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판도라는 제우스가 절대 열지 말라고 했던 상자를 호기심에 못 이겨 열어보았고, 이것은 인간 세계에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자 마자 인간세계에는 욕심, 시기, 원한, 질투, 복수, 슬픔, 미움 등의 재앙과 희망, 사랑 등이 번졌다. 그리고 판도라는 21세기에 들어 상자에서 하나를 더 꺼냈다. 바로 유튜브이다.

우리는 이제 줄곧, 자연스럽게 인기를 유튜브 조회수로 증명하려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특정 동영상이 유튜브 n억뷰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뜨고, 사람들은 또 그러한 기사 덕에 영상이 궁금해 유튜브로 접속한다. 이는 단지 가수의 뮤직비디오에 그치지 않는다. 한 기업이 만든 광고 영상,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영상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들이 기록하는 조회수와 채널의 구독수가 인기의 척도이자 사회적 영향력을 그대로 반영한다.

 

현대 사회에서 유튜브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탐구와 커뮤니케이션의 즐거움을 매 순간 선물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유튜브가 주는 부작용 역시 사실 만만치 않다. 유튜브에서 존재하는 온갖 Fake news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자극적인 영상 역시 사회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다. 국민 2명 중 1명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이 되어버린 유튜브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한 번 살펴보기로 한다.

1인 영상 제작자 플랫폼의 비상

 

유튜브는 사실 자신의 영상을 자유롭게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1인 영상 제작자(=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이름 역시 “You(당신의)tube(텔레비전)”이다. 유튜브 이전에는 개인이 본인의 채널에 영상을 올리고 다른 이들과 쉽게 공유(혹은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설사 있었다 할지라도 확장자 등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업로드할 수 있는 영상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다 2005년 11월에 유튜브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2006년에 구글이 인수하여 플랫폼의 품질을 높였으며, 그 결과 불과 12년만에 전 세계에 살고 있는 18억명이 이용할 정도로 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2008년에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그 시작점은 바로 일렉기타로 캐논 변주곡을 연주했던 기타리스트 임정현의 유튜브 영상이 뉴욕타임즈에 기사화 되면서부터가 아니였나 예측된다. 그 이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3년 10억뷰를 달성했다는 기사와 함께 그가 미국에서 공연을 하는 여러 소식들이 들려오면서 우리는 “유튜브”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깊이 실감하였다.

최초로 유튜브 10억 뷰를 달성하여 기네스북 기록을 세운 싸이

© guinnessworldrecords.com

한편, 유튜브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방송 등과 같은 다른 미디어 플랫폼에 진출한 1인 영상 제작자들 역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크게 성공한 제작자 중 한 명을 아주 간단하게 예로 들자면 바로 “See you again”을 부른 글로벌 아티스트 찰리 푸스 (Charlie Puth)를 떠올릴 수 있다. 그는 2009년 9월부터 본인의 개인 유튜브 계정에 아델, 존 레전드, 브루노 마스 등 유명 가수의 커버곡 또는 본인의 창작곡을 올려왔다. 이러한 그의 재능을 영화 <분노의 질주7> 제작진이 알아보았고, 그는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배우 폴 워커를 추모하는 노래를 불러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 찰리는 2015년 “See you again”이라는 메가 히트곡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2018년 현재 See you again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30억뷰를 달성하였다.

