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사회 전반에 대한 아티스트의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 <젊은 예술, 생각을 디자인하다>. 작가의 태도, 가치관, 창의성, 소통, 감성이 반영되는 작업이나 작품활동 이야기, 작가 개인의 생각을 따라가 보며, 문화예술이 우리 삶과 인간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와 강점을 알아보고,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디자인부터 목수, 현장설 치까지 모든 역할과 공간·전시·가구·무대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디자인 그룹 “스튜디오씨오엠(studioCOM)”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잘 만들어진 물건이 아닌, 거친 재료와 쉽게 쓰지 않는 재료를 가지고 재밌는 형태로 새롭게 표현해 공간에 매력적인 첫인상을 만들고 있는 한주원, 김세중 아티스트와의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PART 1. 아티스트를 소개합니다
Q. studioCOM은 어떤 그룹인가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studioCOM 김세중, 한주원입니다. 저희는 주로 공간디자인 관련해서 전반적인 일을 하고 있어요. 가구든 전시든 무대도 한 번씩 하고, 요즘은 상업공간디자인도 하는 스튜디오입니다.
Q. 두 분은 어떤 계기로 만나서 활동하게 되었나요?
김) 저는 원래 공간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학교 다니면서 가구 디자인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사실 한 개인이 가구를 만들고 판매를 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시 공간작업에서 가구나 집기들 위주로 제작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을 공간과 함께 풀고 있는 것 같아요.
주원 씨는 원래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었고 저는 이제 다른 일을 하면서 독립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주변의 소개로 이런 사람이 있는데 만나봐라. 둘 다 혼자 하는 걸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동네 친구들이 그렇게 추천을 해줬어요. 그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편안하더라고요. 그 뒤로 몇 번 보다가 기회가 돼서 첫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고 잘 맞아서 그 이후로 같이 쭉 하고 있어요.
Q. 포트폴리오를 보면 공간, 가구, 전시디자인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요.
김) 일단, 공간디자인 분야에서는 경험 없이 일을 시작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이제 졸업한 아이디어만 있는 사람들에게 큰 프로젝트를 맡겨줄 사람이 없거든요. 초반에 전시디자인 포트폴리오가 많은 게 전시 쪽은 짧은 기간 동안 진행하는 공간이고, 좀 더 젊은 분들을 선호하고,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아이디어로 승부할 수 있는 게 많거든요.
저희는 아무튼 경험 없이 시작한 셈이니까요. 그래서 전시공간디자인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쌓았는데요. 처음부터 큰 프로젝트나 이런 걸 욕심을 내지 않고, 당장 작은 프로젝트라도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해서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는다. 생각으로 하다 보니 조금씩 그걸 통해서 길이 열린 것 같아요.
Q. 디자이너부터 목수까지 모든 역할을 직접 하셨다고 하던데.
한) 저희가 메이커를 하고 싶어서 메이커를 한 것도 아니고, 전시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전시디자인을 한 것도 아니에요. 저희 작업을 보여주려면 어쨌든 예산이 큰일부터가 아니라 작은 일부터 할 수 있는데, 전시디자인이 그렇더라고요. 특히 미술관 쪽 전시디자인이.
그리고 예산이 많더라도 저희가 보여주고 해내고 싶은 게 항상 더 많아서, 목수를 불러서 제작하기보단 직접 자르고 붙이고 하는 그니까, 디자인 겸 목수까지 같이하는 게 저희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더 많겠더라고요. 그래서 초창기 작업의 90% 이상은 저희가 직접 만들었었죠. 요즘에는 디자인하는 시간도 부족해서 만드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김) 스툴 같은 걸 직접 만들어보고 하면서 고생했던 과정이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저희가 만약 그냥 물건을 맡기고 남이 만들어준걸 사용했다면, 저희가 디자인 한 것과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이나 보완점을 발견 못 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냥 하나하나 만들어봤던 과정이 되게 고생스러웠지만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보다 영리한 분들이 있다면 굳이 고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있어요.
Q. 특히, 가구나 물건은 디자인하고, 현장에 적용할 때 변수가 많았을 것 같아요.
김) 예를 들어 저희가 스케치업같은 프로그램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잖아요. 컴퓨터 안의 세상은 직각이 딱 들어맞고 바닥도 평평하고 그 상태에서 디자인하는데, 막상 어떤 물건이든 현장에 설치하려고 보면 바닥도 울퉁불퉁하고 눈에 보이는 것처럼 벽도 평평하지 않아요. 기울어져있다거나 삐뚤빼뚤하다거나, 치수가 다를 때도 있고, 그런 부분을 현장조건에 맞춰 구현해내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고.
