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팬서>의 배경인 와칸다를 떠올려 보자. 와칸다는 동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로 에티오피아와 케냐 사이에 있다. 오래전 비브라늄 운석이 떨어진 덕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유일하게 비브라늄을 보유한 국가로 어마어마한 재력과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했다. 참고로 비브라늄은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원료로 쓰인 금속 물질로, 마블 세계관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물질이다. 세계관 내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희귀한 금속으로 설명된다.
와칸다는 비브라늄 기반의 기계공학, 신소재공학은 물론 세계적인 수준의 항공우주 기술까지 갖췄다.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두고 있으며 왕족의 장례식은 우주선에 관을 쏘아 올리는 우주장으로 치른다는 설정이다. 세계적인 재력과 기술력을 갖춘 이 나라는 판타지에서나 존재할 것 같지만 실제로 이 와칸다를 롤모델로 삼아 구현하려는 이가 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이자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다. 약 2,000조 원대의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이자 별명은 Mr. Everything(미스터 에브리띵)이다. 막대한 부와 권력으로 모든 것을 다 할 힘을 지녔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무함마드 빈 살만만큼 양면적이고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인물은 없을 것이다. 그는 독재자이자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인물로 악명이 높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우디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의 암살 배후에 있는 인물로 꼽히며 과거 사우디를 방문한 레바논 총리를 납치하고 사임을 종용한 전적도 있다. 특히 자말 카슈끄지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이자 과거 오사마 빈 라덴과 여러 번 인터뷰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로, 2018년 10월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공작원들에게 암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 당시 이를 두고 “더는 사우디에 무기를 팔지도 않을 것이며, 그들을 국제적인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는 각종 개혁·개방 정책으로 자국 내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방을 중심으로 한 외부 국가의 평가와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최근 불거진 이란의 히잡 시위에서 알 수 있듯, 특히 여성에게 보수적인 다른 아랍권 국가들과 달리 그는 여성의 자동차 운전, 공연 및 스포츠 관람을 허용하고 히잡의 일종인 아바야(온몸을 가리는 이슬람식 의상)를 벗게 했다.
또한 우상 숭배로 금지되던 영화관 출입과 상업 영화관 운영을 35년 만에 합법화했다. 할리우드는 물론 아랍어로 만들어진 영화까지 금지하는 바람에 영화를 보려면 아랍에미리트행 비행기를 타야 했던 사우디에 급진적인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온 셈이다. 그 덕에 얼마 전까지도 해외 가수의 투어 공연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BTS가 성공적으로 콘서트를 마쳤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도 예전처럼 남성과 여성이 따로 앉아 있지 않는다. 젊은 층이 그토록 원하던 구태의 관습을 거부하는 젊은 지도자의 등장으로 그야말로 사우디는 상전벽해를 이뤘다.
빈 살만 왕세자가 개혁·개방에 드라이브를 건 이유는 사실 탈 석유 때문이다. 현재 중동은 다가올 석유 없는 시대에 대비하는 중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후, 석유가 엄청나게 많아도 사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석유는 땅속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 돌이 없어서 석기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가 있어도 석유 시대가 끝난다.” 사우디를 석유 부국의 길로 인도한 아메드 자키 야마니 전 석유장관이 2000년에 예언한 탈 석유 시대이다. 세계적으로 현재 탈화석연료 움직임이 활발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사우디의 오일머니는 더 이상 황금알 낳는 거위가 아닌 메마른 샘이 될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2021년 기준, 사우디가 세계 원유 매장량 2위이자 1일 원유 생산량 3위를 차지하는 국가로 국가 수출의 73%를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빈 살만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6년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 계획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사우디 비전 2030
네옴 시티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우디 비전 2030부터 알아야 한다.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게 바로 네옴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오일머니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이들의 셈법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작용한다.
첫 번째, 셰일 혁명으로 인해 유가 통제권이 사우디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상황에 처한 현실이다. 두 번째, 2014년 이후 시작된 저유가 상황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는 가시화되었고 원유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100%)을 맞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붕괴 사태를 보며 사우디는 단단히 긴장하고 있다. 그 결과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4월 25일,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하려고 했다. 내용은 활기찬 사회-A Vibrant Society, 번영하는 경제-A Thriving Economy, 진취적인 국가-An Ambitious Nation이라는 3대 영역으로 구성된다.
