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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붕 위의 도시 식량 인큐베이터

    2021-09-08 10분 분량

    농업은 기원전부터 인류와 함께였다. 인류는 농사를 통해 거처를 옮겨 다니는 수렵 채집 생활에서 한곳에서 정착해 사는 농경 생활로 삶의 방식을 전환했다. 그렇게 농업은 서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fertile crescent)을 기점으로 근처에 수자원이 있는 곳에서부터 서서히 발전했다. 관개 수로를 이용한 농업의 확산과 철제 농기구의 발달로 농업 생산력이 증대되었고, 뒤이어 농산물을 소비하는 공간인 도시가 탄생했다. 그러나 산업, 특히 산업혁명 이후 공업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소비 공간과 생산 공간은 물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더욱 멀어졌다. 도시가 사회의 중심부가 된 반면 농촌은 중심부를 보조하는 주변부로서 기능하게 된 셈이다.

    20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더 나은 일자리와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이촌 향도 현상이 일어났다. 그 결과 많은 국가의 전체 산업 비중에서 농업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도시 거주자에 비해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비율이 높은 국가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들에서조차 빠른 속도로 도시화가 일어나고 있어 결과적으로 농촌의 인구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시와 농촌의 모습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Photo : Wealth Meta]

    그러나 농업이 도시 공간으로 들어오며 상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 건강식품에 대한 새로운 수요, 그리고 쇠퇴한 농업의 재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시에서 하는 농업 활동, 곧 도시농업(urban agriculture)이 탄생했다. 넓은 평원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농촌의 풍경과는 달리, 도시농업은 건물 옥상, 실내, 유휴공간, 학교 텃밭 등 공간의 형태를 막론하고 행해진다.

    그중에서도 옥상농업은 옥상 녹화 및 조경 조성 작업의 일부로서 심미적 측면, 환경적 측면, 그리고 주 역할인 생산적인 측면을 모두 결합한 도시농업 방식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농업을 식물 작물을 수확하는 행위와 연관 짓는다. 그러나 가축이나 곤충을 이용해 생산물을 창출하는 행위도 엄연히 농업에 포함된다. 그중 벌을 활용하는 농업인 양봉은 최근 들어 도시 건물 옥상에서 이루어지는 빈도수가 점차 늘고 있다. 이제 옥상은 필요 없는 빈 공간이 아닌, 식량 생산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매개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도시농업과 옥상농업의 역사 

    도시와 농촌의 분리가 심화된 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부터다. 도시농업의 흔적은 기원전 35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농부들이 극 초기 도시 근처에 모종을 심었던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또한 기원후 1400년대 페루의 마추픽추에서는 밀식 구성(biointensive)의 채소 텃밭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높은 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서리 피해를 막기 위해 곡식 재배지에 물을 이용하기도 했다.

    마야 문명 시기의 도시농업

    [Photo: Aztec Urban Agriculture]

    산업혁명의 효시가 된 엔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은 이에 반하는 식량 생산 할당 정원(allocated garden)의 탄생을 초래했다. 1900년대까지 할당된 이 정원들은 도시 빈민들이 자급자족 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도시 정원들은 세계대전 이후 식량 확보의 중요성이 상승함에 따라 각 국가 정부에 의해 적극적으로 홍보되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 쇠락하였다.

    잠잠하던 도시농업이 다시 시작된 시점은 1970년, 미국에서 근린 생활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한 공동 정원 활동이 이루어지면서였다. 시간이 지나며 도시 개발자들은 도시농업을 할 수 있을 만한 녹지 공간을 도시 계획에 본격적으로 포함하기 시작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성행한 미국의 빅토리 가든(Victory gardens)

