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자연과 경제, 문화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다

커뮤니티 디자인 

 

현대카드의 섬 살리기 ‘가파도 프로젝트’

야마자키 료의 ‘이에시마 섬 프로젝트’  

 

섬은 도시 사람들에게 일종의 힐링의 공간, 도피처, 낙원 같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의 아름답고 여유로운 사계절 풍경을 즐기려 섬을 찾는다. 헌데 최근 제주도의 또 다른 섬 이야기가 들려 온다. 제주의 아는 섬이라고는 우도와 마라도 뿐인 나에게 이름 조차 생소한 가파도다. 제주특별자치도와 현대카드의 6년간의 노력으로 가파도가 ‘문화가 있는 섬’으로 새롭게 변신했다고 한다.

 

지역의 지속가능함을 디자인하다. 커뮤니티 디자인 

 

일명 ‘가파도 프로젝트’는 ‘지키기 위한 변화’라는 철학으로 진행되는 현대카드의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다. 봉평장과 송정역 전통시장 활성화 사례로 익히 알고 있는 현대카드의 손길이 이제 ‘섬까지 뻗치는 것인가’하는 놀라움에 반신반의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6년 만에 프로젝트가 오픈 되었고 막 운영을 시작한 단계로 판단을 내리기에 섣부르지만, 프로젝트의 접근 방식은 최근 지역 재생의 한 방식으로 주목받는 ‘커뮤니티 디자인’과 맥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디자인’ ‘만들지 않는 디자인’이라고도 불리우며 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제안하고 형성하는 지역 디자인 활동이다. ‘가파도 프로젝트’와 함께 일본의 저명한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가 이끈 ‘이에시마 섬 프로젝트’를 알아보며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가파도, 사람이 고팠던 섬

 

“가파도는 사람이 그리운 섬이었다. 마라도로 가는 사람들만 쳐다봤다.” 

김동호 가파도 이장

 

가파도는 제주도 서귀포시 남서쪽에 위치한 섬 속의 섬으로 인구 170명에 불과한 유인도다. 느긋하게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한 시간으로 섬을 둘러볼 수 있고 30분이면 가로지를 수 있을 만큼 작고 멀리서 보면 수평선만큼이나 낮고 완만하다. 제주 본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파도는 본섬과 마라도 사이에 위치해 있다. 마라도의 명성만큼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섬은 아니지만, 매년 봄에 열리는 ‘청보리 축제’는 가파도의 소문난 명물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이 축제는 4월과 5월 두어 달 밖에 되지 않아 청 보리 축제가 끝나고 한철이 지나면 아무도 찾지 않는 섬이 되어 버리고 만다. 가파도는 마라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때문에 늘 사람이 고픈 섬이었다.

 

한철 반짝하고 지나가버린 관광객으로 자연은 훼손됐고, 임시 시설물들은 방치된 채 남았다. 농∙어업이 쇠락해 젊은이들은 섬을 떠났고 주민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가파도의 50대는 청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고령화가 진행된 터라 훗날 가파도의 보존과 존립의 문제가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제주특별자지도청과 현대카드는 2012년 ‘가파도 프로젝트’로 의기투합했다. 생태와 경제, 문화가 공존하는 섬, 지속가능한 섬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2012년에 시작되어 무려 6년 만에 공개된 가파도 프로젝트는 ‘섬에 문화를 심는다’는 컨셉으로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만드는 것과 만들지 않는 것의 균형

 

‘가파도 프로젝트’를 통해 가파도에는 터미널과 어업센터, 스낵바, 가파도하우스(게스트하우스), 아카이브룸 등이 새롭게 들어섰다. 새로운 건축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파도의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버려진 기존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해 그대로 사용하는 데 집중했다. 섬에 도착하면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파도 터미널’은 낮고 완만한 가파도의 지평선과 어우러지게 낮은 직선으로 디자인되었다.

