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문화·예술·교육·사회 전반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젊은 예술, 생각을 디자인하다>. 작가의 태도, 가치관, 창의성, 소통, 감성이 반영되는 작업이나 작품활동 이야기, 작가 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며, 문화예술이 우리 삶과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강점을 알아보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임정연

UX 디자이너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임정연. 대기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그녀가 홀연히 사표를 던지고 미국행을 선택했던 건 디자이너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을 디자인에 녹이며 ‘디자이너는 사람을 연구하는 커뮤니케이터’라고 말하는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 임정연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PART 1.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UX 디자이너, Entrepreneurship Coach로 일하고 있는 임정연입니다.

 

Q. 임정연 디자이너의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서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의대를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수능 성적이 의대에 진학 할 만큼 안 나왔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됐죠. 워낙 컴퓨터 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배웠었거든요. 그래서 대학에서 컴퓨터학과를 선택했어요. 대학교를 졸업 전에 대기업에 취직이 되어서 일단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핸드폰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들어갔는데, 그 회사를 약 3년 반 정도를 다녔어요. 그때 알았죠. ‘아,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않구나.’ 그런 저 자신을 보게 되니 평생 이 일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평생 하는 일은 저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제가 즐겁게 해야 하는데 그 당시 저는 즐겁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뭘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디자인이라는 게 약간 막연하게 느껴져서 제가 왜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민하다 보니까 제가 3년 반 동안 해 온 일이 휴대폰을 만드는 일이었잖아요. 사실 휴대폰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누군가와 나눠서 사용하는 기계가 아니잖아요. 휴대폰은 저 혼자 사용하는 오로지 제 것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계속 친구같이 함께 하는 거잖아요.

 

사람이랑 굉장히 밀접해요. 사람이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핵심이기도 하고요. 사람이 어떤 과정에서 사용하는지가 핵심이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늘 생각했거든요. 제가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걸 가장 잘 해요. 그래서 이 부분을 디자인과 엮어서 생각해보게 됐죠. 예를 들면 항상 카페에 가면 아이스아메리카노만 주문하는 친구가 있어요. 저는 한겨울에도 그 친구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러면 제가 카페에 미리 가서 그 친구의 음료를 주문해 줄 수 있잖아요. 간단하죠.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그 친구가 뭘 필요로 하는지 아는 거죠. 그러면 바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저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즐겁고 잘해요.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는 게 즐겁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것들을 디자인하고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러던 중에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HCD(Human Center Design)라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라는 분야도 알게 됐고요.

 

Q. HCD(Human Center Design)는 조금 생소한데요?

 

아, 굉장히 간단해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디자인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지금 제가 탁자가 필요하다고 가정해요. 원형 탁자가 좋아서 원형 탁자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 탁자를 다시 누군가에게 판매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탁자를 사용할 사람들, 탁자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의 필요 목적에 맞게 디자인을 하는 거예요. 그런 분야가 HCD(Human Center Design)에요. 그래서 방법론을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돼서 전공을 바꾸고 공부를 하러 갔어요.

 

Q.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의 영역은 자신의 작업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을 디자인으로 풀게 된 것은 단순히 즐거워서, 좋아서였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동기부여가 되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냥 저만 좋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두 명이 즐거우면 좋고, 네 명이 즐거우면 더 좋은 거잖아요. 그래서 저만 하고 싶은 것 말고 제가 뭔가를 했는데 누군가 같이 즐길 수 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모든 일은 영향력이 있잖아요. 저는 디자인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해보고 싶었고, 그 분야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디자인은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기존에 있는 것을 리디자인 하는 일도 있지만 저는 새로운 가치를 조금 더 얹어서 사람들에게 정말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디자인이 영향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하고 싶었고, 그 새로움이 뭘까 고민하게 됐어요.

 

모두 인정해 주지 않는 새로움은 새로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혼자만 ‘이건 새로워. 난 이게 너무 새로워서 좋아.’ 이런 것보다 다른 사람들도 ‘어? 이건 새롭네.’ 공감하는 게 정말 새로운 것이고 그렇게 해야 인정받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을거니까요.

