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말뫼의 눈물'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말뫼는 스웨덴 항구도시로 세계최강 조선업체 코쿰스 본사가 있던 부유한 동네였습니다. 하지만 조선업의 신흥강자 한국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불황으로 문을 닫았고, 코쿰스의 크레인은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의해 한국으로 넘겨졌습니다. 당시, 스웨덴 국영방송에서 크레인 해체·이동장면을 생중계하며 장송곡을 배경음악으로 내보냈고,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들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조선업붕괴 이후 말뫼는 3만명의 노동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유령도시나 다름없었는데요. 현재는 친환경 생태 도시재생을 통해 조선업 활황일때보다 인구가 40만 명이 더 증가하고 인구 절반이 35세 미만인 젊은 도시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스웨덴 말뫼는 어떻게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을까요?
[Photo : mkbfastighet]
말뫼의 도시재생, 친환경과 지식기반 산업을 도시성장동력으로
스웨덴 말뫼는 아시아 신흥국가에 조선업을 빼앗기고 스웨덴 최고의 산업중심지에서 열악한 도시로 전락했습니다. 하지만 말뫼시는 이미 제조업이 위기를 맞은 90년대 중반부터 도시경쟁력을 강화를 위해 차근차근 도시계획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Photo : malmo stads bloggar]
말뫼시는 기업 경영진과 노조, 지방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친환경과 첨단기술 지식기반 산업을 도시 성장동력으로 합의했는데요. 인재육성을 위해 말뫼대학교를 개교하였고, 인구증가를 대비해 친환경 주거단지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코쿰스 공장건물은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인큐베이터 'Media Evolution City'로 조성해 스타트업을 위한 창조적 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또한,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말뫼 사이 외레순 해협(Oresund)을 잇는 7.8km 외레순다리(Oresund Bridge)를 건설하여 두 지역을 단일 경제권으로 형성하고, 해저터널 4km 연장과 인공섬 완공, 신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 등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6만여 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였습니다.
공업 도시에서 친환경 생태 국제도시로 탈바꿈하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경제력으로만 완성되지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가장 기본적인 계획은 바로 '친환경'입니다. 친환경 도시는 지구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양열, 풍력, 바이오 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대한 활용하여 화석에너지에서 자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뫼는 공업 도시에서 지속가능한 도시로 변화하기 위해 100%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City of Tomorrow'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계획하여 스웨덴 최초의 환경친화지구로 설정되고, 흉물처럼 버려져있던 코쿰스 조선소 자리는 국제도시로 변모했습니다.
'CITY OF TOMORROW' 프로젝트
'City of Tomorrow'는 말뫼시가 유럽내 지속가능한 개발 'SURE' 프로젝트와, 신재생에너지원에 의한 도시계획 'RESECO' 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위 프로젝트의 주요 원칙은 지역 내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말뫼시 모든 건축물은 태양열, 태양광, 지열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안에 해상풍력과 조력발전시설을 조성하여 지구에너지공급시스템과 연계하였습니다.
[Photo : Medea]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 Bo01지구 재개발
말뫼시는 'City of Tomorrow'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EU와 국가지원으로 해안공장지대를 매입해 1000가구 수용규모의 친환경 생태지구 'Bo01'을 재개발 했습니다. 'Bo'는 스웨덴어로 '거주하다', '01'은 이프로젝트가 시작된 2001년을 상징하는데요. Bo01지구는 100% 신재생에너지 활용 도시재생의 개념을 실천하여, 앞으로 50년 내 고갈될 화석연료, 우라늄에너지 등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원을 어떻게 도시계획 및 설계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Photo : ongreening]
말뫼시는 100% 신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도시계획 모델을 수행하기 위해 2MW급 풍력발전소와 120㎡ 태양전지판 부지를 만들고, 말뫼 서쪽 해안에 높이 115m의 풍력터빈 48개를 세워 전력을 생산하고있습니다. 또한, 모든건물 옥상과 벽면에 태양집광판을 붙이고,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는 모두 재활용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한 바이오 가스로 자동차 연료를 대체합니다. 지역난방은 지하 대수층에 있는 열원을 끌어올려 지역 내 난방수요 83%를, 태양열을 통해 15%, 지역폐기물에 의한 바이오가스를 이용하여 2% 열수요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1985년 연간 2000t 이었던 말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친환경 도시재생 이 후 4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요. 다른 도시보다 공기가 훨씬 깨끗하고, 지식기반 산업과 외레순 다리등 여러 성장동력이 맞물려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유엔환경계획의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며 세계적 기업들이 말뫼로 북유럽 본사를 이전하고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지역경제가 되살아 났습니다. 친환경을 위한 시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도시경쟁력이 된 것이죠.
