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생산자와 소비자를 넘나드는 인플루언서

이들을 활용한 마케팅 해외 사례 6가지    

 

하루 70.2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조사한 작년 국내 10~60대 유저의 평균 SNS 사용시간이다. 올해의 반이 지난 지금, 아마 2018년은 더욱 증가했을 것이다. SNS가 등장할 당시 사람들은 나의 일상을 전시하고 인간관계를 다듬는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에 열광했다. 하지만 SNS의 또 다른 기능인 미디어 공유는 음식, 음악, 운동, 육아, 패션, 문화, 뉴스, 생활 상식, 신제품 정보 등 모든 정보의 탐색이 한결 손쉽도록 만들었다. 무한한 정보 탐색의 자유와 함께 넓은 콘텐츠 선택권을 유저에게 안긴 SNS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런 현상이 달갑지 않은 것은 누구일까. 미디어 채널은 많아지고 광고 타깃은 여기저기 흩어지니 브랜드로서는 고민이 많아진다. 정확하고 성공적인 도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난항을 겪던 브랜드들 앞에 나타난 새로운 해결책은 인플루언서Influencer, 즉 SNS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수많은 팔로워를 확보해 큰 영향력을 미치는 1인 크리에이터다. 각종 SNS에 포진한 이들이 브랜드의 콘텐츠를 확산시켜 인게이지먼트와 제품 판매 등을 유도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제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키워드로 등장했다.

 

브랜드 마케터 181명을 대상으로 한 기사를 살펴보자. 2017년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집행한 마케터가 86%, 그중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수는 92%에 달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미 작년부터 비즈니스 관련 사이트와 마케팅 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했다. 포브스는 아예 패션, 여행, 게임, 운동, 뷰티, 음식, 육아, 엔터테인먼트 등 12개 분야의 탑 인플루언서를 소개하는 채널을 만들었으니,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여실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마케팅 플랫폼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해외 사례 6가지를 살펴보자.

 

 

[인플루언서의 정의]

1. 디지털 소비자가 선호하는 창의적인 콘텐츠 제작자

2.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가 지지하는 셀러브리티

3.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구독자를 보유한 플랫폼

Instagram  

 

인스타그램은 생산자, 소비자, 인플루언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미디어 채널이다. 앱 UI가 타 채널보다 확연히 쉬운 것도 있지만, 모회사인 페이스북에 비해 데이터 스캔들이 없는 데다 주 잠재고객인 밀레니얼 세대의 대부분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삶을 전시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방하려는 팔로워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최적인 마케팅 채널이다.

Case 1. H&M – Nyden

H&M이 새롭게 런칭한 세컨드 패션 브랜드 나이든Nyden은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럭셔리 감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웠다. SNS 세대인 타깃을 겨냥하기에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는 최적의 선택인 셈. 9명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공유하고, 스토리의 투표 기능을 활용해 팔로워가 직접 나이든의 패션 디자인을 만들어보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원단 패턴이나 장식들을 고르고, 지퍼와 단추 중 하나를 선택하는 등의 투표를 거쳐 뽑힌 최종 디자인은 신규 콜렉션에 포함된다. 이 투표는 2주간 42만 이상의 뷰와 3만 5천 표를 기록하는 호응을 얻었고, 브랜드는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통찰력 뿐 아니라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참신한 브랜드 이미지를 획득했다.

Case 2. Daniel Wellington

스웨덴 시계 브랜드인 다니엘 웰링턴은 TV, 인쇄 등 전통적인 광고 대신 SNS를 집중적으로 활용하여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패션, 여행, 사진, 라이프스타일 등 브랜드 정체성에 적합한 인플루언서들에게 시계를 무료로 제공하고 인스타그램에 착용 사진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캠페인이 바로 그것.

 

여기에 각 인플루언서의 이름을 딴 15% 할인 코드와 브랜드 해시태그인 #danielwellington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인플루언서의 매력적인 이미지 속 시계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자신 또한 착용 사진을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는 팔로워가 급증하면서 #danielwellington의 게시물 수는 189만을 돌파했다. 이 마케팅은 소비자 행동 및 참여, 판매 실적을 효과적으로 올리며 브랜드가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도록 도운 일등공신이다.

Case 3. Glossier

꼭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지 않아도 누구나 인플루언서라는 참신한 접근을 선보인 뷰티 스타트업 글로시에는 Fast Company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다. 글로시에는 ‘Real Women’, 즉 현실 속 진짜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아내 확산시킨다. 팔로워가 많든 적든 자신의 뷰티 경험과 후기를 #ITGTopShelfie 해시태그와 함께 남기면 글로시에가 모니터링한 뒤, 그중 몇 명과 나눈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 인터뷰를 브랜드 공식계정에 올렸다. 글로시에의 캠페인은 모든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편안하고 솔직한 프렌드십이 형성되도록 만들었다.

 Youtube

 

디테일한 튜토리얼과 제품 데모, 최신 음식 트렌드 등의 리뷰 콘텐츠에 적합한 채널은 아무래도 비디오를 다루는 유튜브다. 유튜브에서 “how-to”가 들어간 검색어는 매해 70% 이상 증가한 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상세하게 알려주는 유튜브 인플루언서에게 깊은 신뢰감을 느끼고 더 재미있게, 더 알차고 생동감 있게 정보를 전달하는 인플루언서를 찾아 나선다.

