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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토록 다양한 새해

    2023-01-04 10분 분량

    새해는 모두에게 특별하다. 기분 좋은 한 해를 보낸 사람은 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며 새해를 맞고, 그다지 평온하지 못한 한 해를 보낸 사람은 새해가 변곡점이 되어 삶이 더 평안해지기를 바란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새해의 첫날을 기다린다. 

    그런 이들이 하나, 둘 모여 새해를 기념하는 각국의 행사는 곧 축제가 된다. 지역 주민이 삼삼오오 모이는 마을의 작은 행사부터 국가적으로 특정 의식이나 이벤트를 치르는 큰 행사까지, 규모도 모양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도 새해맞이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행사가 있다. 바로 제야의 종 타종이다. 조선시대 서울(한양)의 성문을 여닫는 시각을 알리던 보신각 종은 1953년부터 국민의 무병장수, 평안을 기원하는 뜻으로 매해 첫날 0시에 33번 타종이 된다. 이때 많은 사람이 보신각 앞에 모여 새해의 첫 순간을 기념하고 저마다의 염원을 담아 기도하기도 한다.


    [Photo : unsplash.com]

    이처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새해를 기념한다. 어떤 나라는 단순한 행사 수준을 넘어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새해 축제를 즐기기도 한다.




    차가울수록 더 뜨거워지는 북극곰 수영 축제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에서 매 새해 첫날 열리는 북극곰 수영 축제(Polar Bear Swim)는 1920년부터 약 100년간 꾸준히 이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새해 축제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겨울인 새해 첫날, 바닷물에 뛰어들어 100야드(약 92m)를 헤엄친다. 100주년이었던 2020년 기준, 약 6,000명 이상의 사람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되었고, 같은 각종 부대행사에는 약 4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북극곰 수영 축제는 흥미롭게도 피터 팬티지라는 한 청년의 도전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민자였던 피터 팬티지는 잉글리시 베이에서 수영하는 것을 즐겼는데, 어떤 조건에서도 매일 수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1920년 새해 첫날, 10명의 지인과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북극곰 수영 클럽(Polar Bear Swim Club)을 만들어 이러한 도전을 연례화했다. 그렇게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새해 첫날 바닷물에 뛰어드는 전통을 만들자 소식을 듣고 먼 타지에서 찾아와 함께 수영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어느덧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축제이자 밴쿠버의 명물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이색적인 축제에 수영보다는 재밌는 코스튬을 입고 방문한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오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시끌벅적한 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푸드 트럭도 이용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새해 첫날, 꼭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지지 않아도 충분히 그 현장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대회 참가는 무료지만 사전에 등록한 사람에 한해서만 바닷물에 입수할 수 있다. 또한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만 참여 가능하다. 밴쿠버시에서는 이 수영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에게 밴쿠버 시립 체육 시설 1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며,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선물 세트를 기념품으로 나눠 준다.




    It's a New Year. Let's have a party 호그마니

    호그마니 축제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서 펼쳐지는 유서 깊은 전통 축제다. 호그마니는 스코틀랜드어(Scots)로 새해가 왔으니 파티를 즐기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축제는 17세기 말 바이킹들의 축제로부터 시작됐다. 바이킹이 포획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와 횃불에 불을 붙여 승전을 기념했던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이 축제는 보통 12월 29일 저녁부터 1월 1일까지 4일간 펼쳐진다. 음악회, 거리 축제, 파티 등이 곳곳에서 열리며 이 기간 동안 에딘버러 도시 전체가 북적인다. 세계적인 가수 혹은 DJ들의 야외 공연이 열리기도 하며,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엄청난 규모의 불꽃놀이도 진행된다. 이 축제에 참여하려고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객과 시민들로 인해 시 중심부는 발 디딜 틈이 없어질 정도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에딘버러를 찾았다고 한다.


    [Photo : 호그마니 공식 홈페이지]

    이 축제는 29일 일몰 후 주민들이 바이킹 복장을 하고 횃불을 들어 시내를 행진하는 횃불 행진(Torchlight Procession)으로 시작된다. 오래전 바이킹들이 그랬던 것처럼 축제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후에는 에딘버러의 중심지 곳곳에서 연극, 콘서트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데 이를 나이트 어포어 콘서트(Night Afore Concert)라고 부른다. 31일 자정이 가까워지면 축제를 즐기는 모두가 시내 중심부로 모여 다양한 공연 및 파티와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를 즐긴다.


