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Art x Tech Key: Key-Trend Report>는 예술과 기술 융합의 최전방에서 깊은 통찰과 새로운 상상력으로 경계를 무너트리는 각계 전문가들이 전하는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INTELLIGENCE(지성), CREATIVE(창조), EXPERIMENT(실험) 세 가지 키워드의 큐레이션으로 제안합니다. 12편의 리포트와 함께 생각의 단계를 디벨롭할 수 있는 More Think 콘텐츠를 탐색하며 미래를 앞당기는 관점으로 한발 더 나아가길 바랍니다.


 

한윤정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주립 대학교 조교수

 

3 Dots

  1. 우리가 매순간 만드는 데이터는 우리의 정체성과 그를 둘러싼 사회∙문화∙환경을 담는다. 
  2. 인공지능이 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한 디자인은 현 상황을 이해하는 동시에 미래를 예측하는 단초다.
  3. 데이터 중심 디자인에서 디자이너는 예술적 부분을 담당할 뿐 아니라, 데이터가 함축하는 이야기를 확장하고 실천적인 방안을 찾는다. 

[INTELLIGENCE]

 

우리는 매 순간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한 사람이 1초당 1.7MB, 1년에는 47ZB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만든다. 우리의 발자취와도 같은 데이터는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데이터 중심 디자인은 시각·청각화한 감각적 데이터를 상호 연결하고,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며 그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러한 디자인은 숫자와 텍스트만으로 제공되는 정보를 넘어 인간의 발자취가 남긴 기억, 아이덴티티, 신체, 사회와 문화,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시각화는 자주 이루어지지만 청각화 작업은 흔치 않다. <Sound Tree Rings>는 앱으로 소리를 기록하여 나무의 나이테 같은 모양으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소리의 파형을 자연의 기록 형식인 나이테로 표현한 것이다. 앱을 통해서 자신의 기억과 연결된 소리를 모으고, 소리를 채집한 위치를 기록하고 메모를 남겨 타인과 공유한다. 여기서 감각을 더욱 확장한 <Virtual Pottery>는 고유의 몸짓을 도예 작업에 적용했다. 모션 트래킹 센서를 활용해 움직임으로 3D 도자기를 만들고 색과 질감을 입힌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자기는 3D 프린팅도 가능하며, 다양한 소리로도 변환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를 생산하는 동시에 이미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신체 데이터, 즉, 몸의 형태, 얼굴형, 목소리를 보유한다. 이러한 특징은 선천적·후천적 영향을 모두 반영한다. 생체 정보는 개인의 고유한 아이덴티티와 이야기를 담는 주요 데이터다. 생체학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연결한 작업의 시작점인 <손끝소리 Digiti Sonus>는 센서에 입력된 지문을 3D 모형과 소리, 악보로 변환한다. 또한 <Eyes>는 홍채의 색깔과 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소리로 바꾼다. 가장 최근의 <Roads in You>는 복잡한 교차로 같은 정맥의 구조를 분석하여, 그 형태와 가장 비슷한 실제 장소를 보여준다. 개인의 몸에 있는 고유한 데이터와 지도 등 외부의 데이터를 결합해 생체학 데이터가 몸 밖으로 확장되는 형태다.

생체학 데이터를 다루는 것에는 위험요소가 따른다. 지문 등 개인의 생체 정보가 복제될 경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수집 과정도 쉽지 않으며, 작품 창작과 전시 모두 민감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전시를 열며 다양한 관객의 고유한 데이터를 만나고, 그 자체가 작가와 관객의 만남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험을 끌어내기도 한다. 관객 역시 자신의 고유한 정보가 투영되는 작업을 만났을 때 더욱 몰입한다.

 

개인의 몸에서 뻗어 나가는, 다수의 타인과 사회문화 전반의 확장 작업도 있다. 데이터 과학자와 만든 <Art Traffic at the Louvre>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든 동선을 트래킹한다. 개별적으로 수집된 움직임 데이터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패턴을 이뤄낸다. <California Drought Impact + California Sea Lion Data Visualization>은 환경 데이터를 활용했다. 캘리포니아의 가뭄 관련 데이터를 모아 매년 변화하는 가뭄의 모습을 시각화했고, 이로 인한 환경 문제 및 멸종 위기 동물의 데이터를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작업은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어가는 중이다. 환경∙사회 문제를 디자인적으로 접근하고, 데이터를 다루고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데이터를 이용한 작업은 쉽지 않다. 민감한 데이터는 수집 자체가 어려우며, 데이터 처리와 필터링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데이터와 완성 형태에 따라 작업 과정과 사용 도구도 모두 다르기에 목적에 최적화된 도구를 택해야 한다. 데이터는 개인의 기억과 고유한 신체적 특징, 개인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 더 나아가 다양한 사회문제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분석한 기존 데이터는 미래를 내다보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때 디자이너는 예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예술적 영감은 단순히 예술이 아닌, 과학과 기술에서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