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어린이가 불청객이나 주변인이 되지 않고 주인공이 되는 키 작은 문화예술의 세계. 국내 최초로 책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 공간, 현대어린이책미술관(Museum Of Kid’s books & Art, 이하 MOKA)의 이야기다. MOKA는 현대백화점의 문화예술 분야 사회공헌활동(CSR)의 일환으로 2015년 개관했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6천여 권의 국내외 우수 그림책들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무한히 확장하는 상상 속 책장이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한 각종 기획 전시와 워크숍, 장단기 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MOKA의 슬로건은 아트와 스토리를 통해 꿈을 키우는 미술관이다. 그에 걸맞게 아이들이 딱딱하고 고루한 틀에서 벗어나, 예술과 문학을 새롭게 경험하고 즐기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키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MOKA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남양주점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편리해 온 가족이 편안하고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미술관의 전시 관람료는 기본이 6,000원이며, 전시와 참여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진다. 모카 가든은 2019년 자연을 주제로 만들어진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의 두 번째 공간으로, 아이들이 책을 읽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상상이 꽃 피는 자리다. 이곳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MOKA 라이브러리 공간 Ⓒ MOKA
MOKA 라이브러리 공간 Ⓒ MOKA

일상에서 떠나는 새로운 아트 트립, 키 작은 미술관이라는 공간

MOKA는 백화점들이 으레 구색 갖추기로 만드는 어린이 문화 공간과 다르다. 건축가 김찬중이 설계한 미술관은 공간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곳을 함께 찾는 부모에게도 일상에서 즐거운 균열을 내는 시공간적 경험을 제공한다. 앉아서 쉬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징검다리 모양의 계단인 버블 스텝(Bubble Steps), 거대한 기둥이 만드는 빛과 그림자의 통로인 램프(Ramp), 종이접기를 닮은 교육실 공간 등은 문화 공간이 담아낼 수 있는 감각적 경험을 극대화한다. MOKA는 2015년 개관 당시 세계 3대 디자인상의 하나인 iF 디자인어워드에서 인테리어 아키텍처 분야의 뮤지엄 스페이스 본상을 수상할 만큼 디자인의 우수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미술관은 현대백화점의 5층과 6층에 있다.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곳은 5층에 위치한 버블 스텝이다. 야외의 징검다리를 뛰어넘듯 오르내리거나,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나른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침묵을 강요하는 미술관과 도서관의 엄숙함을 찾을 수 없다. 대신 밝고 활기찬 움직임이 몽글몽글하게 일어나며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따뜻하게 만든다. 바로 옆에는 어린이를 위한 선물과 음식이 준비된 MOKA 샵과 카페가 있어 어른들도 한숨 돌리며 기념품을 구경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또한, 5층에는 꼬마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인 MOKA 랩·아틀리에가 있으며, 영화와 음악을 즐기고 강연도 들을 수 있는 미디어 룸도 있다.

 

6층에는 그림책으로 채워진 열린 서재가 있다. 곳곳에 마련된 공간에서 6천여 권의 책을 마음껏 탐독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 그 옆에 마련된 교육실은 아이들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교육을 상징하는 종이접기 모양으로 되어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외부로 연결되는 통로에 있는 램프는 거대한 기둥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 사이를 거닐며 새롭고 신비로운 공감각적 체험을 누리도록 유도한다. 같은 층에 있는 어린이 전용 화장실 또한, 공간의 주체로서 아이들이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세밀한 배려가 돋보인다.

MOKA는 아트와 스토리에 자연의 감성을 더하는 커다란 테마 아래 움직인다. 풍요로운 자연이 주는 경험으로 어린이의 꿈을 키운다는 개념 아래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MOKA 가든이다. 남양주의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자리한 MOKA 가든은 MOKA 라이브러리, 하이메(Jaime Hayon) 가든, MOKA 플레이로 구성되어있다. 공간 설계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맡았다. 아욘은 미학과 기능을 기반으로, 풍부한 감성과 영감의 작품으로 정평이 난 스페인 출신의 아티스트∙디자이너다. 아욘은 MOKA 가든을 두고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만들었다”라고 할 만큼 온 마음을 기울여 디자인했다. 그 마음처럼 MOKA 가든은 자연에서 출발하는 즐거움과 새로움, 그리고 감동과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다.

