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 Dots 

▪ 숏폼은 어느덧 독서의 적(敵)이란 오명을 벗고 잘파세대의 든든한 독서 조력자가 되었다. 

▪ 셀럽의 손에 들린 책의 판매율이 급증함에 따라 공항 패션만큼이나 “공항 책”이 각광을 받고 있다. 

▪  출판사들은 잘파세대가 열광하는 팝업 스토어 열풍에 합류해 읽는 책에서 경험하는 책으로 독서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2022년 (미국) 출판 수치는 다소 우울했습니다. 3억 3,200만 명의 인구가 사는 나라에서 약 30만 권의 책 중 50만 부 이상 팔린 책은 28권에 불과합니다. 그중 8권은 콜린 후버(Colleen Hoover)라는 한 작가의 책이었습니다. 상위 100위권 도서를 지나면 그 수치는 끔찍합니다. 평균적으로 책 한 권이 200부 팔립니다. 평균적인 베스트셀러는 약 2,000부가 판매됩니다. 거의 모든 중요한 도서 판매는 커뮤니티, 즉 일반적으로 북클럽, 저자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 또는 관심사 그룹을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출판사는 매년 너무 많은 책을 내놓기 때문에 독자는 선택 피로 증상을 겪게 되어 익숙한 타이틀만 찾게 됩니다.

– 저술가 제이슨 콜라비토(Jason Colavito)의 2023년 1월 X(구. 트위터)의 코멘트

 

자라나는 세대의 문해력을 걱정하는 많은 기성세대에게 SNS, 그중에서도 숏폼(short form) 콘텐츠는 긴 글을 읽기 싫어하게 만드는 주원인으로 보일 것이다. 2023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리포트(메조미디어)에 따르면 대한민국 10대의 하루 평균 숏폼 채널 이용 시간은 63분으로, 전체 평균(35분)의 두 배 가까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유튜브 동영상 길이 또한 짧은 것을 선호해 평균치인 16분보다 짧은 13분 안팎의 동영상을 좋아하며, 연령대 중 가장 짧은 시간의 영상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독서 전문가가 긴 글은커녕 읽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멀어지고 도서 판매량의 하락을 이끄는 원인으로 주목하는 것 역시 SNS, 그중에서도 숏폼으로 나타났다.

 

숏폼의 열풍을 이끈 최초의 플랫폼은 바로 중국의 IT기업 틱톡(TikTok)이다. 이미 유튜브로 다양한 영상의 매력에 빠진 현대인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 틱톡은 어플 제작 영상은 최대 15초, 업로드 영상은 최대 60초라는 극도로 짧은 영상 서비스를 실시했고, 출시 1년 만에 중국에서 1억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이후 전 세계 10대 사용자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를 본뜬 인스타그램의 릴스, 유튜브의 숏츠 서비스 등 각종 숏폼 서비스를 양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이제 지하철을 탄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영상, 그중에서도 숏폼 영상을 보며 끊임없이 엄지를 쓸어 올리거나 내리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숏폼은 극도로 짧은 영상 재생 시간으로 인해 서사가 있는 콘텐츠보다는 댄스를 비롯한 각종 챌린지 영상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 중 눈에 띄는 인기 키워드가 있다. 하락하는 독서율의 주원인으로 주목되곤 하는 틱톡에서 더없이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 바로 북톡(#booktok)이다.

 

북톡은 출판사의 홍보 영상이 아닌 틱톡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책 읽는 모습이나 책에 대한 리액션을 보여주거나 주제에 따른 책을 소개하며 올린 해시태그로 다양한 북톡 사용자와 독서 경험을 나누는 콘텐츠이다. 틱톡에 따르면 매일 약 1만 9천 400개의 북톡 콘텐츠가 생성되며, 콘텐츠 일일 평균 조회수는 1억 1천 500만 회에 다다른다. 북톡 콘텐츠의 인기로 인해 틱톡 측은 2020년부터 책을 주제로 한 사용자 커뮤니티 북톡(booktok)을 만들었다. 북톡 독서의 특성은 바로 종이책. 영상의 특성상 무엇을 읽고 있는지 보여주기 힘든 ebook보다는 표지를 보여줄 수 있고, 알록달록 색상의 다양한 책이 꽂힌 책장을 배경으로 삼을 수 있는 종이책이 인기가 많다. 자신의 책장을 보여주거나 정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장 투어(bookshelf tour), 홈 라이브리러(home library) 콘텐츠도 북톡의 키워드다.

