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쳐 있던 사람들은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을 보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메달 성적이 아닌 즐겁게 경기를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고개를 푹 숙이던 예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는 4위를 기록한 후 후회 없이 뛰었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는데,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당차게 승부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이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선수와 국민 모두 올림픽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선수는 물론 국민들 역시 결과와 상관없이 그동안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내면에 있던 틀을 깨고 새로운 퍼즐을 맞추는 것이 더 큰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일은 아니다. 필요할 경우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꼭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며, 많은 이들의 노력과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올림픽 영웅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것처럼 사회 곳곳에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는 기업 및 지자체들이 있다. 이 글에서는 세상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 및 지자체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실패해도 괜찮아, 2021 실패 박람회
사람도, 사회도, 국가도 모두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성장을 돕기 위해 실패와 재도전을 응원하는 박람회가 있다. 실패 박람회는 도전과 경험을 통해 실패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실패한 사람을 패배자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 인식을 변화시킨다. 대한민국을 재도전을 응원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협업하여 실패를 주제로 개최한 최초의 박람회이다.
2021년에는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민이 함께 모여 실패 박람회를 만들어 가는데, 특별히 올해 4회째를 맞이하며 온/오프라인 통합 3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개 지자체, 14개 민간 공공기관, 11명의 민간 기획단, 50명의 다시 人이 함께한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되는데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담아내기 위한 정책화
: 숙의 토론, 정책 제언, 국민 참여 공모전을 진행하며 무려 100번 이상의 정책 과제 발굴
– 실패 경험 가치의 재발견을 위한 자산화
: 누리집을 중심으로 그간 진행된 실패, 재도전에 대한 정보, 소식, 이야기들을 모아 국민들에게 도움 제공
–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 확산을 위해 인식 확대 프로그램
1. 응원 날개 캠페인: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국민들끼리 서로 응원하는 응원 날개 캠페인.
2. 다시 클리닉: 국민들의 재도전 고민 상담소. 누리집을 통해 재도전에 대한 상담을 의뢰하면 함께하는 상담가가 경청과 공감을 통해 답변 제공. 특별히 올해부터 전문가의 답변과 일반 국민들의 공감 및 댓글 응원창 운영.
살면서 누구에게나 실패하고 힘들어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타인 앞에서 고백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실패를 비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부족하다. 실패 박람회는 우리 안의 실패를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재도전 문화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모여 실패의 아픔에 공감하며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다면 힘차게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넘어져도 함께 일어나자고 내밀어 주는 손이기 때문이다.
보호종료 아동들의 자립을 돕는 1인 가구 자립 플랫폼, 마음하나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청년들은 늘 혼자가 된 듯한 불안감을 느낀다. 마음하나는 흩어져있는 청년들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고 몸과 마음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 지원 사업이다. MZ세대 1인 청년 가구를 위한 전문 상담사의 무료 상담 서비스인 마음톡과 생활에 보탬이 되는 정보 콘텐츠를 담은 생활정보, 청년 지원정보와 전문칼럼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청년지원서비스와 달리 마음하나는 보호종료아동 돕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이었던 봅슬레이 국가대표 강한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보호종료 이후의 삶에 대해 외로움, 두려움, 불안감이 크게 와 닿고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밝힌 적이 있다. 특히 그는 모든 걸 다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옆에서 지지해주고 좋은 말을 해주는 어른들이 없다는 사실이 힘들 때가 있다고 했다. 또한 어릴 때부터 보육원 거주 아동을 바라보는 편견 때문에 마음의 상처도 많았는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마다 제일 먼저 의심을 받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 만 18세가 되면 독립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들은 이른 시기부터 홀로 삶을 꾸려야 한다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종료 연차가 길수록 불안·우울감은 높아지고 보호종료예정아동보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경우가 높다고 한다(42.8%). 일반 청년(16.3%, 2018 자살실태조사)과 비교했을 때는 3배 정도 높은 50.0%의 보호종료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이유 1순위는 경제적 문제(33.4%)이며, 다음으로 가족 갈등과 가정생활 문제(19.5%), 정신과 질환(11.2%) 등이 있었다.
