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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에 숨을 불어 넣는 '낙후 공간 재생'

    2021-08-20 10분 분량

    도시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화됐다. 그중에서도 도시 안에 위치한 장소는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거나 퇴색되기도 했다. 20세기까지 진행되었던 산업화(공업화)와 중앙집권화의 물결은 21세기로 접어들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탈산업화(탈공업화)와 분권화가 도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며 많은 장소가 낙후 시설이 되었다.

    선진국의 경우, 2차 산업의 주축을 담당하며 화학 연료를 주로 사용하던 공장들이 2차 산업의 쇠퇴와 함께 버려졌다. 그러나 건축물의 낙후화는 공장들에만 일어나지 않았다. 교회, 학교, 병원, 농장 창고, 도살장 등 다양한 건물들이 각 산업의 쇠퇴와 함께 잊혔다. 이렇게 방치된 건물들은 반달리즘(vandalism)이나 범죄의 표적이 되었으며, 주변 거주자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방치된 건물과 그래피티
    [Photo : Wikimedia Commons]

    1970년대까지는 철거를 통해 낙후된 건축물들을 없애고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도시 재개발(urban renewal)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독창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과 이러한 가치가 경제적 효과와 도시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도시 재생(urban regeneration)의 개념이 확산하였다.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낙후공간 활성화는 장소의 역사성을 그대로 보존하여 문화유산으로서 기능하도록 만드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 공장을 예로 들어보자. 후자는 공장의 물리적 구조를 변형하지 않은 채 대중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재현해 주는 박물관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반면 전자는 공장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도 일부를 변형하여 주거단지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기능들은 대부분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거나 행위자들 간의 다채로운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낙후된 공간에 새로운 색을 입히며 지속가능성을 더한다.




    낙후 공간 재생과 지속가능성


    Adaptive reuse is a great opportunity to save and honor the heritage of a city and the history within. Repurposing a building from a different era helps to create a unique atmosphere for guests when creating a destination location.

    적응적 재사용은 도시의 유산과 역사를 보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다. 다른 시대에서 온 건축물의 용도를 재구성하는 것은 여행자들을 위한 목적지를 만들 때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기여한다.

    - patricia wall -


    도시재생 경관
    [Photo : Authentic]

    도시의 역사에는 그 도시에 사는 시민들의 문화적 정체성이 담겨 있다. 또한 도시의 역사는 거주자들에게 각 도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부여한다. 그 중 건축물은 나름의 의미와 상징을 내포한 채 도시 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소들이다. 시민들은 건축의 가시적 측면뿐 아니라 비가시적 가치들을 인식하고 체험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도시를 형성해 나간다.

    그렇기에 특정 건축물의 철거는 공동체 의식과 지역 정체성에 기반한 도시-도시민, 그리고 도시민-도시민 네트워크의 일부를 절단하는 것과 같다. 효율성과 합리성에 기초한 근현대 도시 계획과 건축물에는 이러한 측면이 누락되어 있다. 이는 자칫 파괴된 네트워크를 더욱 파괴하거나, 회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시민들은 불안정한 삶 속에서 파편화된 개인으로 살아간다. 낙후된 건물을 재해석하는 행위, 즉 적응적 재사용은 지역성(locality)을 부활시켜 보다 지속 가능하면서도 탄력적인 도시 연결망을 구축하는 데 촉매제로서 기능한다. 더불어 도시 본연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운 상호작용의 패턴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다.

    하이라인(highline)을 통해 이미지 개선에 성공한 미국의 뉴욕
    [Photo : Curbed NY]

    경제적 차원에서 살펴본다면, 적응적 재사용을 활용한 도시 재생은 관광 수입 증대를 넘어 안정적인 경제 구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철거를 포함한 재개발은 건물의 완전한 해체를 필요로 하기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에 반해 적응적 재사용은 외형의 보존을 전제로 하기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낙후된 건축물들이 수반하는 조세 수입의 감소와 주변 지역 소유지의 가치 하락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적응적 재사용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 건물 내부에는 보통 복합문화공간이나 공유공간 같은 시설들이 들어서고, 이러한 시설들은 운영을 위한 일자리를 생산해 낸다.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연성을 띠는 기능적 특성은 공간 내부에서 창출되는 수익뿐 아니라 더 큰 범위의 공동체 기반 경제 모델 개발 및 활성화 창구로 기능한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는 지역 주민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장기적으로 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적응적 재사용은 많은 도움이 된다.

