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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orite]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2020-12-29


    Seoul Player _ PAUSE : 잠꾸리 & 이한철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interviewee 잠꾸리(양지희) & 이한철

    SNS @jhamguri.jihee

    YouTube 잠꾸리


    본인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잠꾸리와 슈퍼스타 이한철이 만나서 만든 곡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헤매던 마음이 머무를 수 있던 골목의 밥 냄새, 그 순간의 느낌을 담아 노래를 만들고 불렀습니다. 경쾌한 버전과 어쿠스틱 버전 두 가지로 만들어진 노래를 들으면 언젠가 가보고 싶었던 그리운 동네로 잠시 산책을 다녀오게 됩니다.


    두 분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이한철 저는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이고요. 이번에 양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어깨동무 네트워크*에서 어깨씨라는 역할을 맡아서 동무씨로 만난 잠꾸리와 같이 음악을 만들었어요. 싱어송라이터는 주로 본인이 부를 노래를 스스로 만드는 사람들인데, 타인이 만들고 부른 노래를 옆에서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이었죠.

    *기존의 멘토∙멘티라는 이름이 아닌, 어깨동무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청년 예술인을 지원하는 양천문화재단의 프로그램. 청년예술인 양지희와 중견 대중음악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한철이 함께 참여했던 네트워크.


    잠꾸리 저도 노래를 부르고 다니고 있고, 양천구에서는 5년 정도 활동했어요. 골목플러그드*라는 프로젝트로 양천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동무씨가 되어 어깨씨인 한철샘과 같이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라는 곡을 만들고 음원까지 발표했어요. 골목플러그드는 저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독립된 작업자로서 독립된 시선을 가져보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공연이 어려운 시기에 골목길을 산책하며 느낀 타인과의 연결성과 안도감을 주던 골목길의 정서를 담아내고 싶은 음원 작업.


    잠꾸리(좌) 이한철(우)


    두 분은 어떻게 같이 작업하시게 된 건가요?


    잠꾸리 양천구에서 청년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만나게 됐죠. 청년 예술가와 선배 예술가를 매칭해서 서로 친구나 동료가 되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작업에도 시너지를 일으키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였어요. 저는 청년 예술가로 지원해서 선배 예술가인 한철샘을 만나 작업하게 됐어요.


    이한철 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인터뷰를 했는데, 잠꾸리는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이 갔어요. 왜 처음 만나자마자 호감이 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 더 마음이 갔던 거 같아요. 만약 우리가 음악 대 음악으로 만났으면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와 같은 결과물이 안 나왔을 거예요. 잠꾸리는 음악을 떠나서 사람으로 만났을 때 끌리는 부분들이 있어요. 인터뷰 때 어색해하지 않고 농담도 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는데, 그 모습이 능수능란한 게 아니라 쭈뼛함과 여유로움이 섞인 모습이어서 정말 좋았어요.(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할 때도 "그럼 전 이만 가 보렵니다"라고 하는데, 그 말이 너무 인상적인 거예요. 결국은 예술이든 상업적이든 사람이 마주해서 만드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잠꾸리와의 첫 만남이 강렬하고 좋았고, 그 느낌을 지금까지 잘 끌어온 것 같아요.


    청년 예술가 잠꾸리


    잠꾸리는 이한철 님과의 첫 만남이 어떠셨어요?


    잠꾸리 인터뷰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긴장을 풀어주는 차도 마시고, 머리도 폈어요. 제 머리는 반곱슬인데 인터뷰 날 비가 와서 머리를 폈는데도 점점 부풀었죠.(웃음) 저에 대한 질문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지원서에 작성한 골목플러그드 프로젝트를 정말 꼼꼼히 보셨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보통의 공연은 레퍼토리를 앞에 놓는데 골목플러그드에서는 왜 뒤에 놓았는지 물어보셨어요. 저를 평가하기보다는 제가 기획한 프로젝트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신다는 게 느껴져서 저도 기분 좋게 답했죠.


    이한철 잠꾸리와 저는 같은 싱어송라이터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극단의 작업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요. 잠꾸리는 프로젝트에 맞춰서 사용할 노래를 만들고, 저는 만들어진 곡에 맞춰서 프로젝트를 만들어요. 저는 곡 작업을 할 때도 작곡 다음이 작사예요. 멜로디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어울리는 단어들을 찾는데, 잠꾸리는 아마도 가사를 먼저 쓰고 멜로디를 만드는 타입일 거예요. 많은 뮤지션이 완성된 앨범으로 공연하지만, 잠꾸리의 골목플러그드는 공연을 만들어 놓고 곡을 채워 넣는다는 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제가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지 꽤 오래됐어요. 20세기에 데뷔를 했거든요.(웃음)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잠꾸리 같은 사람은 처음이에요. 같이 작업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기존의 음악적 문법을 따르지 않고 본인만의 스타일로 곡을 만드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죠.


