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LA가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방법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LA에서는 현대미술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까?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미술관 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와 LA출신 대중음악가들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MOCA 자체가 LA의 정체성이다

 

MOCA는 총 3개의 분점이 있는데, 그 중 메인 지점은 LA 도심에 있는 MOCA Grand이다. LA 최고의 현대미술관인 MOCA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로컬 아티스트와 유명 아티스트의 생각과 표현방식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 미술관의 있는 많은 작품들이 LA의 역사적 배경을 담고있다. 인종차별 문제가 많았던 LA는 그 아픔을 예술작품을 통해 기록하고 표현한다. 특히, 남부 LA의 흑인문화를 보여주려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많다.

 

MOCA Grand는 일본인 건축가 Arata Isozaki가 1986년에 완성한 건물이다. 이 건물은 Arata Isozaki가 첫 번째로 미국에 진출해 완성한 건축물이다. 왜 LA는 미국인이 아닌 일본인에게 중요한 미술관의 건축을 맡겼을까? 흔히 멜팅팟 (Melting Pot)이라고 불리는 미국과 LA의 특성 때문이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도시 LA에서는 이국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내기 위해 일부러 동양에서 온 건축가의 힘을 빌린 것이다.

 

그래서 이 미술관에는 다양한 인종의 문화, 이념, 목소리가 담겨있다. 로컬 아티스트와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이 공존한다. 클래식한 예술작품의 미적가치와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들이 공존하는 것이다. MOCA가 현대미술 작품을 어떻게 전시하는지 살펴보자.

Jackson Pollock’s Number 1, 1949: A Conservation Treatment with Tom Learner:

잭슨 폴록 페인팅 보존

MOCA에서는 잭슨 폴록의 작품 ‘Number 1’을 더 생생하게 전시한다. 이 미술관에서는 2018년 봄부터 잭슨 폴록의 작품 보존 작업이 실시되었다. 그저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존 전문 아티스트가 직접 잭슨 폴록의 작품을 보존작업(conservation)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949년에 완성된 잭슨 폴록의 Painting Number 1의 보존 작업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시간을 잘 맞추면 보존 작업을 하는 화가의 퍼포먼스를 직접 구경할 수 있다.

 

이 보존 작업 화가는 Q&A 오픈세션도 열어 관객에게 직접 보존 작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잭슨 폴록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이 전시에서는 보존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잭슨 폴록의 사진과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그의 일대기를 자세히 설명하고 소개한다.

Lauren Halsey: we still here, there :

LA가 설치미술을 전시하는 방법

MOCA는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뿐만 아니라, 신진 LA 로컬 아티스트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준다. 이번 설치미술 작품의 주인공은 Lauren Halsey로 LA 출신의 흑인 아티스트이다. 설치미술 작품인 “We still here, there”은 환상적인 동굴 탐험을 제공한다. 몽환적이고 신비한 이 동굴 곳곳에는 다채로운 흑인문화 오브제가 숨어있다.

 

흑인이 사용하는 가발, 힙합 장르 LP 등 흑인문화를 상징하는 매개체를 곳곳에 배치해놓았다. 신비한 동굴을 탐험하는 동시에 곳곳에 숨어있는 흑인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LA 출신인 Lauren Halsey는 이 작품을 통해 미국 사회 속에 흑인 문화를 표현했다. 아메리카라는 신비한 대륙에 흑인 문화가 곳곳에 숨겨져있고, 전체 미국 문화 형성에 숨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MOCA Mural: Njideka Akunyili Crosby:

MOCA는 미술관 자체가 예술작품이 된다

MOCA는 미술관 건물 자체가 예술작품이다. 아티스트 Njideka Akunyili Crosby는 MOCA의 외벽을 캔버스로 사용하여 작품을 완성시켰다. Crosby는 콜라주, 프린트 메이킹, 드로잉과 같이 작은 스케일의 작품과 Mural painting 같이 큰 스케일의 예술작품을 동시에 보여주는 아티스트이다. Crosby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라 현재는 LA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그녀는 작품을 통해 아프리칸 코스모폴리탄과 글로벌 정체성을 나타낸다.

