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Dots
▪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의 유언에 따라 노벨 재단에서 수여하는 노벨상은 매해 철저한 심사를 거쳐 인류의 발전과 평화에 공헌한 이들에게 “문학상,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학/의학상, 평화상”을 수여한다.
▪ 10월 수상자 발표 이후 12월에는 수상자와 커뮤니티를 위한 노벨 주간이 열린다. 이 기간에는 수상자 기자회견, 강연, 학술대회, 노벨 주간 빛 축제, 노벨 낭독의 밤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 노벨 주간의 꽃인 노벨 데이는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각각 진행되며 시상식 외에도 자국의 문화를 녹여낸 예술 공연과 격식을 갖춘 특별한 만찬으로 노벨상의 대미를 장식한다.
Nobelpriset i litteratur år 2024 tilldelas den sydkoreanska författaren Han Kang.
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에게 수여됩니다.
– 스웨덴 한림원 사무차장, 마츠 말름(Mats Malm)
2024년 10월 10일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순간, 낯선 언어 사이로 들리는 익숙한 이름에 깜짝 놀라는 국내 출판사 직원들의 반응이 화제가 됐다. 이어지는 영어 발표에서 수상자가 우리나라 작가 한강임을 확인하고 환호하는 그들의 모습은 지난해 10월 10일,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했다.
2024년 10월 8일부터 14일까지, 엿새에 걸쳐 부문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동안 들려온 한국 작가의 이름은 모두를 열광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작가 한강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발표 직후 온라인 대형서점의 서버가 다운되고 온오프라인에서 한강의 저서들이 빠르게 품절되었다. 유수의 온라인 서점(YES24, 교보문고, 알라딘)에 따르면 한강의 책은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엿새 만에 누적 기준 103만 2000부(종이책)가 판매되고 전자책 또한 최소 7만 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열기는 해를 넘기고도 식을 줄 몰랐다. 2025년 1월 21일 기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부터 3위까지의 순위 모두를 한강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차지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출판계는 물론 출판 부수 감소 등의 이유로 불황을 겪고 있던 인쇄 업체들에게도 유례없는 경사가 되었다.
인류 발전과 평화에 공헌한 당신을 위해
1901년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의 유언에 따라 노벨 재단(Nobelstiftelsen)에서 수여하는 노벨상은 스웨덴 왕립 과학원과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소, 스웨덴 한림원,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매년 인류의 발전과 평화에 공헌한 이들에게 “문학상,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학/의학상, 평화상” 총 다섯 분야의 상을 수여한다. 노벨이 기부한 유산 3,100만 크로나(한화 약 40억 6천만 원)로 형성된 기금을 노벨 재단이 1년 동안 운영해 발생한 이자 등의 수입을 다섯 등분해 상금으로 지급한다.
참고로 우리가 알고 있는 노벨 경제학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상이 아닌 1968년 경제학의 발전을 기념하기 위해 스웨덴 중앙은행이 제정한 상이다. 그래서 노벨상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The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s Sciences)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상금 또한 노벨의 유산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에서 별도로 마련한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 기금을 이용한다. 그러나 5개 분야의 노벨상과 동일한 절차를 거쳐 수여되며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노벨상의 명성을 동일하게 이어받는다.
물리학, 화학, 경제학상은 1739년 수학과 자연과학 연구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스웨덴 왕립 과학원에서, 생리학/의학상은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연구소에서, 문학상은 1786년 스웨덴어 발전과 문학 장려를 목적으로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가 설립한 스웨덴 한림원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에 의해 임명된 다섯 위원이 속한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에서 각각 상을 수여한다. 노벨상을 스웨덴과 노르웨이 두 나라에서 시상하는 이유는 노벨 재단이 설립된 1900년 당시에는 노르웨이가 스웨덴에 합병돼 있었기 때문이다. 단체나 조직에 수여 가능한 평화상과 달리 나머지 다섯 분야는 생존자 개인에게 수여된다.
