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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의 도서관: 시애틀 공공도서관(Seattle’s Public Library)

    2017-11-06

    미래의 도서관 : 시애틀 공공도서관(Seattle’s Public Library)

    공공도서관이라고 하면 큰 방에 일렬로 빽빽하게 늘어선 서가와 책장 한 장 넘기는 소리내기도 힘든 무거운 분위기, 나무 칸막이로 막혀 앞·옆에 누가 앉아있는지 알 수도 없는 삭막한 열람실. 이런 것들이 떠올려지지 않는가?

    공공도서관은 '책'이라는 지식을 매체로 지역주민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복지 성격이 강한 시설이다. 대부분 국가나 지자체의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건립 시기부터 개장 후에도 극히 효율적인 형태를 띤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억 속에 있는 공공도서관은 동구 공산주의 시대의 건물을 연상시킬 만큼 투박하고 여백의 미를 배제한 형태를 띤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소장 렘 콜하스(Rem Koolhaas)는 공공도서관을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건축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바라보았고, 시민이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을 '건축'이라는 방법을 통해 도시의 대안을 제시하려는 건축가였다. 모스크바의 그라쥬 현대미술관, 밀라노의 폰다지오네 프라다, 가까이는 삼성 리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까지 그는 독창적인 설계와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도시의 생활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을 지향해왔다.

    [Photo : OMA '렘 콜하스' 소장]

    OMA는 1998년, 시애틀 공공도서관 건립을 의뢰받고 아래와 같은 도서관의 두 가지 기능에 주목했다.

    첫 번째, 책이라는 매체를 보관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서관

    두 번째, 공공영역으로서의 복지 공간

    대부분의 도서관 관리자들은 첫 번째 기능에 치중한 나머지 두 번째 기능을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겼다. 따라서, 도서관의 장서가 늘어날수록 책을 보관하는 공간에 더 많이 할애하면서 공공복지를 위한 공간을 줄여나가는데, OMA는 이 부분을 처음부터 고려하여 복지 공간의 폐해를 최소화하려 했다.

    실제로 설계 단계에서 도서관 측이 요청한 서고로서의 필요 공간은 도서관의 약 32%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콜하스와 그의 스태프는 효율적으로 공간을 배치할 경우 시민들에게 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공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재에 미래 도서관의 기술발달과 정보 수요를 고려하다

    또한, 앞으로 도서관은 얼마든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OMA는 판단했다. 책은 가장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한 전통적 정보 매체이지만, 뉴미디어는 정보전달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고 빠르다. 향후 정보 서비스 산업이 더욱 발전하면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매체로서 책의 의존도는 지금보다 얼마든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OMA는 도서관을 하나의 '책 저장소'로 보기보다는 기술과 정보 수요의 발달에 따라 얼마든 진화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센터'로 바라보았다.


    현재와 미래의 조화를 추구하며,

    공공성을 보존하기 위한 현대 건축물로 시애틀 공공도서관을 살펴보자


    [Photo : 시애틀 공공도서관 전경]


    1. 진화 관점에서 공간 설계

    설계단계에서 OMA는 도서관을 모듈로 설계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도서관의 진화에 대비하고자 했다. 도서관의 외관에서 살펴볼 수 있듯, 시애틀 공공 도서관은 다섯 개의 상자가 지그재그 모양으로 얹힌 모습을 하고 있다. 미래의 추가적인 필요 공간에 대비하여 '아직 어떻게 쓰일지 예측할 수 없지만,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공간을 옥상에 얹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였고, 그 결과 이렇게 모듈형 건축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시애틀 공공도서관 구조

    [Photo : OMA/LMN 건축사무소]


    2. 공공의 영역이 서가에 잠식되지 않는 도서관

    OMA는 모듈화된 건물 구성 때문에 다른 도서관에서 흔히 벌어지는 장서의 증가에 따라 열람실이나 휴게실이 서가 공간에 잠식당하는 일을 막고자 했다.