 

MOKA 라이브러리는 자연에서 따온 뱀 모양의 구조를 이용해 미로처럼 책장을 배치하고, 아이들이 그사이를 유영하며 자연스럽게 그림책의 세계를 접하도록 설계되어있다. 천장의 입체적 장식과 그 아래의 시팅 스컬처(Seating Sculpture)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곳에서는 자연 주제의 전시와 테마 교육도 함께 열린다. MOKA 플레이는 진화를 테마로 한 다채로운 색감의 벽화와 독특한 놀이기구로 가득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다. 아욘은 이 공간을 통해 문명 발전, 인간이 함께 모이고 감성을 교류하며 생기는 이야기들, 어린이와 가족에 관한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가진 상상력을 아이들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공간이지만, 동시에 어른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또한, 아욘은 360°로 내려다볼 수 있는 원형 극장의 구조와 거울을 이용하여 어른들이 언제나 아이들을 눈에 담고, 함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즐기도록 설계했다. 하이메 아욘 가든은 그의 조각을 만날 수 있는 공원으로, 휴식과 영감을 주는 꿈의 정원이다.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초현실적인 동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세계는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 가드닝 프로그램 <Little Botanists!>, 자연 생태계를 이해하는 <MOKA와의 숲 여행>,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색하는 <MOKA 가든 탐험프로그램> 등이 열린다.

공간으로 상상을 더하고,  교육으로 꿈을 키우고

MOKA는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 상상력을 실제 세계에서 현실로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의 문학적 요소인 스토리∙글, 예술적 요소인 조형성∙이미지∙배경 등과 함께 구성주의,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의 이론을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교육법 중 하나로,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라는 전제 하에 교사들이 동기부여와 조력자 역할을 하는 교육 이론이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 성인까지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은 전시 연계 및 MOKA 테마, 15인 이상의 단체 프로그램, 패키지를 수령해 집에서 체험하는 온라인 프로그램 등 선택의 폭과 주제가 다양하다.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어린이의 연령별 인지발달 수준과 누리, 초등 교육과정을 고려한 연계 프로그램으로 확장된다. 4-5세를 위한 오감 놀이/체험, 6-7세를 위한 감상 표현, 초등 1-2학년을 위한 문학 창작, 초등 3-4학년을 위한 문학∙예술 창작으로 연령에 따라 발상∙감상∙이해∙창작 영역을 고루 증진한다.

 

MOKA 패턴 프로젝트는 이달 말인 8월 29일까지 열리는 상시 교육 프로그램으로, 작가 24인이 만든 각양각색의 패턴 그림에 둘러싸여 그것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패턴 큐브를 움직여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보는 체험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패턴과 의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MOKA와의 세계여행>은 미술관의 교육 철학인 문화적 소양(Cultural Literacy)을 반영한 대표 교육 프로그램이다. 그림책 스토리텔링과 놀이∙체험∙표현∙창작활동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전통과 현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2021년 8월 29일까지는 파푸아뉴기니 편이, 9월 5~26일까지는 폴란드 편이 예정되어있다. 스페인 편은 8월 27일까지 키트를 배송받아 집에서 직접 체험해보는 언택트 교육 방식(10인 이상 단체)으로 준비되어 있다.

 

<Little Artist!>는 4주간 운영하는 MOKA의 정기교육프로그램이다. 그중의 일일 프로그램인 <Little Artist! – mini>는 아이들이 현대 작가와 함께 다양한 예술 실험과 탐구를 시도하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8월 21일까지 직접 만든 핀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이, 9월 11~25일까지는 오브제를 활용하고 재료의 색과 질감을 느껴보는 한국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보따리바캉스> 전시도 이달 말인 8월 29일까지 열린다. 작가 11인이 옛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고 작가만의 이야기를 담아 꾸린 보따리 같은 작품들과 함께 음악과 시, 무용 영상을 선보인다. 해당 전시는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것과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관람할 수 있는 VR 투어를 제공하며, 온라인 전시를 통해 인터랙티브 아트도 체험해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준비되어있다.

아이들의 오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카 가든 Ⓒ MOKA
아이들의 오감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카 가든 Ⓒ MOKA

현대백화점은 올해 7월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MOKA도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 등 기관과 협업하여 소외계층 어린이 2천여 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교육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현재 진행하는 전시인 <#보따리바캉스>와 연계된 MOKA 전시 익스플로어 키트와 그림책 패키지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처럼 MOKA는 온 가족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미술관의 특별한 경험을 만드는 동시에, 오프라인 공간을 직접 찾을 여력이 없는 혜택 밖의 아이들에게도 무한히 확장하는 상상 속 책장이 닿을 수 있도록 미술관을 넘어선 다양한 교육과 전시의 경험을 늘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