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하며 공유하는 곳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시작된다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해 나아가는 스튜디오 3곳"
3. Futurecity
최근 주목받는 디자인 스튜디오, 매거진, 컨퍼런스 등은 융합과 공유라는 키워드를 공통으로 가진다. 그리고 다양한 산업이 서로 융합하고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디자인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뛰어들어 선두 역할을 하고 있는 스튜디오가 있다. 사람을 모으고 협력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3개의 스튜디오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Core77 – “디자이너들을 위한 다양한 접근과 과감한 시도”
"디자이너를 위한 정보공유와 커뮤니티 플랫폼을 만드는 Core77"
Core77은 1995년부터 20년 넘게 디자이너를 위한 기사, 포럼, 이벤트 등을 진행해 온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그들은 디자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디자이너들 스스로 접점을 형성하여 커뮤니티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Core77 Design Awards>이다. 해당 어워드는 14개의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포용력, 혁신, 디자인적 탁월성을 중심으로 많은 창의적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수상작과 자세한 내용은 해당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링크 : Core77 Design Awards Honorees page
“좋은 디자인은 활발한 인터렉션을 통해 완성된다”
<Core77 Design Awards>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와 아이디어 수용을 우선적으로 평가한다. 아이데이션부터 전략수립, 실행, 혁신적 디자인 솔루션 등 모든 과정이 팀워크 중심의 협력과정에서 탄생하는 것을 장려한다. 이러한 기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기존 디자인 어워드는 대표자 한 명에게 트로피를 수여하였다면, <Core77 Design Awards>는 트로피 대신 몰드를 제작하여 작품에 기여한 모든 팀원들에게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였다.

[Photo : Core77]
“디자인 카테고리의 경계를 확장하다”
위에 소개한 <Core77 Design Awards>의 평가 기준과 더불어 눈에 띄는 부분은 수상작품에서 사회 이슈에 대한 민감성이 느껴진다는 것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디자인 솔루션을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그 예로 2014년 ‘Interiors & Exhibitions’ 타이틀의 카테고리가 2015년도부터 ‘Built Environment Award’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한정된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개념보다, 디자인이 환경을 조성하고 사용자 간 인터랙션을 장려하며 다양한 행태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가치를 확장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존에 갖고 있던 한계와 틀에서 벗어나 얼마나 많은 부분이 교집합을 가지고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보겠다는 노력으로 보인다.
<2017 Built Environment Award WIINNER - The Guesthouse Project>
"디자인으로 난민, 이주민 소외된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만들다"
2. 99U – “영감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기술”
“Genius is 1% inspiration, 99% perspiration”
- Thomas Edison
Adobe사의 Behance에 의해 만들어진 99U는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그룹으로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그들은 성공한 리더들이 자신의 작품 혹은 작업 분야를 어떻게 개척해 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웹사이트에 있는 매거진, 컨퍼런스, 인터뷰, 기사를 통해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공유하며 단순한 영감의 제공이 아닌 실제적 커리어를 실현할 방법들에 대한 고민을 전하고 있다.

[Photo : adobe blog]
"산업의 경계가 없는 교류의 장"
2017년 6월 7일, 뉴욕에서 열린<99U Conference 2017>은 작가, CEO, Creative Director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함께 '창의적 커리어에 대한 정의', '디자인의 선택과 집중', '발명과 재발명' 등의 주제로 이틀간 진행했다. 해당 컨퍼런스는 우리가 선망하는 대상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전문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생활로 가져오고 산업의 미래에 대해 그려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Photo : 99U]
"창의적 집단"
이러한 컨퍼런스의 등장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디자인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종사자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작가, 투자자, CEO 등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논하고 경계 없이 그 내용을 나누지만 컨퍼런스의 많은 내용이 디자인으로 귀결된다. 창의적 집단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조율하는 커뮤니케이터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Photo : 99U]
다음 2018 99U Conference는 2018년 5월 9일부터 11일까지 뉴욕 ‘Alice Tully Hall, Lincoln Center’에서 개최가 예정되어 있으며 더 자세한 내용은 사이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99U 웹사이트에서는 컨퍼런스에 초청된 연사들의 강연 내용을 공유하고 있어 창의적인 커리어 형성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중 2017 99U Conference에 나왔던 내용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Creativity is medicine” – Farai Chideya
창의력은 약과 같다. 사람들은 의사가 필요하다. 깨끗한 물도 필요하다. 창의력도 사람들에게 그러한 존재인가? 대답은 “그렇다”이다.
“Challenge the world around you” – Liz Jackson
우리는 우리의 신체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다. 무력함은 도전하지 않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Create the conditions for creativity” – Piera Gelardi
적합한 환경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싹 틔우는데 있어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창의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어떤 것이 당신에게 잘 작용하는지 알아야 한다. 두 번째, 웃음은 모두를 슬기롭게 만든다. 세 번째, 너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시도해봐라. 네 번째 불편함을 포착하라.
링크 : 2017 99U Conference
3. Futurecity – “문화와 공간”
“We are Placemaking Agency”
‘Placemaking’이란 단어를 쓰는 Futurecity는 공간으로부터 문화를 발견하고 그 문화로 공간에 아이덴티티를 입히는 작업을 한다. 또한 여러 전문분야로 이루어진 문화 관련 에이전시로 현재,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의 공업단지 재개발과 재생을 위한 100가지 이상의 문화 전략을 세웠다. 더불어 도시나 구역 그리고 지역이웃들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이나 전략 수립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Futurecity 웹사이트에는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어떻게 시도되었고 완성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공간과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문화와 공간의 한계란 어딜까?”
Futurecity가 주목받는 이유는 경제흐름과도 연관성이 있다. 최근 창의, 지식 기반 산업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장소개발 및 건축,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새로운 접근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Futurecity는 이러한 흐름 속 버려졌던 혹은 쓰이지 않던 물리적 공간에 소프트웨어 문화 프로그램을 더하여 활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형성한다. 공간과 문화라는 키워드에 한계가 있을까?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필수적으로 생성되는 것들을 주제로 얼마나 많고 다양한 일들이 가능할지에 대해 기대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공간의 힘 장소를 변화시키다”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인 ‘Message from the Unseen World’는 영국 Paddington Central에 설치된 예술 작품으로 제 2차 세계대전 중 이니그마 코드를 해독한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삶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이 공간을 지나갈 때면 마치 Turing이 사후에 말을 걸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이유는 살아생전 컴퓨터기계 분야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튜링을 상징하기 위해 알루미늄 패널에 보도코드를 기본으로 LED 조명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튜링이 태어난 장소에 그의 업적을 상징하는 패턴과 표현을 세심하게 설치해 놓음으로써 시민들의 귀가길이 역사적 인물의 메모리얼 장소로 바뀌는 경험이 일어나게 된다.
“문화지도에 새로운 장소를 그려 넣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와 니즈를 실존하는 공간 속으로 끌어와 표현한다는 것은 여간 세심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사이트의 장소성과 그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 등 모든 것이 맞물려야 비로소 그곳만의 아이덴티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Futurecity는 이러한 작업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듣고 소통하며 그들만의 지도를 그려가고 있다.
위 3곳의 스튜디오는 모두 그들만의 기준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소통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는가? 단순히 서로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소통은 쌓이는 이야기밖에 되지 못한다. 이것들을 잘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노력, 더 나은 솔루션을 발견하려는 끈기가 3개의 스튜디오에 존재한다. 말 그대로 융합하며 공유하는 곳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