      [Photo : Ephemeral New York

    옥상정원 역시 매우 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 기원은 위와 마찬가지로 문명이 가장 먼저 발달한 메소포타미아의 신전인 지구라트(ziggurat)다.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은 있지만 내부 공간이 없는 지구라트는, 방문자들이 고온 건조한 기후를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층별로 녹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인데, 다양한 식물들이 특수 제작된 관개 장치를 통해 자라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1463년에는 교황 피우스 2세에 의해 첫 옥상정원이 설계되었고, 1890년대 미국에서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위에 옥상정원이 만들어지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옥상정원에서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1970년대 독일에서 녹색 지붕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 개발된 후, 1980년 미국에서 해당 기술이 보급되었을 때였다. 그간의 옥상정원들이 환경미화 및 보호 차원의 녹색 지붕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면, 현대의 옥상정원은 환경적 측면과 함께 상업적 측면, 즉 식량 생산과 일자리 창출 등을 고려해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되었다. 2010년대 초반부터는 로컬 푸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꿀벌을 도시에서 양식하는 도시 양봉이 옥상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바빌로니아 공중 정원의 삽화  

    [Photo : World History Encyclopedia]

    

    도시농업과 옥상농업의 현황

    도시농업은 아직 농업 전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다만 그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조사 기관인 익스프레스와이어(expresswire)는 2026년까지 도시농업의 시장규모가 213억 4,00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며, 2020년 189억 달러에서부터 매년 2.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도시농업 중에서도 가로가 아닌 세로 공간에 경작하는 수직농업(vertical farming)의 경우, 시장규모가 2019년에 이미 10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25.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이는 핵심 투자자들의 투자 증가와 함께 보조금과 양도금과 같은 형태의 스마트농업 정책이 활성화되며 발생한 현상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전 지구적 식량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자 식량 안보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도시농업에 대한 수요가 또다시 급증하게 되었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스마트 실내 농업은 선진국이 많은 유럽과 북미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공업 국가들 역시 빠른 속도로 시장을 개발 중이다.

    연도별 수직농업 시장 성장률
    [Photo : GVR

    그렇다면 옥상농업의 규모는 어떨까? 전 세계 녹색 지붕 시장은 2019년에 이미 11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17%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녹색 지붕의 형태는 환경 개선의 목적으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들을 이용한 조방형(extensive) 녹색 지붕과 다양한 식물을 다루지만 많은 관리가 필요한 집약형(intensive) 녹색 지붕으로 나뉜다. 여기서 옥상농업은 후자에 해당하며, 비중이 조방형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이 역시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대륙별 옥상농업 현황에 대해 조사한 엘리사 아폴로니 외 연구자들은 현재 미국(81%)과 유럽(26%)이 해당 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아시아(21%)가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농업 방식은 완전한 야외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야외 옥상 농장/정원과 옥상에 온실을 설치한 옥상 온실로 나누어져 있으며, 거의 모든 대륙에서 전자의 형태가 후자보다 지배적이다. 옥상양봉의 경우, 구체적인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전 세계 양봉 시장의 추이를 살펴봤을 때, 연간 성장률은 2023년까지 3%로 예상되며, 2022년 11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측되어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다.

    연도별 녹색 지붕 시장 성장률

    [Photo : GVR]

     

    

    상업적 옥상농업의 선두주자, 루파 팜(Lufa farm)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옥상농업의 풍경은 옥상에 있는 야외 텃밭에 여러 작물을 심어 자급자족의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옥상농업은 점차 상업화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그리고 식량 확보의 범위를 더 넓히기 위해 옥상농업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옥상농업 발달과 보편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더 좋은 기술을 도입하여 이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중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의 루파 팜(Lufa farm)은 상업적 옥상농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2009년 레바논계 캐나다인 모하메드 헤이그(Mohamed Hage)와 그의 부인 로렌 라스멜(Lauren Rathmell)은 식량 체계를 재창조하려는 목적으로 루파 팜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양상추, 오이, 호박, 셀러리, 새싹 잎채소와 같은 100여 종의 채소와 허브들이 자라고 있으며, 작물들은 모두 수경재배 기술이 탑재된 컨테이너 안에서 각종 영양분을 주입받는다. 작물들은 한 주 동안 약 20,00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정도의 양으로 수확된다.