 

어업센터는 가파도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어민과 해녀를 위한 공간으로 기존 어업센터를 새롭게 정비하여 방문객들도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어업센터 레스토랑’, 해녀가 직접 잡은 해산물을 조리하는 ‘해녀 화로구이’, 가파도 바다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스낵바’는 주민과 관광객이 소통하며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아카이브룸’은 가파도 프로젝트의 진행과정과 방향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이다. ‘가파도 하우스’는 총 6동으로 가파도의 상동과 하동으로 나뉘어 위치해 있는데, 제주 본섬, 바다, 청보리밭, 돌담 증 저마다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가파도 하우스 도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마을 속 오래된 집과 버려진 집터를 새롭게 꾸며, 전통 가옥의 구조와 형태를 그대로 보존했다. 더불어 오랜 기간 가파도의 식생과 문화, 역사, 가옥을 연구한 것을 토대로 주민의 활용도가 낮았던 해안도로를 자연상태로 복구하여 최대한 인위적인 건축은 배제하고 생태 순환을 회복시키고자 했다.

섬에 예술을 담는다. 예술가의 집 ‘가파도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섬 남동쪽 끝에 위치한 `가파도AiR(Aritist in Residence)`는 예술가들이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선정한 전세계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가파도 AiR’는 작가들의 개인 숙소와 작업공간, 갤러리와 테라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년 전까지 레지던시가 위치한 공간은 폐허였다. 1997년 외환위기로 리조트 공사가 중단되어 지하에는 썩은 물이 고여 있었다. 제주특별자지도청과 현대카드는 흉물스럽게 방치된 이 곳을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현재 7명의 작가가 입주하여 있으며 3~5개월 간 머무르며 작업활동을 이어간다. 앞으로 작가들이 가파도의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전시하여 섬에 문화예술의 기운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와 경제를 구축하는 것 이외에도, 문화를 통한 소통으로 외부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고 싶은 매력적인 섬을 만드는 것이 가파도 프로젝트의 또 하나의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현대카드 직원 3명이 이 곳에 상주하며 2020년까지 레지던시의 운영을 책임지고 총괄한다.

자립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다 

 

이 프로젝트의 운영주체는 섬 주민이다. 외부인이 아니라 섬 주민들이 자립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가파도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했다. 여객선 매표소와 게스트하우스, 스낵바 등의 모든 편의시설은 가파리 마을회와 가파도 마을협동조합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운영을 통해 얻은 수익은 고스란히 가파도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다. 가파도 특산물을 상품화하여 판매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도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돌미역, 모자반, 가시리, 톳, 우뭇가사리 같은 해조류와 청보리 쌀, 차, 미숫가루 등의 농산물은 가파도 프로젝트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가 가능하다. 관광업뿐 아니라 가파도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던 어업과 농업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판매경로를 온라인으로 확대해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다.

 

가파도 프로젝트에서 강조되는 키워드는 ‘공동체, 지속가능한 생태계, 균형, 문화, 주민’이다.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자치, 물리적인 환경뿐 아니라 공동체 형성과 지속성을 중요시하는 지역 활성화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국내에서도 과거 전면 철거식의 개발 방식을 반성하고 지역성과 공동체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흐름에 세계적으로 중심이 되는 개념이 있으니, 바로 ‘커뮤니티 디자인’이다. 특히 가까운 일본의 저명한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는 커뮤니티 디자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커뮤니티 디자인』과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의 저자로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Studio-L에서는 2002년 ‘가파도 프로젝트’와 비슷한 사례로 사람이 빠져나가는 섬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이에시마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나가는 섬에서 오고 싶은 섬으로 

Studio-L의 이에시마(家島) 프로젝트 

이에시마는 일본 효고현 남쪽에 위치한 인구 6000명의 섬이다. 한때 섬의 주요 산업이었던 채석업이 쇠퇴하고 어획량이 줄어들자 이에시마 섬 주민들은 일거리가 없어졌다. 일자리가 줄자 젊은 세대가 섬을 빠져나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대응하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섬을 다시 활성화 시키기 위해 ‘이에시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섬의 일상이 도시의 비일상이 되다

