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취향을 나누는 커뮤니티 살롱 ‘취향관’

취향관을 알게 된 건 SNS를 통해서다. 정식 오픈도 아니고, 가 오픈한지 두 달 남짓도 안되었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합정동의 핫플레이스가 된 곳이었다. 사진 속에 비춰진 공간의 진득한 분위기와 ‘살롱’이라는 공간의 컨셉은 호기심이 생기기에 충분했고 나 역시 처음에는 그런 호기심으로 취향관을 찾았다.

 

취향관은 아직까지 ‘어떤 곳이다’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곳이다. 마실 것과 먹을 것은 존재하지만 카페나 레스토랑은 아니다. 그보다는 잘 꾸며진 일반 가정집의 분위기를 풍긴다. 취향관의 멤버들은 취향관이 ‘살롱’과 같은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독립된 방이 있는 가정집의 구조를 취했다고 한다. 2층 양옥집의 모습을 하고 있는 취향관은 자갈이 있는 큰 마당을 지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과 같은 널찍한 공간이 있고, 정면으로 ‘컨시어지’가 자리잡고 있다. 호텔의 프론트 오피스 같기도 한 컨시어지에서 방문자들은 체크인을 한다. 자신이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따라 대화를 나누는 ‘talker’와 사색을 즐기는 ‘thinker’에 표시한 뒤 음료가 포함되어 있는 티켓을 구매한 뒤 공간을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된다.

카페가 아닙니다 ‘살롱’입니다

 

취향을 나누는 공간

 

취향관은 취향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취향을 ‘나누는’ 공간이다. 단순히 좋은 취향의 인테리어가 전부인 곳이라면 서울의 또 다른 인스타그램 성지 같은 곳으로 생각했겠지만, 취향관에서 공간은 취향관을 찾는 ‘멤버’와 ‘커뮤니티’가 핵심이다. 취향관은 ‘취향’을 매개로 한 사교클럽, ‘살롱’으로 이 공간을 정의한다. ‘살롱(salon)’은 17, 18세기 유럽의 작가, 시인, 예술 애호가들이 모여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거나 예술적인 대화와 토론을 나누던 사교 공간으로, 18세기 프랑스는 살롱문화를 중심으로 문화를 꽃피웠다.

 

살롱이 그랬던 것처럼, 취향관은 각자의 취향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며 잃어버린 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취향관이 정의하는 취향관은 ‘살롱’ 형태의 커뮤니티이자 그곳에 모인 이야기를 담는 콘텐츠 브랜드다.

취향에 대하여…

 

이와 함께 키워드로 떠오른 ‘취향’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취향’이라는 것은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단어이기도 하다. 심지어 아이돌의 노래 제목으로도 나온 ‘취향 저격’이라는 단어는 음악, 음식, 영화, 카페, 인물을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사용되어 왔다. 일상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가 활성화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 있는지 등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졌고, 이제는 이미지 한 장으로 ‘나의 취향은 이렇습니다’라고 취향을 드러내는 일이 쉬워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쉬워진 만큼 보여지는 건 ‘타인의 취향을 내 것으로 취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비슷한 이미지들이 동시에 여기저기 소비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취향을 즐기기는 해도 정작 각자의 취향을 드러내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게다가 취향이라는 것으로 가끔 불편해질 때가 있는데, 은연중에 ‘격’을 나눌 때 그렇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단정짓기 힘들지만 좋은 취향, 나쁜 취향을 나누는 구분 짓기는 일상의 대화 속에 빈번히 일어난다.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혹은 ‘취향존중’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사용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17세기 프랑스 작가인 라 로슈푸코는 ‘우리의 자기애는 우리의 견해가 비난 받을 때보다 우리의 취향이 비난 받을 때 못 견디게 괴로워한다’ 고 했다.

 

이는 견해라는 것이 어떤 한 사물이나 사안에 대한 일시적인 판단이라면, 취향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라는 사람의 ‘특성’을 드러내기 때문이 아닐까. 취향은 오랜 시간 축적 되어온 나의 지향성 자체이며,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선택에 반영되는 가치관이다. 다시 말해, 취향은 내 DNA 같은 것으로 누구나 살아온 경험과 환경으로 각자의 취향이 있기 마련일 것이다. 누구보다 덜 중요하거나 혹은 더 중요한 취향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취향을 나누는 ‘취향 공동체’

 

“’개인이 주체적인 행복’을 되찾고, ‘공동체가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며 취향관을 준비했다”는 취향관 안주인의 말은 그래서 와 닿는다. 취향관에서는 나와 당신의 취향을 향유하는 것을 넘어, 취향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보여줄 것이다.

 

1월 23일부터 3월까지 가오픈기간으로 개방 운영된 취향관은 4월 정식오픈을 통해 제한된 인원의 ‘멤버십’제도로 운영된다. 본격적으로 ‘살롱’과 같은 커뮤니티를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3개월 시즌 멤버십과 1개월 월간 멤버십으로 운영되며 매 시즌마다 다른 테마가 주어진다. 멤버십 고객에게는 공간이용과 살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매 주 다양한 취향을 이야기하고 나누는 살롱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운영되며 취향관의 멤버가 직접 살롱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첫 번째 살롱 프로그램은 ‘아이돌이라는 음악 취향’이다. 음악 취향은 취향의 영역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이지만, ‘아이돌 음악이 취향이다’라고 하는 사람은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는 의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한다.

취향의 발견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운영될 시즌 프로젝트의 테마는 ‘취향의 발견’으로 멤버들이 함께 일상 속 취향에 대해 함께 논하며 동명의 매거진 <취향관>의 창간호를 채워 나가게 될 예정이다. 취향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취향관> 창간준비호를 통해 접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나 방문을 통해 멤버십 신청이 가능하다.

 

취향관은 섣불리 정의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지금부터가 더욱 기대되는 공간이다.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취향관을 채워 나갈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들이 앞으로의 취향관을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