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미술을 접한다고 생각하면 막연하게 전시회와 미술관을 생각하기 쉽다. 예술가의 작품을 특정한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정형화된 형태가 자연스럽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미술 작품은 공공의 영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술은 이미 우리 삶에 녹아들어 있다. 미술이 일상으로 들어온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미술에 관한 고정관념 탈피에 가장 큰 역할을 꼽으라면 공공미술(Public Art)을 예로 들 수 있다. 공공미술은 영국의 존 윌렛(John Willett)이 리버풀의 시각 예술에 대해 다룬 책 『도시 속의 미술(Art in City)』에서 처음 나온 단어이다. 책에서 공공미술의 정의는 “예술 작품이란 사적 영역일 수 있으나 예술 작품의 향유는 공적 영역이어야 한다.“는 개념을 뿌리로 한다. 이처럼 작게는 담벼락 한편에서, 크게는 대형 조형물로 확장하며 작품 세계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공미술의 지향점이다. 도시라는 캔버스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예술적 감각을 뽐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아마추어 예술가, 동네 꼬마, 이름 있는 작가까지 참여한다는 점에서 시민 모두가 작가이며, 모두가 캔버스를 가진 예술가라는 보편성과 대중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쏘아 올린 공

우리나라에서는 공공미술의 성장을 위해 서울시가 가장 먼저 행동을 실천하며,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시가 대표적으로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2007)’와 ‘서울은미술관(2016)’였다. 우선 2007년 시작한 서울시의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는 “도시가 작품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사업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2011년까지 서울시 곳곳에 다양한 공공미술을 설치하였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는 일명 희망 전망대라 불리는 하늘공원의 <하늘을 담는 그릇>, 옥수역의 <문의 풍경>・<Bar Code 빛의 문>, 마포대교 <바람의 길>이 있다.

하늘공원 <하늘을 담는 그릇> Ⓒ 서울특별시

2009년, 마포구 하늘공원 정상에는 3개월의 제작 과정을 거쳐 임옥상 작가의 <하늘을 담는 그릇>이 설치됐다. 널따란 공원 평지에 등나무, 스틸, 견목을 재료로 사용해 세 개의 층을 관람객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다. 처음 설치했을 때는 그릇에 등나무가 둘려 있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 나무가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작품과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인공구조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대표적 사례로, 공공미술의 의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3층까지 오르면 주변 경관을 더욱 멀리 볼 수 있다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다. 전망대라고 하기에는 다소 낮다고 여길 수 있지만, 하늘공원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설치한 작품이기에 전망대로서 흠이 없다. 전망대에 오르면 한강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작품명과 함께 ‘희망 전망대’라고도 불리고 있다. 작품은 “마음이 그릇이면 천지가 희망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많은 사람에게 따뜻함과 휴식을 제공하는 하늘공원의 대표 작품이 되었다.

 

옥수역은 내관・외관을 모두 꾸민 사례다.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서 옥수역 곳곳에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들의 협력 코드는 ‘컬러’였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작품은 <문의 풍경>과 <Bar Code 빛의 문>이다. 역 안쪽 대합실에는 지승은 작가의 <문의 풍경>이 자리 잡고 있다. 통로를 활용해서 작품을 설치한 것이 특징으로, 각 면의 색감은 각도를 다르게 구성해서 지나가는 사람이 통과하는 시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단순하게 지나가는 건조한 지하철의 길을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문의 풍경>은 옥수역을 이용하여 일상의 여정을 시작하고 마치는 지하철 이용객을 위한 구조물이다.”라고 한다. 대합실 중앙에 위치하면서도 다른 부분과 달리 통로의 양측에 설치된 업무 공간 때문에 외부를 위한 창이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용객의 주목성이 크면서도 순간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곳이 본 구조물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선정된 것이다.

