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로컬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예비 창업가가 자신의 색깔을 살린 ‘내 일’로 우리의 ‘내일’을 만들어가도록, 로컬 창업 인터뷰 <내일상점>이 현장의 키워드와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내일상점 상표권과 프로젝트 소유권은 LOCAL STITCH에게 있으며, 유튜브 영상 클립은 LH 소셜벤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한 카페가 생기고 두 카페가 망했다”는 농담이 진담처럼 들리는 요즘. 커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서울, 그것도 태풍의 눈인 연남동에 대충유원지를 연 윤한열 대표가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2호점 소식으로 카페 창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건축∙가구∙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구축한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비롯해 음악, 대화, 커피로 밀도 있게 채워진 그의 공간은 로컬 안팎의 사람을 아우르는 모두의 유원지다. 커피는 사람과 사람 간의 매개체라는 담백한 그와의 인터뷰를 보며 카페 공간을 다루는 관점을 넓혀보자.

우리 가게 소개

Q. 대충유원지라는 이름이 탄생한 배경은?

 

말 그대로 대충 유원지 같은 곳이나 만들어 볼까? 에서 시작했다. 처음에 카페를 생각한 건 아니었고, 대충 유원지라는 이름의 록 페스티벌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 지금은 그 이름을 가져와 카페를 하고 있지만, 조금 더 문화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다. 후에 그런 것들이 다 모였을 때 유원지 같은 느낌이 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이름이다.

 

 

Q. 대충유원지만의 특징과 차별점

 

그 위치에 있던 것, 주변 지역, 건물 자체가 어떤지에 대해 많이 연구한다. 거기에 무언가 생겼을 때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외부를 내부까지 끌어들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재질의 재료로 안쪽에 벽을 세우고, 소통할 수 있는 형식의 바(bar)를 구성했다. 얼만큼의 거리가 가장 편한 소통이 될지 고민한 끝에 이 정도 거리감을 두었다.

 

아이덴티티는 호랑이다. (가구 디자인을 맡은) 씨오엠의 곡선과 호랑이 무늬를 합쳐 문양과 로고를 만들었다. 천장에 보이는 것들은 호랑이 무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고, 사자성어 액자에도 전부 호랑이 호(虎)자가 들어있다. 천장을 내리고 바닥을 올려, 공간의 느낌을 천장까지 가져가고 아늑하게 만들고 싶었다. 차별점을 두었다기보다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분명히 차이가 생길 거라 생각한다. 가장 나다운 것을 해야 한다. ‘이 집은 이렇게 했으니까 나는 저렇게 해야지’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제일 좋다. 나도 하고 싶은 대로 했다.

 

 

Q. 대충유원지만의 컨셉

 

손님과의 소통이다. 실질적으로는 불편한 동선이지만, 움직임이 많아야 손님과의 교류가 많아진다고 생각했다. 분주한 느낌도 낼 수 있다. 지금은 불편해서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있고(웃음). 동선은 계획을 잘 짜야 한다.

 

 

창업의 시작에 대하여

Q. 대충유원지 연남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

 

오래전부터 커피를 마셔왔다.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음료 이상의 매개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체적인 베이스 역할이 되는 것 같다. 무엇을 하더라도 커피를 베이스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

 

 

Q. 창업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다른 곳에 비해 공사 기간이 조금 길었다. 다른 곳은 2주 만에도 하는데, 나는 3-4개월 걸렸다. 하지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만큼의 디테일이 확실히 살아난다. 카페 창업을 너무 급하게 준비하지 않길 바란다.

 

 

Q. 주로 어떤 준비를 했는가?

 

인생은 실전! 하면서 공부하는 거다. 시행착오가 엄청 많았다. 정말 애착이 갔던 메뉴들도, 영업시간도 많이 바뀌었다. 좀 더 시간을 투자해서 그런 부분들을 신중하게 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Q. 트렌드를 쫓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거라면 자기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다. 공간을 유지하려면 수입이 필요하니,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는 중요하다. 하지만 모방과 카피는 아니다. 유행과 트렌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다른 집과의 차이점이 드러나고, 특색과 컨셉이 생긴다. 무작정 저기가 앙버터를 하니 우리도 앙버터를 만들면, 여기서 앙버터를 먹을 이유가 전혀 없다. 거기도 앙버터는 있기 때문이다. 앙버터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 할지 고민하라.