    모듈과 모듈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어 있다


    나선형 서가 형태, 공간확장의 쉬움

    우선 도서가 보관된 건물 6~9층(Collection 모듈)을 살펴보자. 다른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듀이 분류체계(십진법을 사용하여 도서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색인을 찾게 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대부분 도서관에서도 채택하고 있다.)'를 사용하고 있지만, 입방체의 공간에 일률적으로 도서가 꽂혀 있는 것이 아닌, 계단을 오르내리는 나선형의 동선 속에서 분류체계 코드 순으로 책들을 배치했다(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는 이 공간을 'Book Spiral'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사방이 막힌 일반 도서관과 달리 횡적 확장이 용이한 형태로 설계된 덕분에, 향후 장서가 늘어나 책장을 추가해야 할 때도 연속성을 잃지 않은 채 유연하게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나선형 형태로 서가가 배치된 'Book Spiral'

    이러한 구조 덕분에 5층 이하에 배치된 열람실과 다른 공간들은 Collection 영역의 침범을 우려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공공성에 충실할 수 있다. 4층과 5층은 컴퓨터실과 미팅룸 등으로 채워져 있고, 3층에는 이 도서관의 가장 핵심적인 공간인 Living Room이 있다. 도서관 측은 이 공간을 열람실을 뜻하는 ‘Reading Room’이 아닌, ‘Living Room’으로 이름 붙여 독자들의 전용 공간이 아닌, 커뮤니티 친화적이고 편안한 공공의 영역임을 천명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차를 마시고, 체스를 두기도 하며, 비가 올 때는 잠시 비를 피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공간 대부분은 방으로 구분되지 않고 개방형 형태를 취하고 있어, 향후 새로운 용도가 필요할 때 얼마든 쉽게 변신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꼭 책을 읽으러 오지 않더라도 도서관의 분위기를 느끼며 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려 한 설계자의 의도가 돋보이는 영역이다.

    커뮤니티적 성격을 지닌 3층 Living Room


    3. 인간 친화적이고 미학적 관점이 조화된 공간

    시애틀 공공 도서관은 자연채광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얹힌 모듈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잡아주기 위해 설치한 역학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 너른 창을 통해 시민들은 바깥 도시의 풍광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한쪽 면은 바다를 향하고 있어 날씨가 좋은 날 도서관 안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도 놓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지그재그로 건립된 덕에 3층 Living Room 위로는 15m의 높이의 너른 천장이 확보되었다. 공간 활용 관점에서 누군가는 이를 비효율이라 하겠지만, 이 건물이 주는 여백의 미와 그 공간을 통해 들어오는 시애틀의 햇살은 값으로 따지기 어려운 성격의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Living Room으로 들어오는 채광


    4. 최첨단을 걷는 정보 서비스

    시애틀 공공도서관은 운영 측면에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직원들은 항상 무선통신 배지를 착용하여 시민들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전문 사서의 도움을 받아 응대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미리 대여 예약을 하고 바로 찾아갈 수 있는 디지털 픽업 서비스는 물론, 자동도서반납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원래 서가로 이동시키는 최첨단 분류 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추천 도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제공하는데, 5층 레퍼런스 데스크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시민들은 실시간 인기 대출 도서 목록과 대출 트렌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시애틀 공공도서관은 아직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진화의 여지를 공간 안에 남겨두는 한편, 끊임없이 더 나은 테크놀로지와 새로움을 추구하여 서비스 영역에서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미래의 도서관

    지난 세기, 폭발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도시는 점점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발전했고, 빠르게 증가하는 건축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건축물은 미학의 관점보다는 더 값싸고 제한된 면적에 더 많은 기능을 넣을 수 있게 지어졌다. 공공 인프라의 한 영역인 도서관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책과 인간의 정보 교환’이라는 한 가지 목적에만 충실하도록 딱 맞게 건설되었다.

    하지만 넓게 보면 도서관은 궁극적으로 정보 교환의 창구를 넘어 시민들의 교양을 증진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현대사회의 정보 홍수 속에 도서관이 보유한 장서만으로는 지식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는 모두 채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애틀 공공 도서관은 성숙기에 접어든 많은 대도시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최첨단 정보 기술을 활용하여 시민들에게 맞춤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복지 공간으로서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있다.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데이케어 센터와 글을 쓸 수 있는 ‘작가의 방(Writer’s room)’,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음악연습실과 공연예술실 등이 그 예다. 이러한 공간들의 적극 활용을 통해 시민들은 삶의 질을 높이고 스스로 문화를 생산하며, 교양을 쌓을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외형적 미관과 미래 지향적인 구조, 그리고 선도적인 운영 방식이 결합하여 시애틀 공공 도서관은 오늘날 연 18만 명이 찾는 지식의 보고로서, 그리고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금보다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시애틀 공공 도서관, 10년 후, 2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 참고자료

    1. 시애틀 공공도서관 설계에 대한 TED 강연

    2. 시애틀 중앙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기고문

    https://www.nl.go.kr/upload/nl/publish/201303/book-data/10.pdf

    3. 시애틀 공공도서관과 관련한 기사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53346&yy=2014

    4. 건축가 렘 쿨하스에 대한 기고문

    http://dutchculturekorea.com/?p=2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