 

Q. 최근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에 대해 많이 리서치하게 되는데요. 임정연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도 이 부분을 어려워하는데, 방법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은 디자이너처럼 생각하기를 가르쳐 주는 거예요. 왜냐하면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은 비즈니스 스쿨에서 나왔거든요.

 

경영학과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공부 하잖아요. ‘어떻게 비즈니스를 할까?’ BM을 개발하거나 어떻게 해서 사람들을 일 하게 할까? 여러 가지를 하는데 그 중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BM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을 찾다 보니까 디자이너들이 어떤 방법론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게 누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 디자이너는 기본적으로 일 할 때나 어떤 아이디어 인사이트를 낼 때 어쩌면 의식적일지 모를, 프로세스를 갖고 있었어요. 연구해보니까 디자이너들이 정해진 프로세스를 거치고 있었던 거죠. 처음에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다음에 그 문제를 찾기 위해서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분석하고, 그다음에 그 사람으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어서 그 인사이트를 실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 본 다음에 이게 Working 할까? 실험 해보고, 그다음에 실제로 만들어 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어디에 사용할 건인지, 누가 볼건지, 어디에 붙일 건지, 한 번 프린트 해 볼까? 실제로 하는 걸 볼까? 그다음에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요. 디자이너는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는 일들이 그냥 책상에 앉아서 뚝딱 만드는 것보다 결과물이 좋고, 인사이트가 좋았던거죠. 사실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방법론은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들이 만든 게 아니에요. 그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만든 거예요. 그걸 역으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으로 사람들한테 가르쳐본 결과가 요즘 나오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그냥 문제를 해결하고 솔루션만 찾으려고 했었는데 이 방법론을 배운 사람들이 문제해결 능력이 조금 올라오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려고 하거든요. 사람과의 공감 포인트를 잘 찾아내니까 깊이가 달라지죠. 그다음에 공급자 마인드가 아니라 정말 사용할 사람들도 진짜 그 문제를 해결했을 때 이득을 본 사람들한테 더 맞춰서 문제가 해결되니까 그 효과들이 서비스 디자인이나 다른 디지털 프로덕트를 하는 여러 군데에서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Q. 지금 하고 계신 UX(User Experience) 디자인도 방금 설명해주신 맥락으로 하시는 건가요?

 

그런 맥락으로 하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조금 어려워요. 왜냐하면, 학교에서 리서치 하는 걸 많이 가르치잖아요. 실제 제가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사람을 직접 만나보잖아요.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디자인한다면, 실제 운전하는 사람 옆에 함께 타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내비게이션을 어떻게 사용하면서 운전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보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사람이 어떤 문제를 겪는지 생각하게 되죠. 문제가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다르지만 공통적인 문제도 있거든요. 그 문제가 남자여서 겪는 문제도 있고, 여자여서 겪는 문제도 있고요. 인지 능력이 떨어져서 내비게이션을 보기 힘들다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인터넷을 찾아본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에요. 저는 현장에서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고 조사해서 나오는 그 결과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그런 활동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잖아요. 시간이 할애되지 않는 이상 현장 인터뷰나 현장에서의 결과를 충분히 얻을 수 없어서 그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고요. 현장조사를 못하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수집을 많이 합니다. 설문조사라도 해서 최대한 가깝게 문제를 공감하는 활동을 해요.

 

공감인 것 같아요. 실제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에 감정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뭘까? 실제로 그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제가 알아야 해결을 해 줄 수 있잖아요. 그런 걸 알고 공감하기 위해서 그 부분을 가장 노력하고요. 그 과정을 거치고, 수집한 자료와 비교해 봐요.

