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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을 얻기 위해 회사를 인수한다. '어크하이어(Acq-hire)'

    2017-07-20

    사람을 얻기 위해 회사를 인수하다

    바야흐로 인재 전쟁의 시대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와 마이클 포터가 주창했던 ‘전략’의 광풍에 기업은 근 2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주력해 왔다. 이러한 기업 경영의 흐름은 이제 ‘4차 산업혁명’의 물줄기 앞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Photo : The mandarin]


    기업, HOW와 WHAT을 넘어 'WHO'에 주목하다

    마이클 포터가 주창한 ‘전략’은 ‘How’, 즉,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라는 기존의 질문에서 벗어나 ‘What’ 즉,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기업의 발상을 전환했다. 그 결과 기업의 비전, 혹은 미션을 통해 이러한 구체적인 사업 방향성이 정립되었다.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업 아이템들을 확정하고, 때로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우리는 OO를 하는 회사야.’라고 방향성을 정립했다면, 이제는 ‘Who’ 누가 그 혁신을 이끌어갈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왜 WHO 인가?

    먼저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더 이상 core 비즈니스만을 수성해서는 새로운 경쟁환경에 유연하게 접근할 수 없다. 십 수년을 가도 변치 않을 것 같은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전략보다는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변화된 사업을 끌고 나아갈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화나 플랫폼 비즈니스의 등장은 여기저기서 신흥 기업을 탄생시키고, 예전에는 경쟁업계가 아니던 회사들도 경쟁 풀 안에 들어올 만큼 날이 갈수록 불확실성은 증대되고 있다. 이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변화에 유연한 인재들을 육성하고, 영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하겠다.


    ‘어크하이어(Acq-hire)’, 새로이 각광받는 인재 영입 방식

    ‘전략’의 시대는 기업의 미션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재가 중요했다. 따라서 기업이 원하는 경력에 좋은 레퍼런스를 가진 인재들이 발탁되었다. 헤드헌터들은 그러한 기업의 수요에 맞추어 원하는 인재를 수배해 주었고, 이러한 방식의 인재채용은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서 아직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어크하이어(Acq-hire)’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단체로 인재를 채용하는 기법이다. Acq-hire는 '인수, 합병'을 의미하는 acquire와 '채용'을 의미하는 hire의 합성어이다. 형식상 M&A처럼 이뤄지는 이러한 인재영입은 실제로는 그 사업을 인수하려는 것이 아닌, 기업에 소속된 인재들을 영입하는 것에 목적을 띠고 있다. 따라서 피인수 대상 회사는 합병 이후에 기존 사업 영역은 포기하거나 일부의 핵심 기술만 인수회사에 승계하고, 인수 회사에 준비된 새로운 사업부 등에 편입되어 혁신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Photo : Santa Cruz Tech Beat]


    국내외 ‘어크하이어’ 사례


    1. 페이스북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 2009년 'Friendfeed'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인재 확보에 대한 그의 철학을 보여주었다. 'Friendfeed'는 2007년 전직 구글 직원 4명이 창업한 회사로, 인터넷 이용자가 웹상에서 활동한 정보를 모아 실시간으로 자신의 상황을 업데이트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기술은 사용자가 지인들의 SNS 활동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기술적 측면에서도 페이스북에 유용하게 활용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이 인수 건이 "창업자 Bret Taylor를 영입하기 위한 인수였다."라고 공식적으로 밝혀, Friendfeed의 인수 목적이 Friendfeed가 보유한 기술력에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Friendfeed 인수 후 Taylor를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 기술 책임자)로 임명했다) 마찬가지로 2011년, 또 다른 스타트업인 Drop.io를 인수할 때도 창업자인 Sam Lessin의 영입을 목표로 하였으며, 페이스북은 현재도 수많은 우량 스타트업을관찰하고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어크하이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Photo : dream]


    2. 구글

    구글 역시 ‘어크하이어’를 활발히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물론 기업인수 건이 너무 많고 대부분 일반에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실리콘밸리의 tech기업 위주로 인재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2년, 웹 기반 통합 메신저 서비스기업인 meebo를 1억 달러에 인수한 케이스를 들 수 있다.

    meebo의 서비스는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msn, 야후, 페이스북 메신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였고, 사용이 편리해 유저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구글은 meebo 인수 후 직원들을 자사의 '구글플러스' 팀에 배속하고, 기존의 meebo 서비스를 중단하여 기존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이는 acq-hire가 인재 확보를 위해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피인수 기업의 서비스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남기는 사례이기도 하다.



