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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벽돌공장이 도시의 허브로 <에버그린 브릭 웍스>

    2017-04-13

    거대한 벽돌공장, 지속가능한 도시의 허브로 다시 태어나다.

    도시 디자인을 논할 때 제시되는 테마는 다양합니다. 도시의 오래된 전통과 역사 브랜딩하는 것부터 산업과 문화를 브랜딩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타 건축가의 작품을 유치해 도시를 알리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죠. 이 테마들은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하지만 가끔은 도시 공간을 물리적으로 현대화하는 데 따르는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공공 디자인’, ‘도시 디자인’에 의문점을 던지기도 하죠.

    이에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을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1979년 유엔 심포지엄의 주제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처음 등장합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단순히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의 저해 방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세대의 필요를 합리적으로 충족시키는 발전일 때 진정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발전 형태에 대해 여러 기구와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탐구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이 등장하게 되죠. 오늘은 그 좋은 사례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범위까지 전방위의 요소를 만족시키는, 토론토 도심에 위치한 <에버그린 브릭 웍스(Evergreen Brick Works)>입니다.


    [Photo : Evergreen Brick works]


    환경을 향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움직이는 허브

    <에버그린 브릭 웍스>는 에코-워커들의 작업 공간 겸 교육 센터입니다. 오래된 산업 시설을 재건해 도시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데 일조했죠. 단순한 재건이 아니라 여기에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결합시켜 활기 넘치고 아름다운 동시에 시민들에게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던져주는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들은 재건과 지속가능성의 결합을 어떤 식으로 풀어낸걸까요.

    에버그린 브릭 웍스는 캐나다의 대규모 지역환경센터의 첫 번째 도전으로 폐쇄된 벽돌 공장인 돈 밸리 브릭 웍스(Don Valley Brick Works)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진행된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


    [Photo : 월드시티즈컬처포럼, 과거의 돈 밸리 브릭 웍스(Don Valley Brick Works)]

    토론토 시와 토론토 자연보존 관리청(Toronto and Region Conservation Authority), 지속 가능한 녹색 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는 환경 자선단체 에버그린(Evergreen)이 파트너십을 맺고, 환경 친화적인 도시로 거듭난다는 목표 아래 진행됐습니다. 즉 새롭게 태어날 브릭 웍스는 다양한 환경친화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탐구하는 허브임과 동시에 시민들이 환경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했죠.

    돈 밸리 브릭 웍스는 19세기에 처음으로 세워졌습니다. 초창기엔 호황을 누렸지만 80년대 문을 닫은 이후 폐쇄된 채 방치되었습니다. 토론토 시의 건립 과정에서 수많은 벽돌을 공급했기 때문에 토론토 역사의 중요 유산이기도 했죠. 하지만 돈 강(Don River) 계곡의 범람 지대에 속했던 지라 홍수 발생 시 수위가 4m까지 상승하는 위험 지역으로 판명, 이를 위해 습식홍수차단 시스템(Wet Flood Proofed System)과 비상대피계획을 개설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뒤로 하고 에버그린이 지속 가능한 개발, 브릭 웍스 건물의 철거가 아닌 활용 방안을 토론토 시에 제시했고 그렇게 에버그린 브릭웍스가 탄생합니다.


    지속 가능한 보존과 활용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어진 공간은 거대했습니다. 5만 평 가까이 되는 공원과 자연유산지역에는 16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세워졌습니다. 다양한 생물이 모여 살고 있는 습지대, 넓은 숲, 초원지와 더불어 185,000년의 지질학적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노출된 경사면까지 있었습니다. 이 넓은 자연지대는 시민들에게 언제나 무료로 개방되는 드넓은 공원으로 삼기에 완벽했습니다.

    이런 가치 있는 장소를 무작정 개발하지 않고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7년이라는 오랜 기간의 공사를 거쳐 에버그린 브릭 웍스가 2010년 말 만들어집니다. 그린 시티를 위한 새로운 센터가 탄생하게 되었죠. 장소가 준비됐으니 프로그램 운영이 시작됩니다.

    에버그린은 환경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사회적 기업들을 위한 공간과 회의 시설을 제공하고 다양한 전시회와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다루면서, 또다른 한쪽에서는 지역 농민들의 커뮤니티를 연계해 그곳의 농산물과 음식들을 홍보하는 공동체 자리인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을 만들었죠. 이 외에도 환경, 디자인, 예술,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결합한 모든 환경적 활동과 녹색 아이디어 개발을 위한 컨퍼런스까지 지원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개념적 백그라운드, 에버그린 브릭 웍스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1. 건강한 도시

    2. 경제적인 지속 가능성

    3. 사회적 책임의 의무

    4. 풍요로운 자연 환경

    5. 창의적인 방식으로의 도시 유지


    이 다섯 가지는 물론이며 문화적 통합과 다양성을 전제로 합니다. 연령을 불문하고 지역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친환경적 삶의 방식(Live Green)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탐구하는 요소이자 뒷배경이기도 하죠.

    이들의 인기는 지역사회 파트너들과의 협력, 문화예술을 통한 사람들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관심을 뒷받침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접근법의 ‘Sun-ripened Saturdays’라는 또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지역 농산물과 원예, 에코아트(Eco-arts)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죠.

