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서울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을 이루는 지역들이 각각의 지역문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N개의 서울>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네의 문화 자원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과정’, 동네의 문제X이슈를 문화적으로 접근하는‘시도’, 동네를 바꾸는 '움직임'을 통해, 동네 곳곳에서 만드는 새로운 서울X문화를 기대합니다.
[현장취재]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연대의 첫걸음 (서초구)
<ZOOM in 서초: 오픈 테이블>
서초구에는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국립중앙도서관 등 굵직굵직한 문화예술공간이 존재한다. 이와 함께 서초문화재단에서는 ‘서리풀 페스티벌’, ‘서초골 문화예술축제’, ‘반포서래 한불 음악 축제’ 등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문화도시 서초’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에는 예술의 전당 일대가 전국 최초의 ‘음악 문화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매니페스토실천 본부가 주최한 ‘2019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지역문화 활성화 분야 우수상을 받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서초구에는 지역 구성원이 직접 운영하는 민간 문화예술공간과 관련 사업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운영 주체인 민간단체나 개인은 경영의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공공의 지원과 상담, 관심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서초문화재단은 이러한 문제를 실감하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를 초청,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는 첫 번째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이날은 서초의 ‘문화예술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픈 테이블 현장
서초의 문화예술공간을 재조명하다
지난 7월 23일, 서초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20명의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ZOOM in 서초: 오픈 테이블>에 참여하기 위해 공연장 ‘씨어터 송’을 찾았다. 서초문화재단이 지역 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과 거리를 좁히며 지역의 문화적 가능성과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첫 번째 시도인 만큼, 참석자 사이에는 긴장과 설렘 섞인 기운이 감돌았다.
이날 행사에는 갤러리, 공연장, 복합문화공간, 예술재단의 운영자와 일반 학생, 예술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의자에 둘러앉아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각자가 진행해 온 문화예술 활동, 운영 공간의 현황을 소개했다. 비영리단체 인문학 공간인 ‘밸류가든’의 신은희 프로젝트 매니저가 진행을 맡았으며, 참석자들은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을 자유롭게 풀어놓았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가 진행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비슷한 경험을 보태어 이야기하는 등 금세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이었다.
대화를 이어가는 참가자들
먼저, 이 자리에 참여한 ‘씨어터 송’의 송인성 대표는 공연의 메카인 홍대 앞과 대학로처럼, 서초구의 공연 문화 활성화를 위해 이 극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오히려 문화예술공간에 대한 서초구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매우 저조했다고 한다. 그동안 지역 내 소극장을 활성화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방법 등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심경을 나눴다.
이어 ‘유중아트센터'의 정승우 이사장은 그동안 공연장, 갤러리, 창작 스튜디오 등을 운영하며 청년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해왔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에서 더욱 적극적인 문화정책을 시행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래야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과 문화 프로그램에 좀 더 쉽게 접근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러한 공간을 운영하는 민간 운영자들에게도 큰 위안과 용기가 되어, 자생력을 키워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갤러리 ‘빈치’의 박선명 대표와 ‘아티비타’의 정옥 대표, 공연장 ‘SSC 홀’의 이완이 대표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홍보한 경험을 나눴다. 이들은 전단이나 SNS를 통해 무료 전시・영화 프로그램과 문화예술 클래스를 홍보했지만, 그 효과가 미미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서초구 내의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의 나눔도 이어졌다. 인문학 책방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의 전윤희 대표, 연극 복합문화공간 ‘디마르가리따 티룸 앤 씨어터’의 유미선 대표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공간이 본연의 운영 목적을 잃어버리고, 고객 응대에만 치우치게 되는 점, 이로 인해 인력이 부족한 점 등을 털어놓으며 서로의 고민에 공감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마련하는 대안
이처럼 참여자들은 함께 고민을 나눈 후, 자연스럽게 해결책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우선 각자가 운영하는 서초구 문화예술공간을 연결해,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또 각각의 공간이 가진 특장점을 개발하고 명확한 콘셉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효과가 저조해 실망했던 홍보 방향에서도, 비교적 홍보 경험이 많은 참가자가 홍보 타깃을 면밀히 분석하고 연령에 맞는 홍보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또, 가능하다면 주변 상권과 연계해 홍보를 추진할 것을 추천했다.
또, 서초구가 대규모의 문화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주민들의 역동적인 참여나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여러 대책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공공 기관과 지역 내 문화예술인, 기획자, 분야별 전문가는 물론, 서초구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일반 사람들이 연결된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가 공감했다. 그리고 서초구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홍보 활성화 차원에서, 시설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해결해 나가야 할 우리들의 과제
<ZOOM in 서초: 오픈 테이블>은 그 이름처럼 관심이 필요했던 지역 내 크고 작은 문화예술공간을 새롭게 조명한 자리였다. 또, 그간 소통이 부족했던 서초문화재단과 민간 영역의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서초구 지역문화 예술에 대한 발전 방향을 논하고,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나눈 열린 대화의 장이었다.