수여 기관들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전년도 가을, 기관 내 위원을 비롯한 역대 노벨상 수상자, 대학 및 학술단체 소속 학자들에게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는 안내장을 발송한다. 부문 당 약 1,000명씩 총 6,000명이 안내장을 받는데, 이들은 후보 추천 사유를 서면으로 작성해 이듬해 1월 31일까지 노벨 위원회로 보낸다. 노벨 위원회는 부문별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필요시 외부 인사를 초빙해 후보자의 연구 성과를 평가한다. 노벨 위원회가 최종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노벨상 수여 기관에 제출하면 노벨상 수여 기관들은 심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과반수 투표를 통해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노벨상 수상자는 매년 10월에 발표되는데,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Konserthuset)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사(Oslo rådhus)에서 각각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한화 약 14억 원)와 메달 및 증서를 준다.


메달: 통합된 다양성, 그 뒷이야기
수상자를 위한 메달 디자인도 흥미롭다. 노벨 메달 앞면에는 알프레드 노벨의 초상화와 그의 출생 및 사망 연도가, 뒷면에는 분야별로 다른 디자인이 들어간다. 물리학상과 화학상 메달에는 여신의 형태로 묘사된 자연이 등장하는데, 그 여신의 얼굴을 덮고 있는 베일을 과학 천재가 들어 올리는 모양새다. 물리학, 화학 메달에는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의 「아이네이스(Aineis)」 제6권 663행에서 인용된 “새롭게 발견된 기술로 삶을 풍요롭게 만든 이들이여”라는 라틴어 문구와 수상자 이름과 수여 기관이 새겨진다. 생리학/의학상 메달에는 의학 천재가 무릎 위에 펼쳐진 책을 들고 바위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 아픈 소녀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모습이, 문학상 메달에는 문학적 업적을 상징하는 월계수 나무 아래 젊은 남성이 앉아 뮤즈의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경제학상은 노벨 재단에서 제정한 상이 아니기에 스웨덴 왕립 과학원의 북극성 문장과 함께 수상자 이름, “알프레드 노벨을 기리는 스웨덴 중앙은행”이란 라틴어 문구, 스웨덴 중앙은행의 문양인 풍요의 뿔이 새겨져 있다. 평화상 메달에는 “평화와 인류의 형제애를 위하여”라는 노르웨이어 문구와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메달은 금 18캐럿으로 제작되며 무게는 약 175g에 달한다.
증서는 해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제작되지만 기본적인 텍스트 구성은 동일하다. 각각 스웨덴어와 노르웨이어로 작성되는데, 평화상을 제외한 5개 분야 노벨상 증서에는 해당 연도 수상자의 이름과 함께 수상 이유가 명시된 인용문이 포함된다. 증서는 각각 다른 색상의 가죽 커버로 제작되며 각 수상자를 위한 특별 문양이 증서와 보관함에 새겨진다. 물리학, 화학, 경제학상 증서는 새나 꽃 등의 특정 테마를 사용하고 생리학/의학상과 문학상에는 금박 부조와 손 글씨로 작성된 아름다운 텍스트가 새겨진다. 평화상은 개별 수상자에 맞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만들어진다.


소장품 기증: 흔적과 도시의 빛
지난해 수상자 발표 후, 두 달이 지난 12월 6일부터 12월 12일에는 스톡홀름과 오슬로에서 수상자와 커뮤니티를 위한 노벨 주간이 열렸다. 노벨 주간에는 수상자들이 기자회견, 강연 등 다양한 학술대회 및 대중 행사에 참여해 많은 이들과 교류한다. 2024년의 경우, 노벨상 수상자들이 12월 6일 노벨 박물관에 모여 전통에 따라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하고 의자에 서명을 남겼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은 옥빛의 작은 찻잔과 자신의 루틴을 기록한 메모를 남겼고,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글루(Daron Acemoglu) 교수는 어머니의 유품인 종이 누르개를 박물관 측에 기증했다. 참고로 노벨 박물관은 <These Things Changed The World>라는 이름의 상설 전시를 열어 수상자들이 기증한 250개가량의 물품을 공개하며 이를 통해 그들의 삶과 업적을 조명한다.