    잠꾸리의 기타 소리에는 특별함이 있다


    이한철 님은 어깨씨로서 멘토의 역할을 하셨는데, 기존에도 이런 역할을 하셨었나요?


    이한철 멘토 역할은 많이 했어요. 지역에 있는 젊은 뮤지션들을 위해서나 방송을 통해서 멘토를 한 적이 있고,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도 꽤 오래 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근황이 궁금해요.


    이한철 제 명함에 적힌 나를 있게 하는 우리라는 사회혁신 네트워크에서 총감독을 하고 있어요. 주로 장애나 질병이 있으시거나 연세 지긋한 어르신과 같이 공동으로 노래를 만드는 음악 창작 워크숍 활동을 해요. 몇 개월 동안 매주 만나서 친해진 후 그분들의 인생이 담긴 노래를 만드는데, 가사를 같이 써요. 10-20명 정도 되는 분들이 스튜디오에 모여서 각자 한 줄씩 노래를 불러서 녹음하고, 노래를 발표한 이후에 노래, 악기, 춤 등을 배우고 연습해서 공연까지 하는 프로젝트를 6년째 하고 있어요. 제게 있어 나를 있게 하는 우리는 직장처럼 1년 내내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에요. 그 외에는 다행히도 공연이 아예 없어진 상황은 아니어서, 온라인이나 소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공연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나를 있게 하는 우리의 워크숍을 진행하는 이한철


    잠꾸리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시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잠꾸리 인도 여행을 갔다가 지어온 이름이에요. 한국에서는 잠꾸러기로 많이들 생각하세요.(웃음) 인도 라자스탄 지역의 중년 아저씨들이 열광하는 영화 주인공 이름이에요. 라자스탄에서 제 이름을 잠꾸리로 소개했더니 다들 환장할 정도로 좋아하는 거예요.(웃음) 이름 하나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하고, 마음을 여는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인도 여행을 하는 동안 잠꾸리라는 이름으로 유쾌한 경험을 많이 했죠. 여행이 끝난 이후에도 친구들에게 잠꾸리로 계속 불리게 되고, 점점 저를 잠꾸리로 아는 사람이 많아져서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제 본명인 양지희를 사용하면 누군가가 저를 부를 때 이름 뒤에 님이나 씨 등을 붙여야 하잖아요. 그냥 잠꾸리로 불릴 수 있는 점도 편하고 좋았어요.


    이한철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저는 당연히 잠꾸러기라고 생각해서 물어보지도 않았어요.(웃음)


    주로 어떤 장르의 음악으로 활동하셨나요? 술을 키워드로 한 노래들이 많이 있더라고요.(웃음)


    잠꾸리 제가 술을 취미로 즐기다 보니까 술에 관해서 깊이가 생겨요.(웃음) 보통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제게 있었던 일들을 조곤조곤 적어냈어요. 별거 없지만 기분 좋은 순간들을 적었던 것 같아요. 낮술을 먹고 누웠을 때 풀도 좋고, 바람도 좋고, 보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좋은 느낌을 담아서 가사를 적기도 했어요. 살다 보니 마냥 좋은 순간들이 점점 없어지는 듯 해요. 바쁘게 일하면서 돈도 벌어야 하고, 돈을 메꿔야 되기도 하니까요.(웃음) 이전에 썼던 곡들에 담긴 좋은 순간들이 계속해서 있을 줄 알았는데, 점점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전의 노래들을 부르면 힘을 얻어요. 노래 부를 때만이라도 노래에 담았던 좋은 순간을 느끼려고 하죠.


    <사.환.장.> 프로젝트 앨범에 직접 사인 중인 잠꾸리


    이번에 나온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노래는 어떤 곡인가요? 제목이 정말 좋아요.