Case 4. Warby Parker

안경은 써보고 사야 한다. 그렇다면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5개의 안경을 무료로 받고 고를 수 있는 ‘Home Try-On’ 서비스로 온라인 안경 산업의 판도를 바꾼 와비 파커는 이 매력적인 서비스의 홍보를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손에 맡겼다.

 

인플루언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장점을 풀어낸 비디오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그중에서도 45만 뷰 이상을 기록한 아덴 로즈Arden Rose의 비디오는 아덴이 고른 안경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와 연계해 높은 판매 실적을 냈다. 뛰어난 메이크업 실력이 필요한 뷰티 콘텐츠와 달리, 안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콘텐츠가 되는 트라이온 서비스는 자신도 서비스 체험을 찍어 올리는 소비자 참여의 증가를 통해 효과적인 브랜드 홍보를 톡톡히 누렸다.

Case 5. Okta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B2C만큼 B2B에도 효과적이다! 신원 관리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옥타는 같은 산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타사를 활용하는 B2B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펼쳤다. 옥타의 고객인 Adobe의 매니저와 다이렉터가 유튜브 비디오에 등장해 옥타를 직접 쓰면서 경험한 제품 강점과 브랜드 경쟁력을 설명한다. A 브랜드의 능력과 제품 효과를 B 브랜드가 인정하고 타 브랜드에 추천하는 방식인 셈인데, 여기서 B 브랜드는 옥타의 고객인 20 Century Fox, News Corp. 처럼 규모가 클수록 효과적이다. 잠재 고객은 기존 고객이 공유하는 후기와 성공 사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즈니스 시장에서,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보장하고 추천하는 규모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빠르게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Case 6. Lagavulin Whiskey 

 

배우, 작가, 코미디언, 목수에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까지 더한 닉 오퍼먼Nick Offerman이 벽난로가 타오르는 음울한 방의 커다란 소파에 앉아 45분 동안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라가불린 위스키만 홀짝대는 유투브 비디오가 있다. 이 비디오는 346만 조회수란 기록과 함께 Shorty Awards에서 최고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뽑혔다.

 

사실 성탄 전야에 몇 시간 동안 불타는 장작만 보는 Yule Log 슬로우 TV는 이미 유럽에서 힐링 콘텐츠로 폭발적인 인기였다. 여기에 유머러스한 오퍼먼이 잔뜩 컨셉츄얼한 모습으로 등장해 위스키를 마시는 모습은 위스키를 소비하지 않는 젊은 유튜브 유저의 니치 마켓을 확보하고, 브랜드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를 5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효과를 얻었다.

 

“30대 중반의 여성인 당신이 커피숍에 앉아있다고 가정해보자.

갑자기 낯선 남성이 다가와 대화를 청한다면, 놀란 당신은 얼른 자리를 피할 것이다. 

한 달 뒤 가장 친한 친구가 한 남성을 소개하며 그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편견없이 얘기한다.

그 친구의 의도가 순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당신은 기꺼이 남성을 만나보겠다고 할 것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

브랜드의 보여지는 이미지가 아닌, 

실제 정보를 전달하다

 

스타는 유명도와 영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종종 인플루언서와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각종 이미지메이킹 전략과 비싼 몸값으로 다져진 스타들의 빅미디어 광고에 회의를 느끼는 반면, 자신이 쓰는 SNS 인플루언서의 정보 전달에는 신뢰감을 느낀다. 나와 똑같은 분야를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끼며, 그가 훨씬 뛰어난 지식과 열정으로 제품과 브랜드의 정보를 전달하니 그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찾게 되기 마련이다. 잘생기고 유명한 사람의 말보다는 제대로 써봤고 잘 평가한 사람의 말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또한, 스타는 대중의 호응을 파악할 뿐, 자신의 팬이 몇이나 되는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반면 인플루언서는 구독하는 팔로워 수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팔로워의 증감 내역은 인플루언서의 포트폴리오나 마찬가지다. 팔로워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인플루언서가 굳이 구독자의 신뢰를 잃을, 즉 제 살 깎아 먹는 콘텐츠는 올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저변에 깔려있다. 인플루언서는 팔로워의 증감을 겪으며 더욱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동력을 얻고, 팔로워는 인플루언서에게 배움과 즐거움을 얻는다.

 

이처럼 인플루언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이자, 소비자와 소비자의 입장, 즉 니즈를 모두 이해하는 키 플레이어다. 요즘처럼 소비자의 이목을 이끌기 어려운 콘텐츠 홍수 시대에 팔로워란 중요 자산을 충분히 갖고, 브랜드와 장르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선행한 인플루언서는 광고 타깃에게 정확히 도달하는 효율적인 마케팅을 만들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인플루언서는 브랜드의 모범 소비자여야 한다. 또한, 브랜드 에센스와 평판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성숙함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플루언서라면 소비자가 브랜드를 절로 찾아오게 만드는 최적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