찰리푸스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See you again. 그가 이 곡을 부르기까지 그의 개인 유튜브 채널이 크게 한몫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꼽자면 단연 ‘대도서관’이 아닐 수가 없다. 대도서관은 180만의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게임 리뷰 크리에이터이다. 그는 세상에 나온 모든 게임을 리뷰하는 콘텐츠로 세상에 자신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유명인들이 많지만, 유독 이 글에서 대도서관에 주목을 한 이유가 있다. 일단 ‘크리에이터’라는 직업과 유튜브의 생태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만큼 그가 유명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로 대도서관은 국내 유튜브 플랫폼을 사람들로 하여금 “시장”이라는 개념으로 볼 수 있게끔 주도한 제작자이자, ‘크리에이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 놓은 장본인이다. 대도서관은 2010년부터 유튜브에 자신이 아프리카TV에서 했던 라이브 방송을 편집하여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영상 편집본이 엄청난 광고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을 한 방송에서 밝혀 다른 BJ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유튜브로 끌어들였다. 그를 필두로 하여 뷰티나 먹방 등의 콘텐츠를 넘어 교육, 반려동물, 일상생활 공유(V로그), 리액션, 요리, 노하우 등 콘텐츠의 종류가 수도없이 다양화되었고 크리에이터는 하나의 직업으로써 인정받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을 “유튜버”로 적게끔 길을 터준(??) 대도서관 

어쩌다어른 방송장면

이렇게 국내의 유튜브 붐이 불면서, 2017년 11월 기준 국내 유튜브 이용자 수는 2300만명에 달했다. 국민의 절반이 이용하는 유튜브이다 보니, 기존의 TV, 라디오, 신문 등의 메이저 미디어 매체들 역시 1인 영상 제작자를 자처하며 유튜브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JTBC와 YTN등의 종편 방송사는 뉴스를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MBC, KBS, SBS 등의 공중파 방송사 역시 뉴스 외에 드라마, 예능의 클립 영상을 편집하여 업로드하고 있다.

 

유튜브로 인해 미디어의 무게 중심이 방송국과 TV채널에서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옮겨진 셈이다. 더군다나, 유튜브는 꾸준히 유튜브만의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Digital Original Contents)를 제작하여 기존 방송 매체의 틀을 깨고 플랫폼의 차별화를 시도중이다. 2018년 현재, 단순한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부터 음악, 뉴스, 뷰티, 일상 공유, 공부비법, how to 영상까지 우리는 유튜브 안에서 모든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유튜브는 왜 그렇게 거대해질 수 있었을까? 왜 하필 유튜브인가?

개인적인 취향 혹은 고민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플랫폼

 

유튜브가 초기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TV에는 나오지 않는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콘텐츠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유튜브 경영자 로버트 킨슬(Robert Kyncl)은 자신의 책 <유튜브 레볼루션>에서 밝힌 바 있다. TV에 나오기 위해서는 영상의 화질, 시간, 내용, 심의 등이 사전에 철저히 약속 또는 검열이 되어야 하는데, 유튜브는 그러한 제약에서 벗어난 채 시작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용자들은 유튜브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관심사를 표현하고, 자신과 동일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소통하기 시작했다. 즉, 유튜브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아주 사소한 개인적인 취향 혹은 고민까지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몇몇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필자가 요새 “덕질”하고 있는 생활 밀착 패션 크리에이터이자 대한민국 내츄럴 사이즈 모델 1호 치도이다. 그녀의 영상들은 필자도 개인적으로 늘 고민해오던 사항들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바로 통통한 사람들의 코디, 다이어트, 폭식 및 강박 등과 같은 고민들이었다. 그녀의 채널은 통통한 체형 관련 코디를 다룬 [입어보는 여자], 자신의 몸매에 관한 가치관들을 다룬 [자기 몸 긍정주의] 등의 재생목록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신체사이즈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치관 아래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모델이 꿈이었던 치도는 깡마른 몸매를 위한 무리한 다이어트로 강박증과 섭식장애를 앓았다. 이후 현재의 모습을 사랑하자는 마음으로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 도전하였지만, 그녀의 몸매는 패션업계에서 지칭하는 ‘플러스 사이즈’가 아니었기에 번번히 거절을 당했다. 따라서 그녀는 플러스 사이즈도, 프리 사이즈도 아닌 ‘내츄럴 사이즈’ 모델로서 스스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고민을 공론화하고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유튜브 활동을 선택했다.