    보행환경은 이러한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다.

    [Photo : ANDREW ALEXANDER PRICE]

    그뿐 아니라 적응적 재사용은 건물을 둘러싼 자연환경을 발전시킬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생명력을 잃었던 낙후 공간이 활기를 되찾으면, 자연히 인적 자원적 교류를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교통이 발달하게 된다. 여기서 교통이란 대중교통 및 보행/셀프모빌리티 인프라를 의미한다. 쇠퇴한 공간 주변은 자가용 중심의 도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공간에는 인간 중심의 통로들이 집결된다. 그리고 이러한 통로에서는 온실가스가 덜 배출된다는 점에서 매우 친환경적이다.

    또한 낙후 공간은 새로운 녹지 조성 토대가 될 수 있다. 흔히 조경은 외부 환경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농촌보다 토지 면적이 좁은 도시에서는 녹지 구역을 제정하는 법 이외에도 더 밀도 있는 방안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옥상 정원이나 텃밭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철거 이후 친환경 공간을 설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응적 재사용은 건물 해체에서 비롯된 독성물질 발생 가능성을 없애는 동시에 대안적 형태의 자연환경 구축까지 가능하단 점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양한 장점이 있는 적응적 재사용의 물결은 이렇게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낙후된 건물들이 새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일까?”


    신성함과 다양성의 결합

    세속적인 삶으로부터 인간을 분리하고 성스러운 삶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종교 시설들은 한때 인류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인간 중심의 사회를 거쳐 과학과 산업의 발달, 그리고 정보화 혁명을 지나며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 물론 종교는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서구권에서부터 많은 종교 시설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건축물들은 빠른 속도로 낙후되었다.

    이렇게 사람에게서 멀어진 종교 건축물들은 다른 의미를 부여받으며 재탄생되었다. 네덜란드의 부흐트(Vught) 지역의 데페트루스(DePetrus) 복합문화공간이 바로 그 예다. 데페트루스는 14세기에 지어진 동일한 이름의 교회를 대체하기 위해 1881년에서 1884년 사이에 건축된 성 베드로 (Peter) 교회였다. 신로마네스크 양식의 외관으로 지어진 이 교회는 팔각형의 돔과 클로버 형태의 교차부, 그리고 내부 벽화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2005년, 부재 노후화로 인해 교회의 일부가 붕괴하였고, 더는 종교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설 재개발 계획이 실패하게 되어 2010년 철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1년, 부흐트 지역의 사업가들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며 건물은 재보수되었고, 철거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재사용 전 교회의 내부 모습
    [Photo : Herbestemming.nu]

    그리고 2018년, 교회 건물은 종교시설이 아닌 문화시설로 채워진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 건축가 얀 데이비드 한라스(Jan David Hanrath)가 설계한 이 공간에는 공유업무공간, 도서관, 부흐트의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 제3세계 물품들을 판매하는 상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동시에 벽화와 고해성사 공간, 아치 구조, 상부와 하부 사이에 있는 메자닌 (mezzanine) 구조 등 많은 부분이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이 공간에서는 성인들을 위한 창의적인 체험 활동이나 강좌, 또는 강연 행사 등이 열린다. 각 기능은 별도의 경계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설치물은 실용성과 직관적 디자인을 중시하는 모던 디자인의 형태를 하고 있기에, 이에 대비되는 화려한 교회의 건축 양식과 조화를 이루며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재사용 후 교회의 모습
    [Photo : Archdaily]

    누군가는 교회가 세속화되었다며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교회와 복합문화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외의 공통점을 간과하고 있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공동체의 안위를 생각하고, 사람들을 위한 선행을 베풀었다. 복합문화시설 역시 지역 주민들이 사는 환경에 활기를 찾아주고, 공동체를 결속시킬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다. 이를테면 주민들은 공유 업무 공간에서 함께 작업할 수도 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