    잠꾸리 제목이 길어서 줄여서 밥 냄새라고 부르기도 해요.(웃음) 한 공간에 머무르지 말고, 걸으면서 흘러가 보고 싶었어요. 길은 다 이어져 있고,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이죠.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골목을 골랐어요. 골목을 걸으면서 나무도 구경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보고, 고양이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목적은 잊은 채 걷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오고, 운이 좋으면 밥 냄새도 맡게 되죠. 그 순간의 느낌을 곡에 담아서 표현했어요. 나중에 깨달았는데 밥 냄새라는 게 제가 가고 싶은 곳, 그리워하는 장소와 사람을 비유해서 표현한 것 같더라고요. 밥 냄새가 나는 골목이 있다는 게 제겐 동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골목을 걸었는데 밥 냄새가 났다는 것을 느끼면서 제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게 된 거죠. '내가 이런 곳을 가고 싶던 거였구나, 지금까지 헤맸는데 이런 곳을 찾고 있었구나'라는 마음을 노래에 담았어요.


    이한철 15년 전쯤 비행기를 타고 광주로 공연을 간 적이 있어요. 광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에서 내려서 땅을 밟고 걸어서 공항 건물까지 걸어가야 하는 거예요. 그때 어느 할머니가 두 발을 땅에 디디면서 "아이고 이제 내 땅 왔다"라고 하셨어요. 사람마다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집 같은 존재들이 있죠. 그냥 마음속에 존재하는 집이나 동네일 수 있고, 혹은 할머니처럼 광주광역시가 될 수도 있어요.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라는 노래에서는 밥 냄새가 집과 같은 존재예요. 밖에서 험한 일을 겪더라도 집에 있는 가족처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다닐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존재로서 동네, 밥 냄새라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동네 산책하면서 노래를 떠올렸다고 해서, 걷는 느낌의 리듬으로 편곡을 풀어갔어요.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cover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음원을 두 버전으로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잠꾸리 경쾌한 느낌의 오리지널 버전은 한철샘을 믿고 갔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버전이에요. 한철샘이 경쾌한 느낌을 제안하셨고, 저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혼자서 음악하다 보면 계속 비슷한 작업만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한철샘이 음악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길들을 알려주셔서 경쾌한 느낌으로 새롭게 시도할 수 있었어요. 어쿠스틱 버전도 있는데, 원래 사람들이 기억하는 잠꾸리의 잔잔함도 있으면 편하게 들으실 것 같아서 기타만 가지고 노래를 부른 버전도 만들었어요.


    이한철 제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틀어도 되는 일반성을 가지고 있는 노래가 잠꾸리에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정오의 희망곡 PD가 선곡할 수 있는 경쾌함과 심야의 별밤 PD가 선곡할 수 있는 잔잔함을 다 갖춘 노래인 거죠. 어느 시간대에나 틀 수 있는 라디오 프렌들리한 음원이요. 지금까지 잠꾸리가 만들어 온 음악도 특유의 느낌이 담겨서 좋지만, 조금 벗어난 스타일에 일반성을 가진 노래를 생각하면서 편곡했어요. 잠꾸리의 오리지널리티에 가까운 것은 어쿠스틱 버전이에요.




    프로듀서로 함께한 이한철 님이 작업하시면서 중요하게 여긴 점은 무엇인가요?


    이한철 이번 작업에서 좋았던 것은 과정이에요. 처음 만났을 때 곡도 없었고, 만나자마자 음악 작업을 한 게 아니거든요. 한 달에 한 번 만났는데, 첫 달은 만나서 수다 떨다가 잠꾸리의 미완성 곡들을 들으면서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들을 보여주고 휴대폰으로 녹음했어요. 녹음한 건 나중에 들어보라고 해요. 녹음한 그 순간에 들으면 분명 안 좋거든요. 잠꾸리도 싱어송라이터로서 본인만의 음악적인 색깔이 있는데, 그 색깔이 바뀌는 것을 힘들어할 수도 있어요. 두 번째 달에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웃음) 그달은 잠꾸리의 미완성 곡으로 제가 다양하게 시도한 것들을 들으면서 잠꾸리 스스로 생각했던 시기일 거예요. 두 달간 서로가 음악적인 부분도 건드려 보면서 인간적으로 교감을 많이 했어요. 수다를 정말 많이 떨었거든요.(웃음) 세 번째 달에는 잠꾸리가 가져온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의 벌스와 브리지를 들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잠꾸리도 이 정도면 제가 좋아할 걸 알고 있는 것처럼요.(웃음) 서로 음악의 유연함 같은 게 발휘됐던 것 같아요. 저도 곡의 후렴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서 공동 작업으로 30분 만에 곡을 완성했어요. 만들어진 과정이 자연스러웠던 만큼 곡도 정말 좋아요. 편곡하면서는 다양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하고, 잠꾸리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최종 결과물이 다듬어졌죠. 그 과정도 급히 하지 않았어요. 저희에게 긴 시간이 주어진 게 정말 좋았어요. 6개월가량의 시간을 충분히 활용한 셈이니까요.