마음하나에서는 보호종료(예정)아동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마음하나 심리정서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그들의 안정적인 자립을 위해 종합심리검사비, 전후 심리검사 및 전문 상담지원, 전문 재무 상담가의 온라인 재무상담 중 신청자가 원하는 내용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실질적으로 그들의 필요를 채우며 보호종료아동 인생의 탄탄대로를 만들어 주기 위한 기초 공사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뿐 아니라 지속해서 마음하나 홈페이지를 통해 일대일 고민 상담을 해주고 있으며 금융, 생활, 직업과 관련해 생활의 지혜를 담은 정보를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보호종료아동들에게 보탬이 되는 지원 소식을 정리해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렇게 누군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향해 소리쳐서일까? 지난 7월 13일, 정부는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아동이 보호에서 자립으로 이행하는 동안 국가의 보호를 받으면서 자립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호가 종료되는 나이를 현행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상담 프로젝트에서 시작해 좀 더 나은 제도가 탄생하기까지.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그들이 여느 또래 아이들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성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은 늘어가고 있지만 강한 선수의 인터뷰에서 본 것처럼 아직도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편견은 제자리인 듯하다. 자라온 환경이 달라도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마음하나는 보호종료아동들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삶에 봄볕을 쬐다, 스프링샤인
스프링샤인은 발달장애인의 예술을 재미있고, 가치 있게 전달하며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사회적 기업이자 소셜아트 플랫폼이다. 발달장애인 예술가가 직업적 지위를 갖고 창작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예술놀이터로서, 발달장애인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알려 발달장애인을 바르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
발달장애인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스프링아카데미 교육과정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창작물 이상의 가치와 예술을 담은 아트워크와 디자인제품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동심을 일깨워주는 세라믹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창작물을 만들 때 전 과정을 발달장애인 작가가 진행하며 마감도 기한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창작물은 다른 직원의 손을 거쳐 디자인 제품으로 탄생하고 비로소 고객들 앞에 선보이게 된다.
스프링샤인의 핵심가치는 3가지로 나뉜다.
– 발달 장애인의 개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하는 세상을 지향한다.
–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방법을 재치있게 전달한다.
–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하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
2012년 달항아리로 시작한 스프링샤인은 최근 MG 희망나눔 소셜 성장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트로트 가수, 영탁과 함께 장애인의 날 캠페인을 실시하며 인식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프링샤인의 김종수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소비되는 것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와 함께하는 (발달장애인) 작가들도 마찬가지라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는 다양한 전시를 진행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달장애인은 자폐성 장애나 지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으로 국내 25~30만 명으로 추정되며 80%가 미고용상태이다. 즉 발달장애인 10명 중 8명은 마땅한 직업이 없는 상태다. 스프링샤인은 이 현실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재능을 편견 없이 바라봤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색안경을 벗고 자유로움과 개성을 지닌 발달장애인들의 예술 감각을 발견하여 그늘의 재능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면 좋겠다. 사회의 따스한 관심이 그들의 인생에 봄볕처럼 스며들길 바란다.
조약돌 인생을 위하여
각자가 살아 온 인생은 모양도 색도 다 다른 돌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볼 때 우리의 인생은 조금 더 모서리가 깎이며 동글동글해지고 다채롭게 빛을 내는 조약돌로 변한다. 이전에 가지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야를 접하는 것 힘들겠지만 우리가 서로 마주하며 서로의 실패를 위로하고 재도전을 축하할 때, 불안감을 느끼는 이를 감싸 안고 포용할 때, 일반인과는 다르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예술 감각이 있는 이들의 작품에 감탄할 때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난 돌에서 조약돌이 되기까지 세상을 보는 우리의 눈을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세상을 향해 소리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