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Art X NFT: Key-Trend Report>는 팬데믹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미술시장의 변화를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사람(People), 기술(Tech), 미래(Future)의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봅니다.


지가은

미팅룸 아트 아카이브 연구팀 디렉터

 

3 Dots

1. 팬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의존도의 증가 속에서 디지털 재난과 대응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디지털 아카이브와 NFT의 시스템과 관리 방식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보안 안정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

3. 점점 더 가속화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재난에 알맞은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관리 체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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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큐레이터와 아키비스트, 작품복원가, 연구자로 구성된 비영리 연구단체 미팅룸(meetingroom)은 최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중 ‘아카이브와 재난’을 주제로 하는 5장은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이 문화유산의 기록관으로서 수집하고 관리하는 아트 아카이브가 맞닥뜨릴 수 있는 물리적 재난과 디지털 재난을 다루고 있다. 팬데믹 이후 예술 시장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디지털 기술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아카이브와 디지털 재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형태와 소속을 가진 아카이브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큰 질문들을 바탕으로 기록물의 특수성에 따른 각자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다.

 

그렇다면 디지털 재난이란 무엇일까? 디지털 재난의 사전적의미는 ‘기술적 오류, 사이버 침해 및 해킹과 같은 사이버 테러 등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위험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국민의 생명, 재산과 국가에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재난’이다. 2018년 11월,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의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KT 망을 사용하는 서울 일대와 일부 수도권 지역이 초고속 인터넷과 유무선 통신 서비스에 장애를 겪었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 사고로 휴대폰이나 공중전화의 사용이 불가했을 뿐 아니라, ATM과 신용카드 단말기도 작동하지 않아 일대 상거래와 금융업무가 모두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화재 진압, 피해 복구와 보상까지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화재라는 물리적 재난이 통신망과 인터넷을 마비시키고, 그로 인해 연쇄적인 여파가 발생하며 피해 규모가 상당해진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이와 같은 사례만 보아도 물리적인 재난이 온라인 재난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처럼 IT 기술력과 수용력,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높은 국가는 이러한 디지털 재난의 위험에 더 취약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술계의 온라인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디지털 재난에 대한 위험도도 높아졌다. 국내외 미술관과 박물관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개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디지털 오픈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하고 있고, 미술 시장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전시와 판매를 이어가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소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고 온라인 채널이 다양화되면서 전산시스템과 정보의 유통 경로상 존재할 수 있는 취약 지점도 점점 더 늘어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하는 플랫폼으로서의 디지털 아카이브가 수많은 이용자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노력이 필요해진다. 또한 디지털 시스템의 인프라나 사용되는 IT 기술의 유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수많은 문화예술기관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백업하고 관리하고, 데이터 보안을 외부 업체에 의존한다. 이처럼 하나의 서버에 집중된 위험한 데이터 보관 과정에서 온라인 금융 거래 보안의 취약점이 드러나면 자칫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데이터의 동시 분산 저장과 스마트 계약이 등장하며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에 대한 관리와 보완 체계는 미비하다. 미술 시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예술 작품의 데이터 관리, 작품의 보증과 감정 평가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NFT 아트가 등장하면서 복제 가능성에 따른 원본성의 문제로 소장 가치가 저평가되었던 디지털 아트 시장은 전환점을 맞았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 만큼, 신생 온라인 마켓의 호황을 틈타 범죄를 시도하는 해커들도 증가했다. NFT 시장의 보안은 아직 충분히 안정화되지 않았다.

 

디지털 아카이브, NFT 모두 구체적인 재난 관리 체제가 필요하다. 재난 관리의 기본 요소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따른 온·오프라인 통합 재난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매뉴얼을 만들기에 앞서, 재난 유형을 특화한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술계의 기록물이나 데이터의 경우 아트 아카이브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진품성, 원본성, 저작권과 같은 사안들도 함께 다뤄야 해서 더 복잡하지만, 그러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만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종류나 거래 형태에 따라 데이터의 중요도와 잠재적인 재난의 위험 요인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순위에 따른 순차적 대응과 응급 복구, 사후처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재난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IT 기술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야 하며,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기 점검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시적인 관점으로 주도할 수 있는 보안전문가 인력의 확보도 필수다.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을 누리는 만큼 그 이면에 자리한 문제점과 과제, 아직 파악하지 못한 또 다른 위협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가 이 디지털 사회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