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올해 트렌드를 이끌어갈 키워드 중 하나로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가 꼽혔다. 실제로 CES 2022 행사에서 웹 3.0 관련 기업인 아토믹 폼(Atomic Form)은 NFT 작품을 디스플레이하는 기기를 선보였고, 암호화 기반의 접근 방식을 사용하는 블록파티(Blockparty)는 NFT 거래 플랫폼을 새롭게 소개했다.

 

CES에 참가한 삼성전자 또한 신제품 TV에 NFT 플랫폼을 탑재해 일반 소비자가 TV를 통해 디지털 아트를 관람하고 거래까지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대표적인 NFT 거래소인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 등 다양한 NFT 거래소와 협업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퉈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브랜드와 관련 있는 굿즈나 이미지를 NFT로 만들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한편,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NFT 미술 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분석 업체 댑레이더(DappRada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NFT 거래량이 240억 달러(약 28조 9천억 원)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 대비 240배가량 늘어난 금액이라고 한다. NFT를 활용하면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공정한 거래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고, 최근 기업들 사이에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을 가속화할 수 있기에 많은 기업이 NFT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최근 버추얼 패션 스타트업인 RTFKT(아티팩트)를 인수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 Nike
코카콜라가 선보인 4종의 NFT © 코카콜라

전통 브랜드들의 NFT 활용법

전통 브랜드들은 NFT를 발 빠르게 도입해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고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NFT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나이키가 있다. 나이키는 운동화 정보를 NFT로 만들어 특허로 등록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는데, 제품을 구매하면 해당 신발의 NFT도 함께 얻는 식이다. 이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나이키의 한정판 신발을 구매해 시세차익을 얻는 이른바 슈테크(슈즈+재테크)가 떠오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NFT를 통해 운동화의 소유권을 추적하고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나이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NFT는 브랜드의 오랜 골칫거리인 이른바 짝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루이비통의 모기업인 LVMH 그룹은 컨소시엄 블록체인 솔루션을 만들어 아우라(AURA)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아우라가 진품에서 느껴지는 고상하고 독특한 품격을 뜻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NFT를 브랜드의 소장 가치와 연결 지은 것으로 해석된다. LVMH 그룹은 자신들의 제품 안에 전자칩을 삽입해 이와 연동되는 정품 인증서를 NFT로 발행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NFT는 그 특성상 소유권과 구매자 이력 등이 담기기 때문에 재판매가 되더라도 그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NFT를 제작하는 사례도 있다. 코카콜라는 브랜드 헤리티지를 NFT로 만들어 경매를 진행한 바 있다. 메타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4종의 NFT인데 코카콜라 빈티지 냉장고, 코카콜라 버블 재킷, 코카콜라 음료 동영상, 코카콜라 우정 카드가 그것이다. 이 NFT들은 경매에서 57만 5천 달러(약 6억 8천만 원)에 낙찰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코카콜라는 경매 수익금 전부를 자신들이 50년 이상 후원해 온 스페셜 올림픽에 기부하면서 보다 큰 신뢰를 쌓았다.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NFT 미술시장에 진출한 브랜드도 있다. 화장품 브랜드 겔랑이 대표적이다. 겔랑은 지난 10월 열린 파리 국제현대미술박람회(FIAC)에 NFT 작품을 출품했다. 겔랑은 아트페어의 디지털 경매를 통해 22명의 아티스트가 제작한 설치 작품을 판매한 바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타코벨 또한 5명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자신들의 대표 메뉴인 타코를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 NFT 아트로 판매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며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

이처럼 다양한 브랜드가 NFT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이유는 희소성을 보장받으면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소비하고 싶은 열망이 높아지고 있기에 NFT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책이 되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스토리를 상품화시킬 수 있고,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소장 가치를 인정받게 되므로 NFT가 새로운 산업 그 자체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광고는 소비자에게 단선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이 크다면, 마케팅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NFT는 소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브랜드 스토리를 공유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랜딩을 위해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보다 NFT를 통해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것이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다가 NFT는 메타버스 안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해 시대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명품 패션 브랜드 구찌(Gucci)의 경우 제페토나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패션 아이템을 판매 중이며, 최근에는 미국의 스타트업 슈퍼플라스틱(Superplastic)과 협업해 슈퍼구찌(SuperGucci)라는 이름의 NFT 컬렉션을 출시했다.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유다.

구찌가 슈퍼플라스틱과 함께 선보이는 슈퍼구찌(SuperGucci)라는 이름의 NFT 컬렉션 © Gucci

물론 NFT 시장에 뛰어든 많은 브랜드들이 모두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시점에서 NFT라는 도구는 장기적인 브랜딩 관점에서 유용한 도구로 평가받고 있고, 소비자들의 참여를 확보하면서 생태계를 갖춰나가고 있어 나름의 문화와 커뮤니티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NFT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로 진화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