옥수역 <문의 풍경> Ⓒ 서울특별시
옥수역 <Bar Code 빛의 문> Ⓒ 서울특별시

옥수역 내부의 탁 트인 공간에 설치한 작품이 있다면, 외부에 있는 장소를 십분 활용한 작품도 있다. 옥수역 교각을 이용한 양주혜 작가의 <Bar Code 빛의 문>이다. 교각의 선을 따라서 그려진 페인팅은 남다른 메트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교각 아래 특유의 침침하고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회색 콘크리트에 바코드 문양을 입혀 강한 색채감과 형태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가는 “20년 넘게 옥수동에 살면서 옥수역의 변화를 체험하였던 나에게 특별한 작업이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작품이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과거 광장으로 쓰였으나 차량의 통행이 잦아지면서 접근조차 불편한 장소가 되어버린 공간이 활기차고 기분 좋은 공간으로 전환되고,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축제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마포대교 남단 교통성에도 도시 갤러리 사업의 목적으로 안규철 작가의 작품 <바람의 길>이 설치되었다. 이 작품은 배가 남산을 향해 항해하는 형상으로 지어졌다.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며 드넓게 펼쳐지는 한강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바람(風), 사람들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된 바람(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람의 길>은 공공미술의 역할과 더불어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곳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마포대교 <바람의 길> Ⓒ 서울특별시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는 3년에 걸쳐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누이 언급되는 대표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례다. 이는 당시 설치한 작품들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시의 상징으로 잘 자리매김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품 관리를 소홀히하며 발생하는 문제들에 관한 언급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옥수역 <Bar Code 빛의 문>은 작품을 만든 이후 도색이 벗겨지고 금이 가는 문제가, 마포대교 <바람의 길>은 바닥이 깨지고 칠이 벗겨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은 자연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작할 때 대중적인 공간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든 이후 유지 및 보수가 잘 되어야 한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으로 지적되었다.

 

이후 진행된 서울시의 ‘서울은미술관’ 프로젝트는 “서울의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된다.”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되었다. 앞선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에서 놓쳤거나 혹은 생각하지 못한 여러 부분을 개선한 점이 돋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작품의 생애 주기를 정했다는 것이다. 작품의 연장・보존・이전・폐기 여부를 결정하며 사후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은 환경 미화에만 그치지 않고 도시와 공존하는 미술을 펼칠 것을 예고한 것이다.

 

프로젝트의 지속성을 위해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개설하고, 계속해서 아카이브를 진행한 점도 인상적이다. 생애주기를 마친 작품은 폐기를 진행하더라도 온라인에서 작품 기획 의도와 설치 진행 과정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해두었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추진방법과 타임라인, 작품 전시된 곳을 표기한 가이드맵 등 상세한 설명이 담긴 서울은미술관 e-book을 통해 전시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중 가이드맵은 전시 형태에 따라 고유한 색을 지정해 시민들이 지도를 통해서 원하는 작품을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분해두었다. 2019년까지 설치 작품은 총 12개, 참여형 작품은 3개, 콘퍼런스는 2회 진행되었다. 참여형과 콘퍼런스는 이미 종료되어 설치 작품만 관람할 수 있지만, e-book에서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며 시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서울은미술관’ 프로젝트는 전반적으로 체계적인 관리와 추진 방법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참여와 지속적인 관리에 있다. 참여를 통해 시민과 작가가 함께 공모된 대상지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기존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에서는 작가와 관할 시를 주최로 움직였다면, 시민도 함께 도시의 미관과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본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성을 기반으로 ‘서울은미술관’은 시민과 함께 공공미술의 영역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은미술관’ 프로젝트로 설치된 실제 작품들은 어떤 모습일까?

용마폭포공원 내 인공 폭포의 <타원 본부> Ⓒ 서울은미술관

정지현 작가의 <타원 본부>는 시민 참여로 진행된 설치형 작품 중 하나로 시민 이원복 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2단계 사업으로 설계되어, 2018년도에 시작해 2019년도에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이원복 씨가 어릴 적 용마 채석장을 아지트로 삼아 ‘태극 13단’을 만들어 절벽을 오르다 곤란을 겪은 추억을 유쾌하게 풀어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인공 폭포라는 미적인 기능에 ‘아이들의 아지트’라는 장소성을 더해 친숙한 느낌을 주고, 우리 가까이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더했다.

 

영상을 통해 ‘타원 본부’가 만들어진 이유와 그곳을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들어볼 수 있다. 폭포 중앙으로 길이 나 있어서 폭포를 구경하러 온 시민들이 직접 아지트인 본부로 들어가서 즐길 수 있는 만큼 바라보는 작품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시민이 참여하고 추억을 쌓는 공간으로 그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시민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은 생애 주기가 길어지고, 본래의 기능을 넘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미술의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시청 앞 서울 광장에도 ‘서울은미술관’의 작품이 설치되었다. 김승영 작가가 만든 <시민의 목소리>는 2017년도부터 2018년도에 걸쳐서 전시되었다. 처음에는 2017년도는 서울광장, 2018년도는 과천 서울대공원, 마지막으로 2019년에는 마포구 문화비축기지로 옮겨졌다. 이 작품은 시민 투표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위원회의 심사를 통해서 후보 작품을 선정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청동 주물로만 보이지만, 실제로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다. 1980~1990년대에 각각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다양한 소리들을 재생하는 200개의 스피커로 쌓아 올린 소통의 탑에서 사운드 채널을 통해 과거와 현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한국 사회의 희망과 염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개인적 환경과 열린 소통 방식에 대한 메시지를 표현한다.