2022 NDA 집계 베스트셀러 순위 ⓒ NDA
북톡 커뮤니티 ⓒ Tiktok

틱톡, 든든한 독서 조력자가 되다

미국에서는 이제 북톡발(發) 베스트셀러가 특이한 일이 아니다. 북톡으로 인한 역주행의 대표 작가는 바로 콜린 후버(Colleen Hoover)이다. 1979년생 작가인 콜린 후버는 북톡으로 인한 역주행 작가로 알려진 후, 미국의 도서 차트의 상위 랭킹 10위권에 여러 권의 저서와 함께 안정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팔로워 역시 198.8만(2024년 6월 현재)에 달해 어느덧 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2016년에 발간한 저자의 책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무려 5년이 지난 뒤인 2021년부터 북톡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2022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후 현재 126주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다. 또한 2024년 8월 브레이크 라이블리 주연 동명의 영화가 개봉 예정이니 그 인기는 더 오래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 같다.

 

북톡발 베스트셀러의 소식이 북미 지역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와중에 한국에서도 구독자 1.63만 명을 보유한 인디샵 MAGAZINE 채널의 5월의 인디템 모음 영상 중 하나로 소개된 한야 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A Little Life)』(시공사, 2016)가 숏폼의 수혜를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24년 5월 26일에 올라온 이 쇼츠 영상은 북톡에서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인물 주드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읽고 오열하는 해외 쇼츠 영상들을 모아 소개하고 있으며, 6월 9일 현재 600만 회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영상이 바이럴되며 『리틀 라이프』는 짧은 시간 안에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의 온라인 서점에서 모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갑작스러운 주문량 폭주로 인해 예약 판매로 전환될 정도의 판매량이 급증하였다.

 

2015년 출간된 이 책은 부커상, 전미도서상에 후보에 오른 경력이 있으나 발간 뒤 6년 후에 북미 틱톡 유저들의 관심을 받게 되며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했는데 이 영향력이 2024년의 한국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 책을 소개한 인디샵 MAGAZINE이 책 전문 홍보 채널이 아닌 영화, 농구공, 어플, 커피, 조명까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소개할 만한 아이템이라 생각하면 무엇이든 소개하는 채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구간 도서의 갑작스런 베스트셀러 진입에 놀란 출판계 관계자들은 숏폼 영상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하며 출판 마케팅에서의 숏폼 제작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북톡보다는 유튜브의 북튜버들이 강세인 편이다. 대표적인 북튜버인 김겨울, 방송인이자 출판계 인플루언서인 이동진, 조승연 등도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책을 추천하고 있다. 따라서 영상으로 책을 추천하는 크리에이터들은 주로 유튜브에 자신의 영상을 올리는 편이다. 사진이라는 형식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인스타그램은 간단한 책 사진과 리뷰가 주를 이루는 매체로 인스타그램에서도 특정 북인플루언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틱톡의 경우도 아직 미국만큼 활발하지는 않다. 틱톡에서 키워드 #북톡을 검색해 보면 책에 대한 감상 영상보다는 짧은 지식 영상이 상위에 주로 검색되는 편이다. 북톡이라는 검색어보다 책 추천이란 단어로 검색하면 다양한 도서 추천 영상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틱톡에서 추천하는 기타 검색어를 참고해 보면 “눈물 날 정도로 슬픈 책, 후유증 남는 책, 설레는 책 추천, 힘들 때 보면 눈물 펑펑 나오는 영상, 재미있는 책 추천, 소설책”과 같이 평소 좋아하는 북튜버를 구독하며 그가 추천하는 책을 지속적으로 따라 읽는 유튜브 사용자들과 달리 틱톡 사용자들은 순간적인 기분에 어울리는 책을 추천받고 싶어 하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들은 이러한 기타 검색어 제안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주제의 책을 검색하고 추천받게 된다.

 

이번 『리틀 라이프』의 도서 차트 역주행 돌풍은 숏폼의 추천을 즐겨 보며 이것이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잘파 세대의 모습을 띤다. 잘파세대는 Z세대(1990년대 중반~2009년)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생)를 결합한 신조어로, 명실공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잘파세대와 책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멀게 느껴지는 조합이다. 그러나 2022년 영국출판협회(PA)가 16~25세 2,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북톡에서 본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가 48%, “북톡을 통해 독서에 대한 열정을 발견했다”는 응답이 59%에 이르렀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틱톡은 콘텐츠 플랫폼만이 아닌 직접 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한다. (북미) 틱톡샵(tiktokshop)은 출판사 및 출판유통업체인 하퍼콜린스 UK, WH 스미스, 블룸스버리, bookshop.org와 제휴를 맺어 직접 책을 판매한다. 소셜미디어 아마존의 등장이다. 내친김에 출판사까지 도전하고 있다. 틱톡의 소유자인 바이트댄스사는 2023년 4월 8th Note Press라는 출판사를 등록했고, 저자들에게 접촉 중이라는 여러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에 관한 북톡 콘텐츠들 ⓒ Tiktok
작가 콜린 후버(Collen Hoover)의 인스타그램 계정 ⓒ Collen Hoover

