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 중 가장 오래된 기술인 이메일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뉴스레터 서비스가 쏟아지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다양한 이메일 마케팅 방법의 하나인 뉴스레터는 잠재 고객을 포함한 고객 모두와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며, 광고 · 홍보, 영업 · 판매 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고객이 스스로 뉴스레터를 선택하고, 해당 뉴스레터가 자신에게 유용하다고 느낀다면 커뮤니케이션 효과는 강력해진다.
이메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뉴스레터가 마케팅 도구로 각광받게 된 첫 번째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구독자 입장에서 뉴스레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인플루언서의 최신 소식을 가장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다. 정보를 얻기 위해 기업 홈페이지나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이메일 함에서 필터 기능을 이용하면 자신이 구독한 채널들을 빠르게 살펴볼 수 있다. 소셜 미디어의 범람으로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메일이 하나의 대안이 된 것이다. 특히 내 메일함으로 콘텐츠가 들어오기 때문에 정보를 소유할 수 있고, 언제든지 다시 열어볼 수 있어 편리하다.
특정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점도 뉴스레터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모든 플랫폼은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플랫폼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 내가 만든 콘텐츠가 사라질 위험이 존재한다. 꼭 서비스 종료까지 가지 않더라도 더 해당 플랫폼에 독자들이 오래 머물지 않을 수 있다. 노출 알고리즘의 변경으로 어느 순간 자신의 콘텐츠가 신규 독자에게 소개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뉴스레터는 이메일이라는 기반 기술을 사용하기에 이런 우려에서 벗어난다. 뉴스레터는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내가 직접 구독자를 확보하는 방식이어서 콘텐츠 발행에 대한 지속가능성이 커진다.
개인화라는 특성도 뉴스레터 붐의 이유로 꼽힌다. 뉴스레터의 제목이나 본문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뉴스레터 발행을 돕는 서비스들은 구독자마다 다른 값을 넣어 이메일을 발송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뒤죽박죽인 이메일 함에서 ○○○님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다면 한 번쯤 열어보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실제로 이메일 이름에 구독자의 이름이 들어가면 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단순히 이메일에 이름을 기재하는 단계를 넘어 고객 특성에 따른 분류를 적용해 서로 다른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웹 사이트 방문이 없다라거나 일정 기간 내에 이메일이 열람되지 않았다와 같은 조건을 입력하면 잠재 고객을 파악할 수 있으며, 고객이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큐레이션 콘텐츠
뉴스레터의 가장 큰 특성은 큐레이션 된 콘텐츠라는 점이다. 큐레이션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한다. 인터넷상의 정보는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뜻의 옥석혼효(玉石混淆)로 표현해볼 수 있다. 즉,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섞여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정보 과잉 시대에는 정보를 정리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스티븐 로젠바움(Stephen Rosenbaum)은 자신의 책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 큐레이션》에서 큐레이션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이유를 정보가 결핍에서 과잉으로 흐르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보가 결핍에서 과잉으로 흐르면 사람들은 다시 누군가에 의한 초월적 정리를 기대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실제 결핍과 과잉을 반영한다기보다는 미디어 소비자들이 느끼는 인식의 요구 같은 것이다.
– 스티븐 로젠바움,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 큐레이션》 中 –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대상에 질적인 판단을 추가하여 가치를 더하는 일이 필요해진다. 뉴스레터는 이러한 큐레이션에 최적화된 매체이다. 자신이 직접 정보를 생산하여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때도 있지만, 인터넷상의 정보를 모아 독자적으로 편집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큐레이션 뉴스레터가 대세다. 가령 썸원의 SUMMARY & EDIT은 일주일 동안 읽었던 콘텐츠 중에서 괜찮은 것들을 골라서 발췌하여 전해주는 뉴스레터인데, 기존의 가치 있는 콘텐츠를 요약이라는 방식으로 재가공하여 전달한다. 콘텐츠 큐레이션이 좋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쉽게 요약해주기 때문에 인사이트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반응이 많다.
또 에그브렉(Egg Break)은 매주 나오는 신간 도서를 소개해주는 뉴스레터로, 수많은 책 중 큐레이션 된 책을 받아볼 수 있어 유용하다. 지금은 더 운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리드디스띵(ReadThisThing)이라는 미국의 뉴스레터는 매일 딱 한 편의 기사를 선정해서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큐레이션 된 콘텐츠를 손쉽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은 뉴스레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유료 뉴스레터의 성장
정보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미디어 분석가인 벤 톰슨(Ben Thompson)이 운영하는 스트래테커리(Stratechery)가 그 예다. 월 12달러(혹은 연 120달러)을 지불하면 그날의 가장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 뉴스레터를 보내준다. 유료 결제를 했기 때문에 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인 오픈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서브스택(Substack) 같은 플랫폼은 유료 뉴스레터를 제작 · 발송하고 구독자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많은 저널리스트가 이용한다. 뉴스레터가 하나의 수익 모델로 기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무료 뉴스레터 모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간 이슬아처럼 월 구독료 1만 원에 매일 한 편의 글을 보내주는 유료 모델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무료 뉴스레터와 유료 뉴스레터를 동시에 운영하는 실험들도 이어지고 있다. 무료 뉴스레터를 계속 보내는 대신 일부 구독자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식이다. 뉴스레터 자체를 유료화하지 않고 제휴 콘텐츠를 통해 수익 모델을 찾기도 한다. 28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NEWNEEK)은 크라우드 펀딩이나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수익 모델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레터의 진화
린디 효과(Lindy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지금까지 생존해온 기간이 길수록 앞으로의 기대수명도 더 길어지는 효과를 말한다. 이메일이라는 기술도 사용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더 오랫동안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의 리서치 회사인 래디카티 그룹(Radicati Group)은 전 세계 이메일 이용자가 2021년 약 410만 명, 2023년 말에는 약 4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73%는 이메일을 통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메일 마케팅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당신의 인터페이스 대행자가 모든 신문과 전자신문을 읽고 지구상의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접수한 후 개인화된 요약을 작성해주는 그런 미래를 그려보라. 이런 종류의 신문이 한 사람을 위해 편집되어 인쇄된다. 실제로 이런 조건에서 당신은 만약 그것이 적합한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는 확신만 있다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다.
–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디지털이다(Being Digital)》 中 –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이미 1990년대에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개인에게 꼭 맞는 정보를 골라 제공해주는 형태의 미디어를 나만을 위한 뉴스(The Daily Me)로 지칭한 바 있다. 그의 비전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뉴스레터는 독자가 원하는 내용을 선별하여 보내준다는 점, 그리고 직접 사이트를 찾아가지 않고도 개인의 이메일 함으로 편리하게 배달해준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더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매체다. 최근 몇 년 사이의 뉴스레터 붐은 오프라인 우편함이 온라인으로 전화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구독자들은 기꺼이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게 될 것이다. 물론 뉴스레터의 큐레이션이 꼭 양적, 질적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구독자들은 앞으로 더욱 개인화된 콘텐츠를 기대하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나만을 위한 뉴스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해주는 뉴스레터들은 더욱 큰 가치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