활기찬 사회는 이슬람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시민사회를 추구하기 위해 여가, 보건의료, 주택, 환경, 교육 분야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종 스포츠 클럽 활성화, 가구 소비 중 문화 및 오락 활동 지출 비중을 6%(기존 2.9%) 대로 늘리는 것 등을 목표로 한다.
번영하는 경제는 일자리 확대로 청년실업을 낮추고 여성에게는 사회 참여 기회와 해외 인재 유치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장기적으로 아람코 등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방위산업, 광업, 신재생 에너지 등 전략사업 개발을 통해 새로운 사업으로 경제를 다각화하고자 한다. 여기에 중동에서 지리적 이점을 지닌 사우디가 무역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공항, 항만, 도로, 철도 등 활용성을 높이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진취적인 국가는 효과적인 정부와 높은 책임감을 주요 키워드로 삼아 공공부문 서비스 질적 향상 및 재정정책 효과성을 극대화해 선진 정부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각종 비영리 기구 활성화 및 봉사활동 참여 증대로 아랍 가치에 기반을 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겠다는 취지다. 기업은 이익 창출과 함께 지속가능한 경제와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으로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네옴은 이 모두를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네옴은 다음의 네 가지 세부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①스마트 직선 도시, 더 라인 ②바다 위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③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④최고급 휴앙지, 신달라다. 각 프로젝트는 사우디가 신산업, 물류, 관광, 엔터테인먼트의 국가로 변모할 만한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이들은 기존의 도시가 건설된 방식과는 사뭇 다른, 미래형 첨단도시를 표방한다. 각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첨단기술로 무장된 마치 와칸다와 같은, 미래 도시의 청사진이 그려진다. 네옴시티가 그릴 와칸다는 정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무엇일까?
더 라인: 170km, 직선 도시를 건설하다
네옴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프로젝트이자 가장 먼저 건설될 도시, 더 라인(The Line)부터 살펴보자.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도시 형태가 직선형이다. 총 170km 길이로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서울에서부터 대전까지보다 더 긴 거리이며, 사우디의 사막과 해안가를 완벽한 일직선으로 가로지른다. 홍해 연안 특유의 온화한 기후 덕에 메카로 향하는 성지 순례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도 유명한 사우디 타부크(Tabuk) 주에 건설되고 있다.
타부크는 사우디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중 한 곳이다. 20세기 초 헤자즈 철도가 건설된 이후 사우디 북서부의 주요 관문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총 4개의 국제공항이 자리하고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타부크에서 네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마치 누군가 자로 잰 듯한 더 라인은 ① 도시의 안과 밖의 경계가 될 벽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으며 ②100% 재생·청정 에너지로만 운영된다. 또한 ③ 15분 도시(프랑스 파리가 추진하는 정책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15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근거리 생활 기반 도시계획을 의미한다)가 표방하는 것처럼 거주 공간, 상업시설, 공공자산 등 모든 인프라를 갖춘 통합 도시를 표방한다.
또한 지하에는 초고속열차가 놓여 있어 더 라인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을 연결한다. 24km마다 정차해 대략 7개 정도의 정류장을 만들 것으로 예상되며 끝에서 끝까지 가는 데 20분밖에 안 걸린다. 이 공사에 최근 우리나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상과 공중에서는 자율주행차, 항공 택시와 드론 택시 등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이 적극 활용되어 매캐한 매연으로 가득 찬 자동차 중심의 기존 대도시와는 다른 풍경을 선보일 예정이다.
혹자는 더 라인을 유리 터널 도시라 묘사하기도 한다. 과거 중세도시의 성벽처럼 양옆이 유리도 둘러싸인 이 도시는 경계가 명확하다. 겉이 거울로 이뤄진 유리 벽의 높이는 500m,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꼽히는 롯데월드타워가 555m이다. 두 개의 유리 벽 사이의 간격은 200m이다. 폭 200m, 높이 500m, 길이 170km 유리로 된 이 도시의 면적은 2만 6,500km²(서울의 44배)이다. 여기에 총 90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살 예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2023년 6월 기준, 현재 서울 인구는 약 941만 명이다.)