    3. 네이버

    국내에서 ‘어크하이어’ 사례를 찾자면 네이버 사례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특히 2006년 인수한 '첫눈'의 경우 인수 당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첫눈'은 당시 업계에 잘 알려진 IT 고수들이 모여 만든 벤처기업으로 네이버가 독식하고 있는 검색업계에 새롭게 떠오른 신흥 강호였다. 이런 '첫눈'이 제대로 된 검색 서비스를 런칭하기 전에 네이버에 의해 인수된다.

    이를 두고 네이버가 경쟁업계를 견제하기 위한 인수였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첫눈'에 집중된 우수한 인재풀을 노렸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첫눈'의 인수 후 개발 중이던 검색엔진 서비스 개발을 이어가지 않고 '첫눈' 대표인 신중호 씨를 필두로 일본 시장에 진출하여 '라인' 런칭에 착수한다. 처음부터 네이버의 '첫눈' 인수 목표는 우수한 인적 자원이었던 셈이다.

    [Photo : 닛케이]


    왜 ‘어크하이어’ 사례는 실리콘밸리, IT 산업에 집중될까

    아직 ‘어크하이어’는 실리콘밸리의 IT 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IT 기업의 경우 대규모 생산설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인수 비용이 크지 않다. 즉,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자본보다 인력의 중요성이 큰 분야이기 때문에 인재를 목표로 하는 인수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물론 그 인재의 희소성 때문에 인수 비용이 실제 평가된 회사의 가치에 비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 시장에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엔지니어는 많지만, 시장과 미래를 꿰뚫어 보고 미래의 혁신을 준비할 수 있는 엔지니어는 많지 않다. 훌륭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은 이런 면에서는 검증된 인재와 노하우, 팀워크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수하려는 거대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한 외부 인력를 검증해야 한다는 리스크를 피하고, 훌륭한 인재 여럿을 한꺼번에 데려올 수 있는 장점까지 획득하는 셈이다.

    [Photo : Expedia]


    다른 산업에서의 전망

    반면,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 다른 산업 분야는 사람보다는 자본력에 의해 회사의 경쟁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직 ‘어크하이어’의 사례는 흔치 않다. 다만, 최근 디지털 붐을 타고, Digital transformation을 꿈꾸는 기업들이 전도유망한 IT 기업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에 대응하기 위해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서비스인 '제트닷컴’을 지난해 33억 달러에 인수했다.

    물론, 월마트는 제트닷컴의 기존 이커머스 서비스를 기존 사업에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인수했기 때문에 이를 일컬어 ‘어크하이어’ 사례만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디지털화를 꿈꾸는 회사가 IT 업계의 전문 인력을 흡수하여 변화와 혁신을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어크하이어’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요즘,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는 시기가 도래했다. 따라서 이러한 ‘어크하이어’는 향후 더 촉진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는 금융업이나 리테일 분야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컨트롤할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빅데이터나 IT에 기반을 둔 검증된 스타트업 회사들을 ‘어크하이어’ 방식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어크하이어’가 IT 붐으로 인해 빚어진 실리콘밸리 IT 산업 내에서의 특수한 현상인지, 아니면 불확실성이 넘실대는 변화의 시대를 헤쳐 나아갈 기업들의 HR 메가트렌드가 될 것인지는 조금 더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참고사이트

    구글이 직원 2명짜리 회사를 240억에 산 이유는? (브런치)

    Acquihire(인재인수) 트렌드와 향후 전망 (Vertical Plat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