같은 날 저녁, 스톡홀름 시청사 외벽에서는 올해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을 포함해 역대 여성 수상자의 모습을 담은 미디어 파사드 <Leading light>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 작품은 12명의 예술가 집단 레 자틀리에 BK(Les Ateliers BK)가 협업해 제작한 설치 미술 작품으로, 여성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시청과 의회 사이 클라라 멜라렌 호숫가(Klara Mälarstrand)에도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엘리즈 세르빈(Elise Cervin)과 KTH 왕립공과대학 건축학과 석사생들이 제작한 10개의 파빌리온으로 구성된 조명 건축물 <열여덟, De Aderton>이 설치되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노벨 문학상을 받은 18명의 여성 작가를 기리는 동시에 노벨 문학상의 수상자 성별 불균형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8일 오후 5시에는 <Literature Night>이라는 이름으로 역대 노벨 문학상 여성 수상자인 그라치아 델레다(Grazia Deledda), 애니 에르노(Annie Ernaux), 한강과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가 쓴 글이 작품 <De Aderton>에 전시되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노벨 주간 빛 축제(Nobel Week Lights)의 일환으로 설치되었으며 노벨 주간 내내 매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전시되었다.
노벨 주간 빛 축제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와 업적을 조명하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로, 노벨상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작품을 설계해 전시한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노벨 주간 빛 축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대안 행사로 시작된 이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대체 행사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매년 개최되는 주요 행사로 자리 잡아 노벨 주간 동안 스톡홀름의 어두운 밤을 빛으로 수놓는다.


프로그램: 노벨을 빛낸 얼굴들
12월 7일부터 10일에는 스톡홀름과 오슬로에서 분야별 노벨상 수상자들의 강연도 열렸다. 생리학/의학상 수상자의 강연은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문학상 수상자 강연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물리학상·화학상·경제학상 수상자의 강연은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평화상 수상자의 강연은 오슬로 시청사에서 진행되었다. 노벨 강연은 대중에게 공개되는 무료 강연으로 온라인에서 사전 등록 후 참석이 가능하다. 8일 저녁에는 노벨상 시상식이 열린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스웨덴 소프라노 말린 뷔스트롬(Malin Byström)의 노벨상 콘서트가 열렸다. 노벨상 콘서트는 스웨덴 왕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매년 세계적인 음악가를 초청해 함께 공연하며 관객의 드레스 코드를 어두운 정장으로 지정해 미리 공지한다. 콘서트 표 가격은 좌석에 따라 410~1,320크로나로 책정된다. 또한 9일 10시부터 3시 30분까지 스톡홀름 워터프런트 컨그레스 센터(Stockholm Waterfront Congress Center)에서는 “The Future of Health”라는 제목으로 노벨 주간 토론회도 개최되었다. 토론회 역시 무료 참석 가능한 대중 행사로, 10월부터 사전 등록을 받았으며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올해 노벨 주간 토론회에서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4명이 패널로 참여해 의료 발전과 질병 예방에 대해 논했다.
11일 오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이 그간의 수상자 전통에 따라 린케뷔 도서관(Rinkeby bibliotek)을 방문해 “노벨문학상 기념 책자 낭독회”에 참석했다. 1988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노벨상 수상자와 스톡홀름의 대표적인 다문화 공동체 지역인 린케뷔(Rinkeby)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36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낭독회 전 린케뷔와 텐스타(Tensta) 지역의 학생들은 그해 수상자의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을 음악과 시, 그림 등으로 표현해 기념 책자를 만든다. 낭독회에서는 이 기념 책자를 수상자에게 전달하며 수상자의 작품을 놓고 함께 토론하거나 질문하는 시간을 가진다. 또한 학생들은 수상자의 저서 중 하나를 선택해 만든 미술 작품을 매년 린케뷔 도서관에 전시하는데, 올해는 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를 주제로 판지 상자 작품이 제작되었다.