조회 수 6만회 이상을 기록한 <62kg 하체 통통 사이즈 14가지 코디로 돌려입기>

2018년 2월부터 시작했던 그녀의 유튜브 채널은 6개월만에 8000명 가량의 구독자 수를 확보하였다. 내츄럴 사이즈 바디의 일상 스타일링 영상은 조회수 6.4만회를 넘겼다. 이를 통해 그녀가 깨달은 것은, 그녀와 비슷하게 고민하고 정보가 필요했던 사람들이 그녀의 채널에서 함께 고민과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유튜브를 하면서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때는 바로 꾸준히 올라가는 영상에 구독자 혹은 영상 시청자들이 반응을 할 때라고 한다. 치도가 올린 영상의 댓글 대부분은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 사이즈로 차별당하는 것에 대한 고민,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의 댓글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치도는 구독자들에게 정성어린 편지가 담긴 선물을 보내거나, 댓글 하나하나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는 등 적극적으로 구독자와 소통하며 구독자의 고민과 의견을 듣고, 이를 영상화 하기 위해 시도중이다. 더불어 유튜브 채널로부터 여론 반응을 확인한 그녀는 더 나아가 현재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 내츄럴 사이즈 모델의 인터뷰와 패션을 담은 잡지, 브랜드 창립 등으로 다방면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지극히 개인적인 영상을 올렸지만 반응이 가히 폭발적인 크리에이터 사례이다. 바로 공부하는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으로 많은 구독자를 모은 봇노잼이다. 봇노잼은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으로, 평일 중 5시간 ~ 8시간동안 본인이 공부를 하는 모습을 라이브 방송한다. 가끔 자신의 일상 등이 담긴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기도 하지만 그의 주요 콘텐츠는 기본 6시간 길이의 공부하는 라이브 방송이다. 이렇게 재미없는 영상이 인기가 많을까 싶지만, 구독자는 34만명이고, 그의 영상 기본 조회수는 1만건을 기본적으로 돌파하여 매 영상에 짧은 광고가 붙고 있다. 그의 잘생긴 외모 덕인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의 본 목적에 맞게 공부 방송을 켜 놓으며 함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시간 라이브 공부 스트리밍 방송을 하고 있는 봇노잼 (영상캡쳐)

처음에 그는 스스로가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을 하면서 공부를 하면 감시효과가 생겨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미모와 더불어 6시간, 7시간 동안 부동의 자세로 공부를 하는 모습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그는 30만명이 넘어가는 구독자를 얻게 되었다. 그의 채널의 경우, 애초에 공부의 한 수단으로써 유튜브를 이용한 것이기에 구독자와의 활발한 소통은 없지만 흥미롭게도 구독자 간의 소통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그 때문인지 구독자들은 스스로를 ‘도둑’이라 부르고, 한국의 공부와 학구열 경쟁 시스템, 혹은 공부 방법에 대해 댓글로 소통하기까지 한다. 이를 넘어 그와 관련된 기사나 사진, 영상, 그가 사용하는 물품 정보 등에 대해 공유하는 페이지가 생성되어 있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그가 공부하는 모습이 그저 좋아서, 혹은 함께 공부를 하기 위해 등과 같은 개인적인 취향과 관심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콘텐츠의 국경을 없앤 유튜브

 

마지막 소개할 크리에이터 토이푸딩TV는 유튜브가 빠르게 거대해질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를 보여준다. 바로 전 세계 이용자들이 어떤 장벽과 국경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토이푸딩TV는 2014년에 유튜브를 시작하여 현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구독자 1800만을 달성하였고, 올 해 3월 구독자 1000만 이상의 채널에게 주는 상인 다이아몬드 버튼을 수상한 바 있다. 국내에 1000만 구독자를 달성한 채널이 SM Town과 PSY 채널 뿐이라는 사실과, 어린이들을 주 대상으로 삼는 소재의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정보가 토이푸딩TV를 더 주목하게 만든다.

유튜브 토이푸딩TV 채널이다. 영상 조회수에 주목해보자.