    잠꾸리에게 이한철 님과의 작업은 어떠셨어요?


    잠꾸리 일단 수다가 정말 즐거웠어요.(웃음) 한철샘은 정말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설명하실 때도 정답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도 방법이야'라고 말씀하시는 섬세한 톤이 정말 좋아요. 섬세함과 예민함은 한 끗 차이인데, 한철샘은 긍정적인 섬세함으로 다가와서 깊이 신뢰했어요. 한철샘이 제시한 다양한 방향을 믿고 따라갈 수 있던 이유예요. 인간적이고 과정을 살피는 사람이라고 느껴졌거든요. 한철샘이 싱어송라이터로서 곡을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기에 알 수 있는 이야기나 태도, 삶들이 많은 영향을 줬어요. 한철샘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하셨던 말씀에 공감이 많이 가서 눈물도 맺혔는데 흘리지 않으려고 꾹 참았어요.(웃음)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순간에 집중하신다는 게 느껴지면서 저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혼자가 아닌 프로듀서와의 첫 작업인데, 이전과 많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잠꾸리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이전의 음반은 지식과 경험이 없어서 정말 고군분투하듯 하나씩 알아가며 작업했는데 너무 힘든 거예요. 노래를 만드는 것과 만든 노래가 어떻게 들릴지 고민하는 것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전무한 경험으로 앨범 작업을 하다 보니 너무 지쳐서 앨범 하나를 만들고 손을 놓아버렸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나갔죠. 아쉽지만 앨범에 마음을 한번 불태워 버리니까 다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 열정과 마음이 다 소진된 것처럼요. 음원 제작도 다시 마음이 지쳐버릴까 봐 두려웠는데, 한철샘이 <그 골목에서는 밤 냄새가 났어> 곡이 너무 좋으니 음원을 제작하자고 하셨을 때 엄청 당황했어요. 베테랑인 한철샘에 비해 제 역량이 부족할 것 같아서 걱정도 됐고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고민 끝에 한철샘을 믿고 작업했어요. 음원 작업이 들어가니까 한철샘이 제가 해야 하는 것들의 기간까지 정해주시면서 명쾌한 미션들을 주셨고, 제가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하도록 기간을 촉박하게 주지 않았던 과정들이 좋았어요.


    이한철 저희에게 주어진 기간이 여유로워서 가능했던 부분이에요. 선배는 무조건 옳은 결정을 하고 잘하는 사람이고, 후배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선배로서 경험치가 조금 더 있다는 것뿐인데, 그 때문에 선배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가다 보면 결과가 나왔을 때 그냥 선배의 결과물이 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곡은 잘 돼도 문제예요. 만약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가 제 뜻대로만 만들어져서 음원을 발표하고 크게 성공하면 잠꾸리는 더 힘들어져요. 잘 됐지만 내 노래가 아니라는 느낌이 계속 들면서 괴리감과 공허함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같이 작업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면서 바닥을 다지고, 다시 다음 결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음원을 꼭 내야 하는 건 아니었는데, 프로듀서로서 음원 제작을 제안한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이한철 잠꾸리가 평소에 해보지 않은 작업 중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과의 교집합이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라디오에도 나올 수 있는 음원을 만드는 거였어요. 뮤지션은 라디오에서 본인 노래가 나왔을 때의 느낌이 있어요. 저도 운전하다가 제일생명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를 하던 중에 처음 라디오에 나온 제 노래를 들었어요. 너무 좋아서 차 문을 열고 옆 차 운전자에게 지금 빨리 라디오 91.9mhz 들으라고 얘기하고 싶었고,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웃음) 내가 만든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왔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는 결과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개인적으로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곡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있어요. 요즘은 음원을 다양한 경로로 들을 수 있어서 언제 잘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잘 될 거예요. 오랫동안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고, 무엇보다 잠꾸리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음원이 정말 나왔죠!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요?


    잠꾸리 일단 지인들이 정말 기뻐해요. 그동안 제가 어떻게 일하고 노래했는지 알거든요. 제가 최강창민을 정말 좋아하는데, 음원 발표날 최강창민의 음원과 제 음원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좋았어요.(웃음) 노래가 좋다는 얘기도 정말 많이 들었고요. 기존의 제 노래가 한 장의 그림 같다면,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는 다양한 음의 변화들로 만들어진 여러 장의 그림 같아요. 이렇게 했을 때 사람들이 곡을 질리지 않고 여러 번 편하게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운드가 있어서 과할 것 같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전혀 위화감이 없더라고요. 많은 사운드를 쓰면서 작업해도 된다는 것도 깨달았죠.


