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3 Dots 

▪ 공간 재개장 행사는 역사, 예술, 기술 등 다각적인 고민을 통해 재탄생한 장소를 공간의 친구,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뉴욕 9.11메모리얼 파크,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서울 노들섬 등은 시민이 중심이 된 의미 있는 재개장 행사로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 공간의 재탄생을 기념하는 행사는 시민이 공간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재정의하는 즐거운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다.

 


 

어떤 공간은 한 도시의 역사이자 시민의 삶의 일부이다. 공원, 미술관, 박물관 등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존재한 공간은 그 자체로 큰 존재감을 지닌다. 그런 곳들은 단순한 공공시설이나 랜드마크 그 이상이다. 이미 시민들과 오랜 세월 깊은 관계를 맺으며 우정과 의미를 차곡차곡 쌓아왔기 때문이다. 공간의 역사와 문화는 시민과 물리적으로도, 그리고 감정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공간에서 감성(emotion)이 “사람들의 영혼을 움직이고, 교감을 만들어 낸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낡아진다. 시설이 파손되고 본래의 기능을 잃기도 한다. 그러다 단순한 시설 점검이나 보수 유지로는 수습 불가능한 한계에 다다른다. 지역의 현실에 맞춰 공간의 재정의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결국 공간의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동안 공간이 시민과 맺어온 관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 생명력을 키우고 새로운 색깔을 더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공간의 재탄생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회, 역사, 문화, 예술, 건축, 환경,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간에 대해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치열한 고민 끝에 재탄생한 공간은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다. 가장 중요한 건 첫인상이다. 재개장 행사가 중요한 이유다. 그 공간과 깊이 연결된 시민들에게 공간의 재탄생을 소개하는 첫 자리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공간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의미, 새롭게 탄생한 공간의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

 

공간의 재탄생을 기념하는 자리는 이전에도 그 공간을 이용했고, 앞으로도 이용할 시민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한 공간의 역사가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함께하며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서 또 이어질 삶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삶에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던 시민과 함께한 공간 재개장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7년 재개장을 앞둔 노들섬 ‘소리 풍경(Soundscape)’의 모습 ⓒHeatherwick Studio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Millennium Park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시카고의 다양한 얼굴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는 명실상부한 시카고의 상징이다. 오랜 시간 철도 용지로 활용되던 공간은 문화예술도시 시카고의 도시 브랜딩을 위한 도시재생사업 덕에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1997년 계획 발표 후 2004년 개장하기까지 수많은 유명 건축가와 예술가 등이 공원 조성 과정에 참여했지만, 무엇보다 중시되었던 것은 과정에서부터의 적극적인 시민 참여였다. 일방적인 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 참여를 위해 별도의 법인이 설립되었고 공원 조성 사업에 시민 단체들이 참여했다. 공원 조성 기금을 모으기 위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될 조형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중시되었던 것은 시민들의 의견과 참여였다. 시카고를 대표할 만한 상징성을 가진 작품으로 선택된 것은 더 빈(The Bean)이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그리고 하우메 플렌사(Jaume Plensa)의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였다. 이 두 작품은 2004년 7월 16일부터 3일간 진행된 밀레니엄 파크 개장식에서 첫선을 보였다. 공원 개장식에 맞춰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렸지만, 가장 시민들이 고대했던 것은 바로 이 작품들의 공개였다.

 

인간과 도시의 풍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클라우드 게이트는 지금까지도 시카고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수많은 관광객이 더 빈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카고의 활기찬 분위기를 만끽한다. 하지만 특유의 유쾌함으로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명소는 단연 그들의 얼굴로 만들어진 크라운 분수다. 시민들이 제작 과정부터 참여하며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이었기에, 자연히 작품이 공개되던 개장식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크라운 분수는 높이 15.2m의 거대한 LED 스크린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카고의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보여주는 시민 천 명의 얼굴이 13분마다 새롭게 스크린에 등장한다. 재치 있게 변하는 표정은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거대한 얼굴이 입을 오므리면 물줄기가 쏟아져 나온다. 제작 과정부터 시민들이 참여했고 여전히 시민들이 그 작품을 가장 좋아하고 즐긴다는 점에서 완전한 관객 참여형 예술이 완성된 것이다. 이처럼 밀레니엄 파크의 개장은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시카고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그 공원의 탄생을 함께 만들어간 주역이었다. 그 결과 크라운 분수의 공개는 그 시작과 함께 시카고의 유쾌하고 다채로운 얼굴을 알린 유명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밀레니엄 파크의 클라우드 게이트 ⓒMillennium Park
밀레니엄 파크의 크라운 분수 ⓒMillennium Park

9.11 메모리얼 파크: 당신의 아픔이 아닌 우리의 아픔

9.11 메모리얼 파크는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으로, 구 세계무역센터 부지에 세워졌다.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사건 후, 함께 아픔을 기억하는 공간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미국 정부는 2006년 3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추모 공원의 컨셉은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다. 그날의 희생을 영원토록 기억하며 살아가겠다는 뉴욕 시민들의 약속이 담겨 있다.