 

업로드한 영상은 기본적으로 20만이 넘어가고, 특히 ‘베이비 돌리와 장난감’ 시리즈의 영상들은 1000만이 넘어갈 정도로 인기가 많다.

토이푸딩TV의 주요 콘텐츠는 일절 대사 없이 배경음악과 함께 인형, 자동차 등의 장난감만을 가지고 만드는 상황극 영상들이다. 그의 영상속에는 미용실에 간 인형, 스파게티를 만드는 인형 등 다양한 상황극이 있어 전 세계의 어린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인형이 미용실에 간 상황을 묘사하는 ‘Baby Doll hair shop toys playing’ 영상의 경우 웬만한 유명 가수도 넘기 힘든 4억 9000만뷰를 돌파하였다. 인형을 가지고 상황극을 하는 데 있어 따로 언어가 필요치 않았기 때문에 구독자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닿을 수 있었고, 그들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영상의 제목들은 간단하게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게재되어 있다.

 

이처럼 토이푸딩TV가 빠르게 구독자를 선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콘텐츠의 희귀성과 흥미 덕분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유튜브가 인종과 언어, 국가에 관계없이 누구나 영상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덕이 크다.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소수 민족의 언어를 포함한 76개의 언어로 된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유튜브에서 별도의 해석 없이 볼 수 있는 이 영상을, 전 세계 어린이들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한국에 유입 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들을 거쳐야 했다.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계약부터 시작하여, 유통의 방식과 프로그램 방영 일정까지 조합을 맞춰야 하는 복잡한 상황들이 있었다. 그러나 질 좋은 인터넷의 보편화와 함께 유튜브는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의 방식과 방향성을 바꾸었고, 이제는 세계 어느 곳이던지 동일한 콘텐츠가 동시에 제공된다는 사실은 기본 바탕으로 전제가 된 채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되고 있다. 유튜브 최고 경영자 로버트 킨슬은 <유튜브 레볼루션>에서 콘텐츠의 국경과 장벽이 없어진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기존의 희소성이 아닌 풍요로움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유튜브 창립 당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영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회사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였다. 영국 런던에 있는 사람이든,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사람이든, 나이지리아의 어느 시골에 있는 사람이든 말이다. 어디서나 비디오를 업로드하고 재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유튜브는 글로벌 미디어 사이트로 굳건히 자리 매김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로버트 킨슬, <유튜브 레볼루션> p.132)

폭력성, 선정성, 거짓정보의 바다가 된 유튜브

 

유튜브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기존의 사회 방식의 틀을 깨는 독창성을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마음껏 표현할 권리를 선물했다. 또한 이를 통해서 세계를 점점 지구촌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도 하였고, 국경을 뛰어넘어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콘텐츠 플랫폼인만큼, 유튜브에는 방관할 수 없는 큰 문제가 많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바로 Fake News의 문제이다.