[Photo : eco-generation]
말뫼시는 최고의 해안도시로 레포츠 천국이기도 합니다. Bo01지구와 근접한 바다에서 요트와 서핑, 스노쿨링, 카약 등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말뫼시 자체에서 플리마켓, 캠프파이어, 불꽃놀이, 음악공연 등 지역축제를 개최하여 공동체를 단단히 하며, 주민편의를 위한 보드장, 승마장 등 오락시설과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거치대, 집집마다 특색있는 가드닝으로 지역문화 활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Photo : malmo stad facebook]
친환경 아파트 "터닝 토르소',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다.
버려진 조선소 공장부지에 주거와 교육, 비즈니스, 여가 생활이 가능한 친환경 뉴타운을 건설했는데요. 주상복합 아파트 '터닝토르소'는 탄소배출량 제로로 뛰어난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 건물입니다. 또한, 이 건물은 북유럽에서 가장 높고 독창적인 건물 디자인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말뫼를 찾아오게 하는 랜드마크입니다.
터닝 토르소는 신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빗물을 빨아들여 하수 범람을 방지하고, 주택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건물 꼭대기와 외벽에 부착된 집열판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모읍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풍력, 지열 장치를 통해 에너지 자립을 현실화했는데요.가정 음식물 쓰레기는 개수대에 부착된 자동분쇄기에 모아 재활용하고 이를 자동차연료와 난방에 사용되는 바이오가스로 생산합니다
말뫼시의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가이드라인
말뫼시와 지역주민, 개발업체는 협의를 통해 건설이전 도시의 질을 높이기위한 최소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사람중심의 도시
말뫼시는 Bo01지구에 8.1km 신규자전거 도로를 개설하고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를 도시 기본요소로 도시 내 차량에 30km/h 이하 속도제한을 제시했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에코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식수대를 설치하고 동물들이 편리하게 녹지를 오갈 수 있는 도시설계를 가이드라인으로 지정했습니다.
[Photo : malmo stad facebook]
모두가 즐거운 다양한 도시
주민들이 자신에게 맞는 주거지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주택들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여 모든 소득계층이 입주가능하도록 하고, 학생, 노인, 이주민, 국민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주거환경 조성과 외부공간도 사적인공간 공적인 공간을 확실히 구분하였습니다.
100%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에너지소비 총량제
건축물의 재료, 창문의 위치 등 여러 조합을 통해 에너지 절약 건축물을 지을 것을 강력하게 명시하고 모든가구는 일년에 105kwh/㎡ 이하의 전기에너지만 사용가능, 주차장은 각 가구당 0.7대로 제한하였습니다.
향후 말뫼의 친환경 도시재생 정책방향은 2030년까지 도심팽창을 억제하고 동시에 청정환경을 유지시키기 위한 “탄소제로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말뫼는 조선산업 쇠퇴 이후 환경 친화적 도시, 교육·문화·관광 도시로 재탄생하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새로운 성장동력 개발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원을 기본으로한 도시계획 덕분인데요. 우리나라도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울산·포항·거제도 항구도시들이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시계획이 필요한 시점에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친환경 도시재생 말뫼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