    사실 이런 에버그린 브릭 웍스의 활발한 전개와 성공적인 모습은 토론토 시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건립과 개발 과정에서 토론토 시는 다양하게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12 에이커에 달하는 공장 건물들을 명목상과 다름 없는 임대료 수준으로 계약하도록 돕고, 토양과 지하수 정화 사업의 지원 및 5,500만 달러에 달하는 에버그린의 대출을 보증해 안정적인 재정 환경을 마련해줬습니다. 지금도 역시 에버그린 브릭 웍스의 방문로와 통행로 개선 공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에버그린 브릭 웍스>를 구성하는 '스팟'소개

    Evergreen Garden Market

    현지에서 조달된 다양한 화훼부터 지역 특산물과 음식, 가드닝 서적, 원예용품, 스크린 프린트를 비롯한 에코-아트웍을 판매하는 친환경 가든 센터 & 마켓


    [Photo : Evergreen Brick works]


    Café Belong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모토로 하는 로컬, 오가닉 카페


    [Photo : Evergreen Brick works , tongtong]


    Bike Works

    토론토 트레일 네트워크의 허브인 ‘Community Bike Space’의 사이클링 워크샵 공간. 방문자 스스로 자전거를 수리하는 ‘Do It Yourself repair space’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메커닉 워크샵이 열린다.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타기 교습 및 개인/그룹 라이딩 리그도 운영하고 있다.


    [Photo : dandyhorsemagazine]


    Sweet Pete’s Bike Shop

    간단한 자전거 용품의 판매 및 수리가 가능한 바이크 샵. 라이딩 레슨이 열리며 자전거 렌탈도 가능하다. 토론토 바이크샵 랭킹 10위 내를 기록했다.


    [Photo : dandyhorsemagazine , BlogTO]


    The Children’s Garden in Chimney Court

    모든 연령대의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침니 코트와 그린 하우스. 아이들이 자연에 최대한 가까운 모습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흙과 나무, 거대한 굴뚝으로 꾸며진 놀이터.


    [Photo : Evergreen Brick works]


    The Kilns

    이전에 벽돌을 굽던 가마를 전시 및 행사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Photo : Evergreen Brick works , Building]


    Koerner Gardens

    다양한 자생 및 식용 작물을 기르는 야외 정원으로, 겨울에는 스케이팅을 위한 곳으로 변신한다.


    [Photo : Evergreen Brick works , the food sisterhood]



    Weston Family Quarry Garden & Don Valley Brick Works Park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연못과 넓은 녹색 산책로로 가득한 정원과 공원.


    [Photo : Toronto]

    에버그린 브릭 웍스의 핵심 파트인 파머스 마켓을 좀 더 얘기해볼까요. 2007년에 현지 농부와 생산자 25명으로 시작됐던 파머스 마켓은 현재 토론토에서 가장 큰 지역 농민 시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성의 식품 체계를 제시해 돕는 것이죠. 한마디로 현지의 제철 농산물을 생산해 제공하고, 이런 친환경 농산물과 음식의 이점을 알리는 동시에 온타리오의 농부, 생산자, 와이너리, 브류어리, 쉐프들의 원활한 경제 생산성을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개는 시민들의 호응과 환경적 관심을 이끌어냈고, 실질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제적 성과물도 도출됐습니다. 거대한 도시 재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결과물 덕분에 에버그린 브릭 웍스는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게 됐습니다. 2008년에 홀심 어워드(Holcim Award) 북미 지역 수상을, 다음 해인 2009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개최한 지오투어리즘 대회에서 Top 10에 선정되었고, 캐나다 도시계획협회(Canadian Institute of Planners)가 선정한 캐나다 최고의 공공시설(Best Public Space in Canada)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 '자연 환경'과 '인간 관계' 결합이 핵심 키워드

    환경과 문화 부문의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은 지역(Place)와 공간(Space)을 아우르는 혁신적 민간 파트너십인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가 성공의 키워드입니다. 이 키워드의 중요성과 활용 방안을 잘 알고 있던 토론토 시와 에버그린은 이 PPP에 자연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보다 깊이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결합해냈습니다. 이런 자연과의 결합에서 도출되는 다양한 유기적 현상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에너지와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죠.

    그들의 합작품 에버그린 브릭 웍스는 유휴 산업 유산에 대한 재활용(adaptive reuse)의 한 예시로 그칠 게 아니라, 우리들이 바라볼 우수한 모범과도 같습니다. 환경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과 도시 생태계의 건강성을 고려하는 방식을 동시에 취할 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연을 존중할 줄 알고, 가시적인 결과에 매달리기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접근 방식을 취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거죠.

    이에 비해 최근 국내의 도시 개발 행보를 바라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점점가속화 되고 빠르게 꺼지는 유행들, 젠트리피케이션의 심화, 특색과 조화 없는 건물들이 밀집된 도시, 이 모든 것들은 마치 커다란 회색 스크린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언가 중요한 가치를 간과한 느낌마저 들죠. 어떤 공간을 재활용하는 사례는 적지 않지만 그 배경과 목적은 대개 단일적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의 시작부터 결과물까지, 그 배경과 과정 그리고 접근 방식에 대해 우리는 좀 더 깊이 파고들어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 참조자료

    - 에버그린 브릭 웍스 홈페이지 : www.evergreen.ca

    - 환경, 건축, 디자인 컨텐츠 사이트 : INHABIT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