 

인터뷰할 때 상대가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말해주지만 사실 그 안에는 다른 목소리가 있거든요. 인터뷰이를 보면 저는 그런 걸 느껴요. 예를 들어서 카카오톡도 PV이라고 말하는데 페이지뷰가 가장 높은 페이지가 카카오톡에서 어디일 것 같으세요? 친구 리스트도 있고, 채팅창도 있고, 설정도 있고, 내 프로필도 있잖아요. 대부분 채팅창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이 카카오톡에서 가장 많이 보는 페이지는 친구리스트예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사람들이 채팅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단순히 친구 리스트를 넘기면서 친구의 프로필 확인하는 것을 굉장히 많이 해요. 친구들의 프로필에 있는 사진을 안부를 확인하는 용도로 굉장히 많이 사용해요. 제가 그런 인터뷰를 할 때 친구리스트를 본다는 대답을 하거든요.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행위를 보면 뭐가 나타나느냐, 바로 카카오톡을 단순히 채팅 용도가 아닌 자신의 쓸쓸함을 위로하는 툴로 사용한다는 거예요. 이런 인터뷰 과정을 통해 채팅 툴이 아니라 그 이면의 요구를 꺼내서 좀 다른 서비스를 만들 수 있거든요. 다른 기능을 만드는 거죠. 그러면 그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요구가 채워지니까 서비스를 활용해서 다른 것들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요즘 기획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인사이트를 얻어서 적용하는 식으로 디자인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PART 2. 아티스트의 작품활동과 관점을 살펴보다

 

 

Q. UI와 UX의 정확한 차이가 뭔지 궁금해요.

 

UX는 그냥 ‘User Experience’고 UI는 ‘User Interface’잖아요. 두 가지를 나누기 애매하지만 제가 나눠보자면(이건 제가 임의로 구분하는 거예요), UX(User Experience)가 조금 더 총체적인 경험인 것 같아요. UI(User Interface)는 Interface의 휴대폰의 화면도 휴대폰과 저를 Interface 해주잖아요. 그다음에 컴퓨터에서도 컴퓨터 화면의 프로그램이 저와 컴퓨터를 Interface 해주고요. 그래서 그 영역만 한정한다면 사실 UX(User Experience)는 조금 더 입체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휴대폰을 이용하면서 나오는 경험까지 포괄한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눈에 보이거나 들리는 것은 오감에 따른 것이고, 그다음에 이용하면서 느끼는 경험들을 촉진 한다거나 하는 UX(User Experience)가 더 큰 경험, 더 큰 범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지금 하고 계신 일이 UX 기획 쪽 이신가요?

 

UX(User Experience) 기획하고 UI(User Interface) 설계하고요. 아까 말씀드린 화면 설계나 서비스도 PM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말씀을 들어보니까 일을 하면서 방향을 잡아오신 것 같아요. 사람에 관심이 있고, 타인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을 일 하면서 배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관심사였다가 일을 하면서 조금 더 접목하게 됐죠.

 

Q. 그런데 어떻게 보면 첫 직업이었던 컴퓨터 공학과 소프트웨어 개발이 목적은 있지만 혼자 연구하는 시간이 길지 않나요?

 

대부분 혼자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좀 큰 규모의 회사에 있었으니까 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작업은 혼자 하지 않거든요. 굉장한 팀워크를 필요로 해요. 한 팀이 150명 정도 되거든요. 150명의 인원이 같이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래서 개발도 깊숙하게 들어가면 굉장한 팀워크가 필요해요.

 

제가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팀워크에 대한 인상적인 경험이 있어요. 석사 과정을 뽑을 때 일부러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을 뽑아요. 그러니까 디자인 전공자만 뽑는 게 아니라 수학 전공한 사람, 영문학 전공한 사람, 그다음에 저처럼 공학을 전공한 사람,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 심리학 전공한 사람, 마케팅 전공한 사람까지 다양하게 뽑는 거죠. 스튜디오 수업을 하는데 처음에 팀을 짤때도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을 섞어서 팀을 짜요.

