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 Dots

▪ 워크숍은 기업 내 인적자원관리를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 최근에는 회의하고 회식하고 끝나는 워크숍이 아닌 다양한 체험과 구성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테마형 워크숍이 진행되는 추세다.

▪ 이러한 흐름에 따라 분야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워크숍을 대행해 주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집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당연히 직장이다. 그렇기에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직장에는 관심과 정이 가기 마련이다. 이왕이면 내가 다니는 회사가 잘됐으면 좋겠고, 그 안에서 개인의 성장도 이루고 싶다. 그러나 그런 소량의 긍정적인 관점을 제하고 나면 사실 직장은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있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장소다. 근로를 대가로 임금을 받아야만 한 달을 먹고살 수 있다.

 

임금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본인의 노동력을 자발적으로 필요 이상 제공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은 드물다. 오너가 자신이 맘에 드는 수준으로 일하는 직원을 찾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 볼 때 모두가 그렇게 자기 잇속을 중심으로만 일한다면 회사의 발전은 요원하다. 어떻게든 동기를 불러일으켜 회사와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제법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인사팀을 따로 두어 구성원들의 직무 능력 향상과 태도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를 진행한다.

 

워크숍도 그러한 인적자원관리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사전적으로는 회사를 벗어나 팀 단위의 인원이 업무 논의를 하기 위한 자리다. 예를 들면 새해 초 한 해의 사업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워크숍을 떠난다. 그런데 대부분이 여기에 관광 또는 여러 가지 액티비티 같은 친목 도모 프로그램을 곁들인다. 그래서 직장인들을 여럿 모아놓고 워크숍 경험에 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많은 경우 1박 2일짜리 회식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를 위한 이야기는 어차피 상사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 프로그램에서 집단의 분위기를 깨지 않는 것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다 오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회사 사람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은 어디까지나 업무의 연장일 뿐이다.

 

그러나 최근 이왕 가야 하는 워크숍이라면 좀 더 구성원과 조직에 도움이 되는 워크숍을 준비하겠노라고 다짐한 회사들이 늘었다. 혁신을 외치는 스타트업들은 물론이고 보수적이라고 소문난 대기업에서도 더욱 진일보한 워크숍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특화된 전문성을 가지고 워크숍 운영을 대행해 주는 서비스도 생겼다. 모든 것이 지금보다 나은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2023 현대건설 신입사원 워크숍 ⓒ 현대건설
2023 현대건설 신입사원 워크숍 ⓒ 현대건설

구성원, 워크숍의 중심에 서다

잠깐의 강의와 토론, 이어지는 체육대회와 회식, 그리고 그 다음 날 숙취를 안고 등산으로 마무리하는 고전적인 워크숍의 모양새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최근의 트렌드는 워크숍의 메인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 맞게 알차게 구성하는 것이다. 끝장 토론, 친목 도모, 교육, 소통, 함께하는 체험 등 그 목적을 분명히 한다. 그렇기에 워크숍은 더 이상 회사가 아닌 구성원을 위한 행사가 되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신입사원 대상 워크숍에서 신선한 시도를 바탕으로 협력과 교류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에 무게를 두었다. 2023년도에는 참여자들이 조를 이루어 현대 정신을 주제로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챌린지를 진행했다.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 신입사원들은 준비 과정에서 이미 기업의 역사를 자연스레 학습했고 또한 각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해 이를 영상 콘텐츠로 구현했다. 이러한 입사 동기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대면하기 어려웠던 임원진과 신입사원이 함께 식사를 나누며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을 통해 회사에 대한 궁금증과 사회생활에 대한 팁을 전수받기도 했다.