그 외에도 공간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동네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는다거나, 건물주분이 예민하시거나, 저희가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해요. 디자이너로서 되게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진심을 담아서 작업하는데 막상 현장에 나가서 마주치는 분들은 그런 작업과정이나 노력을 아는 분들이 드물다 보니까 그런 것들에서 충돌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 저희는 진짜 컴퓨터 안에 있는 거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점점 작업물을 깔끔하게 가지고 나와서 현장에 구현하는 게 디자인을 잘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난이도도 너무 높고, 그래서 사실 디자인작업은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걸려요. 설치하고 구현해내는 데 시간과 노력이 더 들죠, 디자인이 1이다 그러면 현장에서 설치하는데 5정도? 이렇게 걸리는 거죠.
Q. 현장에서 모든 작업을 마무리 지었을 때 그 기분은 이로 말할 수 없겠네요.
김) 현장 설치를 하는 과정은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고, 또 해결하고 그런 과정이 몇 번 반복돼야 그게 완성이 되거든요. 그래서 모든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는 많이 뿌듯하긴 하죠.
한) 완성이 됐을 때는 진짜 좋아요. 근데 스트레스가 너무 많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저희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요.
Q. studioCOM의 새로운 작품, 프로젝트를 지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한) 저희는 처음에 하고 싶었던 게 뚜렷하지 않았어요. 같이 우연히 만나서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계속 찾아주셨고, 그러다 보니까 저희의 색을 찾아가게 되더라고요. 근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이런 목표가 딱 있다 기보단 단기적인 목표를 설정해놓거든요. ‘우리가 올해는 전시를 한 번 해보자’, ‘올해는 월급을 얼마씩 가져가 보자’, ‘올해는 출퇴근 시간을 지켜보자’ 이런 미시적인 것들을 셋업을 해놓고 가는데 이런것들이 쌓이다 보면 매년 좀 더 나아질 것 같아요.
저희 요즘 이슈는 지금은 어쨌든 젊으니까 이렇게 일한다고 치는데 쉬지 못하고 일하다 보니까, 마흔 살까지도 계속 이 에너지로 달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일부러라도 저녁 시간 이후에는 일을 안 하려고 한다든지 하고 있는데, 잘 지켜지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목표를 설정해 놓고 가고 있어요.
Q. 일이 많은 것도 좋지만, 인풋보다 아웃풋이 많다 보면 지칠 때가 올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변화를 주시나요?
김) 채울 수 있는 환경조차 없는 지 오래됐는데, 단기간에 사람들이 저희를 많이 찾아주셨어요. 그거 자체가 보람이에요. 어떤 프로젝트를 했을 때 결과물이 잘 나오고, 클라이언트도 만족하고, 공간에 오는 분들도 만족하고, 그 공간에 오셨던 분들이 다른 공간으로 저희를 찾아주시고, 하는 그런 과정들 성장해가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 일단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스튜디오 회사로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근무시간 이라던가 이런 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것을 인지하고 계속 보완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주는 스튜디오씨오엠의 만든 공간이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김) 저희가 작업 초반에 손으로 직접 만들었던 작업이 좀 거칠긴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하는 형태가 아니기도 하고, 손맛도 느껴지고, 형태적으로 재미있고, 그런 부분이 좋아 보였던 것 같아요.
최근에 공간 인테리어 한 것 중에 아주 깔끔하게 나온 게 있어요. 그 공간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이 작업보다 예전 초창기에 손맛 느껴지고 거친 재료를 썼던 공간에 더 흥미를 보여주셨던 분이 있었어요. 그분과의 대화를 통해서 약간 그때 저희가 초반에 했었던 작업의 장점, 그것들이 주었던 우리의 특징 이런 걸 한번 느낀 경험은 있어요.
한) 저는 그게 되게 충격이었어요. 돈만 있으면 혹은 예산만 충분하면 우리도 깔끔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그게 크게 의미가 없다고 충격적으로 느꼈거든요. 왜냐면 저희 둘이서만 우리 그때 더 멋있는 거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면, 그때 중요했던 초심, 당시 고생했던 과정, 이런 거 저런 거 만들고 재미있었던 부분을 완전히 잃어버렸을 것 같아요. 그게 좀 충격이었어요.
김) 잘 만들어진 거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한) 할 수 있는 사람도 많고
김) 예산이 많이 들어간 물건이나 공간은 얼마든지 많으니까, 저희만의 색이 초반에 했던 작업 속에 묻어있는 것 같아요.