 

그러면 연구 대상은 같지만, 그에 대한 견해를 내놓을 때 백그라운드가 다르니까 다양한 관점을 내놓잖아요. 결과물을 낼 때 상당히 도움이 돼요. 그리고 경험 디자인이니까 심리학도 많이 연관이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한 친구들과 연구를 함께 하면 도움이 많이 되고 재미있어요. 그런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 일은 무조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학교 때부터 팀워크 과제는 팀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하고, 팀프로젝트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꼭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이 모여 어떤 결과를 도출하는지 많이 배우니까 저는 그 부분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Q.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게 된 이유가 따로 있었나요?

 

제가 유학을 갈 때 UX(User Experience) 디자인 분야가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지금은 카이스트하고 연대 쪽에 ‘HCI Lab’이 있는 거로 아는데 그때는 한국에 활성화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미국에 가게 됐어요. 미국은 가서 배우고 싶은 학교들이 있었거든요.

 

Q. 처음에 UX 디자인을 배우러 유학 갔을 때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제가 유학 갔을 때 신기한 게 뭐였냐 하면 첫 시간 팀프로젝트에서 합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였어요. 저는 ‘왜 이런 걸 가르쳐주지?’ 의아했는데 합의하는 방법이 뭐냐면 팀 프로젝트를 할 때 의견에 대해 꼭 투표를 하라는 거였어요. 의견을 합의 할 때 꼭 ‘Thumbs up , Thumbs down’을 해서 무조건 투표를 하라는 거예요.

 

저는 ‘뭘 이런 걸 수업시간에까지 가르치나’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굉장히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미국에 있을 때는 못 느꼈는데, 한국에 오니까 필요성이 느껴지더라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할 때 어떻게 보면 반응이 좀 부족한 편이잖아요. 그리고 일을 즐겁게 안 하잖아요. 아, 물론 우리 회사마다 다를 수 있어요. 저는 회사에서 회의하면서 느낀 게 사람들이 굉장히 의젓하게 회의를 한다고 느꼈어요.

 

누군가 의견 내놓으면 대부분 좋은 면을 이야기하기보다 싫은 부분을 지적하고 얘기하죠. ‘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식의 얘기만 해요. 그런데 그냥 솔직하게 ‘어? 좋은 것 같은데?’ 이런 반응을 해 주고, 서로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넘어가니까 오히려 의사결정이 빨리 진행되고, 회의 시간도 줄일 수 있어요. 그래서 느꼈어요. 팀프로젝트나 회의에서 의견을 모으고 합의하는 방법을 왜 가르쳐 주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사람이랑 일할 때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을 먼저 알려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한국이 갖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있잖아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적 한계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저도 연구하는 중이에요. 우리 회사도 지금은 스타트업인데,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분위기가 굉장히 부드러울 것 같잖아요. 그런데도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일단은 문화적인 게 굉장히 큰 것 같아요. 학교에서 회의하는 방법도 가르쳤었어요. 분명히 회의를 잘 하는 법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회의를 잘 하는 방법에 관해 쓴 책들에도 나와 있겠지만, 회의를 잘하는 법 중에 미리 아젠다를 공유하는 게 있어요.

 

회의 자리는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생각한 걸 가지고 와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준비를 안 하고 그냥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회의가 있어요. 저는 그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자리에 와서 생각하고 의견을 이야기하니까 즉석에서 나누는 것만 논의가 되고 깊이 있는 논의가 되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원론적인 부분일 수 있지만, 회의를 잘하는 방법을 사람들한테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회의를 주최하는 사람이 처음에 브리핑해요. 오늘 회의 목적 등의 아젠다를 공유하고 시간을 정해서 알려줘요.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정리해서 하는 회의 방식을 구성원이 같이할 수 있게 하면 조금 더 나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는 공간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는 회의를 한다고 하면 회의실에 앉아서 전부 화이트보드를 보고 있는 분위기가 연상되잖아요. 저는 학교에서 스튜디오 수업할 때 학생들끼리 회의를 하니까 그렇겠지만 누워서도 하고 굉장히 자유롭게 했거든요. 아니면 어떤 특정한 공간에서도 하고요. 저는 원형 테이블에서 하는 회의를 좋아해요. 원형 테이블에 앉으면 그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게 있는데 벌써 그렇게만 앉아도 회의 분위기가 달라져요. 그런 회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 의견 교환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문화랑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제가 알기론 ‘배달의 민족’ 같은 데는 그런 부분을 굉장히 많이 신경 쓰고 있다고 들었어요. 회의실 같은 장소도 편안한 놀이터 같은 분위기로 하고 계단으로도 만들고 방으로 만들어서 격식 없이 진행될 수 있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Q. 공학베이스와 디자인을 하는 분들의 언어가 다르고, 그런 부분 때문에 서로 원했던 결과물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제가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에 그런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했는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층이 많아요. 저는 프론트 쪽 일을 했었어요. 그러니까 디자이너가 디자인해서 넘기면 제가 개발을 하고, 다음 엔지니어들한테 넘기는 그러니까 제가 중간 역할인 셈이죠.