    내부 구조물 또한 각기 다른 시대성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둘의 장벽을 허물고 통합될 방법으로 배치되었다. 두 공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공통적인 가치가 건축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었고, 궁극적으로는 역사적으로 이어져 오던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계승하며 지역의 회복을 유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억압에서 자유의 공간으로

    감옥은 통제의 공간이다. 수감자들은 정해진 일과에 따라 움직이며, 이들의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감시 체계가 끊임없이 작동된다. 이처럼 과거의 감옥은 처벌에 중점을 두었기에 감시와 통제의 기능만이 극도로 강조된 형태였다. 그러나 점차 교화에 중점을 두기 시작하면서 수감자들의 생활 시스템을 개선하는 동시에 본래 기능을 소홀히 하지 않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오래전 사용되었던 교도소 중 상당수가 이러한 이유로 운영 중단되었고, 수감자 및 관리자 등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낙후 시설이 되었다.

    칠레의 발파라이소(Valparaiso) 문화공원 역시 과거 교도소로 사용되던 장소였다. 1807년~1810년 사이 스페인 침략자들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세워진 이 건물은 초기에는 무기고로 사용되다 1840년대부터 교도소로 이용되었다. 1906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중도에 보수 공사를 거쳤으며,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유지됐던 피노체트 (Pinochet) 독재 정권 시절 당시에는 많은 정치 사범들이 이곳에 수용되었다. 그러나 1999년, 새로운 교화시설이 세워지며 감옥은 문을 닫았고, 2000년부터 10년 동안 예술가들의 작업공간과 어두운 역사를 조명하는 다크투어리즘 장소로서 기능하게 되었다.

    재사용 전 발파라이소 감옥의 모습
    [Photo : LCLA office]

    2010년, 교도소는 칠레 정부의 개혁 정책 아래 문화시설로 탈바꿈했다. 설계는 2009년 진행된 공공 건축 대회에서 최종 우승한 HLPS 건축사무소가 맡았다. 건축 과정에서 핵심이 된 부분은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 특수시설에서 개방적인 구조를 가진 공공 공간으로 전환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현재 이 공간은 전시장, 영상관, 극장, 아트 스튜디오, 음악 연주실, 각종 예술 트레이닝 센터 등 예술과 관련된 시설들로 즐비하다. 정면의 흰색 건물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외벽들은 그대로 보존되었고, 외벽에는 2000년대 이후 예술가들이 작업한 그라피티의 흔적들이 남아 있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교도소 주변을 두껍게 에워싸고 있던 건물들은 대부분 사라졌고, 보존된 소수는 역사적 유물로서 전시되고 있다. 흙 이외에 아무것도 없던 운동장에는 녹지와 각종 식물이 가득 채워졌다.

    재사용 후 발파라이소 문화 공원의 모습

    [Photo : ArchDaily]

    발파라이소 문화공원의 적응적 재사용 사례는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아이러니를 반영하고 있다. 폐쇄성과 억압성을 바탕으로 움직였던 감옥이 이와 대치되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필수로 하는 예술을 수용하며 모든 것이 변화했다.

    앞서 언급했듯 예술가들은 2018년, 시설 완공 전부터 방치된 감옥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공간의 상징성에 대한 담론이 공론화되기 이전이었기에 일종의 저항성을 띠었다. 그러나 완공 이후 발파라이소 문화공원은 대중적인 차원에서 예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공간이 되었다. 감시와 처벌이 일상이었던 공간의 역사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일깨워주는 곳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적극적 재사용에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공간의 의미를 완전히 뒤바꿀 힘이 있다.


    정체된 공간에 부여된 새로운 동력

    급격한 기술 발전 속도는 새 기술로 대체된 과거의 특정 산업 분야가 쇠퇴하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노후화된 건물 중에는 근대화 시기에 지어진 산업 시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많은 공장은 삶의 질에 대한 담론이 화두가 된 사회에서 유해 시설로 간주하여 도시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게다가 저장 창고인 사일로(silo)와 같은 산업시설의 구조들은 규모로 인해 철거에 어려움이 있다. 공장들은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도시 곳곳에 방치되었다.

