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예전에는 한강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산업화와 한강 개발이 착수되기 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의 수질은 깨끗했고 둔치는 지금과 달리 모래사장이었다. 당연히 시민들은 한강에서 강 수욕을 즐길 수 있었고, 당시 광나루와 양화나루터, 용산, 마포 부근에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수영장과 보트장, 놀이시설과 휴게시설이 들어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여름철에는 지금의 워터파크와 다름없는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또한 수영복 등 옷차림이 가벼워지다 보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옷차림 단속이 이뤄지는 해프닝도 종종 벌어졌다. 현재 광나루, 뚝섬, 망원에 위치한 지정된 (인공) 수영장에서만 수영이 가능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산업화와 개발의 물결이 일렁이며 한강 또한 시민들로부터 멀어졌다. 한강의 기적, 한강뷰 아파트 등 한강을 둘러싼 언어는 그동안 개발 담론에 집중되어 있었다. 1994년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지면서 급속한 발전 이면에 숨어 있던 부정부패와 공권력의 사익 추구라는 그림자가 드러나기도 했다. (성수대교 붕괴는 건설사의 부실 공사와 감리 담당 공무원의 부실 검사, 정부의 안전 검사 미흡으로 촉발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지난한 현대사를 거쳐오며 한강은 어느덧 다시 시민에게 돌아왔다. 이전과는 좀 다른 형태로 말이다.

 

한강에서 피크닉, 캠핑, 사이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달빛 야시장, 무지개 분수 쇼, 방송 <나 혼자 산다>에 나와 화제가 된 멍때리기 대회 등 한강은 940만 서울 시민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얼마 전에는 이 물결에 박차를 가하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지난 3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강 본연의 자연성을 존중하고 시민들의 한강 접근성을 강화해 다양한 볼거리 및 즐길 거리를 가미한 한강의 매력도를 증진하겠다는 게 골자이다. 특히 팬데믹 시대에 건강과 휴식이 삶의 주요 가치로 부각된 만큼 이러한 뉴노멀 트렌드를 반영해 한강에 새로운 경험과 공간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1950~60년대 한강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다시 우리의 강으로

그렇다면 왜 또 한강일까? 오세훈 시장과 한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읽힌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과거 그가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2006)의 2.0 버전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초선 당시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자연성 회복, 접근성 향상, 문화 기반 조성, 경관개선, 수상 이용 활성화를 목표로 2011년까지 진행됐었다. 그러나 예산 낭비 및 자연 파괴란 비판이 일면서 상당수 사업이 좌초된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지난 15년간 (한강르네상스 사업 성과가) 실증됐다”며 “(한강) 녹지공간에서 한강을 즐기는 시민들을 다 봤을 것이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종 다양성도 이뤄졌다. 환경단체들의 비판도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한강에 왜 그토록 빠져있냐는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서울시민이 불쌍해서요.” 그는 이어서 본인이 가장 흥분되고 기분이 좋을 때는 다음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이, 젊은 청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부들이 내가 재임 중 만든 시설에서 즐겁게 여가를 보내고 있는 것을 볼 때예요. 정말 희열이 올라와요.” 한강이 있음에도 시민들은 일상에서 자신들의 시간을 누리기 힘들고, 차를 타고 교외 지역으로 나가서야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의미이다. “충분히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시설을 서울 시내에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 가장 활용될 수 있는 시설은 한강변과 근처의 산책로”일 거라며 한강의 가치를 역설한다.

 

그가 언급한 것처럼 한강은 그 규모에 비해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 한강의 최대 강폭은 1.2km, 파리 센강과 런던 템스강의 5~6배에 달하고 길이는 41.5km(서울~경기도 성남 왕복 거리)이다. 세계 주요 수도의 강들에 비해 너른 너비와 길이를 자랑하는데도 여전히 해외 관광객의 10명 중 1명만이 한강을 방문한다. 시민들 또한 높은 제방과 도로(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으로 한강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방문 이유도 운동·산책·자전거(62%)에만 한정돼 있다. 이마저도 11개 공원 중 여의도와 뚝섬에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이런 배경 속에서 모두가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이라는 비전 아래 더 많은 사람이 한강을 찾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강 본류에 집중했던 1.0에서 더 나아가 안양천·탄천·홍제천·중랑천 등 4대 지천과 소하천까지 확대해 서울 전역 수변 공간을 여가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점도 이번 프로젝트가 서울 구석구석을 시민의 일상 놀이터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강의 내일을 책임질 네 개의 전략

