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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01

    Seoul Player _ STOP : 서울과학사


    서울 거리의 사물을 조립합니다


    interviewee 서울과학사(최종언∙김종범)

    SNS @seoulmodelshop01


    서울 거리를 유심히 관찰하는 산책자인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만나서 만든 프로젝트 그룹 '서울과학사'. 서울과학사의 두 사람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구조물에 영감을 받아서 조립식 키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거리의 익숙한 것들을 재발견해서 조립식 키트로 만드는 서울과학사의 관찰은 지금의 서울을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시선입니다.


    서울과학사의 소개를 부탁드려요.

    '종언'과 '종범' 2인으로 이루어진 독립 모형점이에요. 저희는 서울의 거리 또는 그 외 지역에서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지만 의외로 잘 모르는 사물과 건축물을 모형으로 만들고 있어요. 모형에는 2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프라모델 같은 조립식 키트와 최대한 많은 디테일을 넣어서 아카이브 용도로 만드는 모형이 있어요. 모형 제작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 등 디지털 제조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요.

    '서울과학사'의 캐릭터가 뚜렷이 보이는 사인
    서울과학사의 종범(좌)과 종언(우)


    서울과학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두 분의 인연이 궁금해요.

    첫 인연은 새롭게 출시되는 3D프린터의 디자인 의뢰를 종범에게 맡기면서 시작됐어요. 그 당시 저는 3D 프린터 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서 제가 종범의 작업실로 출근하는 날이 많았는데,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지만 닮은 부분이 많아서 친해졌어요. 저는 엔지니어이면서 사진이나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종범은 디자이너지만 디테일한 작업을 할 때 엔지니어적인 성향이 있었어요. 서로의 대칭적인 성향이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그 시기에 우연히 '보안여관'에서 <메이드 인 서울> 전시 제안이 들어와서 서울과학사를 시작하게 됐죠.

    보안여관에서 진행했던 <메이드인 서울> 전시회


    서울 거리의 사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저희 둘 다 도시 산책자로서 주변을 관찰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요. 도시를 걷다가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대상에 끌림을 느껴서 멈칫거리며 그 대상을 응시하는 일이 자주 있거든요. 각자의 역할인 디자이너, 엔지니어로서 사물을 자세히 보고 학습하려는 부분도 있지만, 사물이 언어화되어 단어로 인식되기 이전의 대상을 가슴에 담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것이 모형이라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거리의 사물을 감상의 대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서울과학사 모형 키트들의 실물 이미지


    서울의 다양한 사물 중 어떤 것들을 모형 키트로 제작했나요?

    처음으로 제작했던 키트는 보안여관의 제안으로 참여했던 <메이드 인 서울> 전시회 때 만들었던 제품들이에요. 문래동 수레 시리즈도 있는데, 문래동에 있는 공장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개조해서 만든 특수한 형태의 수레를 키트로 만들었어요. 서울역과 철도에 관한 키트도 있고, 최근에는 '안양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설치된 작품 2개를 선정해서 키트로 제작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서울시립대 '박철수' 교수님의 의뢰로 50년대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LH의 전신인 '대한주택영단'에서 만들었던 '부흥 주택'의 키트 제작도 현재 마무리 중이에요. 지금까지 총 12개의 키트를 제작하고 출시했어요.

    서울과학사의 모형 키트들


    모형 키트의 대상을 선정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모형으로 만들었을 때 실물의 감동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이 부분이 모형 원형 제작자로서 가장 중요한 감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서울과학사로서 중요한 또 다른 기준은 마이너한 아이템을 제품 라인업에 포함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누구나 아는 63빌딩을 모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대상이에요. 63빌딩과 함께 설치됐지만 언젠가 사라진 조각가 '리처드 리폴드(Richard Lippold)'의 아름다운 조형물을 모형으로 만드는 거죠.


    하나의 모형 키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먼저 대상을 정하고 가능한 많은 자료를 찾아요. 실물이 남아 있다면 찾아가서 구석구석 최대한 많은 사진을 찍어오죠. 그 자료를 토대로 3D 모델링을 진행하고 소량 제작이 가능한 3D 프린팅이나 레이저 커팅에 적합하도록 부품들을 설계해요. 그다음 소량 샘플을 제작해서 직접 조립해보며 수정할 부분을 찾아요. 이후에는 매뉴얼과 패키지 작업을 하는데, 매뉴얼 제작 전용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분해도를 먼저 만들고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으로 매뉴얼을 완성해요. 패키지는 키트 대상물의 사진으로 디자인하고, 실크 스크린 기법을 활용해서 제작해요. 대부분의 공정은 저희 둘이 주말이나 저녁에 만나서 직접 작업해요.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상), 서울과학사의 모형 키트 구성(하)


    모형 키트 제작 과정 중에서 작업이 까다롭거나 어려운 공정도 있을 것 같아요.

