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Player _ STOP : 서울수집
지금의 서울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서울의 풍경을 수집합니다.
interviewee 서울수집(이경민)
SNS @seoul_soozip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요.
SNS에서 '서울수집(@seoul_soozip)'이라는 계정으로 서울을 수집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이경민'이라고 합니다.

'서울수집' 계정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과 역할을 하고 계시나요?
'도시'를 메인 키워드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과 연관된 다양한 콘텐츠를 모으고 있어요. 예를 들면 서울의 역사, 서울을 이야기하는 책, 서울의 동네와 건축물,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 서울에서 발생하는 도시 현상(젠트리피케이션, 재개발 등)과 이면 등이 있어요. 제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관심 있게 바라보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알리는 큐레이터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서울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어서 서울은 관광지, 고층 빌딩, 좋은 집 등으로 가득한 화려한 도시라고만 생각했어요. 환상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상경해서 살다 보니까 서울의 화려함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발견했어요. 제가 발견한 서울이 가진 이면의 모습을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주고 소개하고 싶어서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수집하게 됐어요.
서울의 다양한 모습 중에서 철거 풍경을 집중해서 수집하시고 소개해 주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골목 탐방을 하다 보니 서울에 오래된 동네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대상인 곳들이고, 그런 곳을 돌아다니면서 철거 현장이나 과정을 지켜본 적이 많아요. 그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여러 복잡한 상황들이나 갈등을 지켜보면서 철거라는 게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사라지는 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했죠. 이런 상황들이 나한테도 올 수 있고, 개인의 가치관이나 미래의 삶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철거 현장에서 마주했던 것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이 서울의 장소를 인지할 때 핫플레이스 위주로 관심을 가지는데 저는 핫플레이스가 존재하기 이전의 모습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의 핫플레이스를 즐기기 위해서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만 했거든요. 저도 제가 살았던 동네가 없어져서 동네에 대한 상실감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었고, 이러한 경험들을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와 메시지가 철거 풍경이었어요.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고 기록하실 때 본인만의 특별한 시선과 기준이 있나요?
다양한 기준들이 있는데 오래된 간판이 기준이 될 때도 있어요. 디자인적인 요소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과거에 존재했던 장소의 흔적들이 간판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방배동에 지금은 없어진 '방림 시장'이 있었던 곳의 주변 가게들을 보면 아직도 간판에 '방림'이 들어가 있거든요. 또 길의 형태를 보면 복잡하고, 불편한 길옆에 잘 다듬어진 길이 있으면 예전에 재개발이 진행된 곳의 경계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서울의 과거 흔적을 쫓다 보면 새롭게 알게 되는 역사도 있을 거 같아요.
존재하고 있지만 방치된 오래된 건축물을 기준으로 자료를 찾다 보면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삼각지역 근처에 오래된 목재 건물이 있는데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건물의 존재도 인지가 안 되는 위치에 있어요. 그런데 자료를 찾다 보니 그 건물이 일제강점기 때 일한와사*라는 기업이 운영한 가스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방치된 건축물을 발견할 때마다 블로그에 포스팅하는데, 그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나 혹은 해당 건축물의 변화를 알 수가 있어요.
*일한와사전기주식회사(日韓瓦斯電氣株式會社): 1908년 9월 30일, 한국에서의 전력 산업을 장악할 목적으로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가 중심이 되어 도쿄에서 설립한 전기∙전차∙가스 공급 회사

서울에서 산책하거나 이동하실 때 발견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바쁘실 거 같아요. (웃음)
거의 멍 때리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생각보다 많이 바빠요. (웃음)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단서들을 계속 찾아야 되거든요.
철거 풍경을 수집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상적이었던 곳은 어디예요?
사실 정말 다 인상적이에요. 평소 일상에서는 마주하지 않는 상상 이상의 장면들이 많은데, 굳이 한곳을 꼽으라면 복정역 근처에 있는 '화훼마을'을 말하고 싶어요. 마을 주변이 펜스로 가려져 있고, 고가도로 밑이라 마을도 잘 안 보이고, 주변에 쓰레기도 쌓여 있어서 사람이 살기에는 힘든 장소예요. 그런데 화훼마을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모습을 보면 같은 시대를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낙후된 곳이에요. 제가 60-70년대를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그 시절의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는 동네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집들은 가건물보다 못한 형태에 추위를 막기 위해서 헝겊 같은 거로 덮여 있고, 여전히 연탄을 때고,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런 마을이 화훼 마을 외에도 꽤 많아요. 대표적인 곳이 개포동에 있는 '구룡마을'이에요. 어느 마을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산속에 있거나 삶의 터전에서 계속 쫓겨나다 보니까 서울의 경계에 형성된 곳도 있어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동네 중에서 생각보다 재개발이 너무 빨리 진행되어서 안타까웠던 곳도 있으실 거 같아요.
염리동이 그런 동네였어요. 처음 갔을 때 왠지 곧 철거가 진행될 것 같은 낌새가 있긴 했어요. 건물에 X 표시가 되어 있고, 공가라고 되어있는 곳들이 있어서 철거 전에 기록하려고 했는데, 다시 방문했을 때는 이미 철거된 상태였어요. 딱 한 번 방문했던 동네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방문했는데 이미 철거가 된 풍경이 저에게는 조금 충격적이었죠. 서울의 변화하는 속도감이 정말 빠른 거 같아요.