더 라인 설계를 맡은 타렉 캇두미(Tarek Qaddumi)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더 라인만의 강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런던 같은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멀리 떨어져서 살고 중심지의 좋은 서비스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우리는 도시를 3차원 안에 밀어 넣는 게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더 라인은 보행자 구역, 공공 구역, 공원 등이 겹겹이 쌓여있는 도시다. 교통 체증, 소음 없이 3차원으로 엮인 공간에서 이웃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오히려 수평으로 이동하는 도시가 아닌 수직으로 이동하는 도시이기에 도시 생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유리 벽과 더불어 수직·직선형 도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도시 계획이 실현 불가능하다며 그 첫 번째 이유로 일조량 부족을 꼽는다. 워싱턴포스트는 관련 보도에서 500m 높이 벽이 양옆에 선 이상, 도시 하층부는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문제점을 짚었다. 만약 거주 시설의 상층부에는 상류층이, 하층부에는 빈민들이 살게 된다면 이는 영화 <기생충>에서 본 것처럼 수직으로 나눠진 빈부 격차를 보일 것이고 하층부는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와 같아질 것이다.
두 번째로 생태계 파괴 문제도 있다. 170km 거리의 유리 장벽은 해당 지역을 지나는 새, 동물들에게 거대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뉴욕에서는 하루에만 해도 수백 마리의 철새가 고층 빌딩에 부딪혀 죽는다. 유사하게 우리나라에서도 고속도로로 인해 수많은 동물이 로드킬을 당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더 라인을 완전한 일직선 건물이 아닌 중간을 뚫은 점선 형태로 조성했다면 생태통로 조성은 물론 건물 사이에 부는 바람으로 풍력발전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세 번째, 유리 벽 자체의 내구성 문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334회(노아의 방주인가, 바벨탑인가? 빈 살만과 네옴시티)에서 이미 이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바가 있다. 해당 회차에 출연한 함인선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건물에서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바람이라고 말하며 바람에 의한 불규칙한 진동으로, 심한 경우 건물이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꼽히는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828m) 역시 이런 풍압을 고려해 설계되었다. 더 라인의 경우 이런 풍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외벽이 무너질 수 있고, 바람이 아래로 불어 모래를 파헤치면서 외벽의 기반을 약하게 해 2차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옥사곤: 네옴 핵심 프로젝트, 팔각형 수상 도시
사람들에게 네옴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더 라인에 대해 대답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적 인지도와 별개로 전문가들은 사실상 옥사곤을 네옴의 핵심 프로젝트로 보고 있다. 옥사곤은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한 프로젝트로, 팔각형을 의미하는 영어 octagon을 차용해 옥사곤(Oxagon)이라 지었다.
옥사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위에서 보면 팔각형 모양의 바다 위 해양 산업 단지이며, 그 너비는 7km에 달한다. 이곳은 미래형 복합 산업 단지로 건설될 예정이다. 인공지능, 지능형 로봇, 드론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자동화된 첨단 물류기지로 건설될 예정이며 이곳에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와 공장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옥사곤이 네옴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유수 기업들의 산업 생산 단지를 유치해 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받기 위함이다.
앞서 말했듯 사우디가 탈 석유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첨단 산업 단지와 기술이다. 사우디는 옥사곤에 들어오는 기업에게 기술 이전 및 자국민 채용 등을 계약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 라인이 주거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면 옥사곤은 사우디가 새로운 먹거리로 호명한 첨단산업의 초석이 될 것이다.
특히 옥사곤은 이집트의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와 인접해 있고 유럽, 아프리카, 걸프협력이사회 국가(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걸프 연안 6개국 협력체) 등 다양한 시장 접근성이 뛰어나 중동 최대의 물류 허브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전 세계 무역의 약 13%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는 점과 홍해에서 6시간 이내로 세계의 40%에 접근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상기해 보면 이러한 관측은 타당성이 있다. 참고로 옥사곤은 더 라인 남쪽에 위치한 해안가에 건설될 예정이다.