 

사실 디자이너와 소통이 굉장히 어렵거든요. 특히 프론트 쪽으로 올수록 일을 하면서 디자이너와 계속 소통 해야 하니까요. 소통을 많이 할수록 결과물이 더 잘 나오기도 해요. 그 당시 제가 중간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그때 깨달은 게 저 자신이 디자이너의 마인드와 더 가깝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디자이너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 부분을 극복하는 방법은 대화밖에 없는 것 같아요. 대화와 공감. 일단 대화를 많이 하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잖아요. 같이 일하기 편해지는 건 그다음인 것 같아요. 공감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공감 능력이 있으면 아무리 디자인을 잘 모르는 엔지니어라도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말하는 거지?’라는 궁금증부터 시작해서 ‘아, 내가 조금 알아볼까?’ 이런 식으로 노력하는 거죠. 그런 노력 자체를 안 하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Q. 공감 능력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타고나야만 가능한지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는 건지 궁금해요. 일을 할 때도 공감이 필요하니까요

 

혼자 공감하는 것도 좋은 거예요. 개인적인 노력, 그러니까 일단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이트를 많이 얻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잖아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거죠. 계속 시간을 보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공감에 있어서 가장 좋은 건 사실 스킨십인 것 같아요. 계속 만나고 상대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거리감이 있으면 공감할 수 없으니까요. 친구를 사귀는 것과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처음 만난 사람하고도 잘한다면 공감 능력이 올라가는 것 같아요. 불편한 상태에서는 말이 잘 안 나오니까 처음에 Ice Breaking도 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분위기가 편해지고 이야기기가 나오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다 보면 마음이 열리고 그런 활동이 쌓여서 공감 능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디자인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장식적인 부분,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디자인에 대한 정의가 계속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디자인은 사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디자인인 것 같고요. 사실 예쁜 게 보이기 위한 것 역시 못생긴 문제를 해결해서 예쁘게 보이는 거로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Q. 디자인으로 ‘불편한 것을 해결 하는 것’과 ‘더 나은걸 만드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으세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을 할 때, 제가 불편해서 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사람의 불편요소를 알아내고 그 부분을 해결해 주고 싶은 욕구가 제일 크고요. 두 번째는 그 사람이 불편하다고 못 느끼는 것까지를 끄집어내서 해결해 주는 게 두 번째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해 줬을 때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면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큼만 이야기해요. 그런데 저는 더 나아가서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생각할까?’ 그 사람을 더 자세히 관찰한다거나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보게 되죠. 지금 직면한 문제만 해결해주는 것은 영속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이 지금 직면한 문제에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불편 요소를 해결해 준다면 더 감동을 할 것이고 더 넓은 경험을 하게 될 거로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죠.

 

Q. 디자이너가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하겠네요?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UX(User Experience) 디자인에서는 사람들의 필요를 끌어내기도 해야 하고, 일 하는 것 자체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여러 분야의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어떤 결과물을 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되니까 그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융합해서 인사이트를 내는 게 좋은 결과물이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큰 중심이 되죠.