재개발이나 재건축 풍경을 담으러 가기 전에 준비하시거나 주의하시는 점이 있다면요?
일단은 마음의 준비요. 재개발 현장의 분위기가 예민한 경우가 많아서 촬영을 제지당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제지를 당했을 때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계속 촬영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요. 그리고 하나의 장소를 담을 때 평일, 주말, 오전, 오후, 저녁 등 모두 다른 요일과 시간대에 가봐서 촬영하기 편한 분위기를 파악한 후 적당한 날을 잡아서 가야 해요. 현장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있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거든요. 현장 상황에 맞춰서 촬영을 제지당했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아현동의 철거 현장을 담은 『철거풍경』이라는 책도 발행하셨어요. 책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정확히는 '아현 2주택 재건축 구역'을 기록했어요. 기록했을 시기에 그 주변의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동네를 산책하며 살펴보다가 아현동이 재개발 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당시만 해도 아현동 재개발 이슈가 10년째 진행된 상황이었고, 아직 이주하지 않고 재개발을 반대하는 분들이 남아 계실 때였어요. 그 모습이 흥미로워서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방문해서 아현동을 1년 반 동안 기록했어요. 처음 기록을 시작했을 때는 철거가 진행되는 건물의 모습만 담다가 아현동 주민들의 흔적을 점점 발견하게 되면서 함께 기록했어요.
아현동을 기록하는 동안 철거를 반대하는 현수막이나 메시지, 뉴스에 나오는 강제 철거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동네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거 같아요. 가장 안전하고 평온한 공간인 집에서 잘 지내던 분들이 갑자기 강제 이주로 집을 떠나는 모습을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비어 있는 동네에서는 떠나신 분들의 많은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주민등록등본, 보험 서류, 사진 등 개인적인 것들도 많이 있어요.
아현동을 1년 넘게 기록하면서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전부 없어지고 새로운 동네가 만들어진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많이 생각했죠. 만약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재개발 때문에 이주하라는 통보를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현동을 담았어요. 『철거풍경』은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도 같이 담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책이에요. 아현동의 사진을 담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있는 문이 철거 현장에서는 못 들어가게 막는 문이 되더라고요. 달라진 환경에 의해서 문의 용도가 바뀐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후암가록'에서 전시회도 하셨는데, 어떤 전시회였나요?
아현동의 기록과 비슷한 맥락인데, 지금의 후암동을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전시회였어요. 사람들은 보통 본인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후암동도 그런 동네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관객에게 자신만의 후암동 이미지나 키워드를 적고 지도로 그려보도록 했어요. 제가 바라본 후암동의 풍경 사진들도 보여드리고, 후암동에서 40년 가까이 문구점을 운영하시다가 폐업하신 사장님의 이야기와 사진도 소개했던 전시회였어요.

서울의 철거 풍경과 함께 역사적인 부분도 같이 소개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역사에 대한 자료는 주로 어디서 찾으세요?
역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자료가 정말 중요하잖아요. 역사 관련 책을 찾아보고, 책에서 알려주는 참고문헌을 많이 참고해요. 역사와 관련된 정보들을 잘 정리해 놓은 웹사이트도 도움이 많이 돼요. '서울역사박물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만든 책에도 좋은 자료가 정말 많아요. 과거에 발행된 신문들도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자료라 자주 살펴봐요. 과거의 신문을 디지털화해서 아카이브 한 사이트가 있거든요. 역사 자료를 찾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면 연관된 경로들이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서울에서 좋아하는 동네나 장소는 어디세요?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장소인 봉천동을 제일 좋아해요. 서울에 와서 두 번째로 살았던 동네인데 집주인도 좋았었고, 동네 분위기도 어렸을 때 살던 동네와 비슷하면서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는 모습도 있어요. 여러 가지가 복합되어 서울을 읽을 수 있는 동네였기 때문에 좋아하고 자주 와서 변화를 살피고 있어요.

앞으로 서울수집의 계획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서울수집의 시작은 거창한 계획보다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였기 때문에, 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역할과 활동을 차근차근 계속해 나가는 게 목표예요. '서울수집'을 멈추지 않고 지속가능한 저만의 콘텐츠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Local to Seoul
서울문화재단의 Local to Seoul 프로젝트는 서울 각각의 지역에 존재하는 문화와 정체성을 발굴하고, 새롭게 발견한 '로컬'을 바탕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확장하려는 시도입니다. 동네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서울 X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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