    [Photo : Edinburgh Festival City]

    스코티쉬들만의 재밌는 풍습도 있다. 시계가 자정을 알리는 순간, 가족 및 친구들은 서로의 집에 방문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새해의 낯선 손님이 문을 넘을 때 행운을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12월 31일 저녁부터 모여 파티하고 있었다면 자정이 되기 직전, 한 사람이 밖에 나갔다가 새해가 되자마자 초인종을 누르며 집에 들어오기도 한다. 이때 방문자는 빵, 소금, 위스키 등을 선물로 가져와 함께 나누고 사람들과 스코틀랜드 전통 민요인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을 함께 부른다.




    고요하고 정결한 새해맞이 녜삐데이

    우리에게 휴양지로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은 새해를 좀 특별하게 맞이한다. 흔히 새해 맞이하면 화려한 불꽃놀이와 신나는 음악, 그리고 기대가 가득 담긴 사람들의 함성이 떠오른다. 그러나 발리의 새해 풍경은 조금 다르다.

    이슬람교도가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는 거의 유일할 정도로 힌두교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인도의 힌두교와 달리 발리에서는 토착 신앙 등이 혼합된 지역 고유의 발리 힌두교(Balinese Hinduism)가 발전되어 왔는데, 발리 힌두교 특징 중 하나가 정령 신앙을 믿는다는 점이다. 모든 것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정령 신앙에서는 악령을 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음력과 비슷한 개념으로 힌두교에는 사카력이 존재하는데, 사카력으로 새해 첫날(양력으로는 3월 초에 해당)이 바로 악령을 쫓는 날이다. 이날을 바로 녜삐(Nyepi), 영어로는 침묵의 날(Silent Day)이라고 번역하며 이날 전후로 악령을 깔끔히 청소하기 위한 정화 의식이 치러진다.




    녜삐는 크게 이틀간 진행되는데, 녜삐 전날(사카력 새해 첫날의 전날)에는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사람들은 저마다 악귀를 상징하는 오고오고(Ogoh Ogoh) 인형을 만들어 메고 마을을 도는데 대부분의 주민이 이 행렬에 참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온전히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 정성을 들여 인형 만들기에 몇 개월을 투자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서 이 인형을 만들고, 축제의 마지막을 이 인형을 불태우는 것으로 장식한다. 이는 재앙을 저승까지 멀리 날려 보낸다는 의미가 있다.


    [Photo : Bali.com 인스타그램 / @bali.com]

    녜삐 당일이 되면 발리 사람들은 힌두교의 신인 야마가 이전 해에 있던 세상의 악령들을 쓸어낸다고 믿는다. 이때 악령이 쓸려가며 인간 세계에 머물지 못하도록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꾸며낸다. 불을 켜지 않고, 일하지 않으며, 집 밖을 나가지도 않고, 고요하고 차분하게 머무른다. 마음을 들뜨게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만 머무르며 TV와 라디오는 시청하지 않는다. 병원을 제외한 모든 관공서, 학교, 가게들은 문을 닫고 심지어 공항도 문을 닫는다. 호텔은 이 날짜에 새 숙박 예약을 받지 않으며 기존 투숙객에게도 필요한 물품을 미리 챙겨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요청한다. 발리 사람들은 이러한 정화 의식을 통해 새해를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축제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들 또한 다르지 않다. 각 지역과 국가별로 문화와 배경에 따라 새해를 맞이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그들의 축제에는 모두 저마다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히스토리가 있다. 어떤 이는 한 겨울 찬 바다에 몸을 던지며 마음을 다지고, 어떤 이는 뜨거운 횃불의 행렬을 따라 걸어가며 다시 맞게 된 새로운 해를 즐긴다. 또 어떤 이는 고요하고 침착한 자세로 다가올 새해의 안녕을 기원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저마다 맞이하는 새해 첫날의 의미를 더욱 값어치 있게 만든다.


    [Photo : unsplash.com]

    언젠가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가 아닌 타지에서 새해를 맞게 된다면 그곳에서 열리는 새해 축제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있는지 관심을 가져보자. 분명 낯선 도시에서만 들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