 


PART 3. 기획자도 창작자다

 

 

Q. 사람들한테 반응이 좋았거나 개인적으로 뿌듯했던 작업 혹은 순간마다 경험하는 무언가가 있나요?

 

요즘에는 다 새로운 것을 원하죠. 그래서 혁신이라는 말도 계속 각광을 받는 거고요. 제가 의뢰받는 분야가 제가 모르는 분야더라도 새롭게 방향을 제시해야 하죠. 기존에는 금융이라면 은행이나 증권사를 떠올렸었는데 제가 디자인을 하는 결과물에 의해서 사람들이 은행이나 증권사보다 ‘돈을 필요한 사람들한테 제공해 주는 금융의 형태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거죠. 다른 형태를 제공해 주는 것에 대해서 저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도 어떻게 보면 의뢰 받고 디자인을 하잖아요.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일을 할 때 그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그 영역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도전하는 게 사실 좋아요 그래서 제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그만큼 안 다음에 디자이너로서 그 분야에서 새로움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좋죠.

 

Q. 도전하는 것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

 

도전하는 것과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에 희열을 느껴요.

 

Q. 작은 차이를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기쁨이 있으신 것 같아요.

 

틀을 깨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은행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은행에 가면 직원이 앉아 있고, 통장을 주고 돈을 받는다. 조금 발전해서, 인터넷뱅킹 정도로 은행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금융을 이해하는 방법을 다르게 제시를 해주면 기존의 틀이 깨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인식을 전환해줄 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Q. ‘크라우드펀딩’ 회사에서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크라우드펀딩’도 이제는 익숙해져 가는 단어인 것 같은데…

 

‘크라우드펀딩’이 흔한 단어가 됐다고 하면 정말 다행인데 아직 부족해서 인식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해요. SNS와 친한 분들은 다 아는데 나이 드신 분들은 아직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이제 더 널리 알려야 되겠죠. 제가 ‘크라우드펀딩’ 회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저는 크라우드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어요.

 

펀딩을 크라우드 판단에 맡기고, 크라우드들이 모이고 소셜 개인 개인이 모여서 큰 힘을 만들 수 있다는 거에 관심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제가 디자인을 할 때 혼자만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과 사람을 이어줄 수 있는지, 혼자 하면 작은 힘인데 여럿이 하면은 큰 힘이 되니까 어떻게 해야 그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제 관심 분야거든요.

 

한 사람한테 돈을 빌리면 액수가 적겠지만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천 명, 만 명 모아서 그 사람들한테 돈을 조달받을 수 있고, 사람들이 모이면 사실 돈만 조달해 주는 게 아니라 사람을 지지해 주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볼 때 ‘크라우드펀딩’은 누군가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관심을 갖는 그런 구조를 한 기업, 한 창작자, 한 디자이너를 키워내는 데 접목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크라우드펀딩’에 도전을 하게 되었죠.

 

Q. 일을 하면서 최근의 고민이 있다면?

 

사람을 많이 모으는 디자인하고 싶은데 힘든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모을까부터 시작해서요. 일단 매개체가 인터넷이잖아요. 인터넷이나 저희 서비스로 모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냥 모이지 않아요. 사람들도 혜택이 있어야 모이거나 관심을 두기 때문에 어떻게 사람을 모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요. 그리고 사람이 모였을 때 어떤 가치를 줄까에 대한 고민을 하죠. 저희한테 오는 기업들은 돈만 받아도 좋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투자한 사람들에게도 돈을 준만큼의 어떤 경험을 주어야 하잖아요. 어떤 가치를 받아서 갈 수 있게 해줄지 그런 부분을 디자인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Q. 디자인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저는 사실 시간이 많이 부족해요. 다른 디자이너들 보면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분들은 여행을 가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특히 IT분야는 더 그래요. IT 쪽은 개발도 해야 하니까요. 저는 디자인 이후에 개발이 될 때까지 같이 봐야 되거든요. 그래서 더 바쁜데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물으면 인터넷 리서치를 많이 한다고 대답해요.