독서가 섹시하다고? 텍스트를 사랑하는 잘파세대

출판사들의 이목을 잔뜩 집중시키는 북톡의 열풍과 더불어 최근 잘파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경향성은 놀랍게도 이런 뉘앙스다. 바로 “읽기는 섹시하다”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Z세대가 선망하는 모델 카이아 거버(Kaia Gerber)와의 인터뷰 중 그가 말한 “독서는 정말 섹시하다!(Reading is so sexy!)”를 기사의 제목으로 달며, 달라진 세대의 독서 트렌드에 관해 논했다.

 

기사에 따르면 시끄러운 커피숍보다 조용한 공간을 선호하는 일부 Z세대에게 도서관이 대안공간으로 떠오르며 도서관 방문율이 71% 증가하였고, 또 다른 Z세대의 선망의 대상인 모델 켄달 제너(Kendall Jenner)가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하는 책들이 아마존에서 바로 품절되는 현상을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Z세대들의 독서 범주는 판타지와 로맨스 분야가 다수인 것도 사실이지만 문학 소설, 회고록, 고전 등으로 광범위한 선택을 보여주며 이 중 몇몇 장르에서는 꽤 높은 기준치를 차지했다고 한다. 2023년 가을 지난 가을 미국 도서관협회에서 발표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공공도서관 이용 및 미디어 소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MZ세대 또한 여전히 도서관과 인쇄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국의 행사 예매 플랫폼인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의 자료를 인용하며 2023년 북클럽 관련 행사는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온라인 모임 플랫폼 밋업(Meetup)에서는 10% 증가했다고 알렸다. 오프라 윈프리, 리즈 위더스푼 등 오랫동안 자신만의 북클럽 채널을 지속하는 셀러브리티는 물론, 1-20대의 롤모델에 더 가까운 모델 카이아 거버, 켄달 제너, 팝가수 두아 리파 또한 자신만의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두아 리파는 <Service 95> 라는 온라인 매거진형 문화 콘텐츠 채널을 통해 매달 소개하는 책과 함께 직접 저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영상을 업로드 중이다.  과연 이러한 셀러브리티와 독서 붐은 해외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일까?

영국 가디언지가 소개한 Z세대의 독서 특성의 기사와 모델 카이아 거버의 책 읽는 사진 ⓒ The Guardian
두아 리파의 ‘Service 95’ 북클럽 페이지 ⓒ service95

셀럽의 손을 봐 주세요: 공항 패션+공항 책

블로그를 다시 유행시키고 아날로그 시대의 물품인 연필, 엽서, 만년필 같은 문구를 핫한 아이템으로 끌어올리는 한국의 잘파세대들이 주목하는 다음 역시 다름 아닌 “책”이었다. 연예인들의 공항 패션에 책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돌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은 공항 출국 사진에서 책과 함께 있는 모습을 자주 보였으며,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도 메이크업을 받는 도중 가와카미 미에코의 『BREASTS AND EGGS(젖과 알)』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애독가임을 다시 한번 대중에게 알렸다.

 

