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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오프를 넘나드는 MZ의 스포츠

    2022-06-15 10분 분량

    지난 4월, 국내 사회적 거리두기의 모든 조치가 해제되었다. 비록 마스크 착용이나 경제 회복과 같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이제 뉴스 첫머리에서 더 이상 신규 확진자 수를 찾아보기 힘들고, 한강공원은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가족과 연인, 친구들로 북적이고 있다. 비행기표 가격은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던 아쉬움이 무색해질 만큼 가파르게 올랐고, 축제가 열리는 대학교 캠퍼스들은 5월 내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 조금씩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2022년 5월 고려대학교 축제의 모습

    [Photo : 직접 촬영] 

    하지만 2년 전의 일상과 완전히 똑같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한동안 “당연했던 것들”을 대체했던 “당연해진 것들”에 우리가 너무 이미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줌(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하고, 음식부터 옷까지 집 안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문 앞으로 가져다주는 시대가 되었다. 배달 앱 내의 리뷰를 꼼꼼하게 비교해보고 맛집을 찾아내고, 홍대에 가서 직접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알맞은 사이즈와 핏까지 알아낼 수 있는 편리함은 이미 MZ세대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편리함의 범위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까지 퍼졌다. 바로 스포츠다.

    스포츠의 기술

    [Photo: Pixabay]




    사전에 따르면 스포츠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끼리 속력, 지구력, 기능 따위를 겨루는 것을 일컫는다. 여기서 겨루기는 고대 시대부터 오늘날의 올림픽까지 대면으로 하는 활동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2020 도쿄올림픽을 포함한 수많은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지거나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겨루기는 애플워치의 활동 공유 기능 중 하나로 재탄생했다.

    애플워치는 사용자의 활동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하여 친구와 활동량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운동을 마치거나 목표를 달성할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진행 상황에 대한 알림이 표시되고, 자연스럽게 응원과 함께 비대면으로도 동기 부여를 주고받게 된다. 혼자 하는 운동보다 함께 하는 운동이 더 재미있고 성취감이 높은 만큼, 활동 공유에서 그치지 않고 비대면으로 운동에 대한 자극을 더 받고 싶을 경우 상대방에게 1:1로 점수를 대결하는 겨루기(Competition)를 신청할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목표량을 설정하면 움직이기와 운동하기, 일어서기 등의 활동을 분석해 자동으로 점수를 매기며, 7일 동안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이기게 된다.

     

    애플워치 겨루기

    [Photo : Apple]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애플워치가 단순히 한 패션과 커스터마이징의 기능을 넘어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주변 지인과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도구로 이어진 것이다. 운동을 포함한 데일리 루틴을 설계해 빠짐없이 지키는 사람을 존중하고, 각자의 노력을 바탕으로 함께 성장해나가는 MZ세대의 스포츠는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조금씩 가치 소비의 일종으로 전환되고 있다.

    MZ세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보다는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를 돌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동시에 자기 개발을 해나가는 본인의 모습을 주변에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데에 익숙하다. 오하운(오늘하루운동)바프(바디프로필)는 많은 사람과 마주할 수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보는 노력을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과 관계없이 거리두기 정책과 업무 형태가 쉴 틈 없이 바뀌는 것에 지쳐갈 때쯤, MZ세대는 망가진 일상을 바로잡고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트렌드로 떠오른 챌린지 문화에 자연스레 운동을 접목한 후 본인의 의지대로 이를 수행해 나갔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올해의 키워드로 선정되었을 만큼 MZ세대의 오하운은 단순히 매일 운동하는 것을 넘어, 피트니스 관련 기기나 플랫폼을 활용해 소모 칼로리나 달리기 코스를 아카이빙하고 공유하는 MZ세대가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SNS 팔로워들에게 나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알리는 수단이 되었다. 이러한 오하운 챌린지가 단순한 루틴과 건강 관리를 넘어 자기 관리의 정점을 찍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하는 목표로 이어진 것이 바로 바프, 바디 프로필 촬영이다.

    운동과 바디 프로필

    [출처: unsplash]

    꾸준한 운동은 당연히 긍정적인 신체 변화로 이어진다. 만약 운동을 소홀히 하거나 그만두게 될 경우 좋아진 몸을 다시 보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기에, 본인의 가장 젊고 멋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운동 전문가들이 주 고객이었던 바프는 운동을 좋아하는 MZ세대가 동경하는 일종의 최종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미리 촬영일을 예약해두고 그전까지 엄격한 식단 관리와 고강도 운동으로 당일날 최적의 몸을 만든 후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혹독한 과정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펜데믹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본인의 모습을, 운동을 통한 성취감을 통해 극복해내고 싶었던 MZ세대에게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팬데믹이 조금씩 끝을 보이고 있지만 오하운과 바프 열풍은 지금도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MZ세대의 운동을 향한 열정이 개개인의 자기 관리 목적으로만 쓰이기에는 너무 아쉬웠던 것일까. 팬데믹이 길어지자 거리두기에 최적화된 스포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신림천 산책로의 러너

    [Photo : unsplash]

    러닝은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먼저 해진 운동이다. 누구나 초등학교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별도의 운동 기구나 비용이 들지 않으며 그만큼 진입 장벽도 현저히 낮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수많은 헬스장이 시간 또는 인원을 제한하거나 문을 닫게 되었고, 러닝머신도 일정 속도 이상 넘어가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할 정도로 제약이 컸다.

