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하늘에서 멋진 풍경을 촬영하려면 헬리콥터가 필요했다. 하지만 헬리콥터를 이용해 촬영하는 데는 꽤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든다. 산불 진압을 총괄하는 산림청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건조기에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공에서 불씨를 관찰하는 감시 장비가 필요한데, 단순히 감시만을 목적으로 헬리콥터를 띄우기에는 예산 부담이 큰데다 야간에는 비행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약 10여 년 전, 이러한 상공 비행의 제약을 한 번에 해결해 줄 고마운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드론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으로의 드론은 2000년대 초반 군사용 무인항공기 목적으로 등장했다. 사람이 무인으로 조종해 적진 깊숙한 곳으로 비행체를 침투시킨 뒤 정밀한 타격을 하는 데 사용됐다. 이후 드론 기술은 수없이 진화하고 개발되어 다양한 공공 및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택배 배송, 상공 영상 촬영, 농작물 모니터링과 농약 살포, 그리고 건설 현장에서 토지를 측량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도 적극 활용된다.
시대적 메신저로서의 드론
우리나라에서 드론쇼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서 처음 주목을 받았던 것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에서다. 이전에도 드론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큰 행사에서 드론쇼가 하나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이목을 끌었다. 평창의 기후 상황에 대한 우려로 인해 라이브쇼가 아닌 녹화 영상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올림픽을 시청하는 전 세계 시청자에게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서의 드론쇼를 알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벤트였다. 유명 반도체 회사이자 IT 기업인 인텔의 기술이 사용된 이 드론쇼에서는 총 1,218대의 드론이 사용되었는데, 500대가 동시 사용되었던 종전의 드론쇼 기록을 갈아치움과 동시에 그 규모가 2배로 늘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이 쇼에서는 단지 멋진 불빛만이 아니라 수많은 드론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각종 동계스포츠 종목을 표현하는 장면이 포함되었다. 결과적으로 평창올림픽에서 보여 준 드론쇼는 현대의 드론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이 즐길 만한 하나의 쇼를 구현하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평창 올림픽 이후 드론쇼가 큰 화제를 모으자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드론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드론이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광안리 M 드론 라이트쇼이다. 국내 첫 상설 드론쇼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이 공연은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2회씩 무료로 진행되며 총 10분간 공연이 펼쳐진다. 2021년 12월부터 시작된 이 공연에는 처음 300대 정도의 드론이 동원됐지만, 현재는 1,000대 이상의 드론이 동원될 정도로 쇼의 규모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공연마다 시의적절하게 쇼를 디자인해 화제를 모았는데 3.1절과 같은 국경일에는 드론으로 상공에 태극기를 그려 넣거나 휴가철에는 부산의 즐길 거리를 표현하는 식이다.
드론쇼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랫동안 주목받아왔다. 특히 영국 런던의 경우 2021년부터 매해 열리는 새해맞이 행사에서 드론쇼를 선보이고 있다. 국가 차원의 행사 인만큼 국민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2021년 드론쇼의 경우, 코로나 때문에 힘든 상황 가운데 가장 수고했던 의료인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Thank you NHS heroes” (NHS는 National Health Service의 약자로 영국의 공공 의료 시스템을 의미한다)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 2022년 드론쇼의 경우에는 더욱 축제와 같은 연출을 통해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다.
드론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
드론쇼는 기업 행사에도 적극 사용되고 있다. 특히 드론쇼는 길이가 긴 문자나 입체적인 영상을 표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시간에 각인될 만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행사에서 많이 쓰이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브랜드 로고를 교체하는 행사 등이 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2021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브랜드 로고를 교체했는데, 이를 발표하는 뉴 로고 언베일링(unveling) 행사를 비대면 영상 발표로 진행했다. 이 영상에는 300대의 드론이 기아자동차의 새 로고를 표현하는 인상적인 장면이 포함되었다. 기아자동차의 로고가 불꽃을 내뿜으면서 등장했고 결과적으로 이 행사는 가장 많은 드론이 폭죽과 함께 사용된 케이스로 기록에 남았다. 비대면 영상 발표를 위해 인천 송도에서 실제 드론쇼를 촬영했으며 이를 편집해 영상으로 제작했다.
로고 교체뿐만 아니라 제품 런칭 행사에서도 드론이 자주 사용된다. 고급 시계 브랜드인 IWC 샤프하우젠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 파일럿 워치 라인인 탑건의 신제품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드론쇼를 기획했다. 서울에서 출시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의 랜드마크, 탑건 라인의 로고, 그리고 IWC의 시계를 상징하는 디자인 등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표현했다. 특히 유명 영화 음악 작곡가인 한스 짐머가 이 쇼를 위해 작곡한 곡을 배경 삼아 탑건 브랜드가 가진 컬러 코드를 드론 라이트를 이용하여 표현하기도 했다.
파라마운트 또한 2021년 남미 시장에 OTT 서비스를 개시할 당시 드론쇼를 선택했다. 멕시코시티 상공에 드론을 이용해 파라마운트가 저작권을 보유한 다양한 만화와 영화 캐릭터들을 그려냈고, 이 쇼는 남미에서 열렸던 드론쇼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드론쇼로 기록되었다. 드론이라는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수단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 그리고 호기심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콘텐츠로 대결하는 OTT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잘 맞아떨어지는 런칭 행사였다고 평가받았다.
드론쇼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한 개의 드론을 날리는 것은 한 사람의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수 백 개의 드론을 동시에, 그것도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연속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개의 드론이라도 오류가 생기면 연출하려던 그림에 결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드론쇼를 위해서는 무선통신, 비행 제어, GPS 위치인식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기술들이 하나로 융합되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드론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목적에 맞는 다양한 쇼 디자인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일종의 고급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늘에서 빛과 폭죽 등을 다양하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이들을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론쇼의 활용 가치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하드웨어와 배터리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비행시간이 늘어나게 된다면 더욱 복잡하고 체계적인 구성의 드론쇼도 등장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색다른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멋진 수단을 만들어냈다. 이 대목에서 드론쇼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지, 팬데믹 이후 많은 것들이 새로워진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