    2011년 세계 최초의 상업적 온실 옥상 농장인 아훈식(Ahuntsic)을 시작으로, 루파 팜은 토마토와 가지 생산에 특화된 라발(Laval), 부분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안조우(Anjou),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빌 생로랑(Ville Saint Laurent)을 차례로 건립하여 총 4개의 온실 옥상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빌 생로랑 농장의 경우, 1층에 여러 소비자에게 수확된 농작물들을 판매하는 유통 센터가 있다.

    루파 팜의 모습

    [Photo : Lumino Health]

    루파 팜은 옥상농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은 식량 생산 체계에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옥상농업이 기존 농업 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모든 농작물이 옥상에서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지역 농부와 식량 생산자들과 협력하여 투명성에 기초한 식품 유통을 지향하며,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려고 애쓴다.




    식료품점이 없는 지역의 동네 카페나 빵집, 문화센터 등에 생산된 농산물들을 가져갈 수 있는 픽업 포인트(pick up point)를 설치했단 점에서 이러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루파 팜의 가입자들은 루파와 먹는다는 뜻을 가진 접미사 -vore가 합쳐진 루파보르(Lufavore)라고 불리는데, 운영자들은 회원들에게 생산 및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농장 방문 기회도 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옥상농업은 대안적 공동체가 될 수 있으며, 루파 팜은 이를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고자 꾸준히 시도 중이다. 루파 팜의 사업 결과물은 옥상농업의 형태가 정체된 것이 아닌, 끊임없이 확장 가능한 시스템임을 증명했다.


    독창적인 방법으로 현실 문제를 돌파하는 시티포닉스(Citiponics) 

    미국과 캐나다와 같이 영토가 넓은 국가들은 식량 자급률이 매우 높은 편으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도 많은 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농지 부족 문제로 90%의 식량을 외부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체 국가 영토 중 단 1%만이 농지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식량 자급률을 30% 이상 증대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는 중이다.

    싱가포르는 바이오필릭 도시를 실천한 대표적인 나라로, 특유의 고온 다습한 기후와 국가 주도적인 녹지 확대 정책이 결합하여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바이오필릭 건조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 두 요소가 결합하여 옥상농업의 발전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시티포닉스 옥상 농지의 모습

    [Photo : Mothership]

    싱가포르 중부의 거주 구역인 앙 모 키오(Ang Mo Kio)에 위치한 시티포닉스(Citiponics)는 나라에서 최초로 조성된 옥상정원의 형태 중 하나다. 디지털 기술 컨설팅을 해왔던 설립자 다니엘 찬(Danielle Chan)은 교육과 식량 접근성을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당 기업을 설립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정원은 독특하게도 싱가포르의 거의 모든 주거 지역에 설치된 주차장 옥상에 있다. 수직으로 파이프가 얽혀 있는 듯한 구조는 전통 농업에 비해 적은 공간과 노동량을 요구하면서도 더 많은 생산을 유도해 낸다. 더 나아가 도시농업에서 중요한 에너지원인 전기 역시 적게 투입될 수 있으며, 폐루프 시스템(closed loop system)을 통해 빗물을 포함한 물을 저장하면서도 손실을 방지한다.

    시티포닉스는 교육 방면에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농업과 관련한 독자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였고, 현재까지 약 20여 곳의 학교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STEM 교육과 UN SDG 교육과 관련된 요소들이 포함된 이 커리큘럼은 강의뿐 아니라 가상 견학, 워크숍 등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위의 루파 팜이 옥상농업의 잠재력을 실험하고자 설립된 곳이라면, 시티포닉스의 설립 동기는 상당히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 말레이, 인도 음식 문화가 혼재된 호커(hawker) 문화를 자랑하는 나라지만, 많은 식자재가 지리적 한계로 인해 외부에서 수입되어야 하다 보니, 식량 확보는 그들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또한 싱가포르에 있는 대부분의 바이오필릭 건축물이 생태계 보전을 위해 고도로 발달되어 있으면서도 세밀한 기술이 동원되는 만큼, 이 옥상 농장 역시 다양하고 섬세한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이 농장은 열대 기후의 특성상 모기로 인한 불편함을 겪는 주거 지역에 있다. 시티포닉스는 이를 고려해 모기의 산란을 막는 시스템을 수경재배 과정에 투입하기도 했다.