목표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섬을 탐색함으로써 외지 사람들이 이에시마 섬의 팬이 되게 하는 것, 둘째는 이에시마 섬의 어떤 점이 외부인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섬 주민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일명 ‘탐색되는 섬’이라고 불린 이 프로젝트는 5년 동안 지속되었다. 5년 동안 심층적으로 조금씩 파고들어가 섬의 매력을 섬 밖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책자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주민들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상 풍경이 외지 사람이 바라보기에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Studio-L의 구성원은 빈집을 빌려 생활하면서 섬의 특징을 정리하고, 채석 작업이 번성한 곳에 현지 답사를 하여 비일상적인 모습을 담았다. 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을 체험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포스터를 만들었다. 5년 동안 그 모습을 정리한 책자는 이에시마 섬의 매력을 외지에 알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초기에 섬 주민들은 이런 활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섬사람들의 입장으로서는 일상과 같은 사진 속 풍경이 어디가 매력적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인의 입장에서 섬 주민의 일상은 그 자체로 비일상이었고, 그대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5년간 걸쳐 제작된 ‘탐색되는 섬’ 책자는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이 책자를 들고 이에시마 섬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왼)탐색되는 섬 프로젝트의 현지답사 성과로 만들어진 책자. ‘이에시마 섬에 찹아뵙겠습니다’ (오)채석장을 파헤친 내용의 책자. 섬의 이국적인 모습이 강조됐다.

100만 명이 딱 한 번만 찾는 섬이 아니라, 만 명이 백 번씩 찾고 싶어하는 섬을 위해

 

이에시마는 어업에서 채석업으로, 다시 관광업으로 핵심 산업이 바뀌게 되면서 산업의 방향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테마파크 스타일의 개발 방식으로는 관광객들의 일회성 방문으로 그칠 것을 우려했기에 서서히 방문객이 늘어나는 방식을 택했다. 100만 명이 딱 한 번만 찾는 섬이 아니라 만 명이 백 번씩 찾고 싶어하는 섬이 되어야 하고, 이에시마 섬의 열렬한 팬을 만드는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탐색되는 섬’이라는 테마에 맞추어 섬의 매력과 과제를 파악하는 것을 가장 주요점으로 둔 이유였다. 마을 만들기에 참여한 주민 100명과 함께 마을종합계획을 구체화해 ‘이에시마 섬 마을 만들기 독본’을 제작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 ‘10명이 할 수 있는 일’ ‘100명이 할 수 있는 일’ ‘1000명이 할 수 있는 일’로 구체적인 실행 방식을 구성하여 섬 마을 만들기의 지침으로 삼았다. 이후 섬의 모든 가정에 배포하여, 섬 주민의 참여의식을 고취하고 그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것을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삼았다.

 

섬마을 아주머니들, 법인을 설립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정 먼저 발 벗고 나선 주민들은 섬의 ‘아주머니’들이었다. 마을 만들기 초기부터 활동한 아주머니들은 추후 Studio-L에서 독립해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2007년 NPO 법인 ‘이에시마’를 만들었다. 법인 ‘이에시마’의 주요 활동은 섬에서 나오는 어패류를 사용한 특산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특산품 판매 이익으로 마을 만들기 활동을 전개하는 일이었다. 아주머니들은 가격이 하락한 생산이나 규격 외 생선을 저렴하게 구입하여 가공한 뒤, 부가가치를 제공하여 다시 판매했다. Studio-L은 이를 도와 이에시마 섬의 에피소드와 생활문화 등 배경이야기를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하였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판로를 개척하여 섬의 수산업을 부흥시키고 특산품으로 섬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는 등 수익창출 활동을 홍보 활동으로까지 확장했다.

 

빈집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

 

Studio-L은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전개했는데, 초기에 문제가 있었다. 여느 섬처럼 이에시마 섬은 빈집이 점차 늘고는 있지만, 집 주인들은 좀처럼 빈집을 빌려주려 하지 않았다. 휴가철 찾아오는 가족들을 위해 비워 두기 때문이기도 했고, 조상을 위한 제단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혹은 마을에 들어온 외지인이 혹시나 피해를 끼칠까 우려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Studio-L이 고안한 방법은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변신시키는 ‘조립 키트’였다. 불단이 있는 방이나 짐이 놓인 곳은 방문객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설치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집 주인이 빈집을 돌려 달라고 하면 바로 접어서 다른 빈집으로 이동하여 게스트하우스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특이한 것은 이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만 운영한다는 점인데, 이에시마 지역의 민박이 국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영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우려한 처사였다. 기존 주민의 영업 활동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잠재 고객들을 섬으로 유인하는 것이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의 주목적이었다.