 

서울시는 2006년부터 안전 문제로 불거진 고가차도인 ‘서울로’를 활용해서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중에서 ‘서울은미술관’과 이어진 <서울로 미디어 캔버스>는 미디어를 이용해 캔버스를 꾸며 공공미술의 영역을 확장하였다. 대부분 공공미술은 온전히 한 자리에 있으면서 랜드마크를 형성하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은 운영 시간이 정해 유동적으로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6-9월은 19시~23시, 12-3월은 17시~23시로 계절의 해가 지는 시간에 맞게 상영된다. 3년 동안 이어진 <서울로 미디어 캔버스>는 매년 4회의 기획전, 개인전, 시민 참여 영상전으로 전문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독립영화 등 역량 있는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공모에 당선된 시민 작가 등 많은 작품이 선보여졌다.

 

새로운 시작, <우리동네 미술>

서울이라는 도시를 캔버스로써 쓴 공공미술이 있다면 남다른 규모로 진행된 프로젝트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로 전국 지자체를 중점으로 둔 ‘우리동네 미술’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전국적인 사업으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예술인들을 위해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미술을 지향한다. 각 지자체의 역량으로 어떤 유형의 작품을 꾸려갈지가 정해지는 사업이기에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가 공모에 앞서 지정된 곳도 있다.

 

지자체별(기초 226개소, 특별자치시·도 2개소) 지원 예산은 각 4억 원으로 책정되었으며, 작가 인건비는 사업비의 55%, 재료비는 45% 범위에서 구분하여 진행되도록 했다. 공모되는 부문은 총 작품 설치형, 공간 조성 및 전시형, 도시재생형, 공동체 프로그램형, 지역 기록형(사진, 다큐멘터리), 복합추진형 등 여섯 가지이다. 제시된 유형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한 것으로, 지자체별로 특성에 맞춰서 새로운 공공미술의 유형을 개발 및 추진해도 된다. 대부분 지역별로 공모 기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 10월 말일 자로 종료되었다. 최종 기획서까지 제출한 현재, 각 지역과 작가의 특성이 어떻게 드러날지 기대되는 바이다.

 

일각에서는 촉박한 일정과 코로나-19의 영향을 줄이려는 급급한 정책일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 ‘서울은미술관’보다 더 보완이 될 수 있는지, 결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 작품이 도시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흉물이라 여겨지지 않도록 꾸준한 관심과 관광객 증가로 인한 소음 및 쓰레기 무단 투기 등 고질병이 생기지 않는 좋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남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앞선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에서 작품 관리 소홀, 도시 미관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를 보아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공공미술 설치가 필요했다. 그러므로 ‘서울은미술관’에서는 보완을 중요하게 생각해 추진 방법을 체계화했고, 현재는 ‘우리동네 미술’을 통해 일자리를 잃은 예술인들을 위해서 공모를 시작한 것을 내걸었다. 계획 공공미술 사업인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 이후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서울은미술관’, ‘우리동네 미술’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공공미술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공미술 작품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비용과 장소 마련 등 여건 마련이 중요하며, 작품을 만드는 작가와 시민의 참여를 이끄는 범위가 넓어야 한다. 공공미술을 둘러싼 여러 정책을 융합하는 것 또한 우리나라 공공미술이 발전할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미관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작가가 참여하는 공공미술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올바른 방향성을 잡고 나아갈 수 있을까. 현재 진행 중인 ‘서울은미술관’과 앞으로 진행될 ‘우리동네 미술’의 방향성은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공공미술은 논할 때 해외 사례를 빼놓을 수가 없다. 어떤 유형의 공공미술이든 유지 관리가 큰 쟁점이며, 우리나라의 공공미술 시장보다는 이미 많은 작품이 자리 잡힌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상징인 된 <구름 문>은 재질상 크게 파손될 위험은 적다. 각도에 따라서 변하는 굴곡의 시선을 잘 표현해낸 작품으로 손꼽히며, 시카고하면 <구름 문>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공공미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에 낙서하거나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얼룩지는 등 공공미술의 취약점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핵심은 예술이 아닌 흉물이 되지 않기 위해 단순하게 작품을 만든 것에 의의를 두면 안 되며,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미술에 대해서 관심은 높아졌으나 관리에 대해서는 아직 자리가 잡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행히 ‘서울은미술관’의 체계화로 3년간 공공미술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장기화하는 공공미술의 관리에 대해서도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아름다운 도시와 여러 사람과 더불어 만들어가는 공공미술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작가이며 세상이 캔버스이다. 그런 작품 하나하나를 해당 기관과 작품을 감상하는 모두가 신경을 써야 오랫동안 기억되는 랜드마크까지 될 수 있다. ‘거기에 가면 그런 작품이 있었지.’하며, 추억할 수 있는 공공미술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