Q. 일반재료가 아닌 조금은 거친, 색다른 재료를 사용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 그때는 예산이 부족해서, 그 예산을 주면 쓸 수 있는 재료의 범위가 한정되거든요. 그럼 그 재료들이 보통, 일반적으로 쓰는 재료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그런 재료를 저희가 구하고, 찾아서 이 재료를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죠. 예를 들어 슬레이트 지붕에 빗물 받는 재료 렉산이라던가 이런 건 공간디자인에서 쓰진 않거든요. 보통 산업제품이지.
한) 공사장에서 임시로 가벽칠 때 쓰는 각재 중에서도 제일 싸구려 각재, 합판 중에서도 제일 싸구려 합판 그런 것들을 어떻게든 예쁘게라기 보단 구조적으로 아름답게 만들려고 노력을 되게 많이 했어서, 그런 식으로 했던게 유효했던 것 같아요. 자재상에 가면 되게 놀라요. 자재상 사람들한테 이걸가지고 뭘 만들겠냐고 이거는 그런데 쓰는거 아니라고 그런 말을 많이 듣죠. 사람들은 그것들로 무언가 만들고, 원래 그렇게 쓰는 물건이 아닌데 어떤 공간으로 구현됐을 때 낯설고 좋은가 봐요.
Q. 전시나 상업공간 컨텐츠를 디자인으로 풀어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한) 저희는 그런 거 신경 되게 많이 써요, 콘텐츠하고 저희가 만든 물건하고 잘 맞아야 하는 건 당연하고, 그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사람이 입구에 들어서서 느끼는 첫인상이 있잖아요 모든 공간에, 그런 첫인상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첫인상이 좋으면 나머지 공간 부분들도 다 좋아 보이는데 첫인상 없이 그냥 요기 조금 잘하고 저기 조금 잘하고 이런 건 노력만큼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한 프로젝트에 하나의 이야기만 하려고 노력해요. 두, 세 가지는 못하는 걸 알기 때문에 한 공간에 하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스튜디오씨오엠 작업공간 첫인상도 굉장히 독특해요.
김) 여기가 면적은 아주 좁은 공간인 반면에 천장이 되게 높아요. 일반적인 공간보다 1.5배 높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그 천장 높이를 살리기 위해 규격에서 벗어난 높이의 책장을 만들고 저희가 둘이서 작업하니까 미니멀하게 테이블을 배치하고 그런 정도 얘기했어요.
한) 친구들이 스튜디오 놀러 와서 책장을 보면서 야망이 높아 보인다고, 그리고 이게 약간 첨탑 같기도 해서 예수님 사진을 걸어놨어요. 어디 사진전 가서 샀는데 저희는 무교입니다.
PART 3.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모이다
Q. 두 분은 일을 진행할 때,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시나요?
한) 소통하는 방법은…의성어 의태어? 저희 둘이서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까 디자인을 논의할 때 나누는 단어가 많이 줄었어요. 예를 들어 저희 작업 테이블이 마주 보는 게 아니라 옆으로 배치 되어 있잖아요. 파티션도 없어서 서로 모니터를 엿보기가 되게 쉽거든요. 얼마든지 작업을 하다가 쉽게 질문하고, 화면 보고 이야기하고 그런 식이에요. 작업할 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대화의 내용은 길지 않아요.
김) 서로 설득 하는 게 아니라, 제가 디자인을 한 다음에 보여주면서 이거 어때요? 라고 물어봤을 때 그냥 좋아요, 나빠요가 다거든요. 그 정도로 대화 과정이 많이 생략되고, 그렇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 어떻게 보면 이게 제일 문제기도 해요. 일을 나누려면 작업 프로세스가 외부 사람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하는데, 저희가 요새 일을 못 나눈 게 타임라인이 있으면, 이쯤 왔구나 예상하고 내가 이걸 하면 되겠구나 이런게 보일텐데, 저희는 무슨 둘이서 듀얼코어처럼 일을 막 해버리니까. 도중에 사람이 들어와서 뭔가를 딱 끄집어내서 하기가 힘든 거에요. 그래서 또 다른 작은 목표로 ‘작업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일을 나눌 수 있게 만들자’가 있어요. 저희가 모든게 처음이기 때문에 이런걸 어디서 겪어가지고 시스템을 알았으면 처음부터 지키면서 갈 텐테 그런 게 없는 게 아주 아쉬워요.
