무나도 다른 두 집을 경험한다.
다양한 색으로 세련되게 꾸며진 집과 단색의 어두운 우리 집 같은 공간. 남편은 당연히 우리 집 같은 공간에 들어가 소파에 눕는다. 그런데 세련된 공간이 원래 집이었다. 이후에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 하는 엄마, 음악을 좋아하는 아빠 그리고 한창 꾸미고 싶어 하는 딸의 모습이 적절하게 섞여서 보여진다. 그것도 거실에서 말이다.
연남동에 열었던 이케아 팝업스토어는 평범한 거실이 아닌, 내 멋대로, 나만의 혹은 우리 가족을 위한 거실을 만들어보자는 메시지로 4가지 테마의 이케아 제품으로 DIY 한 거실을 보여주었다. 연트럴 파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혁오’, ‘장기하와 얼굴들’과 콜라보 공연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팝업 전시공간 곳곳 4명의 아티스트와 협업한 아트웍을 설치하여 듣는 재미, 보는 재미를 모두 만족시켰다.
한국 정서에 맞춰 시장에 들어온 이케아, Hej 고양
외국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면 그들의 정서를 그대로 가지고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차별점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부감으로 작용한다. 초기 이케아의 행보는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이케아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한국의 정서를 가져왔다.
그런 모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온라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 가능한 팁. 다양하게 사용 가능한 가구의 형태. 집을 보여주며 개성 있게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답게 말이다. 오프라인에서 사용된 이케아 고양점 개점 포스터는 특별하다. 지역의 아동을 초대해 이케아의 다양한 거실을 체험하고 고양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 안에서 그려진 그림을 실제 고양점 개점 포스터로 사용하였다. 이것이 이케아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이케아는 다양한 삶을 보여주면서 나도 저렇게 살 수 있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완벽하게 꾸밀 수는 없을 것이다. 이케아도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 영상 속에 사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거실을 찾아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당신도 당신만의 거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거실을 내 멋대로(Express yourself)’ 해라.
블루보틀, “파란 병에 열광하다”
블루보틀이 한국에 들어온다. 많은 나라 중에서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재미있다. 어느 매장을 가도 한국인 2~3명이 있고 웹사이트에 한국인의 유입이 많다고 한다. 시장성이 있다는 뜻이다.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만들어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이다. 빠르게 내리는 커피가 아닌 한잔 한잔에 시간을 들여 내리는 커피다. 스타벅스가 대중들에게 빠른 커피를 보급했다면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를 대중화시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셜티 커피가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예전부터 있었고 마니아층을 이루며 인지도가 있는곳들이 있었다. 블루보틀은 그중에서도 후발주자에 속하는 편이다. 그리고 최상의 커피 맛으로 승부를 보는 것으로 흔히 알려졌지만 생각보다 커피 맛은 보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렇다면 블루보틀이 이렇게 주목을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파란 병의 고집
전국 각지에 퍼져있고 해외에까지 있는 브랜드를 하나하나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옆에 있는 가족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데 세계에 퍼져있는 사업을 하나로 모으겠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미친 짓이라고 할 것이다. 블루보틀은 원두를 볶은 뒤 48시간 안에 사용한다.
또 바리스타를 뽑을 때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 앞에서 직접 커피 추출을 시연해야 한다고 한다. 일본도 예외가 아녔다. 프리먼이 추구하는 가치를 바리스타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최상의 커피 맛은 당연하며 손님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 그 가치를 고집스럽게 잘 이어오는 중이다.
최상의 경험을 끌어내기
블루보틀의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보면 주로 커피, 동물 그리고 사람이 등장한다. 홈페이지에서는 각종 기구로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매장에서 진행되는 워크숍을 안내하고 있다. 커피만 판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대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 가치는 매장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원두, 커피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 특징으로 모든 매장에서 오픈 형태의 바를 운영한다. 일본 블루보틀 매장을 설계한 조 나가사카의 말에 따르면 세 주체가 공존하는 것이 블루보틀이 지향점이라고 한다.
또 블루보틀에는 전자기기를 사용 가능한 장치들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료 와이파이가 없고 콘센트가 없다. 커피 본연의 맛과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블루보틀의 더 없는 고집과 사람에게 집중하는 모습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누릴 수 있는 최상의 경험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에어비앤비,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물에 뛰어들고 뛰어다니며 정신없는 영상들이 지나간다. 지난여름에 아이들이 찍은 영상들이다. 에어비앤비는 아이들이 찍은 여행 영상을 편집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아이들의 살아보는 여행을 보여준 것이다. 한 번쯤 우리는 지금 있는 곳에서 떠나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곳에 가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말이다.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다.