프로젝트 4대 전략은 다음과 같다. ①자연과 공존하는 한강 ②이동이 편리한 한강 ③매력이 가득한 한강 ④활력을 더하는 한강. 전략별로 세부 선도 사업이 추진되며 총 55개 정도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과에서 작성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추진계획」 문서를 근거로 총 1조 1,375억 원이 든다. 물론 총사업비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니 정확한 수치라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추진 계획 문서상으로는 사업별 금액을 합했을 때 이 정도 규모로 짐작된다.

 

①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

 

한강의 생태환경은 대도시 서울의 허파와 같다.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는 일상 속 자연이 주는 쉼과 안정감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당연히 자연을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추진된다. 한강에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확대하고 생태공원을 재정비하며 자연형 호안을 복원한다. 여기에 야생생물 서식지 보호 사업을 중점 추진한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생태적으로 중요하거나 특별히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을 인위적 훼손이나 오염으로부터 관리하기 위해 지정한 곳을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야생 동식물 포획 및 채취가 안 되며 농약이나 유독물을 살포하는 행위 및 불을 놓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다. 지리산, 섬진강 수달서식지가 대표 예이고 서울에는 현재 한강 밤섬(도심 속 철새도래지), 인왕산(수려한 자연경관) 등이 지정돼 있다. 한강에도 3개 생태경관보전지역이 있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2025년까지 복원할 수 있는 호안 57.1km 전체를 자연형 호안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호안이란 흐르는 강물로 물가가 침식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제방 시설인데 주로 콘크리트와 같은 인공물로 조성된다. 서울시에는 총 82km의 인공 호안이 설치되어 있고 이번 사업을 통해 복원이 곤란한 구간을 제한 나머지를 흙·자갈·큰 돌 등 자연 소재로 복원해 생물 서식지를 복원하고자 한다. 이미 2021년, 망원한강공원 자연형 호안 조성으로 해넘이 쉼터가 만들어짐에 따라 한강의 아름다운 일몰을 보다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어 시민들에게도 좋은 쉼터이자 명소가 된 바 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21만 주의 나무를 심어 녹색 쉼터를 확장하고 한강의 노후 수영장을 자연형 물놀이장으로 전환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형 물놀이장은 숲속 놀이터·생태 물놀이장처럼 한강의 자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플리마켓·요가·야외 공연 등 사계절 활용 가능한 물놀이 공간을 의미한다. 2023년 잠실부터 개장할 계획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광나루, 잠원, 망원 수영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잠실한강공원 자연형 물놀이장은 벌써 설계 공모를 마쳤는데, 1위를 차지한 원더풀 월드 – 환상의 대지 그리고 경이로운 공간의 배치도를 살펴보면 물놀이 공간은 크게 3가지 풀로 이뤄지되 잔디 쉼터, 산책로, 놀이터 등 다양한 테마 공간이 어우러져 도심 속 휴식을 선사한다.

② 이동이 편리한 한강 

 

아무리 훌륭한 자연환경을 조성했다고 해도 접근성이 떨어지면 관광 자원으로서 한강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기 어렵다. 그렇기에 서울시는 누구나 한강에 걸어서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통수단과 접근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년 준공 예정인 암사초록길 사업이 대표적 예이다. 왕복 8차선의 올림픽대로는 그간 한강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였다. 암사초록길 사업은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생태공원을 조성해 강동지역의 녹지 공간이 한강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도보 10분 이내 한강공원 접근이 더 용이해졌다. 과거 2014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강변북로 합정나들목을 지하화해 망원초록길을 조성함에 따라 지역주민은 물론 누구나 편하게 망원한강공원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강 내외를 연결하는 이동 수단은 지상뿐 아니라 수상·공중으로 다각화할 계획이다. 상암동에 친환경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하고 추후 여의도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수상으로는 권역별 마리나를 조성해 기존 수상교통과 연계하고자 한다. 공중은 UAM(도심항공교통)을 중점에 두고 있다. UAM은 Urban air mobility의 줄임말로 소위 하늘을 나는 택시라 불리며 하늘을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미래의 도시 교통 체계를 지칭한다. 보통 4~5명 정도 태울 수 있는 소규모 교통수단으로 생각하면 된다. 지상의 교통 체증과 물류 운송비용 등 사회적 비용 급증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는데 획기적으로 이동시간을 단축해 준다.