 

한양그룹에서는 2022년도 2년 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만족도와 조직 몰입도를 향상하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워크숍에서는 재미있게도 레고가 사용되었다. 각자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체험을 통해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또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을 찾는 셀프 리더십 전략을 세운 것이다. 직원들은 각자가 설계하고 조립한 레고를 팀원들에게 설명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통찰하고 나아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비전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색적인 방법이지만 참가자들은 언어로 막연하게 이야기했을 때보다 직접 지은 작은 설계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알람앱 서비스, 알라미를 개발 및 운영하는 딜라이트룸은 연 2회 플레이샵을 간다. 업무와 관련해 구성원 간 미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한 워크숍은 따로 있고, 직원들이 서로 친해지며 지친 심신을 리프레시하는 즐거움을 얻기 위한 여행은 플레이샵이라 따로 이름 붙였다. 플레이샵은 연 2회 진행되며 이 중 1회는 해외로 떠난다. 그야말로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하자는 취지다. 가장 최근인 2023년도 10월에는 전 직원이 사이판으로 플레이샵을 떠났다.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스타트업의 근무 환경은 직원들이 쉽게 지치기 마련인데, 이렇게 확실한 휴식을 제공하는 플레이샵 같은 기업은 직원들의 업무 능률 관리에도 도움을 주며 사기를 충전시킨다.

신박한 워크숍을 만드는 사람들

너나없이 비슷했던 워크숍의 모습들이 다양하게 바뀌면서 더 참신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찾던 기업들에게 단비 같은 서비스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준비할 때보다 더욱 다채롭고 전문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업들은 이제 워크숍 프로그램을 외주화하기 시작했다.

 

이너트립의 경우 워크숍 플랫폼을 지향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강사 및 전문가들을 종합해 기업마다 추구하는 워크숍 색깔에 맞게 서비스를 찾을 수 있도록 소개하는 것이다. 플랫폼이라는 이름에 맞게 정말 다양한 서비스들이 리스트업 되어있다. 각종 분야의 전문가 강의는 물론, 전 직원이 함께할 수 있는 오징어게임 진행, 와인 테이스팅 체험, 그리고 향수 만들기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까지 워크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런 서비스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와서 코칭이나 체험을 도와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준비할 때 드는 수고와 발품을 아낄 수 있다.

 

트로스트는 기업 내 임직원의 정신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멘탈을 케어하는 워크숍을 개발하여 진행 중이다. 최근 기업들은 직원의 스트레스 및 심리적 우울감을 해소하는 일에 큰 관심을 두고 있고 일부 기업의 경우 직장 내 상담치료사를 상주시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트로스트는 심리 치료 관련 워크숍을 진행해 긴장 관리, 스트레스 수용법,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법 등의 멘탈 케어 노하우를 알릴 뿐 아니라 연극과 같은 방법을 통해 그동안 구성원들이 직장에서 쉽게 표현하지 못했던 나를 꺼내어 마음을 돌아보는 치료까지 진행하고 있다.

 

대화를 전문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라이프쉐어가 진행하는 워크숍에서는 전문 모더레이터가 팀별로 참여하여 참가자들끼리 교감할 수 있는 대화를 주도한다. 대화 카드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주제를 던지고 구성원들이 평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랄 만큼 많은 교감의 대화들을 끌어낸다. 평소 일과 관련된 대화만 나누었던 조직 내 구성원들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팀워크 형성을 추구한다. 팀워크가 형성이 된다면 개인이 직장에서 얻는 심리적 안정감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 2회 진행되는 딜라이트룸의 플레이샵 ⓒ 딜라이트룸
대화 전문 모더레이터의 인도에 따라 진행되는 라이프쉐어의 워크숍 ⓒ 라이프쉐어

워크숍은 이제 단순히 업무 시간을 이용해 단기간으로 부서별 야유회를 가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기업은 워크숍을 이용해 그들의 구성원을 더욱 세심하게 챙기고 전문적인 케어를 제공한다. 엄연한 인적자원관리 프로그램 중 하나로서, 그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진정한 조직원 관리 차원으로 워크숍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조직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또한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때로는 이 시간을 통해 그동안 일터에 쌓인 스트레스를 녹이고, 일에 치여 나도 모르게 잠시 숨겨두었던 나의 우울함과 불안들을 마주할 용기를 내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일터에 나가는 하루하루가 덜 괴롭다면 그것만으로도 워크숍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워크숍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기업의 입장에서 구성원들로 하여금 더 좋은 효율을 내게 하기 위한 치사한 노력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어떤 모양에서든 구성원들을 신경 쓰고 위하고 있다면 이는 마땅히 박수 받을만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