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코로나 시대,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함을 위한 기업의 CSR 활동은 사실 각 기업의 정체성을 떠나 모두가 따라야 할 이 시대의 이정표로 여겨진다. 특히 자신의 구매력을 선한 데 쓰고 싶어 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생존하려면 CSR은 기업에 있어 필수이다. 브랜드 정체성을 잘 어필할 수 있는 CSR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Porter Novelli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5%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 내기 위해 기업이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팬데믹 상황에서 책임 없는 행동을 한 기업을 기억하고 제품 및 서비스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소비자가 목소리를 내 기업과 세상을 움직이는 소비자 행동주의(Consumer Activism)가 주목받으면서 기업을 향한 다양하고 긴급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소비자들은 직원을 먼저 보호해야 하며, 그 이후에 제품과 기술 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는 팬데믹 이후 세계의 여러 기업이 비대면 시대에 맞춰 어떤 방식으로 CSR을 지속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앞으로의 CSR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구글만의 특색 있는 임직원 보호와 CSR 행보

전 세계 기업이 코로나19 이후의 근무 환경에 대해 고려하고, 더욱 광범위한 인력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새로운 근무 체계에 대해 발표했다. 구글 근로자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은 영구적으로 원격 근무할 수 있고, 그 밖에 또 다른 20%는 근로자가 원할 경우 평소 배정된 근무지가 아닌 다른 구글 사옥으로 출근할 수 있으며, 나머지 60%의 근로자들은 기존의 근무 형태를 따르게 할 방침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구글의 근로자가 새로운 지역으로 전근을 요청할 경우, 그들의 급여가 지역 물가에 맞춰 조정된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으로 출근 중인 근무자가 만약 더 작은 소형 도시로 근무처를 옮긴다면 그들이 받게 될 급여 역시 감소할 수 있다. 구글은 근무지에 따라 급여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추정치를 보여주는 소프트웨어, 워크 로케이션 툴(Work Location Tool)을 개발하기도 했다. 구글 대변인은 구글이 해당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급여를 지급할 것이며 미국 내 직원들이 근무처를 옮길 때마다 형평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규모 재택근무를 시행한 최초의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사무실 복귀 시점도 10월로 연기했다. CEO 피차이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무실 복귀 시점을 9월 1일에서 10월 18일로 연기한다면서 사무실이 완전히 다시 문을 열 때까지 모든 근로자는 예방 접종을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백신 접종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우리 자신과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구글은 코로나19 백신 관련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전 세계 뉴스룸을 돕기 위해 300만 달러 (한화 약 33억 원) 규모의 백신 허위정보 대응 공개 기금을 지원했다.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 (Google News Initiative)는 코로나 백신 접종 및 면역 형성 관련 정보를 사실 기반으로 검증하는 저널리즘 프로젝트 당 최대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 허위 정보 및 오보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이고, 검증을 거친 백신 관련 저널리즘을 널리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구글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이들을 돕기 위해 즉각적인 구호에서부터 장기적인 회복과 미래 대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000만 달러 규모의 원격 교육 기금을 통해 교사와 부모가 아이들, 특히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게 양질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리소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세계 각지의 조직을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리소스를 20개가 넘는 언어로 제작하여 매달 1,800만 명이 넘는 학습자에게 제공하는 Khan Academy에 100만 달러의 지원금을 전달한 사례가 있다.

구글의 원격 교육 지원 Ⓒ google.org

기부도, 환경 보호도 케이스티파이답게

이어서 주목할 기업은 글로벌 전자제품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CASETiFY)이다. 사회 소수계층을 돕는 케이스 컬렉션을 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판매 수익금 전액을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에 기부했다. 자기다움을 강조하는 케이스티파이는 개개인이 디자인할 수 있는 커스텀 케이스로 주목을 받는 기업인데 사회공헌 프로젝트로도 관심을 받으며 케이스티파이 브랜드의 추구 방향을 잘 드러냈다.

 

#CASETiFYProtects: 가장 먼저 살펴볼 프로젝트는 UV 살균기를 통해 100만 달러를 기부한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비영리 단체 글로벌기빙(GlobalGiving)이 운영하는 코로나바이러스 릴리프 펀드에 20년 3월부터 4월까지 발생한 모든 UV 살균기의 수익을 100% 기부했다. 이는 의료진들을 위해 시설에 필요한 생필품을 제공하는 데 쓰였다고 한다.

 

#DROP TO ZERO: 케이스티파이의 친환경 프로젝트는 탄소배출을 비롯한 발자국을 최소화하고 지구와 미래를 지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2020년 4월에는 케이스티파이 최초로 100% 생분해되는 에코 케이스를 출시했으며 플라스틱 패키징을 없앴다. 올해 7월 출시된 에코티파이 소재로 제작된 에코 케이스는 생체고분자와 녹말 그리고 대나무로 이뤄져 있으며 이 역시 생분해성으로 100%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CASETiFYCares: 성 소수자와 아시아인 인종차별을 막기 위해 소비자가 구매를 통해 기부하는 CSR 활동을 비롯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인도를 위해 Nishkam Sikh Welfare Council(NSWC)에 코로나 안정 지원금을 기부하고 있다.