    음원을 발표하셨으니 홍보 활동도 하실 것 같아요.


    잠꾸리 음원이 나온 뒤에 한철샘이 이제 뭐 할 거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저는 이미 목표치를 달성했는데 뭘 또 해야 하나 싶었어요.(웃음)


    이한철 곡을 만들어서 발표하면 끝난다고 생각한 거죠.(웃음)


    잠꾸리 그래서 역으로 뭘 하면 되는지 여쭤봤어요.(웃음) 음악으로 소통하는 여러 방법이 있잖아요. 한철샘은 그런 소통을 너무 잘 하시는 데, 제게도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노래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알려주시더라고요. 만약 지친 상태라면 그냥 대답만 했을 텐데, 지쳐 있지 않아서 해 볼 만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는 끝나도 나는 계속 음악을 할 테니, 사람들이랑 같이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노래로 같이 재미있게 놀아보려고 해요.


    이한철 이 얘기가 오늘 인터뷰 중에서 제일 듣기 좋은 거 같아요.(웃음) 노래를 만드는 과정 동안 서로 지치고 소진하면서 작업한 게 아니라, 즐기면서 했기 때문에 음원 발표 이후에도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는 느낌이어서 좋게 들렸어요.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라이브로 진행한 비대면 공연


    이한철 님이 바라본 뮤지션 잠꾸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한철 사람이요. "나는 이 사람의 음악만 좋아"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사람이 좋아야 음악도 좋아지는 거잖아요. 잠꾸리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매력이 여러 면으로 있어요. 저도 그 매력 덕분에 같이 음악 작업을 하게 된 거고요. 어디를 가도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사람이기에 공연도 많이 했으면 좋겠고, 무대에서 저랑 같이 공연하면서 여러 장소에서 만나길 바라요.


    이한철 님과 같이 작업한 소감 한번 말씀해 주세요.


    잠꾸리 배울 점이 정말 많았어요. 한철샘의 <슈퍼스타>와 <흘러간다> 두 곡을 정말 좋아해요. 코로나-19가 한참 심각했던 3월에 <슈퍼스타>를 듣고 큰 힘을 얻었어요. 저는 그동안 밝은 면에서 살짝 기울어진 노래들을 불렀는데, 이렇게 밝은 노래로 사람의 기운을 끌어올릴 수도 있더라고요. 노래로 누군가를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을 한철샘의 노래로 알게 됐어요. 저도 밝은 곡을 만들어서 나도 좀 끌어올리고, 사람들도 끌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곡이 탄생했죠. 한철샘의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발자취가 느껴졌어요. 노래와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살면서 지나온 길과 노래가 함께 가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한철샘의 노래를 통해서도 많이 교감했어요.


    이한철 잠꾸리가 얼마 전에 손편지도 써 줬어요. 사랑받을 스타일이에요.(웃음) 잠꾸리가 제 음악을 들으면서 제가 되어 본 거잖아요. 저도 잠꾸리의 음악 작업을 옆에서 훈수 두듯 알려준 게 아니라 나란히 앉아서 같이 작업했다고 생각해요. 서로가 되어 보는 경험이 너무 좋았고, 기꺼이 자리를 바꿔서 앉을 수 있는 유연함을 저보다도 잠꾸리가 더 많이 가졌기 때문에 제게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곡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해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세요?


    이한철 허락이 된다면 연말에 예정된 공연들을 무사히 진행하고, 내년에는 나를 있게 하는 우리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주로 서울에서만 활동했는데, 이번에는 저와 지방의 뮤지션들과의 콜라보이면서 동시에 각 지방의 뮤지션이 각자 지역에 계신 분들과 같이 노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잠꾸리 저는 지금까지 만든 곡들을 잘 모으고 다듬어서 개인 앨범을 내보고 싶어요. <그 골목에서는 밥 냄새가 났어> 노래와 관련된 재미있는 활동 많이 하고, 가능하다면 공연도 많이 하고 싶어요.(웃음)


    잠꾸리와 이한철과의 유쾌했던 인터뷰


    Local to Seoul

    서울문화재단의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서울 각각의 지역에 존재하는 문화와 정체성을 발굴하고, 새롭게 발견한 '로컬'을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서울 X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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