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대가 바뀌었고, 서커스도 변하고 있다

 

여러분은 서커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1960·70년대 알록달록 원형 천막이 설치되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조련된 코끼리, 사자 등 맹수가 묘기를 부리며, 곡예사가 불붙인 링 위를 가뿐하게 통과해 외줄을 타고 공중그네를 넘나드는 장면인가요?

 

1960, 70년대 한국에서는 동춘서커스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서커스단이 성황을 이뤘었습니다. 하지만 TV가 보급되고 시대가 변하고 다양한 오락거리가 등장하면서 서커스는 추억에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서커스 단원들은 모두가 힘들었던 그 시기, 서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이었습니다. 어려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하며, 관객들을 위해 위험한 곡예를 익혔죠. 익살이라는 무기로 만담을 이어가며 기득권층을 풍자하고 희화하며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주었습니다.

 

올해로 근대적인 서커스가 탄생한지 250주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원형 공연장에서 묘기와 곡예를 보여주던 ‘쇼’였던 서커스는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라지지 않고 현대(Contemporary)의 서커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쇼’ 형태의 서커스는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맞게 변화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대의 서커스를 현대적인 이라는 ‘모던(Modern)’ 대신, 전통적인 모습에서 동시대에 맞게 진화해 왔다는 의미로 컨템포러리(Contemporary)를 사용하여 ‘컨템포러리 서커스’라고 표현합니다. 다시 말하면 현재 대중이 가장 익숙하고 친숙하게 즐기고 있는 서커스를 말합니다. 그렇게 서커스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다양한 무대와 장소, 거리로 확장한 또하나의 공연 장르로 자리 잡았고, 예술요소와 결합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SEOUL CIRCUS FESTIVAL 

‘서커스 캬바레’ 

 

서커스와 거리예술의 2막이 열리다

 

우리나라에서도 꼭 큰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 곳곳에서 다양한 서커스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현재도 다양한 변화와 파장을 만들어가며 서커스의 명맥을 이어온 다양한 예술가, 곡예가, 광대의 역할을 해 온 사람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특히, 공공에서 서커스 예술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2015년, 유휴공간이던 구의취수장을 재활용하여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개관하였고, 거리예술과 서커스 분야의 창작과 교육을 지원하는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드디어 2018년도 5월! 서울 마포문화비축기지에서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의 서커스의 모습을 소개하는 첫 번째 축제 <서커스 캬바레> 펼쳐집니다.

현대의 서커스 =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서커스

 

서커스를 예술 장르로 만들다 

 

시대가 변하면서 동물 학대와 여성의 사회 지위에 대한 제고, 대중예술에 대한 긍정적 인식 등 사회의 가치관이 바뀌었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적 연출을 극대화한 공간 구성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렇게 현대의 서커스는 음악, 드라마,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예술적 요소를 활용하며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 대중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서커스로 진화합니다.

<태양의 서커스 (Cirque du Soleil),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서커스 공연입니다. ‘태양의 서커스’의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캐나다의 한 거리예술가가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가는 서커스를 되살리기 위해 동료들과 의기투합하여 퀘백축제에서 새로운 형식의 서커스 공연을 올리면서 부터입니다. 이들은 사양산업이었던 서커스를 예술공연 장르인 ‘아트서커스’로 재창조하는데요. 드라마 요소를 접목하여 미술, 조명, 음향, 무대장비, 세트를 정교하게 만들어 비주얼을 강조하고 무용수와 라이브밴드를 섭외하여 연출을 극대화합니다.

 

공연 전체를 하나의 컨셉으로 통일하는 스토리 텔링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고, 첨단기술 (CT, Cultural Technology 또는 AT, Arts Technology)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공간·시간적 한계를 극복하며 공연예술가와 배우들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구현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퀴담(Quidam)’, 2008년 ‘알레그라(Alegria)’, 2011년 ‘바레카이(Varekai)’, 2013년 ‘임모탈(Immortal)’ 등 공연 레퍼토리를 꾸준히 추가해가며 현재 20편이 전 세계에서 순회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서커스로 일상에서 대중과 호흡하다 

 

컨템포러리 서커스는 예술적 요소를 공연에 접목하는 것과 더불어 커뮤니티와 교육의 기능을 더하여 공연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시민들의 일상에 직접 찾아가는 거리예술 형태로 서커스를 대중예술로 확장하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서커스 예술가들은 다른 컨템포러리 아트 기술자와 협업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숙련된 공연팀은 대중에게 자신의 기술과 퍼포먼스를 공유하며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공연을 만들어갑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며 생활 속 서커스로 대중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레트니 레트나 (Letní Letná), 체코> 

레트니 레트나는 ‘서커스 공연을 즐기며 여유롭고 편안한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슬로건 아래 2004년 시작된 체코의 컨템포러리 서커스 축제이자 체코 서커스를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어낸 플랫폼입니다. 체코의 전망 좋은 ‘레트나 공원’ 일대에서 매년 여름(8~9월) 약 15일간 열립니다.

