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서울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을 이루는 지역들이 각각의 지역문화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N개의 서울>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네의 문화 자원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과정’, 동네의 문제X이슈를 문화적으로 접근하는 ‘시도’, 동네를 바꾸는 '움직임'을 통해, 동네 곳곳에서 만드는 새로운 서울X문화를 기대합니다.
[현장취재] 우리가 몰랐던 영화의 메카, 동대문의 재발견 (동대문구)
‘B급 영화(B movie)’라고 하면 흔히 황당한 시나리오와 형편없는 연출, 저예산으로 어렵게 제작한 눈물겨운 영화를 떠올린다. 할리우드에서 A급 영화에 끼워 팔며 질 낮은 영화로 취급되던 B급 영화는 40년대에 들어서며 독립 영화 제작사의 개성이 살아있는 영화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후 70년대에는 예산과 상관없이 자유롭고 실험정신이 반짝이는 독특한 표현 양식의 영화로 인정 받았다. 이제 B급 영화는 한국에서도 천만 흥행의 주요 키워드로 통용되고 있다.
'2019 비무비 페스티벌(B-MOVIE FESTIVAL)'은 B급 영화만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한 영화제다. 동대문구에서 독립영화 상영회를 주기적으로 진행해 온 청년들이 ‘동대문구만의 독특한 영화제를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로 기획했다. 비(B)급과 붉을 비(緋)를 의미하는 비무비 페스티벌은 B급 영화 장르를 대표하는 공포 영화로 채워졌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한 B급 영화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인 영화제다.
비무비 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비무비 페스티벌은 지난 11월 2일, 동대문구의 선농단역사문화관 지하 3층 오픈 공연장에서 열렸다. 기존 전시실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용했지만, 조명과 음악으로 공포 영화에 어울리는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과 후, 쉬는 시간에 간단한 다과와 함께 부대 프로그램인 20년대 공포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즐겼다.
선농단역사문화관 지하 3층 오픈 공연장에서 열린 비무비 페스티벌 현장
비무비 페스티벌의 1부는 정통 B급 공포 영화로 꾸려졌다. 첫 순서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12번째 보조사제>였다. <12번째 보조사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엑소시즘(사람이나 사물에서 악마를 쫓아내는 행위)을 소재로 한 단편 영화다. 그 뒤를 이은 '임승미' 감독의 <엄마>는 의문의 존재로부터 딸을 지키려다 점점 미쳐가는 엄마와, 이를 지켜보는 딸의 불안한 심리를 다룬 작품이었다. 1부의 마지막으로 상영된 '이승주' 감독의 <죽부인의 뜨거운 밤>은 80년대 한국 공포 영화의 감성을 오마주한 작품으로, 한 남자가 살아있는 죽부인을 집에 가지고 오며 일어나는 기괴한 일들을 B급 감성으로 풀어냈다.
<12번째 보조사제>와 <죽부인의 뜨거운 밤> 포스터
<엄마> 스틸컷
2부는 현실 비판적인 감독의 시선을 담은 B급 공포물로 채워졌다. 귀신 역할을 맡은 배우 지망생의 분투기를 담은 '양준태' 감독의 <빙의>를 시작으로, 선망하던 영화 속 주인공을 자신으로 착각하는 저주에 걸린 감독 지망생을 다룬 '김혜진' 감독의 <영화의 저주>, 손님에게 너무 열심히 미소를 지은 나머지 그대로 얼굴이 흉측하게 굳어버린 알바생의 눈물겨운 소동극을 그린 '송현석' 감독의 <미쇼지귀>, 사랑받고 싶었던 왕따 초능력 소녀의 파국을 그린 '김수영' 감독의 <능력소녀>가 이어 상영되었다.
<미쇼지귀>(상)와 <능력소녀>(하)의 스틸컷
각 섹션이 끝날 때마다 감독과 배우가 모여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제작 과정에서 겪은 재밌는 에피소드와 참고한 작품의 이야기가 오갔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화에 관한 궁금증을 묻고 답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B급 공포 영화에 대한 관심사로 이어졌다. 주변부의 영화로 취급되지만, 훨씬 더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폭넓게 다루는 B급 영화의 매력을 공유한 시간이었다.
섹션별 상영이 끝나고 진행된 GV
2부의 GV를 끝으로 공식 비무비 페스티벌은 종료되었다. 단 하루 동안 짧게 진행한 프로그램이었지만 B급 영화의 매력이 무엇인지 관객에게 제대로 소개했던 알찬 구성이었다. 해당 페스티벌 관계자는 올해는 초청작으로 영화제를 구성했지만, 내년에는 직접 제작한 독립영화 위주로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비무비 페스티벌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대문구의 영화적 매력을 발산했고, 지역 콘텐츠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실 동대문구 답십리는 60년대의 영화 촬영 명소였다. 1964년에 답십리 영화종합촬영소가 지어졌고, 1973년부터 2013년까지 영화진흥공사가 홍릉길에 위치해 있었다. 또, 영화 특성화 학교인 동답초등학교에서는 매년 서울어린이창작영화제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대중에게 잊힌 지역의 역사를 이어가고자, 동대문구는 내년 또는 내후년에 답십리 촬영소 고개를 중심으로 영화의 거리를 만들고, 영화 박물관을 재정비해 지역 영화인의 레지던스로 활용할 예정이다. 2019 비무비 페스티벌은 동대문구에서 활동하는 젊은 영화인이 처음으로 모여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으로 동대문구에서 점점 성장할 영화제와 영화 문화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번 비무비 페스티벌에 참여한 동대문구의 숨은 영화 공간을 소개한다. 상시 영화 상영회를 여는 곳이 많으니 관심 있다면 들러보자. 영화를 사랑하는 새로운 이웃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1. 커피코
테마별 영화 상영회가 수시로 열리며, 비건 브레드를 즐길 수 있는 용두동 카페
- 주소: 동대문구 용두동 39-812
- 운영 시간: 평일 7:30~23:00 / 주말, 공휴일 9:00~23:30
- 홈페이지: coffeco.modoo.at
- 인스타그램: @popo5136
2. 꽃갈피
독립 영화를 보고 독서 모임에도 참여할 수 있는 휘경동 카페
- 주소: 동대문구 휘경동 286-141, 1층
- 운영 시간: 매일 12:00~23:00 /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kkot.galpi
3. 영화책방 35mm
책과 영화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행사, 다양한 소모임이 있는 장안동의 독립 서점
- 주소: 동대문구 장안동 137-2, 101호
- 운영시간: 평일 19:00~22:00 / 금요일, 주말 12:00~22:00 /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35mm_booknfilm
4. 카페 씨네필 & 영화관 풋잠
영화 상영회와 취향 모임이 열리는, 고물상회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겸 동대문구의 마을문화예술창작소
- 주소: 동대문구 휘경1동 146-66
- 운영시간: 예약제로 운영 (공식 인스타그램 또는 010-2676-7807로 문의)
- 인스타그램: @cinefeel.catn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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