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 <변화하는 미디어 시대, 디지털 퍼스트로 답하다. 전통 미디어 강자 '뉴욕 타임스'> 에서 미디어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디지털 퍼스트’ 기조와 이 거센 바람을 당당히 헤쳐나가는 대표 해외 사례로,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디지털 전략을 알아봤다.
이번에는 ‘디지털 퍼스트'의 한국 상륙기를 먼저 간단히 짚어보고, 국내 미디어 상황을 '신문'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014년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뉴욕 타임스의 혁신보고서는 세계 미디어 시장을 강타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IT 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언론들은 뉴욕 타임스의 변신에 대한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다. 신문들은 그동안의 발간 프로세스를 포함하여 시스템 전반에 걸쳐 혁신을 추진했다. 2014년 즈음엔 파격이고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지금은 일반화된 온라인 위주의 기사의 당시 흔적을 되짚어 본다.
<목록>
A. ‘디지털 퍼스트 코리아’ 첫발을 내딛다
B. 디지털과 모바일, 대세가 되다
C. 결국은 좋은 콘텐츠, 뉴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
A. ‘디지털 퍼스트 코리아’ 첫발을 내딛다
첫 출발을 끊은 주자는 경제지 ‘파이낸셜뉴스’다. 2014년 9월 17일 국내 미디어 업계 최초로 ‘디지털 퍼스트’ 도입을 선언하고 신문 발행 시스템을 전면 바꿨다.
파이낸셜뉴스는 당시 회사에서 알리는 광고인 ‘사고(社告)’를 통해 “기사 생산 프로세스, 콘텐츠 관리시스템(CMS), 웹사이트를 모두 바꾸고 미디어 중심이 아닌 독자 중심의 다양한 뉴스와 콘텐츠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본문과 사진 위주로 작성하던 기사를 동영상, 음성, 그래프 등이 포함된 멀티미디어 형식의 기사로 바꿔 생산하겠다고 알렸다.
이어 “온라인서 독자 만난 후 지면으로…개인 맞춤형 기사 자동으로 배치”라는 소제목으로 자세한 개편 방안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기자가 개발자, 디자이너의 도움 없이도 ‘스노우 폴’ 같은 인터랙티브 기사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디지털 퍼스트 선구자’ 뉴욕타임스가 제시한 지침을 충실히 따를 것도 밝혔다.


종합일간지들도 마음이 급해졌다. 이른바 조선, 중앙, 동아 등 3대 주요 신문도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매체들이 속도를 내기에는 쉬웠던 것 같다.
종합일간지 중 디지털 퍼스트를 가장 빠르게 도입한 매체는 한국일보였다. 창간 61주년을 맞은 2015년 6월 종합일간지 처음으로 디지털 퍼스트의 깃발을 올렸다. 한국일보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사진, 동영상 뉴스로 배치하고 이미지, 동영상 등 비주얼 요소를 중시한 기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 독자들과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갖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신문 1면 상단에 고정 배치했다.


특히 새로운 변화를 알리는 가장 큰 신호는 제호와 기업 심볼(CI) 변경이었다. 창간 61년 만에 제호 디자인을 변경한 것이다. 기존 신문들의 천편일률적인 가로 형태에서 탈피해 디지털적인 느낌과 함께 세상의 여러 픽토그램을 표현해 차별화를 꾀했다. 보수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문사에서 CI까지 바꾼 용기가 디지털 퍼스트에 대한 결연함을 보여주기까지 하다.


한겨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적 인터넷 미디어인 ‘허핑턴포스트(The Huffington Post)’와 손잡고 한국어판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렇게 2014년 2월 24일 인터넷 뉴스 사이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www.huffingtonpost.kr)’가 문을 열었다.
2005년 설립된 허핑턴포스트는 당시 미국의 최대 인터넷 뉴스 사이트였다. 2011년부터 프랑스, 일본, 스페인 등 현지 언론사와 제휴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중이었다. 한국에서도 제휴할 언론사를 찾던 중이었는데 한겨레와 서로의 니즈가 맞았던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 언론사들도 뉴욕타임스의 ‘스노우 폴’, 가디언의 ‘파이어스톰’ 같은 본격적인 인터랙티브 기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2014년 1월 국가기관의 2012 대선개입 사건의 전말을 디지털 스토리텔링으로 다룬 ‘그놈 손가락’을 만들었다.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이 제작한 ‘그놈 손가락’은 디지털의 장점들을 살린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전용 콘텐츠로 주목받았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의 실체를 동영상·인터랙티브 그래픽과 사진 및 기사로 유기적으로 구성하며 지면 기사에서는 볼 수 없는 시도를 보였다.

[사진 출처 : 그놈 손가락]
매일경제가 제공하는 온라인 신문 `매경e신문`은 ‘내 이름은 당대불패’를 제작했다. 이는 2014년 청마의 해를 맞아 한 경주마의 이야기를 담은 멀티미디어 기사였다.

