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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US+] 독일 노이스의 인젤홈브로이히 미술관

    2017-10-18

    예술과 자연,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

    독일 노이스의 인젤홈브로이히 미술관(Museum Insel Hombroich)

    김미교 Kim Mikyo


    독일은 어느 도시를 방문하더라도 녹음이 우거지고, 크고 작은 숲이 함께한다. 일상의 자투리에 숲을 산책하고, 친구들과 주말에 간식을 챙겨 숲 속의 호수로 수영하러가는 독일인들의 투박한 여유는 삶과 문화 그리고 예술에도 묻어나온다.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작은 도시 노이스에는 자연과 예술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미술관이 있다. 바로 인젤홈브로이히 미술관이다. 이곳은 짧게는 반나절에서 하루를 예상하고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안젤홈브로이히 미술관 입구

    2004년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의 숨겨진 미술관 TOP 10” 에도 선정되었던 이 미술관은 일상과 다른 시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우리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교양있게 행동해야할 거 같고, 작품을 너무 오래보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거나 지킴이의 감시를 의식하게 된다. 인젤홈브로이히 미술관은 이런 권위적인 미술관에 대한 반발과 자연-예술-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시간을 위해 설립되었다. 미술관 이름인 인젤(Insel)은 독일어로 섬을 의미한다. 바다가 아닌 숲과 늡지대로 둘러싼 이 외딴 예술섬을 방문해보자.

    미술관 매표소이자 입구인 Kassenhaus 내부

    평원과 자갈밭 주차장을 넘어 들어서는 미술관 입구에서는 전반적으로 20세기의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의 인상을 주는 백색의 깔끔한 공간과 디자인이 들어온다. 카페테리아 자유이용이 포함된 미술관의 기본 입장료를 지불하면 하루 종일 건물들은 레지던시 등 개인 사유로 활용되어 실내에 들어갈 수 없는 몇몇 건물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작품과 자연, 공간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카페테리아의 식사는 주변 농가에서 수확한 식재료로 무제한 제공

    현대미술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매표소 건물을 시작으로, 16개의 건물들이 흩뿌려진 인젤홈브로이히 부지는 곳곳에 자연과 작품, 오브제, 그리고 우리들을 품어내며 하나의 마을을 연상시킨다.카달로그 한장을 들고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시간의 여정이 시작한다.

    비밀공간처럼 숲 속에 숨겨진듯한 전시 건물의 출입구

    미니멀한 흑백 구성의 입장권과 카달로그

    작품을 볼 심산으로 지도를 들고 둘러보다보면 관람객을 통제하고 교육하기 위한 전시장 지킴이,작품의 캡션정보, 동선 안내 화살표 등 많은 것들이 없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건물과 건물 사이를 둥굴게 서로 이어진 길들은 서로 얽히고 연결되어 여유를 가지고 돌다보면 원하던 곳에 도달하게 된다. 이렇듯 기존 미술의 여러 가이드를 없애면서, 인젤홈브로이히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작품과 오브제들에는 쿨함이 묻어난다.


    유명한 작품들의 조형성이나 작품에 서명 등을 통해 작가가 누구인지를 추론할 수는 있지만, 이곳에서 작품들과 오브제는 작가가 누구인지, 이 작품의 역사적/금전적 가치가 어느정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로 곳곳에 놓여있다. 열린 건물 문을 통해 바람에 굴러온 낙엽도 전시장에서 작품과 함께 한다.


    이곳 건물들의 또 다른 특징은 전시장소에 인공조명이 없다는 것이다. 이 참여한 건축들은 자연채광이 실내에 녹아내려 작품과 어우러지도록 한다. 계절과 날씨, 시간이라는 자연의 변화가 작품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하고, 문이나 창틀 너머로 보이는 자연의 이미지 자체가 작품이 되기도 한다.


    1982년 미술관을 설립한 뒤셀도르프 지역의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칼 하인리히 뮐러(Karl-Heinrich Mueller, 1936-2007)의 컬렉션은 고대 크메르와 중국의 조각부터 20세기 유럽 미술가들의 작품까지 방대하다. 이러한 현대미술작품과 유물들이 역사나 사조에 대한 해석 없이 자유롭게 배치되었다.


    인젤홈브로이히 건물들로 향하는 길의 풍경

    인젤홈브로이히를 반나절 돌아다녀보면 어느새 작품과 자연 그리고 건축물의 공간을 동등하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과 자연, 건축에 대한 경외감은 한대 어우러져 오히려 나에게 집중하게 한다. “내가 이곳에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일깨운다.

    홈브로이히 부지 전체 지도

    인젤홈브로이히에서 몇몇 예술가들의 건물과 조각들이 놓여진 키르케뷔 필드(Kirkeby-Feld)의 길를 따라 1Km정도 걸으면 스쿠립툴러할레(Skulpturenhalle)를 시작으로 예술가, 시인, 문학가, 과학자들의 아틀리에와 주거 공간, 연구실로 구성된 공동 부지인 라케텐스타치온 홈브로이히(Raketenstation Hombroich)가 펼쳐진다. 이곳에는 수변과 어우러진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Tadao Ando, 1941- )가 설계한 랑겐 파운데이션(Langen Foundation)건물 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 공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인젤홈브로이히 웹사이트 : http://www.inselhombroich.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