 

 

조금 더 솔직하고 구체적인 얘기들

Q. 대충유원지만의 특별한 메뉴

 

철근, 콘크리트, 플라스틱이다. 처음에 원두 블렌딩 이름을 고민하다가, 유원지를 구성하는 기본 골조에 관한 재료를 가져왔다. 참 맘에 든다. 철근은 실 것 같은 느낌이라 새콤한 원두와 잘 맞는다. 콘크리트는 누가 봐도 묵직한 느낌의 커피랑 어울릴 테고. 플라스틱은 인공적으로 가공된 듯한, 투명한 느낌이라 밸런스 좋은 깨끗한 원두가 어울린다.

 

 

Q. 직원들과의 소통 방법

 

손님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직원과의 소통이 1순위다. 이게 안 되면 손님과도 안된다. 나는 좋은 사람을 뽑고 싶다. 능력만큼이나 이 사람의 가능성을 보려 한다. 한 번 인연이 되면 오랫동안 쭉 가길 바란다. 성격, 신념, 바라보는 관점이 일치하는 직원이 좋다.

 

 

Q. 간판 없는 가게로 소문이 났는데?

 

간판을 생각했었지만 어쩌다 미뤄졌다. 아무 간판 없이 먼저 오픈했는데 손님들이 다 찾아오시더라. 간판 없는 집이라고 소문나기 시작했다. 나중에 제작한 간판을 달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 최대한 축소하되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대충’이라는 한자로만 간판을 만들었다. 사실 아직까지 여기가 카페인지 모르는 분들도 계신다. 지나가실 때 여기 스시집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웃음).

 

 

카페를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Q. 소비자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가?

 

컨셉을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운영하다 보면 원래의 컨셉이 바뀔 수도 있다. 우리가 원하는 컨셉과 손님이 생각하는 컨셉이 다르면, 자기도 모르게 바뀌어있다. 우리 같은 창업가는 본인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에 따라서 변하게 된다. 거기에 맞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채워나가야 한다.

 

 

Q.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여기 오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일하는 사람도 행복하고, 오는 사람도 행복하고. 꿈과 희망이 가득한 유원지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연남 대충유원지 Ⓒ Texture on texture
인왕산 대충유원지 Ⓒ Texture on texture

연남 대충유원지

마포구 연남동 570-28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이는 연트럴파크에서 한 골목만 들어와 걷다 보면 제법 차분한 거리에 우뚝 선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그곳 1층에는 커다란 간판 없이도 통창 너머의 불빛과 손님만으로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내는 대충유원지가 있다. 푸하하하 프렌즈가 공간 설계와 시공을, 스튜디오 COM이 가구를, 스튜디오 FNT가 그래픽 디자인을 맡은 감각적인 공간이다. 특유의 기다란 바(bar)는 대충유원지가 추구하는 물리적 소통 장치다. 어디에 앉더라도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와 마주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반드시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한 공간을 공유한다는 무언의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왕산 대충유원지

종로구 누하동 22, 4층
영업시간: 월-목 12:00-22:00, 금-일 12:00-23:00

두 번째 대충유원지는 37회 서울시 건축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누하동의 무목적(無目的) 빌딩에 들어섰다. 오래되고 고즈넉한 서촌의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벽을 거칠게 마감해 낡은 느낌을 낸, 낮고 겸손한 자세의 장소다. 1층의 수공예품∙디자인 숍, 2층의 사진 스튜디오, 3층의 갤러리를 지나면 4층에 대충유원지가 등장한다. 연남의 공간과 같은 통창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서촌과 인왕산 자락의 풍경이 담겨있다. 1인 위주의 좌석과 실내 정원, 특유의 바(bar) 구성은 동행인 없이 혼자 찾아왔을 때 더욱 고요한 시간과 공간을 누리게 만드는 요소다.

 

LOCAL STITCH X F.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