MOCA 건물의 외벽을 보면 아프리칸의 색감과 전통이 묻어나는 그림을 볼 수 있다. MOCA 건축 당시에 의도했던 대로 소수인종에게 예술표현 기회를 주는 것이다.

Selections from the Permanent Collection:

MOCA에 영구보존되는 작품들

MOCA에 가면 꽤 유명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미술관에는 포스트워 아트 7000개의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들은 오직 MOCA에서만 볼 수 있다. 7000여개의 작품들은 설치미술, 팝아트, 미니멀리즘 등 현대미술에서 족적을 남긴 작품들이다.

MOCA 컬렉션에는 미니멀리즘의 대가 마크 로스코와 팝아트로 유명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들이 전시가 되고 있다. 이렇게 MOCA는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과 현시대의 이념과 가고자 하는 방향을 표현하는 로컬 아티스트의 작품을 동시에 전시하고 있다.

LA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현대예술로 표현하는 방식

 

MOCA에서 살펴봤든 LA의 문화적 특성상 인종문제를 다룬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 중 대중음악은 현대미술중 가장 영향력있는 분야인데, LA 뮤지션들의 음악은 MOCA의 현대미술가 들과 그 뜻을 같이한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를 통해 내한공연을 했던 래퍼 켄드릭 라마도 LA 출신이다. 켄드릭 라마는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끊임없이 흑인의 정체성과 사회문제, 시대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5년 그는 “To Pimp A Butterfly” 라는 앨범을 통해 미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이 앨범의 수록곡 King Kunta를 통해 그는 흑인의 인권과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King Kunta는 소설 Root(뿌리)에 주인공 흑인 노예 Kunta Kinte(쿤타킨테) 에서 따온 이름이다. 켄드릭 라마는 이 곡을 통해 자신을 쿤타 킨테라는 캐릭터로 설정하였다. 노래 제목인 King Kunta는 단어 조합에 모순이 있다.

 

왕을 뜻하는 King과 노예 이름인 Kunta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켄드릭 라마는 이 캐릭터가 자기 자신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켄드릭은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지만, 동시에 미국 사회에서 억압받고 있는 흑인이라는 모순적인 지위를 King Kunta라는 합성어로 표현 한 것이다. 켄드릭 라마는 흑인 노예 쿤타 킨테가 자유를 찾아 도망쳤던 것처럼 자신이 흑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을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나?라고 곡을 통해 묻는다.

King Kunta 뮤직비디오

켄드릭 라마가 음악을 통해 표현한 시대정신과 흑인 문화는 MOCA의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켄드릭과 MOCA의 아티스트들은 클래식한 것을 지키면서도 사람들이 더 넓은 포용력을 가지기를 희망한다는 메세지를 던진다.

 

LA출신 래퍼 켄드릭라마가 노래 ‘King Kunta’를 통해 “내가 흑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을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나?” 라고 물었듯, MOCA도 전시를 통해 우리 사회에 메세지를 던진다. 이것은 LA를 넘어 미국 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세지 일 것이다. 위 예술작품들은 MOCA Grand 건축 의도처럼, 소수 인종의 메시지에도 귀를 기울이자는 노력을 한 것이다. 피부색이 달라도 예술작품을 느낄 때는 모두 같은 마음 일 것이다.

 

MOCA에는 이렇게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LA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뿐만 있는게 아니다. 미술적 혁신을 이룬 잭슨폴록, 마크 로스코, 로이 리히텐 슈타인의 작품들 또한 MOCA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작가들의 작품 또한 그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그리고, 시대정신을 담아냈다. MOCA는 단순히 현재 미국의 모습과 메세지를 보여주는 작품에 치우치지 않았다. 미국 사회가 변화해 간 모습을 20세기의 아티스트들에서 부터 현재 활동하는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통해 서사적으로 보여주었다. 이것이 LA가 현대미술을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