    실물보다 축소해서 만들기 때문에 가장 작은 부분을 재현할 때 실물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크기를 변형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너무 작거나 얇아서 쉽게 파손되거나 3D 프린터로는 표현이 어려운 부분들인데, 이럴 경우에는 기계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재해석해서 표현하려고 해요. 실물과 100% 같지는 않지만 실물이 주는 인상을 표현하려고 하는 공정이 보이지 않는 어려움 중에 하나예요.

    복잡하고 디테일한 요소가 많은 서울과학사의 수레 모형 키트


    모형 키트로 만들기 어려웠던 구조물이나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으실 거 같아요.

    2019년 '안양공공예술 프로젝트 APAP'에서의 의뢰받았던 '1평 타워'가 기억에 남아요. 철골 구조물에 박스가 여러 개 붙어있는 형상이었는데요. 각 파트를 나누어 계단과 난간 창문은 3D 프린팅으로 만들고, 나머지 구조물과 판넬을 레이저 커팅을 활용해서 제작했어요. 1평 타워는 구조가 복잡해서 저희가 만든 키트들 중에서 매뉴얼 내용이 가장 많았어요. 당시에 진행했던 키트 제작 워크숍에서 참여하신 분들과 같이 조립을 했는데 저희가 도와드려도 2시간이 넘는 난이도를 자랑했죠. 내부적으로는 매운맛이라고 불러요. 개발된 키트 중 몇 개는 상당한 매운맛이죠.(웃음)

    1평 타워 키트 구성(좌)과 완성된 1평 타워 모형(우)


    앞으로 모형으로 만들고 싶은 대상은 어떤 게 있으신가요?

    종언이 'CDAPT(@cdapt0)'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아파트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아파트는 어느덧 보편적인 도시의 주거형태가 되었지만 아련한 감상의 대상이 되지는 못했는데요. 종언이 대부분의 성장기를 아파트에서 보낸 탓에 아파트라는 대상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감각이 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오래된 아파트를 모형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교량의 구조나 철도의 간판들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요. 육중한 철과 거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 덤덤하게 도시를 지탱하는 모습에서 힘을 느낄 때가 많아요. 기회가 되면 꼭 모형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잠실 5단지 아파트(좌), 동호대교 하부(우)


    서울과학사의 모형 키트는 어디서 만날 수 있나요?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 선물의 집에 철도와 관련된 판매용 키트 3종이 입점되어 있어요. 현재 비매품 키트로는 안양공공미술 프로젝트 APAP6 워크숍용으로 개발된 키트 일부를 비대면 워크숍용으로 활용하는 행사를 준비 중에 있고요. 비대면에 맞게 온라인 튜토리얼도 12월 초에 오픈을 목표로 APAP에서 제작 중이에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2월에 개막 예정인 전시의 작업과 함께 워크숍용 키트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숍을 오픈해서 서울과학사의 시리즈들을 소개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 있어요.


    문래동에 종범 님의 작업실이 있는데, 어떤 공간인지 소개를 부탁드려요.

    2019년도에 문래동에서 친구들과 오랫동안 함께 사용했던 3층의 공동작업실을 정리하면서 1층에 '레어바이크'라는 이름의 작업장을 만들었어요. 이곳에서 기존에 해오던 디자인 작업을 계속하면서 오랫동안 꿈꿔온 모터사이클 커스텀 작업을 하고 있죠.

    레어바이크 작업실


    문래동에 다양한 공간들이 많이 있는데, 문래동만의 매력과 가치는 무엇인가요?

    도시를 생태계와 비교했을 때 문래동은 인간 활동의 다양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도시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공통의 가치를 향해 획일화되는 것에서 운 좋게 벗어난 곳이 아닌가 싶어요. 문래동 공장들의 제작 환경은 물건을 만드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가치가 있고, 서울에 거주하는 다른 직업인들에게도 물건이 만들어지는 풍경을 현실적으로 인지하게 함으로써 소비문화의 균형점을 제공해줄 것으로 믿어요.

    레어바이크 앞 문래동 풍경


    앞으로 서울과학사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서울과학사는 저희에게 일종의 특별 활동과도 같아서 적당한 간격으로 꾸준히 작업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키트 시리즈로 아파트와 교량 등 주거, 토목 분야의 키트를 출시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서울∙경기 외의 지역은 아직 작업을 해본 적이 없는데, 기회가 되면 지방의 지역을 대상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서울과학사 활동의 가장 즐거운 점은 기분 좋게 상상한 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이에요. 이 즐거움을 꾸준히 느끼고 싶어요.


    Local to Seoul

    서울문화재단의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서울 각각의 지역에 존재하는 문화와 정체성을 발굴하고, 새롭게 발견한 '로컬'을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서울 X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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