 

가령 고양 킨텍스~김포공항 간 14km 노선을 UAM으로 이용하면 3분밖에 안 걸린다. 평소 (지상) 대중교통 소요 시간은 1시간가량인데 이를 95%나 단축하는 효율성을 자랑한다. 국토부·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확정된 노선은 김포공항~여의도공원(18km), 잠실 헬기장~수서역(8km) 2개의 노선이다. 또한 UAM은 관광 상품과 연계해 UAM을 타고 한강 석양 감상하기 등 관광 수단으로서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또 한강 한가운데 수상 산책로를 만들어 이용객이 물 위를 걸어볼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선유도에 ㄷ자형 순환형 보행 데크가 조성돼 사람들은 상/하류로 곧게 뻗은 한강의 시원한 물줄기와 북쪽에 높이 솟은 북한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1층과 2층 사이에는 약 80m 규모의 낙하 분수를 설치해 대형 워터스크린을 만들어 미감을 더한다. 1층 보행로 한가운데 수상 갤러리를 더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총길이는 192m로, 올해 말에 준공돼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울링 예상 모습 Ⓒ 내 손안에 서울

③ 매력이 가득한 한강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하면 대부분 먼저 떠올리는 게 서울링 ZERO(이하 서울링)이다. 상암 하늘공원에 생길 폭 180m의 대관람차로 최대 780명까지 동시 탑승할 수 있다. 이는 런던 아이와 싱가포르 플라이어를 뛰어넘는 규모로 세계 최대이다. 서울시 차기 랜드마크가 될 서울링이 하늘공원에 건설되는 이유는 조망과 상징성 때문이다. 하늘공원은 과거 쓰레기 매립지였던 만큼 해당 공간에 친환경 기술이 집약된 랜드마크를 만듦으로써 서울시의 친환경 정책 의지를 부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디자인은 바큇살(Spoke)이 없는 고리형으로 하루 최대 약 1만 명 이상이 탑승 가능해 연간 약 350만 명의 관광객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매력이 가득한 한강의 주요 과제는 세 가지로 나뉜다. 감상조망명소, 문화예술공간, 축제·행사 개최이다. 한강에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 그 매력을 거부할 수 없게끔 다채롭게 채워나가는 게 이들의 미션이다. 앞서 언급된 서울링은 전망가든 등을 비롯해 시민이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조망명소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중 일부이다.

 

문화예술 공간으로는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서울문화마당을 조성한다. 제2세종문화회관은 특히 독일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예술시설 엘프필하모니에서 영감을 얻었다. 엘프필하모니는 당시 해변가 창고에 음악당을 짓는 데 1조 2,000억 원을 들여 엄청난 비판을 받았지만 완성된 후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돼 투자를 상회하는 가치를 냈다. 제2세종문화회관이 지향하는 바도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노들섬은 글로벌 예술섬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7명으로부터 디자인을 제안받기도 했다. 우리 시대 다빈치로 불리는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도 참여했는데 그는 방한 때 한강에 대해 “폭이 좁은 센강이나 템스강과 달리 한강은 900m 되는 거대한 강”이며, 또한 “그 속에 노들섬 같은 보물을 품고 있다”며 매우 특별하다는 평을 남겼다. 그는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산책로를 설치하고 섬 외부에 수상 예술 무대를 배치한 사운드스케이프(음악적 풍경) 모델을 제안했다.

 

헤더윅이 언급했듯 한강은 유독 큰 폭을 자랑한다. 이 점을 살려 한강은 한강 스포츠 르네상스 또한 점화할 계획이다. 수상스포츠 문화의 선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제수영대회, 국제 여자 비치발리볼 대회 등 국제스포츠 대회와 시민 대상 수상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5월 진행된 스포츠 팔레트 in 한강 프로젝트를 보면 패들보드, 윈드서핑, 아쿠아슬론, 오픈워터 등 다양한 대회가 개최되었다. 또한 시민들이 간단히 배울 수 있는 플로어컬, 플라잉디스크, 핸들러 등 수상 체육 교실도 운영됐다.