12일에는 스톡홀름 왕립연극극장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노벨 낭독의 밤” 행사가 열렸다. 노벨 주간 마지막 공식 일정인 이 행사는 스웨덴 관객들이 수상 작가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노벨 낭독의 밤 행사에서는 저명한 스웨덴 배우들이 수상 작가의 작품 일부를 원어 및 스웨덴어 번역본으로 낭독하며 문학 평론가나 작가, 번역가 등을 패널로 초청해 작가의 작품 주제와 문학적 영향 등에 대해 분석하고 논의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상자의 작품을 바탕으로 음악이나 시각 예술을 함께 선보이기도 한다. 올해는 스웨덴 문학평론가인 크리스토퍼 레안도르(Kristoffer Leandoer)와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Yukiko Duke)가 한강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이후 각각 다른 연사들이 한강의 작품 세 편을 스웨덴어로 낭독했으며 아직 스웨덴어로 번역되지 않은 <희랍어 시간>을 한강이 우리말 원문으로 낭독한 이후 스웨덴 배우의 번역본 낭독이 이어졌다. 사전에 예고 되지 않은 <희랍어 시간> 낭독은 기존의 스웨덴 독자뿐 아니라 새로운 독자들에게 수상자의 작품을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축제: 노벨 주간의 꽃, 노벨 데이
노벨 데이(Nobel Day)인 12월 10일 오후 4시에는 스톡홀름 콘서트홀과 오슬로 시청사에서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다.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는 노벨 재단 이사장의 연설 후, 각 분야의 수상자들이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수여 받은 한편, 노르웨이 오슬로에서는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 위원장이 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한 후 메달과 증서를 수여했다. 그날 저녁에는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노벨 재단이 주관하는 노벨 연회가 열렸다.
노벨 연회에는 노벨상 수상자들과 스웨덴 왕실, 정부 관계자, 외교관, 과학 및 문화계 인사, 노벨상 후원자 등 약 1,300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250명은 초청받은 학생들로 구성된다. 스웨덴 왕실에 대한 소개와 함께 국왕의 건배 제의와 노벨 재단 이사장의 환영 연설로 연회가 시작되는데, 연회는 3코스 만찬으로 구성되며 연회 당일까지 메뉴는 비밀에 부쳐진다. 다음으로 스웨덴 문화를 녹여 낸 음악과 예술 공연이 이어지며 커피와 함께 해마다 특별 제작되는 노벨 디저트가 제공된다. 이후 수상자들이 짧은 감사 연설을 하는데 전통적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가장 마지막에 연설한다. 노벨 연회는 스웨덴 전역에 TV로 생중계되며 오슬로에서도 같은 날 저녁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주최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위한 연회가 열린다.


이처럼 노벨 주간 동안 펼쳐지는 다양한 행사는 단순한 축하를 넘어 노벨상 정신을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하고 확산하는 데 기여한다. 수상자 소장품 기증은 인류 발전에 기여한 수상자 개인의 역사를 후대와 공유한다는 의미를 지니며 노벨 주간 빛 축제는 과학과 예술을 결합해 노벨상의 의미를 더욱 빛낸다. 수상자의 강연은 그들의 학문적 성취가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이러한 의의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노벨 주간 대화”와 같은 토론의 장에서 더 깊어진다. 학문과 사회의 접점을 확대하고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과정은 노벨상이 수상자가 지나온 업적을 기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식이 사회 변화를 이끌고 인류 공동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특별히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린케뷔 도서관 방문과 노벨 낭독의 밤은 문학이 가진 힘을 사회적 차원에서 실감하게 만든다. 다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과의 만남을 통해 문학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소통과 이해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노벨상 시상식은 한 해 동안 인류 발전에 기여한 수상자들의 탁월한 업적을 기념하는 자리이자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 들어 노벨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경제학상은 대부분 2,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상당수의 뛰어난 과학적 발견이 공동 연구를 통해 이루어진 것처럼 인류 발전의 역사 또한 축적된 지식의 공유를 통해 가능해진다. 노벨 주간과 노벨상 시상식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고 앞으로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