 

리서치를 놓칠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보다는 외국 자료를 많이 봐요. 아무래도 미국 실리콘밸리나 테크크런치에서 스타트업 자료들 나오는 것들을 많이 보는 게 원천이 되는 것 같아요. 그다음이 생각하는 시간인데 요즘에는 사실 영감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지 않아요. 굉장히 기계적으로 일해요. 저는 이미 시니어니까 주니어들한테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많이 내줘요.

 

‘포커스데이’라는 제도를 주고 있는데. 제가 어느 책에서 봤는데 사람이 일이 많으면 그걸 다 처리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하루나 어떤 시간을 정해서 그 시간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팀원들은 일주일마다 요일을 정해서 반나절씩 시간을 가져요. 그 시간에는 그냥 카페나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 가서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책을 보거나 서치를 하거나 하는 시간을 주는 거죠. 팀원들 양심에 맡기는데, 그 시간에 놀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해서 자기의 일에 있어서 역량개발을 하는 시간을 갖는 거죠. 디자이너는 새로운 것들을 찾아보고 역량개발을 하는 시간을 안 가지면 할 수 없는 직업이거든요. 그리고 엉뚱한 데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되게 많거든요.

 


PART 4. 공식질문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의 역할은?”

 

 

Q. 딱딱한 질문일 수 있지만 디자인이 사람에게 왜 필요할까요?

 

어디에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는 창조해내는 영향력이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들이 세상에 없던 것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Q.앞으로는 어떤 걸 하고 싶으세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서비스에요. 사람과 사람이 서비스를 통해서 연결되는 것은 많은데 이 사람들이 그룹으로 묶어서 큰 힘을 내는 것이요.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을 디자인 하고 싶어요. 그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내고 협동하는 것. 그다음에 협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 저는 그런 쪽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추상적이긴 한데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거나 아니면 어떤 공간을 만들어서 거기에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게 한다거나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그 사람들이 더 협동을 잘 하게 하는 것을 어떻게 디자인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두 번째는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어요. 저도 전공을 바꿔서 새로운 분야를 교육받으면서 생각하는 게 많이 바뀌었어요. ‘Design Thinking’이 유행으로 그칠 수도 있고 계속 갈 수도 있지만 ‘Design Thinking’의 핵심이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저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다음 세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키워주고 싶어요.

 

Q. 교육에 관심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 해 본다면 어떤 그림일까요?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쳐주고 싶은데 자기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기가 초등학교 1, 2학년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에 가자마자 국·영·수를 배우잖아요. 저는 그 부분이 가장 아쉬워요. 국·영·수를 배우기 전에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그걸 알고 학문을 바라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저 역시도 그냥 주어지는 교육을 받았잖아요. 디자인을 해야 되니까 더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도 있는데, 미국의 교육과정이나 여러 가지를 좀 보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생각하게 하고, 생각을 서로 교환하면서 생각을 합하고 어떤 결과를 내고 이 부분을 가르치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다음에 ‘Design Thinking’에서 생각하는 원리에 대해서나 생각을 점차적으로 구체화해가는 걸 배우면서 생각이 창의력의 핵심이고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그 부분을 초등학교 과정에 접목해서 가르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본인이 생각하는 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흘러갔으면 좋겠는지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동물로 태어난 것 같아요. 그런데 교육 때문에 그 창의력이 죽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창의력을 계속 어떻게 계발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해요. 이제 전문분야에서도 다 창의력을 요구하거든요. 예술 분야에서만 창의력을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창의력을 터트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들을 먼저 교육하고 나서 그다음에 학문적인 옷을 좀 입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런 부분이 갖춰지면 문화예술 영역도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Q.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라는 구성원으로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세상은 굉장히 넓어요. 그리고 갖춰진 모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젊은 사람들이 좁은 틀을 갖지 않도록,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새로운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일을 디자이너로서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로 세상을 뒤집을 수는 없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을 보여주면 다음 세대가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해서 그들이 조금 더 넓게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희망이에요. 제가 길을 터놓으면 다음 세대들이 와서 이어가고, 그다음 세대가 이어가서 다르게 생각하고 세상을 다르게 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데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