서초문화재단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제2, 제3의 <오픈 테이블>을 개최할 것을 약속했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 서초의 문화예술공간을 주제로 이야기 나눈 것처럼, 매회 세부 주제를 정해 유의미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첫 번째 나눈 대화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지역 문화 예술공간을 위한 재단 측의 지원을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각각의 문화예술공간의 현장을 방문 취재해 홍보를 지원하고, 공간 운영에 필요한 지역의 인구학적 자료를 제공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참여자들은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재단에 그간 궁금했던 부분들을 문의하고, 삼삼오오 모여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오픈 테이블을 계기로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속해서 모임을 해보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심화 탐색 : 런던 문화기반시설 육성계획(London Cultural Infrastructure Plan)
이날 참가자들의 의견 중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지역 문화 예술공간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지역 내 문화예술공간의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하는 일, 손쉽게 사용 가능한 플랫폼 시스템에 대한 탐색 등이 필요하다. 또, 앞선 사례를 찾고 이를 발판 삼아 우리 환경에 맞게 개발해 나아가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일례로, 최근 영국 런던에서 발표한 ‘런던 문화기반시설 육성계획(London Cultural Infrastructure Plan)’을 함께 살펴보자.
런던 문화기반시설 육성계획 포스터
영국 런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re)’,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 등을 갖춘 문화예술의 도시다. 그 오랜 역사만큼 런던 시민들이 직접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창작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의 문화예술 공간도 여럿 존재해 왔다. 하지만 서초구와 마찬가지로 런던의 각 시설은 높은 임대료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포함한 복합적인 이유로 문화예술을 소비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점점 감소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영국 런던의 시장, ‘사디크 칸(Sadiq Khan)’은 도시계획과 연계한 ‘런던 문화기반시설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총 7개의 실행 계획안에는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의 정보를 담은 ‘온라인 지도 서비스’에 대한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 정책에서 눈여겨볼 점은,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정의를 ‘소비적 측면’과 ‘생산적 측면’에서 보다 폭넓게 해석했다는 점이다. 또, 런던의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펍이나 예술 공방, 음악 연습실, 스케이트보드 파크 등도 지역의 중요한 문화기반시설로 분류해 문화예술사회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런던의 문화기반시설 분류와 온라인 지도 서비스
[7가지 실행계획 요약]
1. 문화기반시설 온라인 지도 서비스 (https://maps.london.gov.uk/cim/index.html)
35가지의 카테고리로 다양하게 공간 정보 제공. 시설의 위치, 교통편, 이용자 통계 데이터 등.
원하는 공간에 대한 빠른 탐색, 각 지역의 문화 자원 발굴과 재조명 가능.
2. 신규 문화 인프라 형성을 촉진하는 환경 마련
신생 문화예술공간이 생길 수 있도록 도시 교통 네트워크를 확장, 광역적인 차원에서 문화기반시설의 성장 도모.
3. 세계적 수준의 주요 문화인프라 제공
패션 지구 활성화, 국립 도서관 확장, 런던 박물관 신축 등 도시 개발사업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기반시설 구축 및 국제적인 문화 경쟁력 강화.
4. 유지가 어려운 문화기반시설 지원
임대료 및 사업 금리 상승, 정책 허가 변경, 재개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350여 개의 펍, 클럽, 소규모 음악 공연장 등의 회생 지원.
5. 투자 확대
블룸버그, 현대미술 기금, 영국 문화 예술위원회와 협력해 기금을 조성, 소규모 지역문화 재생 프로젝트나 문화기반시설 재생, 지역 예술인 지원에 사용.
6. 문화・창조적 산업이 뿌리내릴 수 있는 정책 수립
문화예술사회 조성 및 성장의 걸림돌인 값비싼 임대료, 지가 상승, 유흥산업 허가의 어려움 등을 해결할 지속가능한 정책 추진.
7. 교육・네트워킹・가이드 제공
새로운 문화산업 종사자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한 콘텐츠 제공. 보호와 육성을 위한 다양한 위원회 운영.
지금까지 살펴본 런던의 문화기반시설 육성계획에는 ‘일상 속 문화예술’을 생산자, 소비자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누리게 하기 위한 런던시의 바람과 노력이 담겨있었다. 그들은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기반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길 바랐다. 또, 문화예술을 생산하는 사람들 즉, 문화예술산업 종사자를 위한 지원의 방식을 확장해가며 함께 지역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을 조성해 가고자 했다.
온라인 지도의 경우에도 시스템의 영리함과 편리함 이전에, 지역 문화기반시설의 개념과 분류, 접근 방식을 먼저 연구했다. 이로써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기반시설을 면밀히 검토하고, 문화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일반 시민과 함께 지역이 가진 정체성과 방향성을 논의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서초구와 서울의 각 지역에서도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좋은 선례들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참고하면 좋은 자료
런던 문화기반시설 온라인 지도 서비스 https://maps.london.gov.uk/cim/index.html
런던 문화기반시설 육성계획 원문 https://bit.ly/2HF82Mh
사디크 칸(Sadiq Khan) 시장의 발표 동영상 https://youtu.be/OnWBNS9Sl8c
▶서초문화재단 온라인 채널
홈페이지 https://www.seochocf.or.kr/site/main/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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