타인의 경험을 나의 것으로
에어비앤비는 다양한 테마의 공간들을 보여준다.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숙소, 특이한 건축물을 가진 숙소 그리고 명소가 잘 보이는 숙소 등 여러 가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에어비앤비가 별도로 보여주는 숙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곳에서 살아본 여행자들의 사진을 보여준다.
직접적인 호스트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그 지역의 이름을 말할 뿐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한다. 단지 그뿐이다. 그것만으로 앞으로 그 지역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살아보고 싶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거나 다른 지역을 가더라도 살아보는 여행의 마음을 심어둔다. 타인의 일상이 나의 일상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그것이 포인트다. 당장 여행을 떠나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떠날 수 있는 여행길에서 모두와 같은 여행을 가는 것보다 조금 다른 너만의 살아보는 여행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에어비앤비가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전 세계 특색있는 숙소와 ‘트립(Trip)’을 예약해보세요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호스트와 게스트가 상호작용을 하며 방을 빌려주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가 ‘트립’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단순한 여행상품의 체험이 아니다. 트립은 호스트가 직접 기획을 하고 함께 그 지역을 경험하며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다. 함께 음식을 먹는 것에서부터 익스트림 스포츠까지. 다양한 주제의 트립(Trip)이 있다. 그 지역으로 여행을 가서 살아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문화에 직접 동참하는 것. 더 깊은 수준의 살아가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것이 그들의 문화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직접 방을 가지고 있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호텔과 같이 방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났다면 에어비앤비는 그저 그런 회사로 끝났을 것이다. 그들은 단 하나의 말을 하면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바꾸었다. 여행은 살아보는거야. 그렇게 우리는 어느 순간 살아보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하다(Netflixed)”
넷플릭스.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은 접해보았을 이름이다. 초기 국내 진출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대중들의 반응이 있었다.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킨 기업이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킬지, 한국에 맞는 콘텐츠들이 얼마나 잘 제공이 될지 말이다.
독보적인 행보
넷플릭스가 들어오는 시기 비슷한 컨셉의 기업들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타 기업들의 행보와 다르게 넷플릭스의 행보는 달랐다. 기존의 기업들은 방송국과 영화 제작사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들을 수집하여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넷플릭스는 기존의 방식을 더해 오리지널 콘텐츠, 즉 넷플리스 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각 국가에 맞는 드라마와 영화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 선택은 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오직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또 철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일이다. 이 기반이 넷플릭스의 새로운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환기점이 되었고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더 매혹적인 콘텐츠로
넷플릭스는 사람들의 콘텐츠 성향을 분석하여 개별적으로 드라마 및 영화를 추천 제공한다. 기본으로 제공이 되는 간략한 설명으로는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또한, 기존의 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한 주를 기다려서 한 주 보는 선의 형식이었다면, 넷플릭스는 시즌을 통채로 가지고와 시청자 앞에 놓아준다. 선의 방식이 아닌 면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쌓여가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양질의 콘텐츠들을 수급해온다. 잠재 매출보다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콘텐츠는 수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콘텐츠를 솎아낸다. 더 나아가 한 편의 영화를 쪼갤 수 있는 최소의 수준까지 나누어 정밀하게 분석한다. 쌓여있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많은 빅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우리의 보는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을 지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그것을 제공한다. 아무거나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만들어내 우리 앞으로 가져온다. 앞으로는 더욱 필요할 것이다.
브랜드가 개인의 삶으로
브랜드가 자신을 어떻게 보여주는가는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한 부분. 그 부분을 효율적으로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첫인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케아, 블루보틀, 에어비앤비 그리고 넷플릭스는 영리할 정도로 자신들을 잘 드러낸다.
가구업체, 커피집, 호텔 그리고 비디오 대여점으로 치부될 수 있는 네 개의 기업. 이 기업들을 보면서 재미있는 지점이 있었다. 연관 없어 보이는 기업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기업에서 시작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는 큰 기업이 되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공통점은 기본적인 가치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단순히 판매와 영리를 목적으로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바뀐 일상이 모여 삶의 변화가 되는 그 순간. 그 순간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다. 이 방식을 접할 때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