 

케이스티파이는 이처럼 소비자들이 구매를 통해 기부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강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자기다움을 강조하는 케이스티파이는 케이스파이만이 할 수 있는 케이스 제작 기술을 활용한 CSR 활동을 통해 비대면 시대 속에서도 활발하게 그들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까지 생각하는 케이스티파이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된다.

케이스티파이 생분해성 케이스 Ⓒ CASETiFY

오픈 소스로 지속가능한 변화를 꿈꾸는 Burger King

레시피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경쟁업체를 포함한 식품 업계가 환경 보호 노력에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힌 기업이 있다. 바로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버거킹이 그 주인공이다. 버거킹은 Cows Menu라는 광고를 통해 오픈소스를 공개했으며 햄버거 패티로 이용되는 소의 식단을 바꿔 소 방귀(메탄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고자 했다.

 

버거킹은 방귀 줄이기 프로젝트에서 소에게 레몬그라스를 먹였다. 캘리포니아의 UC 데이비스와 멕시코국립자치대 등의 연구진과 협업하여 레몬그라스를 먹은 소는 그렇지 않은 소에 비해 메탄가스를 33% 덜 배출하는 데다가 레몬그라스를 먹여도 고기의 맛은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버거킹은 제휴 농장에서 소 한 마리당 매일 100g의 레몬그라스를 배식하게 되고, 레몬그라스를 먹은 소로 만든 와퍼(Whopper) 버거를 뉴욕,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오스틴 등에서 판매하였다. 이는 기술을 이용하여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버거킹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2030년까지 공급망에서 산림벌채를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식물성 버거 ‘Impossible Whopper’, ‘Rebel Whopper’를 출시했다. 지속가능한 환경보호를 위해 기술을 개발하는 노력이 버거킹의 바람대로 패스트푸드 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환경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볼보

버거킹의 오픈소스 공개 전에 글로벌 기업 볼보는 이미 그들의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하며 안전함을 내세워 지속가능한 CSR 활동을 해왔다. 2019년, 볼보는 평균 남성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더 안전한 차를 만들 수 있도록, 40년 이상 지속해 온 안전에 관한 연구를 공유했다. 해당 캠페인은 남성 신체를 기준으로 측정되어 온 자동차 안전 기준을 여성, 아이,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하여 완성한 연구 결과를 오픈 소스로 공개한 캠페인이다.

 

또한 같은 해 볼보코리아는 환경을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건강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글로벌 트렌드에 주목하여 헤이 플로깅(Hej, Plogging) 러닝 크루를 만들었다. 헤이 플로깅은 코로나19로 인해 야외에서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환경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볼보 자동차는 비대면 시대에도 지속적인 CSR을 하기 위해 올해 4월 언택트 헤이플로깅 캠페인을 열었다. 기후 변화 위기 속에서도 작은 실천을 통해 안전한 지구 만들기 문화를 국내에서도 확산시키고자 기획된 이 캠페인에서는 2만 원을 지급하면 친환경 소재로 만든 반소매 티셔츠와 양말, 플로깅 장갑, 봉투 등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모든 수익금은 구매자 명의로 환경재단에 기부되어 일회용 쓰레기 문제 인식 제고 및 올바른 일회용 마스크 폐기를 위한 환경 캠페인 활동에 사용되었다. 더불어 플로깅 참가자들의 인스타 해시태그 참여까지 끌어내며 브랜드 홍보 효과까지 누렸다.

그린 워싱, 친환경 가면에 숨겨진 또 다른 환경오염

기업이 친환경 캠페인을 들고 소비자들과 마주할 때 소비자들은 그 캠페인에 대해 더욱 신중히 들여다봐야 한다. 자칫하면 기업의 이미지 홍보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캠페인 참여 시 굿즈나 키트를 나눠 준다. 그러나 자칫 기업의 이미지에만 중점을 두었다가는 캠페인의 본질적인 의미를 흐릴 수 있다. 일회성이 강하거나 쓰레기가 될 수 있는 이벤트성 굿즈와 키트는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플로깅은 직접 참여하며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참가자의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당장 맨몸으로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취지의 트렌드인 만큼 기업은 주최하는 플로깅이 기존 의도나 메시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고 소비자는 자신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또 다른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지는 않는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헤이플로깅 Ⓒ Hej, Plogging

NEXT CSR?

최근 CSR은 비대면이라는 상황과 환경 문제와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소비자 역시 높은 기준으로 기업의 행보를 바라보고 있으며 기업 역시 비대면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여러 가지 기업의 특색에 맞춘 비대면 CSR 활동을 펼치고 있다.

 

브랜드 홍수의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잘 수립하고 기업의 비전과 미션에 부합하는 CSR 활동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또한 ESG(Environment, Social & Governance Issues) 경영이 주목받으면서 사회 구성원은 물론이고 기업 내부 구성원 모두의 지지를 받는 활동이어야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기업의 이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시대는 막이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를 맞아 CSR 활동의 수혜자 등 이해관계자의 니즈가 반영된 활동을 통해 확고한 브랜드를 내세우는 기업만이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CSR 이정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