 

메모리얼 파크에는 쌍둥이 빌딩을 상징하는, 두 개의 북미 최대 인공 폭포가 흐르고 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겨울에도 특수 처리를 해 얼지 않은 물이 흐른다.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대에는 9.11 테러에서 사망한 2,977명의 이름과 세계무역센터 지하 주차장 테러 사건 희생자 6명의 이름을 포함한 총 2,983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공원을 설계한 마이클 아라드(Michael Arad)는 이 이름들을 단순히 배치하지 않고 그들의 “의미 있는 이웃(meaningful adjacencies)”을 찾아 추모비에 새기기로 했다. 유족들에게 편지를 보내 희생자들이 누구의 이름 옆에 있길 원할지 그들의 “이웃”을 물었고, 약 3년의 세월을 투자해 이름을 배치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 그들의 또 다른 이웃이 될 수 있도록 한 덕분에, 추모 공원은 조금 더 고통을 함께 견디고 희망의 메시지를 나눌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공식적인 공원의 개장식은 테러 발생 10년 후인 2011년 9월 11일에 맞춰 이루어졌다. 첫 번째 테러가 발생한 시각인 오전 8시 46분에 맞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식이 시작되었다. “의미 있는 이웃”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지 W.부시 전 대통령 등이 참여하여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성경 구절과 편지를 낭독했다. 수많은 시민은 함께 자리를 지키며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살아남은 자의 희망과 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함께했다.

 

이어 일몰 후부터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트리뷰트 인 라이트(Tribute in Light) 조명 쇼가 열렸다. 2002년부터 매해 진행되는 이 쇼는 88개의 서치라이트가 무너진 쌍둥이 빌딩처럼 뉴욕의 하늘을 수놓는 행사다.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도 볼 수 있는 강력한 불빛은 뉴욕 시민들이 그 불빛을 함께 지켜보며 새로운 연대와 희망을 다지게 만든다.

 

이외에도 9.11 메모리얼 파크의 개장 전후로 여러 추모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납치된 항공기가 추락한 펜실베이니아 생스빌과 워싱턴DC 펜타곤에서도 같은 날 추모 행사가 진행되었고, 미국 전역에서 특별 예배와 기도회가 이어졌다. 메모리얼 파크 개장식 하루 전인 9월 10일에는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플라이트 93 기념관(Flight 93 National Memorial)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9.11 메모리얼 파크 개장 행사는 큰 사건이 발생한 아픔의 공간을 새로운 희망이 담긴 추모 공간으로 다시 조성한 유명한 사례다. 조성 과정부터 개장, 이후의 운영까지 공간과 엮인 시민들의 상처를 다독이며 굳건한 연대의 메시지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참여를 끌어낸 의미 있는 공간 재개장 사례로 주목해 볼 수 있다.

9.11 메모리얼 파크를 찾은 시민들의 모습 ⓒ9/11 Memorial & Museum
9.11 메모리얼 파크를 찾은 시민들의 모습 ⓒ9/11 Memorial & Museum

노트르담 대성당: 빛으로 돌아온 파리의 상징

파리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화재로 일부가 소실되었다. 850년 동안 굳건한 파리의 자부심이었던 노트르담 성당의 붕괴는 파리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시민들은 복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원화로 약 1조 2천억 원에 가까운 기부금이 모였다. 노트르담을 복원하기 위해 수많은 기술자가 참여했고, 화재 후 5년 8개월 만에 노트르담 대성당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무려 723만 명이 2024년 12월 7일에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장 행사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대성당의 귀환은 한 마디로 전 세계 시민의 축제였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구 과정은 전통 예술과 첨단 기술의 완벽한 조화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파리 시민들의 회복 의지와 참여가 더해졌다. 원 건축물의 3D 스캔과 디지털 모델링 작업을 통해 본격적인 설계도를 준비했고 소실된 첨탑과 목조 지붕 등은 당시의 전통 기법을 그대로 이용해 복원했다. 파리 시민들의 자부심인 노트르담 성당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장인이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로봇과 AI, VR 등의 첨단 기술이 사용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계속되었다.

 

그렇게 길고 고된 작업과 시민들의 노력 끝에, 전 세계인과 모두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개장식에서는 노트르담의 복구를 위해 애쓴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 상징성의 부활을 다시 알리는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과 세계 각국 주유 인사 약 2,000명이 참석했으며, 여러 축하 공연, 낭독회 등이 열렸다.