 

이외에도 기대되는 부분은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세계 대회들이 한강에서 열리며 수상 스포츠 메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점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13일 한강 양화대교에서는 레드불 클리프(절벽) 다이빙 대회가 열렸다. 글로벌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이 주최하는 이 대회는 수면 약 27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고공 다이빙 스포츠다. 보통 올림픽 다이빙 종목이 3~10m 높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상당한 높이다. 최고 낙하 속도는 시속 85km로 상당한 익스트림 스포츠이기에 평균 32만 명이 시청하는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편이다. 1997년 프랑스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는 그간 파리 센강, 스위스 루체른 호수, 호주 시드니항 등 세계적 명소에서 개최되곤 했다. 한국 유일의 하이다이버 최병화도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조감도 Ⓒ 서울경제

④ 활력을 더하는 한강

 

마지막 핵심 전략인 활력을 더하는 한강은 한강변 대규모 도시계획을 통해 새로운 산업 및 주거 공간을 창출하는 일을 목표로 한다. 여의도 금융중심지는 높이규제 완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용도지역 상향 등 직간접 지원을 통해 디지털 국제금융중심지로 도약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5월에 발표한 여의도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살펴보면 국제금융중심지구 내 금융특정개발진흥지역을 일반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상향 가능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용적률은 1,000%까지 적용된다. 여기에 친환경, 창의 혁신 디자인을 적용하면 용적률이 1,200% 이상 가능하다. 참고로 현재 대한민국 최고층 건축물인 롯데월드타워의 용적률은 800%(555m, 123층)이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뉴욕의 스카이라인처럼 여의도 또한 독특한 마천루의 도시가 될 것이다.

 

용산은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디지털·메타버스 산업 거점 공간으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이른바 용산 메타밸리(Meta-Valley) 구상이다. 노후화되고 점차 공실이 많아지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AI, VR, XR 등 미래 신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겠다는 취지이다. 용산전자상가 일대에 있는 건물은 입체적 보행통로로 연결하고 직장과 주거가 섞여 있는 미래형 도심 주거지역으로 만든다. 재개발 과정에서 신축되는 건물 공간의 30% 이상을 신산업 용도(전자부품, 컴퓨터, 영상·음향, 통신장비 제조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콘텐츠업 등)로 쓰도록 의무화한다. 30%보다 더 많은 신산업 시설을 조성하며 추가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과거 1990년대 PC 보급 확산으로 호황기를 맞았던 용산전자상가의 르네상스가 다시금 기대되는 대목이다.

네 가지 전략으로 무장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목표하는 바는 연간 해외 관광객 3천만 명을 견인해 서울을 글로벌 톱5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수치가 다소 공격적인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오세훈 시장은 “충분히 현실 가능성 있다”고 답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6,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가보고 싶은 도시 순위에서 서울이 도쿄에 비해 앞서고 있다. 또한 2019년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이 이미 1,390만 명에 달했던 점을 고려해 보면 이는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관광이냐는 물음에 오 시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서울에는 공장이 없는데 무엇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것인가. 관광, 금융, 첨단산업, 연구개발(R&D)로 승부해야 한다.” 관광이 국가별 GDP(국내총생산)를 차지한 비율은 세계 평균 10%이다. 그러나 한국은 3%에 불과하다. 만약 10%를 달성하게 되면 관광은 수출액으로 반도체에 이은 2위 산업이 될 것이며 100만 명 이상 일자리 창출 가능하다. 관광 총력전이란 그의 페이스북 게시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관광은 선택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그는 역설한다.

 

서울시의 비전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특정 소수가 (부동산) 이득을 보는 개발, 단기간 성과를 위한 무리한 예산 사용, 관광을 위해 환경이 동원·파괴되는 형태로 흘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유니버셜 디자인 적용 원칙을 고수하며 한강의 매력이 특정 세대·계층·비장애인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노약자, 장애인 등 보행 약자의 보행 이동권을 보장하고 한강 고유의 디자인 모델을 개발해 2024년 이후 한강에 추진되는 모든 사업에 이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에 신경 쓴다는 점이다. 최소 4년에서 최대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이 중장기 프로젝트가 한강의 환골탈태를 불러올 것이다. 600년 이상 우리나라 수도의 심장을 가로지르던 한강은 어떻게 변화할까. 기대와 설렘 또 건설적인 비판을 가능케 할, 약간의 우려가 뒤섞인 마음으로 한강이 일으킬 파랑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