더 라인과 옥사곤 모두 100% 재생 에너지 사용을 강조하지만 옥사곤은 산업과 무역 분야에서 친환경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네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옥사곤 홍보 영상 What is OXAGON을 보면, 옥사곤에서는 AI와 머신 러닝 기술을 통해 제조업 분야 혁신으로 새로운 저탄소 경제 및 녹색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홍보 영상 속 세상을 바꾸려는 기업은 필연적으로 세상을 보호해야 한다는 슬로건처럼 옥사곤은 첨단산업, 제조업, 물류업의 그린 혁신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해양 도시라는 정체성을 살려 해양 과학 및 생태계를 연구하고 보호할 수 있는 기관·비영리 기구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힌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플랜 및 참여 기업들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더 라인에 이어 옥사곤의 비전을 보면 네옴 프로젝트가 겨냥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트로제나: 메마른 사막을 동계 스포츠 관광지로
최근 세계적인 브라질 축구선수 네이마르가 파리 생제르맹에서 알 힐라로 이적했다. 알 힐라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 리그(SPL) 프로팀이다. 알 힐라로 이적한 네이마르의 예상 연봉은 2,188억 원 전 세계 3위이다. 전 세계 1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291억 원, 알 나스르), 카림 벤제마(2,921억 원, 알 이티하드)이다. 이 둘 또한 현재 SPL에서 뛰고 있다. 이처럼 주요 스타 선수들이 SPL에 뛰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계 축구 4대 리그에 들지도 않는 SPL이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급부상하는 중이다. 고액의 축구 선수들을 천문학적인 돈으로 사들이는 SPL 배경에는 마찬가지로 비전 2030, 석유가 아닌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 국가로 사우디를 탈바꿈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중 빈 살만은 사우디를 세계적인 스포츠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축구뿐 아니라 골프, 자동차 경주, 복싱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이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네옴 프로젝트가 바로 트로제나이다. 트로제나는 사막에 초대형 산악 스키 및 리조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사실상 눈이 오지 않는 사우디에서 동계 스포츠를 겨냥한 최대의 산악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이 거대한 포부는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겠다는 빈 살만의 야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트로제나는 이미 2029년 동계 아시안 게임이 예정되어 있으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다.
트로제나에는 3km 길이의 인공호수와 2,400m 높이의 스키 마을 및 리조트가 건설될 예정이다. 관광객들은 스키를 탄 채 인공눈으로 뒤덮인 이곳의 슬로프를 내려올 것이며, 눈이 없을 때는 산악자전거 등 산악 지형을 활용한 다른 스포츠를 즐길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겨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인공 산과 인공 호수를 만들어 SF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미감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주거가 가능한 스키 마을인 일명 미래형 수직-접힌 마을(Futuristic folded-vertical village)은 위아래로 길게 뻗은 형태로 디자인돼 마치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처럼 도시가 반으로 접힌 듯한 기이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한다. 다른 네옴 시티가 그랬던 것처럼 트로제나 또한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될 예정이다.
장기 집권을 위한 그린워싱이란 비판
그럼에도 네옴 프로젝트는 빈 살만 왕세자의 장기 집권을 위한 그린워싱이란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가 다른 축으로 펼치고 있는 스포츠 메카 전략이 왜 스포츠 워싱이란 비판을 받는지 그 이유를 살펴본다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포츠 워싱이란 스포츠와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 눈속임)의 합성어로, 특정 국가 또한 집단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스포츠팀을 운영 또는 후원하거나 관련 이벤트를 개최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과거 80년대 3S 정책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사우디의 스포츠 워싱은 빈 살만의 봉건 독재, 언론인 살해, 반체제 인사 감금 등 갖가지 반인권적 행위를 스포츠로 희석하려는 속셈으로도 풀이된다. BBC 또한 작년 2월 네옴과 관련된 기사 Neom: What’s the green truth behind a planned eco-city in the Saudi desert?를 배포하면서 “지구의 건강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인류가 발전하는 내일을 위한 청사진”처럼 보이지만 이는 빈 살만이 현실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해 환경을 강조하는 하나의 그린워싱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 사우디는 2022년 COP26 기후 회의에서 헤드라인 녹색 서약을 한 지 몇 주 만에 석유 생산량을 늘린다고 발표했으며 네옴에서 발표된 재생 가능 에너지 중 몇몇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기술적 낙관주의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오히려 이러한 거대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두 개의 도시가 철거되었고 거주민 2만 명은 적절한 보상 없이 강제로 쫓겨났다고 밝혔다. COP26을 비롯해 국제 무대에서 보인 사우디의 태도로 인해 전문가들은 과연 사우디가 정말로 화석 연료를 포기하고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네옴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발표함으로써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네옴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그 어떤 국가도 쉽사리 꿈꾸지 못한, 다분히 콘셉추얼한 도시를 그리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류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해 줄 미래형 도시가 될지, 아니면 한 독재자의 사탕발림이 될지는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지켜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