 

개장식을 함께한 사람들이 가장 감동적으로 꼽은 장면은 단연 대성당의 문을 다시 여는 의식이었다. 파리 대주교인 로랑 울리히(Laurent Ulrich) 몬시뇰이 장대로 문을 세 번 두드리는 순간 문이 열리고, 이어 화재 당시 대성당을 구한 소방관 160명에 대한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대성당의 목소리로 알려졌던 오르간이 대주교의 기도와 함께 울려 퍼지면서 감동을 더했다. 노트르담의 재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회고 영상 상영, 그리고 대성당 파사드를 캔버스로 이용한 조명 쇼까지 노트르담 성당의 귀환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개관식 다음 날인 8일에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첫 공개 미사가 열렸다. 대성당에서의 예배 재개를 알린 것이다. 축제는 계속 이어졌다. 50여 회에 걸쳐 매주 열린 성가대의 콘서트는 시민들이 노트르담 성당의 부활을 진심으로 함께 축하할 기회를 만들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장식은 프랑스 파리의 상징과 같은 공간의 부활을 모두 함께 축하하는 자리로, 그 깊은 상징성을 되새기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순간으로 채웠다는 데 의의가 크다. 울리히 대주교는 개장식에서 “노트르담은 어둠에서 다시 빛으로 돌아왔다”라고 그 의미를 함축했다.

로랑 울리히 몬시뇰 대주교가 노트르담 성당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 ⓒChristophe Petit Tesson
노트르담 성당 재개장식 장면 ⓒLudovic Marin

노들섬: 시민의 손을 잡은 꿈의 섬

한국의 유명한 공간 재개장 사례를 꼽으라고 하면 노들섬이 꼽힌다. 노들섬은 한강 중심에 있는 거대한 부지였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다. 2017년 노들섬을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민관협력 방식의 공모가 추진되었고 최종적으로 “밴드 오브 노들(BAND of NODEUL)” 팀의 계획이 선정되었다. 밴드 오브 노들 팀은 도시 공간 기획을 맡은 어반트랜스포머, 문화예술 산업 분야의 서울프린지네트워크, 그리고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노들섬의 비전을 제시했다.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탄생한 노들섬의 공식적인 개장은 2019년 9월이었지만, 조성 공사를 시작한 2017년부터 시민들과 함께 할 노들섬의 비전을 공유하는 여러 가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2017년 7월에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서식지인 노들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맹꽁이 축제가 열렸다. 시민들이 직접 맹꽁이 서포터즈가 되어 맹꽁이의 이주를 돕고 노들섬의 생태를 알리는 다양한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최종적으로 노들섬에는 이러한 내용을 반영한 맹꽁이 숲이 조성되기도 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기 전, 2017년 10월에는 한강대교 100년을 기념하여 노들축제가 열렸다. 노들섬의 가치를 알리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전시, 워크숍, 참여 프로그램 등이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고, 약 3천 명에 가까운 시민이 행사를 방문했다. 다양한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공연과 노들섬의 생태를 바탕으로 한 테라리움 워크숍, 도도새 페인팅 워크숍, 맹꽁이 생태 전시, 한강대교 100주년 전시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자리는 2019년에 새롭게 개장할 노들섬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미리 소개하고, 시민들이 기대하는 노들섬의 모습을 듣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된 후 2019년 9월 28일,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한 노들섬이 공식 개장식을 가졌다. “오랜, 첫 만남”이라는 주제로 라이브 콘서트, 야외 버스킹, 노들섬의 가을 정취와 함께하는 다이닝, 식물 체험, 노들서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프로그램, 업사이클링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시민들은 재탄생한 노들섬을 직접 둘러보고 체험하면서 그 가치를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2024년 5월, 노들 글로벌 예술섬 설계 공모에 헤더윅 스튜디오의 “소리 풍경(Soundscape)”이 당선되었다.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은 기존 노들섬이 가지고 있던 음악섬의 가치를 더욱더 복합적인 경험으로 만들기 위한 공간의 경험을 창조할 예정이다. 노들섬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드라마틱한 공간 연출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완공은 2027년으로 예상된다. 소리 풍경 프로젝트와 함께 다시 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노들섬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무척 높다.

노들섬 개장식에서 열린 축제 ⓒ전용언
노들섬 개장식에서 열린 축제 ⓒ전용언

앞서 소개한 공간의 재탄생을 기념하는 행사들 외에도, 주목해 볼만한 사례는 무척 많다. 2009년도에 개장한 뉴욕의 하이 라인 공원은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처럼 폐철도 부지를 공원으로 만든 사례다. 우범 지역이었던 곳은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이웃과 연결되는 공간으로 변했다. 개장 첫 주에는 공공 예술 전시, 워크숍, 공연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직접 기획한 도시 정원 만들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뉴욕 타임즈가 “철도의 개구리가 공원의 왕자가 되었다”라고 평할 만큼 시민이 참여한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례로, 이후에 이를 모범 사례로 삼은 유사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들이 다수 진행되었다.

 

노들섬 외에 또 다른 주목해 볼만한 한국의 사례로는 2017년 개장한 문화비축기지 개장 행사가 있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고, 그것을 기념하여 2017년 10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간에 걸쳐 “천 개의 테이블, 만인의 상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열렸다. 석유비축기지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에서 그려갈 미래를 담은 다양한 예술, 전시, 공연 등이 시민들과 함께했다.

 

앞선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공간의 재탄생은 단순한 변화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계획이 수립되고 변화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선보이기까지, 공간과 시민의 관계는 여러 번 접점을 맺으며 그 관계를 새롭게 재정의한다. 공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 재개장 행사, 이 시민들의 특별하고 즐거운 축제가 계속해서 열리기를 희망해 본다.