최근 미국 유튜브가 극우주의자 앨릭스 존스의 ‘인포워스(Infowars)’ 콘텐츠를 삭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앨릭스 존스는 “9•11테러는 미국 정부의 자작극”,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은 총기를 규제하려는 음모” 등의 주장을 해왔고 그의 영상들이 무차별적으로 퍼져 나갔었던 것이다. 이는 한국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한국의 한 극보수주의뉴스 전문 유튜브 채널 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북한에 수십억 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했다”는 영상을 올렸다. 사실 확인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로드 된 이 영상은 이미 조회수가 93만회를 넘겼다. “대통령 치매 증거”, “예맨 난민들, 한국에서 내전 준비 중” 등의 자극적인 썸네일을 가진 영상들은 각기 조회수를 기본적으로 2.5만회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유튜브에서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방지책을 내놓았다. 7월 10일, 유튜브는 뉴스 미디어의 유튜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500만 달러 가량의 기금을 확보하였다. 또한 사용자가 가짜뉴스를 배제시킬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뉴스 및 정보원 링크를 연결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또한 ‘신고 시스템’을 마련하여 가짜뉴스를 발견했을 시 신고를 할 수 있는 기능 역시 갖추었다고 유튜브는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방대한 콘텐츠 중에서 어떤 것이 거짓이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인지 감별해내는 것이 과연 가능한 지 의문이 가는 시점이다. 더군다나, 신고를 당한 콘텐츠와 채널은 너무나도 쉽게 또다른 채널을 개설하여 다시 업로드 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할 수 있다는 유튜브의 순기능이 Fake news로 인해 역기능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4분의 1 정도가 이용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인만큼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을 수가 없지만, 한 편으로는 이러한 방대한 인구수에 대비한 해결책이 조금은 미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유튜브의 영상 조회수가 수익이 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아무 필터링 없이 올리는 상황도 유튜브가 개선해 나가야 할 큰 고민거리 중에 하나이다. 올해 5월, 유튜브는 창립 최초로 혐오나 테러 등의 부정적, 선정적 내용이 담긴 동영상 규모를 발표했는데, 2017년 4분기에’만’ 828만건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최근 엄마가 옷을 갈아입거나 자고 있는 모습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영상을 올리는 ‘엄마 몰카’, ‘자살’, ‘때리고 도망가기’ 등의 영상이 별다른 제재 없이 업로드 되어 뉴스에 보도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사생활 침해와 중범죄에 해당되는 여러 몰카 영상이 돌아다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2017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유튜브 이용 학생 중 26.3%가 유튜브를 통해 유해 영상물을 시청한 경험이 있고, 그 중 44%의 학생이 별다른 제약 없이 영상물을 시청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열명 중 네 명은 이러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마음껏 찾아보았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바이지만, 한 쪽의 날만 서지 않도록 분명하고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판도라 상자에서 나온 유튜브가 나아갈 길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유튜브가 거대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어떤 플랫폼도 제공하지 못했던 차별적인 콘텐츠들을 제공하고, 동시에 유저간 소통의 연결고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유튜브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유튜브가 거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일조하였다. 유튜버이자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치도가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댓글을 달 때마다 뿌듯하고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듯, 본인만의 이야기임에도 그에 공감하고 그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연결시켜주어 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유튜브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그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음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각종 fake news와 혐오, 범죄 영상이 난무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크리에이터의 채널에 들어와 온갖 악플을 달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문제는 언급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서만 과하게 주목하고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여러 법적 제재 방안, 처벌 방안도 빠르지는 않지만 분명 점진적인 속도로 발의되고 있고 개선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연합(EU)에서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트위터 등에 테러 콘텐츠가 올라왔을 때 1시간 내로 삭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법제화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앞서 독일은 작년에 이미 나치, 인종차별, 혐오 등의 불법 콘텐츠를 올릴 경우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신설하였다. 그렇기에, 결국 근본적으로는 유튜브의 여러 시스템 마련과 함께 개개인의 사용자가 스스로 건전하고 창의적인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으로써 자정작용을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유튜브가 나아갈 길은 어디일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최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전광용입니다’에 출연하여 유튜브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유튜브는 레드오션이 아니에요.” 1인 미디어를 시작하고 싶지만,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꺼낸 말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취미와 관심사가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더 세세하게 탐구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그의 말을 적용해보면, 이제는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을 넘어 온전히 “개인만의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자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 필요한 콘텐츠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하거나, 다른 콘텐츠를 제치고 일등을 차지해야 하는 등의 줄 세우기 방식은 이제 유튜브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들은 가면 갈수록 세상을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독창적인 콘텐츠들을 다양하게, 될 수 있는 한 많이 접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한 다양한 의견과 관점에 동의하면서도 또 그들은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과 존재감 가질 것이다. 바로 이러한 부분을 발전시키고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만들고 서비스를 기획해야 하는 것이 바로 유튜브가 (이미 하고 있겠지만) 앞으로 더 고민하고 나아가야 할 길이라 예상된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나와 수많은 일을 만든 유튜브는 오늘도 개인과 사회, 세계에 끊임없이 그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