    루파 팜과 마찬가지로 시티포닉스도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전자가 상업적인 측면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들의 공동체를 구성하려고 한다면, 후자는 교육적 측면에서 다음 세대를 책임질 수 있는 학생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티포닉스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해결책과 함께 장기적인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도시 양봉으로 커뮤니티를 세우는 MCRH

    도시 양봉이 증가하게 된 배경에는 종의 멸종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벌은 천적인 서양의 바로아 응애(Varroa mite)의 습격과 동양의 낭충봉아부패병의 발병 및 인간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특별히 인류의 전자기기 사용량 급증은 일벌들이 돌아오지 못해 군집이 붕괴되는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이하 CCD)이 유럽을 강타한 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사실 벌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존재 중 하나다. 우리가 식량자원으로 사용하는 여러 열매와 작물들의 수정을 돕기 때문이다. 물론 벌들은 독침을 사용하기에 인간들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벌이 공격받았을 때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일 뿐, 전체적 관점에서 보면 벌은 인간의 삶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많은 이로움을 제공해 주는 존재다. 그렇기에 벌이 멸종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멸종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MCRH의 옥상양봉 모습

    [Photo : Urban List]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시티 루프탑 허니(Melbourne City Rooftop Honey, 이하 MCRH)는 양봉 중점 지역을 도시로 이동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돌파하려고 했다. 2010년 사업을 시작한 바네사 크비아트코브스키(Vanessa Kwiatkowski)와 맷 루말라시(Mat Lumalasi)는 유럽 벌들의 부활을 통한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의도를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벌 군집을 자력 혹은 양봉업자 지원 단체인 더 비키퍼스 클럽(The Beekeepers Club)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채집하고, 벌들이 만든 벌집을 카페, 레스토랑, 호텔, 정원 등 다양한 장소들의 옥상에 설치한다. 벌집들은 10일에서 14일 간격으로 모니터링되며, 양봉업자들은 꿀을 채취한다. 현재 MCRH는 멜버른의 중심업무지구(CBD)에 있는 25개의 벌집과 근교에 흩어져 있는 120여 개의 벌집을 관리하고 있으며, 각 벌집은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기업들이나 주민들에 의해서도 관리된다. MCRH는 후원자들에게 양봉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교육도 제공하고 있으며, 네트워킹 기회를 확장하고 있다.



    MCRH는 위의 두 옥상농업과 유사하게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에 기초한 대안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는 어떤 면에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철저히 대비하는 방침이라고도 간주할 수 있다. 호주는 아직 야생 꿀벌들이 다른 대륙에 비해 더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천적이나 병충해의 습격이 도달하지 않아 면역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차후 외부의 해로운 요소들이 호주의 벌들을 습격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히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은 벌들의 중요성에 대해 아직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MCRH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들의 서식처를 옮기는 물리적 접근과 커뮤니티에 도시 양봉 지식을 공유하는 교육적 방안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이 기업은 후원자들 이외에도 양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멘토링과 컨설팅 기회를 제공하는 등 교육을 통해 공동체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인간 활동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동물들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이들의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인적 체계를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알려준다.


     

    녹색 지붕에서 경작하는 사람들의 모습

     [Photo : NPR]

    이상의 사례들은 단지 옥상에서 농업을 하는 행위가 옥상농업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분리되어 있던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시스템이 구성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생산물(작물, 동물의 부산물) 이외에도 비가시적인 생산물(농업 지식) 간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옥상농업을 실천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교육, 멘토링, 컨설팅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환경을 아름답게 해주던 옥상정원은 이제 도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는 곳으로 진화했다. 옥상농업이 확산된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출처가 어디인지, 불확실함에서 기인하는 두려움 등이 점차 사라질 수 있을 것이며 도시민들의 자발적인 식량 생산을 위한 움직임 역시 확산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만큼, 미래의 옥상농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