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OPEN ROOM
Interview mini article #2
두 번 대화, “편견을 버린 새로운 시선”

 

AROUND Magazine 이정현

LAUTER COFFEE 이창훈

 


 

복면은 자신을 감추기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편견 없이 나를 보여주는 도구로 쓰이는 순간 숨어있던 진짜의 가치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마치 복면처럼 ‘편견을 버린 새로운 시선’이 필요한 마스크의 시대. 5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맞은 F.A.에 그 이야기를 나눌 두 명의 스페셜 게스트가 찾아왔다. 오픈룸의 두 번째 <대화의 시간>에는 현상의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과 주변을 다시 바라보는 어라운드 매거진의 이정현 프로젝트 디렉터, 어디서도 카피할 수 없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커피를 만드는 라우터의 이창훈 대표가 함께했다. 이들이 참여자들과 나눈 짧고도 진한 대화 끝에는 어떤 여운이 남았을까. 

이정현 님이 함께하고 있는 어라운드 매거진은 Front, Side, Blind라는 세 가지 시선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중심 대신 그 주변을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이정현 님의 시선은 이 중 어떤 것에 가까울까. 그리고 도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음 단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이정현
Front는 하나의 주제를 정면에서 다루는 인터뷰, Side는 그 관점을 담은 에세이, Blind는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이미 가진 이들이 직접 쓰는 글이에요. 요즘은 모든 것을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콘텐츠가 많이 나오잖아요. 그걸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곳이 어라운드구요. 상업적인 부분 외에도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줄 만한 것들을 제시하죠. 취향이 안목이 되고, 그 안목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는 거예요. 저는 세 가지 키워드의 방향을 수시로 확인해서 시야가 좁아지고 편견이 생기는 걸 막아요. 그리고 지금은 서로 얼굴을 직접 마주 보지 않고도 많은 사람과 함께 공유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확장을 고민하고 있죠.

커피는 향을 맡고 첫 모금을 마시기 전까지, 눈으로만 봐서는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알 수 없어 설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섣불리 맛과 향을 예측하는 편견과 오해 없이 ‘진짜’ 커피의 가치를 즐기는 태도는 무엇일까?


이창훈
우리가 물을 마실 때 실패와 성공을 논하지 않죠. 물이 그냥 물이듯 커피도 그저 커피예요. 어제의 커피는 썼고, 오늘의 커피는 괜찮은데, 내일의 커피는 또 쓰리라는 판단은 잘못된 일상의 판단이지 않을까요. 물론 카페를 누리는 문화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음료의 가치라는 걸 잊어야 해요. 마치 물처럼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는 커피여서 꼭 풍성한 향미를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즐기세요. 창밖의 풍경이나 책 한 권을 두고 내게 정말로 집중하는 시간에 거슬림 없이 편안하게 곁들이는 커피라는 태도로요. 라우터를 찾는 손님에게는 판단의 태도가 없게끔 하는 커피를 내리고 싶어요. 어딘가 틀렸다는 커피 대신 ‘다르지만 편안한’ 커피라고 여기는 순간 평소 느껴온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날 거예요. 그런 생각은 새로운 다름을 느끼게 만들고, 그 경험이 점점 축적되면 라우터를 운영하는 제게도 영향을 끼치겠죠. 그게 바로 편견 없이 진짜 가치를 즐기는 태도이자 제가 꿈꿔온 이상적인 커피예요. 

두 명의 스페셜 게스트가 <대화의 시간>에서 만난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얼굴을 마주하며 편견의 가면 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도시인들이었다. 대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이들은 어떤 대화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까. 얼마나 오래 마음에 남게 될까.

 

이정현

코로나-19 이후 기존과 다른 소통 방식이 등장하고, 심지어 오픈룸 프로젝트처럼 비대면 환경을 즐기는 것까지도 나아간 것 같아요. 저는 직업의 특성상 훨씬 더 발 빠르게 변화를 좇아왔고요. 오늘 나눈 질문 중 하나인 “1년 후에 사업을 한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가?”는 지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작년과 현재는 완전히 다르잖아요? 또 1년 후엔 어떻게 바뀔지 누구도 알 수 없고요. 그 변수가 정말 어려운 한편, 이런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공감과 안심이랄까요.

 

이창훈
편견을 버리게 된 계기요. 참여자들과 나눈 질문 중 가장 큰 주제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네요. 제가 커피를 하는 사람으로서 느꼈던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 사실은 편견이란 걸 깨달았어요. 커피 관련 인터뷰에서 으레 받는 공통적인 질문들이 있어요. 평소에 매장에서도 손님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있고요. 오픈룸에서 나눈 대화들은 그것과 다른 영역이어서 대화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어요. 바깥에서 바라보는 라우터는 다른 카페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하지만 직접 들어오면 우리만의 것, 라우터를 와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어요. 그것 역시 편견임을 말한 시간이기도 했어요. 

 

 

직업도, 성향도, 꿈도 모두 다른 사람들의 첫 만남. 여러 장르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섞이는 대화에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공유할 수 있을까. 위기의 시대에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과 스쳐왔을 두 게스트는 짧은 대화의 시간에도 ‘자기만의 방’을 조금 넓힌 듯했다.

 

이정현
모두가 팬데믹으로 한바탕 힘듦을 겪은 후 잠잠해진 상태에서의 대화였어요. 처음으로 어떤 일면식도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만나서 작년과 재작년의 계획에 찾아온 변화를 얘기했죠. 각자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변화와 태도, 고민을 듣고 싶은 이들이 오픈룸에 오신 것 같았어요.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나 하는 일도 궁금하셨을 거고요. 결국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공감이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완전히 다른 장르의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고, 사적인 안부는 더더욱 물을 기회가 없잖아요. 서로의 안부를 묻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낯선 동시에 예상 못 했던 좋은 공감의 현장이었어요. 

 

이창훈
누구든 한 번쯤 카페 창업을 생각했을 거예요. 오픈룸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렇고요. 그래서 카페의 수익과 저만의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많이 얘기했어요. 저는 커피 한 잔을 내어줄 수 있지만, 카페의 분위기와 커피를 느끼는 건 온전히 손님의 몫이에요. 의도한 대로 되지 않기에 그저 변치 않는 편안함을 드리려고 하죠. 모두가 꿈꾸는 바리스타의 삶과는 좀 다를 거예요. 저는 오래전부터 꿈꿔온 커피를 만들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이 시도하고, 더 꿈꿀 거예요. 카페 창업을 계획할 때부터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시작할 수 있고, 통상적으로 생각했던 바리스타 업무와 수익구조가 아닐 수도 있어요. 라우터는 모든 것에서 탈피하고자 했다는 제 경험과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