 

레트니 레트나를 번역하면 ‘한여름의 레트나’라는 뜻인데요. 이 행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2004년 체코의 컨템포러리 서커스를 대중에게 소개하자. 이 축제는 타깃도 명확합니다. 2주간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행사를 만들자. 그렇기에 더욱 고전적인 서커스의 형태와 분위기를 유지하며 현대적인 서커스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지금도 레트나 공원에서 휴식과 여가를 즐기며 보는 편안한 공연이라는 첫 시작의 모토를 지키고 있으며, 상업적 이벤트는 최대한 자제하며, 서커스 본연의 멋에 집중합니다.

 

레트니 레트나는 체코 예술가와 서커스 팀의 실험적인 초연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며, 국제무대에서 교류할 수 있도록 서커스 단체와 체코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도 합니다. 회차를 거듭하며 영국,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호주 등 전 세계 유명 서커스 컴퍼니가 참여하고 있으며, 외부 단체와의 협업도 장려합니다. 이를 통해 체코의 유명 서커스인을 배출하고, 자국 서커스단을 세계적인 팀으로 성장시켰습니다. (Cirk La Putyka, Losers Cikes Company, Circue Garuda 등)

공연 외에도 다양한 부대프로그램 운영하는데요. 축제 메인스테이지는 야외무대, 간이무대, 대형 천막 무대에서 시간대별로 국제적인 서커스팀과 개인 및 소규모 서커스 팀의 공연을 계속 진행합니다. 백스테이지는 레트나 공원 전체를 활용하여 어린이, 가족 대상 공연과 워크숍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직접 저글링과 거리예술 퍼포먼스도 배우고, 페이스 페인팅 같은 이벤트도 곳곳에서 진행합니다.

 

가족 대상 축제로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데요. 첫 번째 ‘Letni Letna’s Night Watch’라는 ‘오후6-10시까지’ 아이 돌봄 서비스’는 자블리치프의 강의 공간에서 아이들이 인형극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어른들은 재밌는 쇼를 편하게 구경합니다. 두 번째 ‘Letnacek Plus’라는 ‘전문강사의 개인 워크숍’은 레트니 레트나 축제에서 주말을 즐기는 아이들(4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간은 9:00~16:30 사이에 진행하는데요. 주말(토,일) 동안 유명 서커스팀, 전문강사의 서커스 기술 맛보기 개인 워크숍과 점심을 제공합니다.

서커스 탄생 250주년! 

국내 유일한 서커스 페스티벌 <서커스 캬바레>

 

서울시민에게 물을 공급했던 구의취수장이 2011년 폐쇄되고 다시 2015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SSACC)’로 재탄생하면서 저변이 약해졌던 거리예술과 서커스가 시민의 일상으로 다시 다가가고 있습니다. SSACC는 국내 유일 거리예술과 서커스 전문기관으로 서커스 분야에 특화된 창작공간입니다. 서커스 장르를 재조명하면서 전문가 양성과 지원, 일반인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해외 서커스 전문기관과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현대 서커스와 관련한 다양한 네트워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018년 5월 12~13일 금, 토에 개최하는 ‘2018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 <서커스 캬바레>’는 지난 3년간 SSACC의 사업 진행 과정과 현대 서커스의 고도화된 기술, 예술성, 발전상을 알리며 시민들에게 서커스에 대한 공감을 확산하고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서커스 캬바레> 축제 프로그램으로는 메인스테이지에서 SSACC와 함께 성장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내 초청작 7편과 해외 초청작 3편 등 총 10편의 현대 서커스 공연이 있고, 그 외에도 서커스 장르를 탐색하는 학술행가, 시민참여 프로그램인 ‘나도 서커스타’, ‘서커스 예술놀이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5월의 따뜻한 주말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서커스 공연장으로 함께 즐기러 가보는건 어떨까요?

서커스 캬바레 ‘LIN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