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러시아 수교 30주년 기념
<2020 모스크바국제도서전: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만나는 미래>
라이즈(RYSE) 호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B1
2020. 8. 3.(월)~8. 12.(수)
11:00~20:00
우리에겐 저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이 존재한다. 그중,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그림책의 주인공들은 무수한 일상의 흔적 속에서도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끝없는 상상의 세계를 함께 유영한다.
아동과 청소년의 평등한 권리와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스웨덴에서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이하 ALMA 상)'을 제정해 매년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수상자에게 세계 최대의 아동・청소년 문학상을 수여 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 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이 상은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 ⟪산적의 딸 로냐⟫, ⟪방랑자 라스무스⟫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 1907-2002)"을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아이들의 권리와 개성을 존중하는 데 헌신하며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그의 작품은 수십 년 동안 세대와 문화를 넘나들며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다.

[Photo : ASTRID LINDGREN COMPANY]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 이상 그들을 만들 수 없는 날은 모든 인류가 피폐해지는 날이 될 것이다."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ALMA 상은 아동・청소년 문학의 중요성과 관심 고취를 목표로 스웨덴이 아동 문학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상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에서 끊임없이 '아이들은 존경과 사랑으로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1979년 세계 최초의 아동 체벌 금지법을 통과시킨 데 기여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스웨덴 국민의 세금으로 상금을 마련하며, 그녀의 정신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 상의 올해 수상자는 대한민국의 '백희나' 작가로 선정되었다. 무려 67개국 240명의 2020 ALMA 수상 후보 중 단독 수상자로 선정된 백희나 작가는 수상 소감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며, 많은 일을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기쁨을 전했다. ALMA 배심원은 그의 작품을 두고 "수공예와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새롭고 신나는 방식으로 자신의 책에 대입하는 과감하고 새로운 기법과 예술적 해결책의 개발을 통해 그림책 매체를 새롭게 하는 작가"라며, "백희나 작가의 매혹적인 그림책 세계는 우리를 감동시키고, 즐겁게 하고, 놀라게 한다"라고 전했다.
ALMA 상은 아동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자 개인 작품이 아닌 작품 전편에 대해 수상한다. 개별 작품의 핵심 요소와 함께 '우리가 왜 이 작가의, 이 작품을 꼭 읽어봐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들이 말하는 백희나 작가만의 특별한 작품 세계는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백희나 작가의 작업 과정이 담긴 영상
백희나 작가는 데뷔 이후 특이하고 독창적인 그림책 세계를 계속 진화시키며, 연극 작품과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데뷔작인 ⟪구름빵(2004⟫은 혁신과 새로운 시각 표현 방식을 찾고자 하는 작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나뭇가지에 걸린 작은 구름으로 빵을 구워 하늘을 나는 고양이 남매를 보며 저도 모르게 하늘을 나는 상상에 빠지도록 만든다. 평면적인 종이 모양과 입체적인 공간을 대비 시켜, 독자들을 역동적이고 마술 같은 이야기 세계로 이끌어간다.

[Photo : 책읽는곰]
⟪달 샤베트(2010)⟫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을 배경으로, '창밖의 달이 녹아내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어둠과 깜빡이는 불빛이 대조되는 아파트의 풍경을 통해 여름밤의 열기를 느끼게 하고, 사실적으로 연출된 녹는 달의 모습과 에어컨과 냉장고의 웅성거림이 들리는 듯한 세밀하고 정밀한 풍경으로 시각적인 섬세함을 넘어 모든 감각에 대한 경험을 융합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

[Photo : 책읽는곰]
이후 발표한 ⟪어제저녁(2011)⟫에서 아파트와 삶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며, 사람들의 일상과 문제, 관계를 스냅사진처럼 보여 준다. 모두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알 게 모르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손수 제작한 인형과 아파트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방식으로 공간을 열고 확장한다. 그러면서도 어린이의 경험을 중심으로 그림책을 채워나간다.

[Photo : 책읽는곰]
백희나 작가는 대개 어린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어린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어른과 노인을 세련미 있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장수탕 선녀님(2012)⟫이다. 어린 한 소녀가 목욕탕에서 목욕 요정으로 변한 신비로운 노부인을 만나 냉탕에서 노는 법을 연마하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요구르트를 선물한다. 책을 통해 세대 간의 강한 상호연계를 전할 뿐 아니라 전통적인 요소를 탐구하고 현대적 요소와 통합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림책 한 권, 한 권이 갖는 힘이 실로 위대한 이유다. 하나의 문장, 하나의 그림에서 우리의 상상력은 광활한 우주처럼 끝없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만난 빛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신종 바이러스나 기후변화 등 다양한 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 2020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로 가득한 이 시기에 '아동・청소년 문학'은 이들을 연결해주는 든든한 다리가 되고 있다.

[Photo : RYSE 홈페이지]
지금 서울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는 백희나 작가의 특별전과 함께 한국 아동・청소년 문학에 담긴 미래 담론을 탐구해보는 책의 우주, <2020 모스크바국제도서전: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 만나는 미래> 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 개최하는 이번 전시는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해 기획되었다. 국내 아동・청소년 도서 50종을 선정해 '내일을 향한 열린 시선(청소년 문학)', '어린이의 질문 그리고 희망(아동 문학)', '우리들의 이야기(그림책 1)', '표현방식의 확장(그림책 2)', '모두를 향한 목소리(그림책 3)' 등 다섯 개의 소주제 아래 현시대를 돌아보고, 누구나 자유로이 책의 우주에서 미래 지도를 그려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야기는 끝이 없다.
책이 펼치는 상상은 마치 우주를 유영하듯 광활하고,
때로는 블랙홀처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책 속에 담긴 각각의 목소리들은 별이 되어 빛나고
삶과 존재, 미래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향해 끊임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책의 우주에 머무는 동안,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은 잊고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잠시 귀 기울여 보시길.
광막한 어둠을 비추는 작지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
- 전시 프롤르그
책의 우주를 콘셉트로 채워진 이 전시 공간은 우주 속의 다섯 개의 커다란 행성으로 채워져 있고, 그 행성 안에 소주제별 도서들이 자리해 있다. 관람자들이 행성 가운데로 직접 들어가 책을 직접 펼쳐보고 책이 전하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 비스듬히 설계한 행성 모양의 선반은 아이와 어른들이 도서들을 관람하고 특별한 포토존의 역할도 하고 있다.
<모스크바국제도서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언택트 도서전'으로 개최되어, 국내 전시와 함께 큐레이션 영상 콘텐츠로 제작되어 온라인 플랫폼에 활용될 예정이다. 비록 디지털 원격 형식으로 변화하였지만, 책과 독자를 잇는 통로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창구가 되어 줄 것이다.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로 가득한 곳, 성큼 다가온 미래세계를 걸어갈 용기를 주는 책의 우주에서 잠시 쉬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