Q. 아티스트마다 뚜렷한 개성과 스타일이 있는데, 혼자보다 함께 작업하면서 얻는 시너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저는 고민도 많고, 심사숙고하는 타입이에요. 어떤 문제를 다룰 때 그리고 평면 같은 걸 다룰 때도 실용적인 부분, 현실적인 거 따지고 이러지만, 주원 씨는 무대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씬에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사람이 서서 봤을 때 보이는 구성이라던가, 그리고 뭐랄까 일을 함에 있어 그때그때 추진해버린다던가 그런 데 있어서 상보적인 것 같아요.
한) 저희 둘이 성격은 다른데 디자인적으로나 미적으로나 좋아하는 거랑 관심사는 비슷해요. 디자인적으로나 미적으로나. 대부분 처음 만나고, 얘기할 때 무엇을 좋아하는 지 취향을 물어보잖아요. 둘 다 <길종상가>하고 <NONAME NOSHOP>이라는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하는 거에요. 왜 좋아했었냐면 학창 시절에 학교 전공 수업외의 것들이 뭐가 있을 지에 대해서 항상 많이 찾아봤어요.
Q. 학교 밖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있는 사람을 만나고, 그런 자리를 찾는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한) 학교는 사실 폐쇄적인 공간이라, 실제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를 수 있거든요. 근데 밖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나 찾아다니다 보니까 저희처럼 똑같이 만드는 사람들인데 <길종상가>나 <NONAME NOSHOP> 등 5년, 10년 이 일을 먼저 시작한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때, 그 팀들한테 분명 어떤 가능성을 봤고, 쓰는 재료도 그 사람들이 쓰는 것도 많이 썼고, 그 사람들이 낸 책을 열심히 봤죠. 그 사람들이 앞서 해왔던 활동이 저희한테 어떤 용기를 주었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Q. 워크숍이나 컨퍼런스 처럼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형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실 것 같아요.
한) 저는 이 분야에 대해 알고 싶어서 외부강연이나 워크숍, 전시 그런 걸 많이 찾아다녔어요. 잘 모르겠는데 어떤 마이너한, 독립출판 관련된 사람들, 미술관에서 일했던 메이커들이 좋아하는 특정 강사나 평론가나 인물들이 몇몇 계시거든요. 사람들 취향이 타고나서 그 사람들을 좋아하게 된 건지, 그 사람들의 작업을 쫓다 보니 그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결국에 일하다 보니 다 강연장이나 그런 데서 서로서로 만났던 사람들이더라고요. ‘나도 그 책 봤어, 나도 그 사람 강연 봤어’ 이야기가 나오고 일종의 취향 공동체가 생겨서 심적으로 같이 가는 기분은 확실히 들때가 있어요. 일은 결국에 자기가 혼자 해야 되는 거지만.
PART 4. sudioCOM, 지금의 생각을 듣다
Q. 전시, 공간디자인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이 분야에서 작업하시면서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어 오셨는데 최근 드는 생각이나 고민은?
한) 저희가 졸업하고 나서도 5~6년간 지금까지 제로랩이라든지 저희라든지 문화예술계에서 설치 쪽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만약, 지금 이런일을 시작하는 후배가 있다면 조금 더 재고를 했으면 좋겠는 게, 위험한 말일 수 있지만 지금은 이미 약간 포화 상태에요. 저희를 포함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익히 있고, 시도할 수 있는 시장은 작은 편이거든요. 저희가 작년 내내 고민한 것도 이 분야에서 하는 사람들과 좀 더 큰 바깥으로 같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였고, 그게 저희 목표이기도 해요. 그래서 상업공간도 맡아서 하고 있어요.
김) 저는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 길종상가가 원래 이 부근에 작업실이 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이런저런 질문도 많이 했고,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그렇다고 아주 자주 만나서 상담을 한 건 아니지만 오가면서 들었던 한마디, 한마디가 도움이 많이 되었거든요. 그런부분에서 다른 디자인 그룹과 서로 이야기도 하고 작업과정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그런 활동이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Q. 그런 부분에서 스튜디오씨오엠도 지금 공간디자인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저희가 그런 사람들이 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여서. 저희가 보여줄 수 있는건 누군가한테 꼭 한 가지 길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길도 있고 더 재미있는 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런 가능성만 보여주어도 개인적으로 작업하는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김) 그렇게 재밌는 작업을 했던, 자기들만의 길을 만들어서 했던 분들이 만들어낸 작업이 굉장히 의미가 있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국내 어떤 디자인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요. 그런 식으로 아무튼 어떤 한 분야가 발전하는 것 같긴 해요. 어떤 틀에 박힌 틀에 있는 길만 따라가는게 아니라 거기서 약간 벗어난 분들이 만들어낸 미간들 그런 부분에서 또 저희가 일조할 수 있다면 기쁨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