    캐나다 몬트리올 주에 위치한 알레 업 체육관(Allez Up gym)은 방치된 공장을 재생해 지어진 공간이다. 본래 이곳은 1854년에 지어진 래드패스(Redpath) 설탕 회사의 설탕 가공 공장이었다. 라신(Lachine) 운하 부근에 있던 이 공장은 19세기 작은 소도시였던 몬트리올이 대도시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1950년대 토론토 워터프런트(Toronto Waterfront)에 새로운 공장이 지어지며, 초기 공장은 1980년에 문을 닫게 되었다. (토론토에 위치한 공장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설립 초기의 공장 모습
    [Photo : Wikimedia Commons]



    1996년, 방치된 상태의 공장은 지역에 위치한 건축 사무소인 스미스 비전트(smith vigeant)의 도움으로 체육시설로 재탄생한 뒤 활력을 되찾았다. 1952년에 지어진 4개의 사일로는 특유의 물리적 형태를 이용한 클라이밍 코스가 되었으며, 사일로 옆에 이어진 본 건물 역시 실내 클라이밍 코스가 되었다.

    설탕 공장에서 가공된 설탕 결정의 모습에서 연상해 흰색으로 칠해진 알레 업 체육관에는 체력 훈련을 할 수 있는 트레이닝실과 연령대를 고려한 다양한 클라이밍 강습이 운영되고 있다. 내부의 철제 구조물들과 벽면, 그리고 건물 내외부에 그려진 그라피티도 함께 보존되어 있으며, 채광, 공기 순환 및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친환경으로 설계되었다. 현재 사일로 클라이밍 코스의 반경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운영자들은 사용 범위를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사용 후 알레 업 체육관의 실내 모습
    [Photo : ArchDaily]

    재사용 후 사일로 클라이밍 코스의 모습
    [Photo : AllezUp]

    알레 업 체육관의 사례는 클라이밍 시설이 주를 이루는 만큼 위의 두 사례에 비해 기능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공간의 물리적 지형과 상징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공장의 기계들은 생산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러나 운영이 중단되는 순간, 기계들은 작동을 멈추고 가공물들은 생명력을 잃는다. 즉 죽은 공간이 된다.

    그런데 체육관으로의 전환은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동세를 가미하였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클라이밍을 하며 몸을 움직이고, 교육을 받고, 같은 클라이머들과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러한 동세는 설탕이라는 하나의 표상을 실제로 구현한 암벽들과 핵심 공간이 내부(저장)에서 외부(운동)로 이동한 사일로들과 만나 오직 이 체육관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의미를 생산하였다. 이처럼 공간을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을 추출하고 변형하는 행위는 때로 강력하면서도 다채로운 다이내믹을 창출할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한다.




    팬데믹 시대, 적응적 재사용 방식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은 2021년 8월까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백신 접종이 한창임에도 불구하고, 감염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끊임없이 발견되는 여러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는 종식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제는 건축구조를 생각할 때, 바이러스의 가능성도 함께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다.

    위에서 언급된 사례들은 모두 2020년 이전에 설계된 공간들이다. 만약 이들이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간과한 채 개선방안을 고안하지 않는다면, 이점들을 넘어서는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경제와 문화를 위한 재생뿐 아니라 질병을 위한 재생, 다시 말해 이중적인 재생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향후 적응적 재사용을 계획 중인 낙후 건물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20세기 이전에 지어졌다. 시간이 지나면 21세기에 지어진 건물들도 노후화를 겪고 쇠퇴할 것이다. 그렇기에 재사용을 위한 장소를 선정할 때, 계획 초기에서부터 팬데믹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는 제2, 제3의 팬데믹이 올 수도 있으며, 전염병이 아닌 어떤 종류의 재해가 전 지구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일종의 신호이기도 하다. 미래의 적응적 재사용은 더욱 유연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모든 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