 

지역만의 매력을 탐색한 후에 지역 주민들을 조직하고,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운영할 수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 산업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스스로 자생가능한 섬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이에시마 프로젝트의 과제였다. 그렇게 이에시마 섬은 어업에서 채석업으로, 다시 관광업으로, ‘나가고 싶은 곳에서 들어오고 싶은 곳’으로 새로이 거듭나게 되었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생각하다 

 

가파도 프로젝트와 이에시마 프로젝트를 조사하면서 야마자키 료의 저서 《커뮤니티 디자인》과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를 함께 참고했다.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 디자이너로서 그의 철학과 커뮤니티 디자인 프로젝트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1. 커뮤니티를 디자인 한다는 것의 의미

 

“우리의 일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

 

초반에는 추상적인 개념의 ‘커뮤니티’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이 병립가능한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설물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의 교류,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를 유무형의 접근을 통해 직조해 나가는 활동, 주민들이 ‘하고 싶은 것(wish)’과 ‘마을에 요구되는 것(need)’을 ‘할 수 있는 것(can)’으로 ‘조율’하는 일이 바로 커뮤니티 디자인이다.

 

 

2. 아름다움이 타자와의 접점을 만들어낸다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그 장소에 관련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 나오는 힘은 어마어마합니다”  

 

아름다움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활발한 커뮤니티만큼 공간과 동선의 아름다운 형태를 생각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건축, 전단지, 뉴스레터, 웹사이트를 비롯한 모든 디자인은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아름다워야 좋다. 커뮤니티는 배타적인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에 그 폐쇄된 면을 열기 위해서는 계획자와 사용자 사이에 ‘공감’의 접점을 만드는 ‘아름다운 공간’이 필요하다.

 

 

3. 만드는 것과 만들지 않는 것의 균형

 

“ ‘만드는 것’과 ‘만들지 않는 것’의 균형을 생각하면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상당히 많이 변합니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적절히 조합되야만 비로소 그 공간이 성립되는 것이니까요”

 

멋진 공간을 만들어 놓아도 찾는 사람이 없으면 공간의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다. 어떤 것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공간의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때문에 커뮤니티 디자인은 하드웨어를 디자인 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마을이 연결될 수 있도록 공간을 완성시키고,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지면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이룰 수 돕는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4. 함께 과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디자인은 우리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이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디자인이 추구해야할 새로운 가치를 실험하기에 의미가 있다. 지역이 스스로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천천히 물질 이면의 것을 설계하며, 사람들 간의 보이지 않는 유대관계를 만들어 공동체와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는 주민 스스로 지역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커뮤니티 디자인 활동은 공공기관과 협력하고, 지역 활성화를 모색하는 정책 변화를 유도하면서 점차 그 빛을 발하게 된다.

 

 

5. 사람을 보는 디자인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멈추자 사람이 보였다” 

 

좋은 장소는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과 생활이 쌓여 형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을 디자인하려면 사람과 그 생활에서 접근해야 한다. 야마자키 료는 어떤 구상을 정해 놓고 마을에 들어가지 않는다. 주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해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연결’하고 ‘판’을 깔아 두고는 그 위에 사람을 둔다.

 

섬을 리조트 촌으로 만들거나 우후죽순으로 관광지를 만드는 식의 난개발은 일시적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경기를 회복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다시 같은 과제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가파도 프로젝트의 경우 준비기간만 6년, 이에시마 프로젝트의 경우 5년이다. 오랜 시간 천천히 그 지역을 이해하고, 매력을 탐구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관광 가이드를 구축하고 관광 거점을 조성하면서 프로젝트를 견고히 하는 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느린 속도로 섬 주민 모두가 프로젝트를 이해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그 과정에서 주체성을 회복한다. 그래서 야마사키 료는 강조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에서 ‘천천히’는 매우 중요하다고.

 

제주특별자치도청과 현대카드가 판을 깔아 두었으니, 앞으로 가파도가 만 명이 백 번 가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섬으로 거듭날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이번 여름 휴가는 가파도로 떠나고 싶다. 가파도의 바람과 돌담 위에 예술이 넘실대는 여유로운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현대카드 가파도 프로젝트 소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