    그러자 MZ세대는 거리두기나 인원 제한과 같은 제약 없이 원하는 만큼 마음껏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첫 단계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이 달리기, 즉 러닝이다. MZ세대는 단순한 달리기를 넘어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목표를 설정해 기록을 관리하거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관리의 과정을 끌어낸다.

    또한 SNS에 본인의 기록을 공유하면서, 같은 목적을 가진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동호회, 즉 크루를 결성해 서로를 이끌어주는 등 동기 부여의 역할을 수행한다. 친목 위주나 참석 의무가 짙은 다른 동호회와는 달리, 시간이 맞는 사람들만 모여 러닝을 하거나 비대면으로 커뮤니티에 기록을 업로드해 서로를 응원하는 등 유대감의 형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게 된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

    [Photo : unsplash]

    러닝 크루가 대체로 퇴근 시간 이후에 모여 함께 1~2시간을 운동하고 해산하는 형태였다면, 등산은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어 모인 뒤 약 반나절 동안 함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운동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등산 역시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하지만, 러닝보다는 접근성이 약간 낮은 편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등산로 입구까지 가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닝보다 단위 시간당 칼로리 소모량과 운동 효과가 높고 확실한 거리두기가 보장되는 운동인 만큼,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던 등산이 M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크루 스포츠로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다. 주말에 수도권 내의 비교적 낮은 산을 오르는 산린이(등산 초보자를 일컫는 말)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함께 눈 덮인 한라산 정상 등반을 하는 베테랑들까지 MZ세대 사이에서도 등산을 대하는 스펙트럼은 매우 넓은 편이다.

    산 정상에 올라 SNS에 인증샷을 업로드하거나 산 중턱에 운동기구가 모여있는 곳을 산스장(산+헬스장)이라고 부르며 한 산스장을 검색한 후 직접 찾아갈 정도로, 대부분의 일상을 콘크리트 사이에서 보내는 MZ세대들에게 등산은 잠깐씩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자 운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테니스 코트

    [Photo : unsplash]

    러닝과 등산이 잠깐 시간을 내어 크루와 함께 가볍게 즐기던 운동이었다면 테니스는 여기에 약간의 전문성을 더한 스포츠 종목으로,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굉장히 트렌디한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테니스는 제대로 된 경기를 하기 위해 2~3년을 투자해야 할 정도로 기본자세부터 공을 치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때문에 귀족 스포츠라고 불리며 수요층이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굉장히 낮은 편에 속했다.

    MZ세대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모두가 테니스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을 흥미로운 지점으로 삼았다. 공의 색깔부터 점수 세는 방법까지 독특한 점이 많은 스포츠이자 제대로 치기까지 들인 본인의 노력을 은연중에 알릴 수도 있는 스포츠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테니스에 쉽게 흥미를 느끼도록 빠르게 진도를 나가는 레슨 방법이 연구 중이기도 하며, 수도권에서 테니스 레슨을 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고 있다.




    테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균형예절이다. 너무 힘을 많이 주거나 주지 않는다면 경기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반신과 하반신의 균형과 무게 중심이 적절히 분산된 안정적인 상태가 중요하다.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위에서 언급한 MZ세대의 바디 프로필을 위한 노력과 동일한 형태로 지속해서 연습한다면 방법을 터득한 뒤 평생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된다.

    또한 테니스는 귀족들의 스포츠에서 유래된 만큼 매너와 예절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경기 중 정숙을 유지하고, 서브하기 전 상대방에게 인사를 하고 시작하는 등 국내 동호회에서도 예절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MZ세대에게 테니스는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각자의 성장을 추구하는 스포츠로 여겨지고 있으며, 간편하게 테니스 상대를 매칭해 주거나 코트 예약부터 양도까지 가능한 앱이 개발되는 등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다시 함께 뛸 날을 기다리며

    [Photo : unsplash]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개인만큼 주변 사람들과의 유대감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게 러닝과 등산, 그리고 테니스는 상당히 매력적인 스포츠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채 가기도 전에 스포츠용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서 일제히 MZ세대를 겨냥한 애슬레저 룩이 출시되는 것 또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다만 MZ세대는 기술에 익숙한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본인의 액티비티 라이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에, 온라인 비중이 커진 만큼 개개인의 신체 정보나 운동 기록 등에 대한 철저한 보안이 요구된다. 지나친 기술 의존적 태도를 벗어나 MZ세대가 스포츠의 본질을 잊지 않고 온·오프 간의 자발적 선순환을 이루어낸다면 앞으로도 스포츠는 인류만이 지닌 가장 값진 움직임(movement)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