[사진 출처: 내 이름은 당대불패]
‘내 이름은 당대불패’는 신문 지면의 한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원고지 140장에 달하는 텍스트를 마우스 스크롤로 읽어 내려가며 영상과 사진은 물론 별도 편집한 생생한 동영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기사 중간마다 인포그래픽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추가로 얻을 수 있도록 해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그 무렵 주간지, 온라인 매체들도 인터랙티브 기사를 앞다퉈 제작했다.
B. 디지털과 모바일 대세가 되다
이제 본격적으로 최근 우리나라의 미디어 환경을 살펴보자.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언제부터인지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모든 정보와 미디어의 창구가 됐다. 이는 실제로 주요 미디어에 대한 이용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8년 전국의 성인 남녀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년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텔레비전, 종이신문, 라디오, 잡지 등 전통적인 매체들은 퇴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모바일, 인터넷 등 디지털 매체가 빠르게 차지해 나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2011년 36.7%에서 약 2.4배 증가한 86.7%로 나타났다. 또한 메신저 서비스의 이용률도 전년도 66.2%에서 81.9%로 많이 증가했다. 텔레비전과 PC 인터넷 이용률은 2015년과 비교했을 때 하락했다.

2016년부터 조사 대상에 포함된 SNS는 절반에 육박하는 49.9%, 팟캐스트는 5%를 기록했다. 작년에 처음 이름을 올린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33.8%로 집계됐다.
반면 신문은 같은 기간 44.6%에서 17.7%로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2017년 16.7%에서 1% 상승했다. 잡지는 2011년 13.9%에서 전체 조사 대상 매체 중 가장 낮은 4.2%로 집계됐다.
이런 경향은 미디어별 뉴스 이용률 추이에서도 같은 패턴을 보인다.

모바일 인터넷은 2011년 19.5%에서 2018년 80.8%로 4배 이상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PC 인터넷은 2011년 51.5%에서 31.7%로 19.8%포인트 하락했다. 메신저 서비스와 SNS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전년 대비 각각 5.2%포인트, 1.9%포인트 증가했다. 텔레비전은 85%대 머물렀고 잡지는 0.6%를 기록했다.
좀 더 알기 쉽게 뉴스 이용 시간별로 비교해 본다.

일주일간 하루 평균 뉴스 이용 시간은 약 1시간 20분(81.3분)으로 전체 미디어 이용 시간(333.1분)의 약 1/4을 차지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뉴스 이용 시간 추이를 보면 모바일 인터넷을 제외한 대부분 미디어의 뉴스 이용 시간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별 뉴스 이용 시간을 보면 텔레비전이 38.9분으로 가장 길고 모바일 인터넷, PC 인터넷, 종이신문, SNS와 라디오 순이었다.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 시간은 2011년 6.8분에서 2018년 21.2분으로 14.4분 증가했다. 반면 PC 인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 시간은 2011년 23.1분에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7년 대비 하루 평균 뉴스 이용 시간은 1.4분 증가했다.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 시간이 전년 대비 2.7분 증가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메신저 서비스가 0.9분, 종이신문 0.8분, 라디오 0.4분 증가했다. 반대로 감소 폭은 텔레비전이 2.6분으로 가장 컸고 PC 인터넷이 0.8분으로 뒤를 이었다.
뉴스 미디어 점유율을 살펴보면 텔레비전이 47.8%로 가장 높았다. 모바일 인터넷 26.1%, PC 인터넷 9.1%, 종이신문 7%, 메신저 서비스 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제 신문 이용에 대해 한 발짝 더 들어가 본다. 알다시피 정기 구독은 신문의 주요 수입원이자 신문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다.
1996년 69.3%를 시작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정기 구독률은 2018년 9.5%로 조사됐다. 2017년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하락세가 다소 둔화한 수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신문 ‘열독률’ 또한 1996년 85.2%에서 2017년 16.7%로 5분의 1 정도 수준까지 눈에 띄게 줄었다. 열독률이란 ‘신문을 읽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구독 여부와 상관없이 최근 일정 기간 동안 신문을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신문을 가장 많이 읽었는지 조사한 결과를 말한다. 신문의 매체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C. 결국은 좋은 콘텐츠, 뉴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
우리 미디어 환경 중 특이한 점은 포털이 뉴스 이용의 중요 경로라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가 발행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 대상 3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이며, 참고로 가장 높은 수치를 차지한 핀란드는 65%, 그 뒤를 이은 영국은 50%이다.

반대로 ‘검색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뉴스를 이용했다’라는 응답은 우리나라가 77%로 37개국 중 단연 으뜸이다. 이 항목에 대한 전체 평균 비율은 30%이며, 미국은 22%, 영국은 17%로 나타났다.
로이터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 인포그래픽

[사진 출처: 「디지털 뉴스 리포트(Digital News Report) 2018」]
이런 결과로 최근에는 포털을 언론으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2018년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를 언론이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해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가 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언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3.4%에 불과하다.
신문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시장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반전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여러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뉴스를 찾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건은 아니고 뉴스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오히려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아침에 신문을 보고 저녁에 TV를 시청했지만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가 다변화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기기 이용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이동하면서 수시로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뉴스의 접근성은 높아진 것이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2018년 열독률이 소폭이지만 증가했고 지난 1주일간 신문 기사를 종이신문, PC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일반 휴대전화, IPTV 중 1가지 이상에서 이용했다는 응답 비율인 ‘결합 열독률’은 2017년 79.0%에서 79.6%로 상승했다. 또한 모바일 뉴스 이용률과 뉴스 이용 시간이 모두 증가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PC 인터넷과 같은 고정형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 시간은 감소세를 보이지만 모바일 인터넷과 메신저 서비스 등 이동형 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 시간은 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미디어 상황을 고려해 독자 친화적인 콘텐츠를 적극 개발하는 것이 디지털 대세인 시대에 신문이 살아남는 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양질의 뉴스 콘텐츠 확보는 말할 필요도 없다. 좋은 콘텐츠로 뉴스의 가치를 높이면 고객은 반드시 따라온다는 뉴욕타임스 디지털 퍼스트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