절판됐던 책을 10년 만에 재발간하게 만들고, 20년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려놓기도 한 BTS의 RM, 예능 <효리네 민박>에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 대중의 눈길을 끌었던 아이유 등 예전에는 퍼포먼스뿐만이 아닌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가 강한 연예인들이 책을 사랑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다면, 요즘은 다양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책 사랑이 눈에 띈다. 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 역시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소셜미디어 X에서는 그가 읽은 책을 기록한 팬 타래의 조회수가 114.5만에 달하고,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검색 태그 중 하나로 <#카리나가읽은책>을 달아 판매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카리나가읽은책의 해시태그로 검색된 도서 중에는 다른 아이돌 그룹인 #스트레이키즈현진이읽은책, 프로게이머 #페이커가읽은책 등도 함께 태그되어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읽는 책에 대한 관심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알라딘중고서점은 전국 38개의 오프라인 책방에 “페이퍼가 읽은 책” 코너를 따로 만들어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가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로 올랐으며, NCT 재민이 추천한 책인 『자존감 수업』은 추천 이후 전월 대비 판매량이 114%, 에스파의 카리나가 추천한 『내게 무해한 사람』은 157% 증가했다. 이렇듯 아이돌의 책 추천은 출판계의 도서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의미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는 단지 책을 추천하는 연예인의 영향력뿐이 아닌 이들이 소개하는 책에 관심을 두고 함께 읽으려는 팬들의 구매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트렌드 뉴스레터 “캐릿”은 이와 같은 잘파세대 아이돌의 특징을 모아 <대세는 비주류! Z세대 힙스터는 공항 패션 대신 ‘공항 책’을 신경 쓴다>라는 기사를 발행하며 연예인이 읽는 책이 최근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와 이것이 도서 판매량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최애의 패션과 물품뿐만이 아닌 가치관까지 공유하고 싶은 요즘 팬들의 심리,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사례가 늘어난 연예계 문화의 변화를 그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 외에도 양귀자의 『모순』, 최진영의 『구의 증명』,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도 북튜버 등의 인플루언서의 추천과 잘파 세대의 구매가 결합해 차트 역주행을 일궈낸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성인 독서율 43%(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서점 예스24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0대의 도서 구매 증가율은 5년 전 대비 41.5%가 늘었다. 이는 1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책 읽지 않는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 건 1-20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밀리의서재x모트모트 콜라보 팝업스토어(사진출처 모트모트 공식 홈페이지) ⓒ 모트모트
<무라카미 하루키 팝업 인증 게시물> ⓒ 인스타그램

읽는 책? 경험하는 책!

잘파세대가 기존 세대의 독서문화와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지점은 바로 “체험”이다. 팝업 세대라고도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잘파세대는 팝업 스토어에 열광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으로 생일 카페를 열어 즐기는 것도 이들에게는 익숙한 유희이다. 이에 응답하듯 출판사들도 잘파 세대를 대상으로 각종 신간 팝업스토어 이벤트를 열고 있다. 출판사 창비는 창비시선 500호 발간을 기념해 서울 망원동에서 팝업 스토어 “시크닉”을 운영해 한정판 굿즈 판매, 전시, 시인들의 일일 점원 참여 이벤트, 안희연·박준 시인의 북토크를 진행했다.

 

창비 측에 따르면 열흘 동안 2,000여 명의 독자가 “시크닉”에 방문해 수백 편의 시를 포스트잇에 썼다.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밀리의 서재 첫 출간 종이책인 장편소설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오리지널스)』를 홍보하기 위한 자리였다. 신간 홍보와 함께 문구 브랜드 모트모트와 컬래버를 진행해 소설 속 주인공의 분실물인 다이어리, 가방, 필통을 굿즈로 제작하고, 책 속 문장이 새겨진 키링, 책 속 일러스트로 구성된 스티커 팩 등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물품도 제작했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2023년 9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출간 기념 및 홍보를 위해 팝업스토어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성동구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포토존을 구성한 전시, 이벤트와 기념품 배포, 이외 각 온오프라인 취향 테스트 등의 즐길 거리로 가득 채운 팝업스토어는 각자의 취향에 맞춰 혼자 읽고 즐기던 과거의 독서를 친구들과 주말 나들이 가서 가볍게 즐길 법한 힙한 이벤트로 바꾸어가고 있다. 책을 읽기 전이라면 팝업스토어 경험의 만족도에 따라 기념품처럼 책을 구매해 읽을 수 있고, 해당 책을 이미 좋아하는 독자라면 책을 읽고 난 후의 만족감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이벤트가 되는 것이다.

글의 도입부에 인용한 저술가 제이슨 콜라비토(Jason Colavito)는 북톡으로 시작한 특정 장르의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며 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그만큼 다른 연령대의 독자들이 줄어든 것이 더 큰 원인이지 않을까? 책을 읽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시대에서도 새로운 세대들은 여전히 책을 읽는다. 그것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즐겁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줄 알았던 바이닐 레코드를 레트로한 감성의 문화로 다시 불러내듯 과거의 베스트셀러를 발굴해 다시 판매 차트에 올려놓는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추천하는 책을 따라 읽고, 신간 팝업스토어에서 주말을 즐긴다. 한때 “책따”라는 말까지 언론에 나오며 고루한 느낌을 주었던 독서를 자신들의 힘으로 힙한 문화로 바꿔나가고 있다. 어쩌면 급감하는 독서율의 원인에 대한 잘못은 새로운 세대가 아닌 기성세대의 몫이 아닐까? 잘못은 우리 별, 아니 더이상 읽지 않으려 하는 우리 기성세대에게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